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세 직장인 우리 아버지.

아빠가간다2012.02.08
조회358

23살 아버지의 딸입니다.

요즘 기업에서나 직장에서 인사이동 및 퇴직 바람이 불고 있을거에요.

회사에서 은근 나갈것을 눈치주는 명예퇴직이냐,

자식들 먹여살리겠다고 끝까지 남아있다가 갈란다 정년퇴직이냐.

많은 아버지들이 딜레마를 겪고 계실겁니다.

 

 

 

그 수많은 분들중에 한 분이신 우리 아버지 이야기를 해볼까해요.

좀 길어도 읽어주시길 바랄게요.

 

 

 

늘 무뚝뚝하고 무서웠던 아버지셨습니다.

다가가기도 어려웠고, 때로는 가치관대립으로 원망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언제부턴가.

술 한잔씩 하시고 '허허' 하시면서 제 방으로 오시는 횟수가 많아지셨어요.

한번도 자식들에게 자신이 힘들다 라는 말 한마디 안하는 아버지셨는데...

'허허' 웃음소리에서 다 느꼈어요. 힘들다. 힘들구나.

 

 

 

 

얼마전,회사에서 명예퇴직할 사람 신청을 받았나봐요. 회사차원에서는 명예퇴직할 사람에게 퇴직금+ 돈을 더 얹어주겠다는 거죠.

아버지 나이대의 몇몇 분들은 정년퇴직때까지 눈치보며 지내느니, 명예퇴직으로 나가겠다는

분들도 많으셨나봐요.

 

 

하지만 또 우리 아버지 포함 다른 분들은 그래도 아직 시집,장가안간 자식들과 대학졸업조차 안한 자식들을 위해서 그래도 버틸때까진 버텨야 하지 않겠냐며 신청을 하지 않으셨나봐요.

 

 

 

신청이 끝난 지금, 아직도 우리 아버지는 많이 고민하시나봐요.

약주를 하고 오시는 날이 잦으시고, 집에서도 늘어만가는 한숨들과

회사사정, 아버지 당신의 이야기들을 저에게 술술 풀어 놓으십니다.

 

 

 

사실 처음에는 그런 아버지가 많이 낯설었어요. 대화가 별로 없던 아주 어색한 부녀였으니까요.

평소에 애교하나 없는 못된 딸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하나둘씩 아버지의 속마음을 저에게 이야기하고 이런 상황들이 너무 힘들다라고 말씀하시는 아버지를 보며 , 어색하기도하고 예전의 강했던 아버지의 모습이 안보여 울컥했고, 지금의 아버지의 힘든 상황이 나때문이라는 것도 있어 속상하고, 참 오만가지 감정들이 생겨나요.

 

 

 

 

오늘은 아버지께서 자신의 미래를 얘기하셨어요.

아버지께서는 지금 조그만 텃밭을 하고 계시거든요. 평일에는 회사생활. 주말에는 밭을 일구시며 우리 식구들 먹을만큼의 채소들과 과일을 길러요.

 

 

 

퇴직하시면 그 밭에 집을 짓고, 몇마리의 닭도 기르고, 우리형제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면 언제든지 들러서 쉴 수 있는집. 

그런 미래를 그리고 계세요.

 

 

 

그 말을 듣고 한 동안 멍했어요.

 

 

아버지의 미래에는 내가 있지만, 내 미래에는 아버지가 안계셨거든요.

 

 

오로지 내 미래에는 내가 하고싶은 일 , 사고싶은 것. 내 가정. 내 일만 있었어요.

얼마나 내 자신이 속물같고 철이 없었던 건지. 반성을 많이 해요.

 

 

 

내일이 되면  아버지는 자신의 꿈을 뒤로하고 무거운 맘을 갖고 회사로 출근하시겠죠?

회사에서 눈치보며 늙은 호랑이 취급받을 아버지 생각만하면 눈물이 고입니다.

 

 

 

 

 

이럴수록 제가 얼른 공부를 하고 취직을 해서 아버지의 짐을 덜어드려야겠다는 생각밖엔 안들어요.

 

 

 

 

 

 

 

 

속상한 마음에 이렇게 글을 썼습니다. 긴글 인데도 읽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려요.

저희 아버지같은 분을 둔 톡커님들도 많으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