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폐기’ 주장은 賣國 발상

한반도201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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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폐기’ 주장은 賣國 발상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주장을 펴면서 4월 총선의 쟁점화하고 있다. 양당 소속 국회의원 96명은 지난 8일 주한 미국 대사관을 찾아가 사실상 한미 FTA의 폐기를 요구했다. 이들은 오는 12월 대선에서 집권할 경우 ‘FTA 재협상 촉구와 함께 재협상이 안 될 경우 폐기를 추진 하겠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미국 대통령과 상·하원 의장에게 보냈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국격을 매우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했고, 전날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권이 바뀌면 없던 일로 하겠다는 데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야당의 주장에는 한미 FTA를 선거 쟁점화함으로써 또 편 가르기를 하려는 의도가 뻔하게 드러난다. 거의 동일한 협정인 유럽연합(EU)과의 FTA에 대해서는 지극히 관대한 입장을 보이는가 하면 우리의 농산물 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중국과의 FTA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그러면서도 유독 미국과의 FTA만 문제 삼는 것은 선거철에 또다시 반미(反美) 감정을 이용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그렇다면 과연 미국과의 FTA를 반대하는 논리 중 하나인 한미 FTA로 인해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하고, 산업간·기업간·소득계층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가? 그래서 한미 FTA를 지지하면 매국(賣國)행위가 되는 것인가? 한마디로 이 주장은 억지 논리에 불과하다.

 

한미 FTA로 인해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주장은 미국의 거대 자본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게 됨으로써 결국 자본가에게만 유리하고 근로자에겐 불리하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양극화의 원인으로는 기술 진보, 무역자유화, 제도 및 사회 구조적 요인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양극화가 심해진 것은 한미 FTA와 같은 무역자유화 때문이 아니라, 다른 데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즉, 지식정보화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정보기술(IT) 등 고기술 인력의 수요를 높이는 방향(skilled-labor biased technological change)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규모의 경제에 따라 승자에 대한 보상이 커지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소득 불평등의 심화는 기술 및 산업 구조의 변화, IT의 발달 등이 세계화 추세와 더불어 확산됐기 때문이지 무역자유화 자체가 그 주원인은 아닌 것이다.

 

물론 한미 FTA를 포함한 무역자유화는 기본적으로 경쟁력 우위 산업을 더욱 발전시키는 반면 경쟁력 열위 산업은 시장에서의 퇴출을 유도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일부 한계기업과 그러한 기업에 소속된 근로자는 구조조정 압력을 받게 되며 그 결과 소득 양극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한미 FTA로 인해 단기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는 한계기업 및 그 근로자의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매우 정교하게 확충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의 한미 FTA 폐기론은 자신의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단기적인 이익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더 나아가 선거에서 득표 전략의 하나로 허구나 과장, 또는 오해에 기초한 그릇된 논리를 사용해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정당한 절차와 합법적으로 체결된 조약을 일방적으로 폐기하려는 이러한 무책임한 행위야말로 진짜 매국행위가 아닌가.

 

한미 FTA 폐기 이후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FTA 네트워크에서 소외돼 역외국으로 남을 경우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의 장래에 대한 깊은 전략과 고민까지 담겨 있는가.

 

FTA의 일방적 폐기는 국가 간 약속을 무책임하게 어기겠다는 것인 만큼 단념해야 한다.

 

이홍식/고려대 정경대 교수 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