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에 집착하는 한국 사람들 불쌍하다고 글 쓰신 분께

난불쌍하지않아흥2012.02.08
조회1,190

외모에 너무 집착하는 한국사람들 ... 불쌍해 http://pann.nate.com/talk/314610339 

글을 읽고 좀 안타까운 마음에 적어봅니다.


 

아마도 스페인, 외국 유학생들이 많은 곳에 계셨다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살라망카에 계셨던 것으로 추측해 봅니다. 낮에는 한적하고 평화로운, 하늘과 광장이 너무나 아름다운, 반면 밤이 되면 스페인 전국, 유럽 전역에서 모여드는 학생들로 시끌벅적 한 파티가 밤새 벌어지는 작은 도시 살라망카. 저도 여태 못 잊어 그리워하며 살고 있습니다.

 

제가 그 곳에서 연수를 시작 할 때도 비슷한 생각을 했었습니다. ‘서양 애들은 외모에 관대하다! 오호!’. 그러나 ‘외모 만’에 관대하기 보다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거리낌 없이 표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일반적인 문화라는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자유분방하죠. 원하는 것을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고, 거기서 타협점을 찾고, 자기주장이 확실하기 때문에 남의 표현 방식을 수용하는 범위도 넓고요. 보라색 치마에 흰색 반 스타킹을 신든 말든 네 스타일이고, 타인의 자유니까요.

 

한국의 경우, 우리 사회가 외모 지상주의에 젖어 있는 것은 맞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문제점도 고쳐나가야 할 점도 많죠. 이는 (상대적으로) 타인을 의식하는 문화에서 비롯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왜곡되어 사회적 병폐가 된 사례도 무수히 많지만, 반면 뿌리가 되어 사회 전반적으로 서로 존중하는 문화를 낳은 것도 사실입니다. 길가에서 허리가 뒤로 꼬꾸라질 정도로 키스를 퍼붓지 않거나,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한다거나 등 말입니다. 배려하는 마음이죠.

 

이러한 점은 언어 구조를 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스페인어에서는 말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문장의 주어에 따라 동사가 변하죠? 다시 말해 ‘화자 중심’으로 동사가 변화합니다. 한국어는 ‘청자 중심’으로 격에 따라 동사가 변화합니다. 문화 차이의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스페인어 전공자라 가정하고 말씀 드리는 겁니다.

 

역사, 미술, 지리, 오페라, 인구수 등 기타 상식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요즘 책이나 신문을 제대로 읽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주입식 교육 시스템에 웬만큼 역사에 관심이 있지 않는 이상 고등학교 졸업 후 몇 년이 지나면 연도를 좔좔 외우는 분은 드물 겁니다. 하지만 알아두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유럽은 우리나라와 상황이 아주 다릅니다. EU 내에서만 27개국이 존재합니다. 우리가 막연히 ‘동북아’를 생각하는 것과 유럽시민으로서 그들에게 있어 ‘유럽’이란 지역은 엄연히 다른 카테고리에 존재합니다. 국민들이 서로 국경을 넘는 건 일도 아니죠. 그만큼 교류가 많고, 다른 국가,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에 대해 이야기 하다 보면 ‘네가 사는 곳은 어떠니, 크기가 얼마나 되니?’를 무엇으로 가늠하겠습니까? 인구 수 입니다. 익숙하겠죠.

 

우리나라는 섬과 다를 바 없습니다. 부산 사람이 천안 사람에게 인구수를 묻겠습니까? 뭐하러요? 대충 어떤지 아는데요. 그네들이 아시아 지리도 잘 알던가요? 아니, 한'반도'의 존재는 알던가요? 차라리 그것보다, 북한 사람이냐, 한국 사람이냐 묻지는 않던가요? 그들의 문화 공연 오페라가 아닌 김덕수 사물놀이패나 난타에 대해서도 반짝반짝 하던가요?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문화공연인데요. 중국에서 ‘개’먹는 다며? 라고 장난으로 묻기에 ‘우리나라에서도 먹어’라고 대답하는 나에게 노골적으로 역겹다는 표정을 짓지는 않던가요?

 

그들이 북한이냐 한국이냐 물어보는 데에는 “난 한국 사람이야, 북한 사람은 뉴스에서 밖에 못 봤어.” 라고 친절하게 대답해 주시면서, 프랑스 사람이 “난 ‘파히!’에서 왔어.”라는 건 아 프랑스 수도 파리는 내가 당연히 알아야지, 난 알고 있다며 뿌듯하게 여기시면서, 유럽에 내가 모르는 얘기가 나오면 묻지 못하고 주눅 들어 계셨던 것 아니고요?

 

간과 하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글쓴님께서 (강조하시듯) '유럽'에 계셨다는 겁니다. 그들 중심의 테마와 토론에 열등감이 들지는 않으셨나요? 그리고 고백하셨던 것처럼 외모지상주의자들의 일부이셨던 것처럼, 백인우월주의에도 알게 모르게 젖어 계시진 않으셨는지요.

 

우리나라에도 자신의 목표 성취를 위해 화장기 없이 밤새 공부하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글쓴님, 그리고 제 또래들이 있습니다. 이 곳 중남미에 아주 미인에 가슴 수술했다며 수줍게 고백하는 베네수엘라(미인들로 유명하죠!) 친구도 있죠. 변호사에, 자신의 일에 만족하며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상식 없이 화장하고 서클렌즈 끼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외모에 신경 쓰는 사람은 내면을 채우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게 나라의 경제 수준에 상관없이 한 국민이 아름다워 보이는 경우는, 역사를 줄줄 읊어 댈 대도, 클래식 음악이나 와인에 대한 교양을 자랑할 때도 아닌(사실 좀 부럽긴 합니다만, 호호),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보여줄 때 입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파라다이스는 아닐지언정, 고쳐야 할 문제점이 많을지언정, 내가 나고 자란 나라에 대해 가득한 애정을 가지고 이 얘기 저 얘기 들려줄 때, 정말 부럽다는 생각도 들고, 반성도 하게 됩니다. 아마 우리나라에 대한 애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맞는 말씀에도 많은 반발을 사신 것 같습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이곳 저곳에 살며 가장 챙기셔야 할 점은 정체성입니다. 자신이 바로 서야 새로 보고 느끼는 부분을 바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남자친구 분께서 하시는 말씀을 옳게 받아들이고 닮고 싶다고 하시는 점이 ‘유러피언’ 이어서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를 존중하고 존경하기 때문이었으면..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막상 한국에 있으면 느끼기 힘들지만, 미친 듯한 폭풍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 지나면 연둣빛 잎사귀가 쏙 고개를 내밀어 아 이제 다시 시작이구나, 느낄 수 있는 내 나라가, 푹푹 찌는 폭염이 지나고 나면 붉게 물든 단풍을 보러 나들이 할 수 있는 그런 나라가 이 세상에 그리 흔하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