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점령하라 월스트리트' 시위가 시작된 것은 작년 9월이었다. 한국은 이보다 빨랐다. 반값등록금 시위대가 서울 광화문 네거리로 진출한 게 작년 5월이었다. 이게 '점령하라'의 전조(前兆)라는 사실을 당시에는 몰랐을 뿐이다. 기자도 '철없는 아스팔트의 아이들'이라고만 생각했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로부터 8개월, '점령'은 이미 완성됐다. 그 사이에 벌어진 변화는 8개월 전에는 상상치도 못했던 것들이다. 반값등록금은 이미 큰 방향에서 시작됐다. 사회의 주변부로 몰려있던 젊은이들은 서울시장 선거를 거치면서 정치적 주류가 됐다.
그 사이 헌법 119조 2항에 잠자고 있던 '경제민주화'는 대세가 됐다. 이건 우리가 '경제독재'의 시대에 살아왔음을 은연중에 인정하는 것이다. 정치민주화가 군사독재를 무너뜨렸듯이, 경제민주화로 재벌독재를 무너뜨리라는 메시지다.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어 재벌을 해체하자거나, 재벌 세습이 북한 3대 세습과 무엇이 다르냐는 얘기가 대로를 활보할 줄 8개월 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오너 중심 재벌경영체제의 과감한 투자결정,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강점으로 받아들여졌다. 롤러코스터도 이런 롤러코스터가 없다.
재판도 시류를 타는 것인가. 최근 몇 개월 동안 정치성 짙은 재판에선 판판이 야권 성향 사람들이 이기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그랬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국정원 상대 재판에서 이겼다. 곽노현 서울교육감은 돈을 준 사실이 다 인정됐음에도 벌금형에 그쳐 교육감직에 복귀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도 무죄가 확정됐다.
비주류의 득세는 '문화 반역'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나꼼수와 그 추종자들이 주역이다. 그들은 욕설과 비아냥, 성희롱을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무기로 쓰고 있다. 여성 비키니 시위가 문제가 되자 남성 누드로 대답한다. '춘화(春畵) 정치'가 기성의 것들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그 자체로 비주류라는 뜻인 야권은 어느덧 주류의 위치로 올라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찬밥 신세였던 야당의 말과 행동은 이제 모든 기업과 대학과 언론의 주목도 1위가 됐다. 벌써 제1당이 된 듯 행동한다 해서 뭐랄 것도 없을 것 같다. 반면 여권은 계속 뒷북을 치더니 시대변화에 맞춰 당명까지 바꿨다. 만약 새누리당에 '박근혜'라는 자산마저 없었더라면 딱 2007년의 열린우리당 신세였을 것이다. 지난 8개월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시대교체'의 시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정말 진지해져야 하는 건 '점령 이후', 바로 지금이다. 박근혜든 안철수든 문재인이든, 새누리당이든 민주통합당이든, 지금은 정권이 어디로 가는가 그 이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림 퍼즐은 손바닥 한번 휘젓는 것으로 부서진다. 그러나 새로 맞추려면 상당한 시간과 솜씨가 필요하다. 퍼즐 조각 하나하나에는 비정규직, 복지와 증세, 청년 고용, 재벌개혁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근본 해결은 아예 불가능한 것들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 뻥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점령을 '모두를 위한 점령'으로 만들 사람들이 필요하다.
'점령(Occupy)'은 이미 완성됐다
'점령(Occupy)'은 이미 완성됐다
미국에서 '점령하라 월스트리트' 시위가 시작된 것은 작년 9월이었다. 한국은 이보다 빨랐다. 반값등록금 시위대가 서울 광화문 네거리로 진출한 게 작년 5월이었다. 이게 '점령하라'의 전조(前兆)라는 사실을 당시에는 몰랐을 뿐이다. 기자도 '철없는 아스팔트의 아이들'이라고만 생각했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로부터 8개월, '점령'은 이미 완성됐다. 그 사이에 벌어진 변화는 8개월 전에는 상상치도 못했던 것들이다. 반값등록금은 이미 큰 방향에서 시작됐다. 사회의 주변부로 몰려있던 젊은이들은 서울시장 선거를 거치면서 정치적 주류가 됐다.
그 사이 헌법 119조 2항에 잠자고 있던 '경제민주화'는 대세가 됐다. 이건 우리가 '경제독재'의 시대에 살아왔음을 은연중에 인정하는 것이다. 정치민주화가 군사독재를 무너뜨렸듯이, 경제민주화로 재벌독재를 무너뜨리라는 메시지다. 순환출자의 고리를 끊어 재벌을 해체하자거나, 재벌 세습이 북한 3대 세습과 무엇이 다르냐는 얘기가 대로를 활보할 줄 8개월 전에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오너 중심 재벌경영체제의 과감한 투자결정, 속도감 있는 의사결정이야말로 한국 경제의 강점으로 받아들여졌다. 롤러코스터도 이런 롤러코스터가 없다.
재판도 시류를 타는 것인가. 최근 몇 개월 동안 정치성 짙은 재판에선 판판이 야권 성향 사람들이 이기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가 그랬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국정원 상대 재판에서 이겼다. 곽노현 서울교육감은 돈을 준 사실이 다 인정됐음에도 벌금형에 그쳐 교육감직에 복귀했다. 정연주 전 KBS 사장도 무죄가 확정됐다.
비주류의 득세는 '문화 반역'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나꼼수와 그 추종자들이 주역이다. 그들은 욕설과 비아냥, 성희롱을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무기로 쓰고 있다. 여성 비키니 시위가 문제가 되자 남성 누드로 대답한다. '춘화(春畵) 정치'가 기성의 것들을 조롱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도 예외가 아니다. 그 자체로 비주류라는 뜻인 야권은 어느덧 주류의 위치로 올라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찬밥 신세였던 야당의 말과 행동은 이제 모든 기업과 대학과 언론의 주목도 1위가 됐다. 벌써 제1당이 된 듯 행동한다 해서 뭐랄 것도 없을 것 같다. 반면 여권은 계속 뒷북을 치더니 시대변화에 맞춰 당명까지 바꿨다. 만약 새누리당에 '박근혜'라는 자산마저 없었더라면 딱 2007년의 열린우리당 신세였을 것이다. 지난 8개월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시대교체'의 시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정말 진지해져야 하는 건 '점령 이후', 바로 지금이다. 박근혜든 안철수든 문재인이든, 새누리당이든 민주통합당이든, 지금은 정권이 어디로 가는가 그 이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림 퍼즐은 손바닥 한번 휘젓는 것으로 부서진다. 그러나 새로 맞추려면 상당한 시간과 솜씨가 필요하다. 퍼즐 조각 하나하나에는 비정규직, 복지와 증세, 청년 고용, 재벌개혁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근본 해결은 아예 불가능한 것들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 뻥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점령을 '모두를 위한 점령'으로 만들 사람들이 필요하다.
신정록 정치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