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다

검은고양이2012.02.14
조회182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다

 

‘보이는 만물은 관음(觀音)이요 들리는 소리는 묘음(妙音)이라/ 보고 듣는 이 밖에 진리가 따로 없으니/ 아아 시회대중(示會大衆)은 알겠느냐/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천주교의 김수환 추기경, 개신교의 한경직 목사 등과 함께 생전에 대한민국 사회의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은 성철 스님(1912~1993)이 1981년 1월20일 서울에서 열린 자신의 조계종 종정 추대식에 보낸 법어(法語)의 뒷부분이다. 당시 거처인 경남 합천의 해인사 백련암에서 보낸 법어로 종교와 시대의 간격을 넘어 요즘도 회자(膾炙)된다.

 

중국 당나라의 고승 청원선사의 표현 이래 고려의 혜심·경한 등 상당한 경지에 오른 선승(禪僧)들이 더러 인용해왔다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하는 선불교적 표현의 깊은 의미를 평범한 사람이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일상적 언어로만 이해하더라도 개인 차원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거듭 되새겨볼 만하지 않을까 싶다. 산을 물이라고 우기는 식으로 억지와 위선을 합리와 정직으로 둔갑시키는 인사들이 오히려 큰소리치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그것도 무지렁이 아닌 지식인, 갑남을녀(甲男乙女) 아닌 정치·사회·문화 권력자들이 눈앞의 명명백백한 사실조차 사사로운 이익 앞에선 부인하기 일쑤다. 자신의 파렴치를 고상함으로, 악취(惡臭)를 향기로 분식(粉飾)·위장하며, 매명(賣名)을 위해 국익과 국격을 내팽개치고 사회 혼란을 선동하는 일에 앞장서기까지 한다.

 

노무현 전 정권에서 국무총리·장관·당 의장 등을 지내고 현재도 제1야당의 대표를 비롯해 요직을 차고 앉은 인사들이 대표적인 예다. 자신들이 집권 당시 절실성을 강조하며 협상을 시작해 일단 타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현 정권 들어서 일부 수정되긴 했지만 사실상 큰 차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느닷없이 미국 대사관에 떼지어 몰려가 미국 대통령과 상·하원의장에게 재협상하지 않는 한 자신들이 집권하는 즉시 폐기하겠다는 협박성 서한을 전달하는 소동까지 피웠다. 스스로 주장했던 ‘국익’을 ‘반(反)국익’으로 매도하는 것은 산을 산이라고 말하다가 돌연 물이라고 뒤집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인기 가수들의 ‘서바이벌 경연’으로 주목받아온 MBC TV의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한 이름의 인터넷 팟캐스터 ‘나는 꼼수다’와 관련해서도 그렇다. ‘나꼼수’의 핵심 멤버로 ‘지주’를 자처하는 정봉주 전 의원은 대법원에서 유언비어 유포 유죄와 징역형이 확정돼 복역중인 범죄자다. 파렴치한을 영웅으로 떠받들며 석방을 요구하는 해괴한 조직 ‘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의 대표를 당 대표가 겸하는가 하면, 구명위원회를 당의 공식 기구로 출범시켜 전직 법무장관이 위원장을 맡아 범법을 의거(義擧)화하기도 한다.

 

악취 풍기는 쓰레기인데도 온갖 궤변을 동원해 향기로운 꽃인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려고 안달하는 교활한 행태는 정치인들만 보이는 게 아니다. 비키니 차림의 젖가슴 위에 ‘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 하고 적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한 젊은 여성을 뒤쫓아 어느 공중파 방송국의 부장급 40대 여기자는 ‘가슴이 쪼그라들도록 나와라’ 하는 문구의 자기 가슴 사진으로 ‘화답’했다. 심지어 시사평론가라는 인사는 이런 파렴치한 말까지 공공연히 내뱉었다. “정 전 의원께서는 독수공방을 이기지 못하시고 부끄럽게도 성욕감퇴제를 복용하고 계십니다. 그러하오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쓰레기는 쓰레기일 뿐이다. 꼼수는 꼼수일 뿐이고, 외설은 외설일 뿐이며, 파렴치는 파렴치일 뿐이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하고 설파한 성철 스님은 많은 사람이 찾아와 ‘한 말씀만 해달라’고 조르자 도망치다시피하면서 이런 말도 남겼다. “내 말 잘 들어라. 나는 중이다. 중한테 속지 마라.” 황당하고 요망(妖妄)한 언행을 통한 매명과 잇속 챙기기조차 공동선(共同善)을 실현하기 위한 아름답고 정의로운 투쟁으로 위장하는 사회 지도층 일각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시민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김종호/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