당신에게 쓰는 편지.

공감2012.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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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안녕?

 

493일을 만나면서 우린 서로 이름을 부른다던가. 오빠라던가 하는 호칭이 없어서

 

여보를 부를 때는 여보말고는 생각이 안나. 오빠라고 부르기엔 너무 어색해서..

 

우린 이미 헤어졌지만 그냥 여보라고 할게.

 

 

3일에 헤어지고, 지금이 7일인데.. 겨우 4일밖에 안흘렀는데

 

여보랑 연락을 하지 않는 하루는 너무 길고 따분하고 지루하기만 해.

 

 

작년 8월에 내가 본집에 들어오면서 부터 우린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됬잖아.

 

솔직히 오래 버틸수 있을 거란 생각은 안했어..

 

맘만 먹으면 매일매일 만날 수 있는 거리지만, 여보나 나나 서로 경제적인 여건도 안됬고

 

내가 복학생이고 이곳에서 적응하느라 우리는 만날 시간조차 제대로 안됬었던거..

 

아니. 나혼자 만날 시간이 안됬었던거. 미안해.

 

 

생각해보면 우리가 헤어지게 된 게 다 내탓인 것 같아.

 

물론 내가 먼저 여보테 서운한 마음에 왜 나 힘들게 하냐고

 

울게하려고 작정했냐고 몰아붙히면서, 거리를 두는게 여보테 좋을거 같다고 했지만..

 

 

잊혀지지가 않아.

 

여보는 날 아프게하기도 울게하기도 힘들게하기도 싫다고 했잖아.

 

근데.. 내가 주는 사랑이 너무 당연한것 처럼 느껴진다고.

 

내 말처럼 우리 사이에 거리를 두자고... 그래. 거리를 두자고.

 

 

난 그 말에 억장이 무너지는 듯 했어.

 

 

너무 마음이 아팠어. 날 잡아줄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고.

 

내가 잠깐 취업문제로 힘들어서. 그래서 신경을 못써준거라고. 그렇게 말해줄줄 알았는데

 

거리를 두는게 좋을 것 같다는 그말에. 내가 너무 아파서. 힘들고 속상해서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어. 난 진짜 여보가 거리를 두자고 할 줄 몰랐거든.. 진짜.

 

 

여자는 헤어지기 3주 전부터 헤어짐을 예상한대.

 

나도 그랬어. 우리가 헤어질 때가 됬구나. 여보가 나한테 감정이 식었구나.

 

근데 난 인정 안했어. 인정하기 싫었어.

 

 

점점 내가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여보. 나에게 연락하지 않는 여보.

 

먼저 전화하지도 않고, 전화해도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만 전화하는 여보.

 

 

그걸 인정하기가 싫었어. 그래서 모른체 했던거야.

 

먼저 헤어지잔 말 못할 여본거 알아서. 내가 모른척 외면했었어.

 

 

휴.. 난 감정표현하는데 진짜 서툰가부다.

 

너무 슬프고 아픈데.. 눈물이 안나. 헤어지고 지금까지 눈물 한방울 안흘렸어.

 

지금도. 눈물이 안나. 혹여나 혼자 있을 때. 여보 생각이 문득 들어서 생각하다가.

 

눈가에 눈물이 고여도. 흐르질 않아서.

 

슬픈 영화라도 찾아보고 마음에 쌓인 것들 다 흘려보내려구..

 

 

나보다 못한 여자 만나라고 했던 말. 잊어버려.

 

홧김에 한 말이야. 나보다 더 좋은 여자. 더 착한 여자. 더 많이 이해하고 사랑해주는 여자.

 

 

무엇보다... 무엇보다

 

매일 만날 수 있는 여자. 그런 좋은 여자 만나.

 

 

나는. 나는 아직 여보를 사랑하지만.

 

날 사랑하지 않는 여보를 억지로 잡아두고 싶진 않아.

 

여보랑 만날 땐 여보에게 부었던 사랑.

 

지금은 여보가 없으니까 나에게 부어볼게.

 

 

생각해보니까 여보를 만나기 전에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해서

 

꾸며주고, 관리했었는데.. 여보를 만나고 난 후부터는 여보에게 그 사랑 다 부어주느라

 

날 사랑하지 않았더라구. 헤어지고 나서 거울을 봤는데.

 

내가 여보여도 싫을 것 같은 망가진 내모습이 거울에 비춰지더라.

 

 

여보의 빈자리. 나를 사랑하는 것으로 채워볼게.

 

 

혹여나 여보도. 나같은 거 땜에 힘들어 하지마.

 

나는 후회 안해. 여보라는 남자에게 내가 가진 처음인 것들을 모두 준것.

 

첫사랑. 첫경험. 남자친구 부모님을 처음 뵌것. 우리 부모님에게 남자친구의 존재를 처음 알린 것.

 

그 외에 여보와 했던 수많은 처음 하는 것들.

 

나는 너무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잊지 않을 거야. 간직하고. 추억으로 남길거야.

 

 

493일 동안 너무 사랑했고. 앞으로 한동안도 여보란 사람. 사랑할 것 같아. 

 

2월 10일이 500일이었는데... 너무 아쉬워.

 

또... 헤어지기 전에 거의 1달동안 보지 못하고 헤어져서 여보 얼굴이.. 잘 기억이 안나서.

 

그게 너무.. 지금 나한텐 너무 마음이 아파.

 

 

잠깐이라도 볼 걸. 돈 핑계같은거 대지말고. 보고싶을 때 잠깐이라도 가서 볼걸.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날이 너무 옛날이라 언젠지 기억조차 안나는데...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안해.

 

나만큼 외로웠을 당신. 그래서 마음을 놓아버렸을 당신. 내가 너무 미안해.

 

 

부디 행복해. 좋은데 취직하고, 부모님한테 잘하고.

 

나때문에 못만났던 친구들. 많이 만나고, 나때문에 못마셨던, 술도 많이 먹고.

 

아프지 말고. 건강해야해. 원래 건강한 체질인거 알지만.. 이번에 여보 아팠잖아.

 

그러니까. 아프지마. 멀리서 걱정할 날 봐서라도 아프지마. 알겠지?

 

 

나와 했던 추억.. 난 다 간직할건데. 여보도 간직해줬으면 좋겠다.

 

 

놀이공원 가기로 했던 약속. 여행가기로 했던 약속.

 

여보네 부모님이 나 회사주신다고 했잖아. 오랫동안 못뵈어서 죄송하다고 말씀도 못드렸네..

 

휴. 우리가 했던 수많은 약속들 중에서.

 

내가 25살이 되면. 결혼하기로 했던 약속.....

 

 

그 약속들.. 이젠 다 물거품이 됬지만.

 

그래도, 그 약속들을 생각하고 꿈꾸고. 행복했던 지난 날들. 잊지 않을게.

 

 

 

너무너무 사랑했고. 너무너무 사랑해.

 

행복해야해. 잘.. 잘 지내요. 여보. 마지막으로 부르는 내여보. 내 남자. 내 사랑..

 

 

진짜 너무 사랑했어. 사랑해 여보.

 

 

 

 

20살에 만나 493일 동안 나에게 사랑을 알게 해준 여보에게.

 

493일 동안 속만 썩인 못난 여자가.

 

 

 

2010.9.29 ~ 2012.2.3

 

 

 

 

p.s 곤충별명을 가진 당신의 별명으로 했던 수많은 게임, SNS.

     당신을 잊을때 까지만. 그 닉네임으로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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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하신 수 많은 분들.

 

힘내시구요. 먹먹하게 아픈 가슴. 금방 가라앉지 않을 거니까.

 

부정하지 말고. 잊을거라고 다짐하지 말고.

 

생각나면 생각 나는대로, 슬프면 우시고. 그 사람과의 추억에 기쁘면 웃으시고.

 

다 받아들이셨으면 해요.

 

 

너무나 사랑했던 그 사람이잖아요.

 

비록 그사람에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이런 공간에 제마음을 담은 편지를 쓸 수 있다는게

 

행복하고 좋네요. 우리 다같이 힘내요.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