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소설 단편]꿈을 파는 노파

공포201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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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힘없이 터벅터벅 길을 걷고 있었다.

그 길은 처음 가는 그런 익숙하지 않는 그런 길었다.

"젠장... 내가 왜 이런 알지도 못하는 길로 들어왔지..."

입에선 저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렇게 투덜대며 길을 서둘러 돌아 나오던 길에 어떤

늙은 노파를 한 명 만났다.

나는 그냥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던 길을 재촉했다.

그런데 뒤에서 그 노파가 혀를 끌끌 차며 내게 한마디

내뱉듯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젊은것이 참 안됐구먼... 끌끌끌...."

나는 그 노파의 소리에 흠칫 놀라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그 노파의 말이 맞다.

나는 지금 직장에서도 짤리고 또 돈이 없어서 술이란 놈도

먹지 못하고 허전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서 이렇게

할 일 없이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화가 나기도 하고 왜 그런 소릴 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그 노파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내가 어디가 어떻다고 안됐어 이 늙은이야...응"

그 노파는 물끄러미 그런 소릴 하는 나를 측은하게 쳐다만 봤다.

다른 노인 같았으면 당장에 젊은 놈이 위아래도 모르고 너는 니

애미 애비도 없냐고 삿대질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노파는 달랐다.

"젊은이 혹시 꿈을 살 생각이 없나?"

나는 당황했다. 꿈을 사라니....

그래서 잠시 생각하다가 그냥 무심코 대답했다.

"뭐 좋은 꿈이라면 야...."

"그래 좋은 꿈 일수도 있지..."

"그럼 사죠 뭐... 지금은 무엇이든지 괜찮으니까..."

"젊은이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좋아"

젠장 아무러면 어떤가 지금 이 상황에서 더 나빠질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 생각에 나는 그냥 무심코 대답해버린 것이다.

그러자 그 노파는 내게 한마디 더 했다.

"지금 자내 꿈 즉 지금 소망이 뭔가?"

나는 웃음이 나왔다.

"푸하하하... 푸하하하하.."

"웃지 말고 대답이나 해보게나.."

"음 그러면 당장에 즉석 복권이나 1등에 몇 장 당첨됐으면..."

"음.... 그것뿐인가?"

"다른 건... 음... 그 소원이란 꿈이 이루어지구나 한번 생각...."

그리고는 말끝을 흐렸다.

내가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그런 헛된 꿈이란 걸 잘 알기에....

"음 그럼 그 꿈이 이루어지고 다시 한번 더 나를 찾아오게나?"

"하하하하.... 그러죠 뭐..."

나는 웃음이나와 그냥 그렇게 대답하곤 노파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그 자리를 서둘러 빠져 나왔다.

"젠장 돈이 있어야지 복권을 사지..."

그 푸념의 소리가 끝나자마자 누가 듣기라도 한 듯이 하늘

에서 파란 지폐 한 장이 포르르 날아와 내 손위에 살포시

내려앉는 것이 아닌가....

"억... 이럴 수가..."

한편으로는 놀라고 또 한편으로는 우연이겠지 생각했다.

그 푸른 지폐를 보자 술이 고팠다. 그립다고 해야하나....

나는 회심에 미소를 지으며 제일먼저 슈퍼로 들어가 담배

한 갑과 소주 몇 병을 사고, 남은 돈으로는 복권을 종류별로

4장이나 샀다.

그것도 결과를 바로 금방 알 수 있는 즉석복권으로 말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리고는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들어서려는데 주인 아줌마가 내게 날카롭게 한마디

내뱉듯이 했다.

"이봐? 총각... 방세가 3달이나 밀렸는데 언제 낼 거야 응응응..."

"..... ..... ....."

나는 할말이 없었다.

"방세 낼 돈은 없구... 술 먹을 돈은 있나보지..."

"죄송합니다. 다음주까지는 꼭....."

"그럼 그때까지 돈 안주면 방 빼.... 알았지...."

"예... 예... 예에..."

말은 그렇게 했지만 다음주까지는 무리 다는 걸 내가

더 잘 안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나... 이 위기를 모면하려면 어쩔 수

없는 그런 절박한 상황인 것을....

나는 내 자신이 한심하기도 하고 처량하기도 해서 소주병

마개를 먼저 땄다.

그리고는 단숨에 반병을 벌컥벌컥 들이 컸다.

그리곤 담배하나를 빼어 물고 그제 서야 복권을 샀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즉석복권 말이다.

"아! 그래 복권이 있었지...."

나는 즉석복권을 한 장 얼른 집어들어서 남은 500원짜리

동전으로 천천히 즉석복권을 긁어나갔다.

5000만원... 5000만원.... 5000만원 분명히 5000만원이었다.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닌가 싶어 다시 눈을 비비고 즉석

복권을 뚫어져라 쳐다봐도 역시나 5000만원이 틀림없다.

"오! 예이.... 나이스...."

입가에 미소가 절로 배어났다.

아니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하하하.....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그리고 나머지 세 장 중에 한 장을 집어들어 긁어보았다.

5000만원... 5000만원.... 5000만원 역시나 5000만원이었다.

나머지 두 장 역시나 5000만원이었다.

"우아! 죽인다.... 나이스... 예에.... 우!"

나는 그래서 서둘러 은행으로 뛰어갔다.

그리곤 통장으로 돈이 입금되는 광경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나는 단숨에 2억이라는 거금을 쥐게 되었다. 세금은 조금

때었지만 거의 2억 원에 육박했다.

"이 돈으로 뭐하지... 집을 살까... 아니면 주식투자를 할까....

아니면 그냥 은행에나 넣어둘까...."

정말 그 잠깐 새에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생각과는 달리 제일 먼저 내가 한 것은 돈을 조금 찾아

집으로 서둘러 돌아오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 아니 쳐댔다.

"아줌마.... 아줌마... 주인 아줌마...."

그 고함 소리를 듣고 주인 아줌마는 놀란 토끼 눈을 하고서는

얼른 튀어 나왔다.

"이 총각이 미쳤나 왜이래..."

"나... 크크크... 미쳤다 왜? 이 뚱땡이 아짐시야... 왜 꼽냐?"

나는 이제껏 쌓인 감정이 한꺼번에 터트렸다.

"이... 이... 이 총각이 정말...."

"왜? 왜? 쳐다보면 어쩔 건데..."

아줌마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했다.

"당장 방 빼... 보자보자 하니까 이 자식이.... 씩씩...."

"그래 방 뺀다... 방 빼.... 더러워서 방 뺀다 방 빼...."

"그래 지금 당장 빼... 그리구 방 새도 지금 당장.... 씩씩씩..."

"자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이 뚱땡아..."

나는 돈을 한 뭉치 품속에서 꺼내 그 뚱땡이 아짐시한테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 뚱땡이 아짐시 입에다가 쑤셔

박아버렸다.

"욱.... 읍.. 억...."

"됐지... 이제 계산 끝난 거야!"

"읍... 읍.... 읍..."

입안에 돈이 가득해서인지 대답을 잘 못했다.

"참 그리구 저 거지같은 방 물건들은 뚱땡이 아짐시가 좀

처리하슈? 아니면 뚱땡이 아짐시 가지시던가.... 크크크크"

그리고는 나는 그 지긋지긋하던 집을 서둘러 빠져나왔다.

내 방이란 곳에는 낡은 TV와 세탁기, 라디오 옷가지 그런

별로 쓸모 없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아무미련 없이 돌아서는 것이다.


나는 백화점에 가서 양복이며 구두를 사 입고 신고서 호텔로

향했다. 거기서 아쉬운 데로 거기서 며칠 지내기로 한 것이다.

시원하게 샤워를 마치고 탁자에 놓여있는 검붉은 와인 잔을

천천히 입에 갖다대었다.

달콤한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

어느 누구 하나 부럽지 않았다.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나니 문뜩 그 늙은 노파의 말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러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만 잠이 들었다.

날이 밝아오자마자 그래서 나는 서둘러 그 늙은 노파를

만나러 그 골목길로 향해 서둘러갔다.

감사를 표하러 말이다.

조금 걸어가자 그 늙은 노파가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어때 총각 내 말대로 꿈이 이루어졌지... 안 그래?"

"예 할머니! 이루어 졌어요."

"그래 그럼 다음 소원을 꿈을 생각해봤나?"

"예... 다음은 그러니까... 제가 사업을 시작해 성공하는 것과

아리따운 여우같은 마누라를 갖는 거예요."

"그것 밖에 없나? 총각..."

"예.... 다음은 또 그때 가서...."

"음... 알았네"

나는 이번에는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 늙은 노파에게

인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후 나는 사업이란 것을 시작했다.

작은 식당이었는데 손님이 끝도 없이 우리가게로 몰려들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나는 꿈꾸던 대로 사업에도 성공하고

여우같은 마누라도 얻었다.

그리구 몇 년이 더 흘러 나에게도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든든하게

자리하고 사업도 이제는 어느 정도 내가 만족할 만한 그런 수준

에까지 이르렀다.

토끼 같은 자식에 여우같은 마누라에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니 문뜩 또 그 늙은 노파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내 자가용을 타고 그 늙은 노파가 있는 골목길로 향했다.

거기에 다다라서 나는 차를 빈 공터에 주차시켜놓고 그 늙은 노파가

있는 곳으로 서둘러 걸어갔다.

그곳에는 여전히 그 늙은 노파가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나를

맞아주었다.

"어서 오게나 총각... 아니 이제는 아저씨라고 해야하나?"

"네... 할머니도 잘 게셨어요?"

그렇게 형식적인 말이 오고가고 드디어 그 늙은 노파의 입이 천천히

떨어졌다.

"이보게나... 이제 자네 꿈을 말해 보게나?"

"음... 이제는 없어요. 지금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으니...."

"알았네... 음... 그럼 가보게나..."

"예! 할머니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호호호... 그러지..."

나는 이번에는 머리가 땅에 닿을 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공터에 도착해 차 문을 열려고 자동차 열쇠를 돌리는 순간...

"그래 나를 그렇게도 모욕하고 떠나더니만 이제야 여기서 만나는군."

"누....누.... 누구세요?"

"나 몰라 뚱땡이 아줌마?"

"아! 그...."

그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차가운 금속이 내 아랫배를 파고들었다.

아무런 그 어떤 예고도 없이 말이다.

푸푸푹.... 푸욱... 푸우욱....

"윽... 이... 이럴수가...."

"호호호... 호호호... 호호호..."

"호호호... 호호호... 호호호..."

심한 통증과 함께 웃음소리가 번갈아 내 귓전을 때리고 지나갔다.

그것은 분명 그 웃음소리는 분명히 두 명의 목소리였다.

아랫배에서는 그것과는 상관없이 끝도 없이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움켜진 손가락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창자라는 놈이

삐죽이 고개를 내밀고 이리저리 몸을 뒤틀고 있었다.

그 앞에서는 어떤 뚱땡이 아줌마와 늙은 노파가 아직도 숨이 넘어가는

듯 웃어 제끼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데.... 왜 내가 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 늙은 노파는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도 아직도 하나도 늙지 않고

그때 그대로니 말이다.

"내가 왜 죽어야하지..... 아!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그 말이 혹시

내 꿈 내 소망으로 접수....으... 으으으..... 안돼..... 아아.... 아아아아....."

나는 정신이 점점 흐려지고 숨이 멎는 것을 느꼈다.

"아! 이것이 죽음이구나....."

"호호호.... 호호호.... 호호호호...."

"호호호.... 호호호.... 호호호호...."

그 죽음이란 뒤로 계속해서 잔인한 웃음소리가 그치지 않고 끝도 없이

터져 나왔다.

http://pann.nate.com/b314242427
여기서부터 여기까지요 ㅎ

이어지는 글 10개 최대네요 ㅠㅠㅠㅠ
절때 사칭아니에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