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부모님의 행동.. 이해해야 하나요..?

2012.02.19
조회1,014

안녕하세요.. 한동안 판에 심하게 중독되어 잠시 떠나있다가 다시 오게되었습니다.
그만큼 또 좋지 않은 일이 생겨서지요.. 장녀인지라 원래는 남에게 기대는 행동은 거의 없는 편인데..
이상하게 판에는 자주 공감하며 기대고 싶어지네요. 그만큼 몇몇 악플러들을 제외하고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리플들을 달아주시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각설하고.. 전에도 올린적이 있지만, 제게는 13살 연상의 남자친구가 있습니다.
사귄지는 햇수로는 3년? 4년? 이지만 아직 900일도 안되었네요.. 오래 사귀었다면 오래 사귀었고 저는 별로 오래사귄것 같은 느낌은 없습니다.
어쩌다보니 시간이 어..하고 흘러갔는데.. 그동안 뭐하고 살았나..준비성도 없었구나..싶더라구요

 


요컨데 오늘 들고 온 제 고민거리는.. 결혼반대에 대한 것입니다.

판에 자주 올라오는 바는..아무래도 시월드에서의 극심한 반대나 시월드의 비상식적인 행동 등에 의한것을 자주 봤는데요.
저희는 사정이 사정인지라 완전 반대네요..

지난주 화요일, 연인들에게는 정말 행복한날일 발렌타인데이부터 지옥의 끝을 밟아온 기분입니다.

 

대략적으로 제 부모님들은 남자친구의 나이와 경제력을 타겟으로 맹렬히 반대중이었습니다.
"니 애가 초등학교만 가도 쟤는 50이다(언제낳느냐에 따라 물론 다릅니다), 회사에서 잘리면 그만인데 니가 가서 다 벌어다 먹여살릴게 뻔하다" 등등
약간의 사실만으로 온갖 억측과 삼류 소설을 지어내시며 저를 닥달하셨습니다.

 

 

여기서 보태 말씀드리면 제 부모님들은 직장상의 문제로 아빠는 수도권에, 저희들은 시골에 떨어져 살고있습니다.
경제활동을 최근에야 시작하신 아버지라 시골까지 올 수는 없다하시고 어찌어찌하다보니 저는 엄마를 돕기위해 시골로 내려와 있고요.

문제는 제 나이도 이제 28.. 평생 고생하신 부모님 지켜보며 살아왔지만 저 또한 고생하며 자랐습니다.
그렇기에 경제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고 있고, 어머니가 벌여놓으신 사업에 제가 없으면 안된다고 한사코 불러 내려와 앉혀두셨거든요.
네.. 그래서 저는 꼭 다니고 싶었던 회사에서 일할때도 엄마가 나타나 한바탕 헤집어놓으시고 저를 끌고 내려오셨습니다.
물론 저도 알지요.. 그래봐야 어머니가 무시하는 중소기업이었고... 어머니 사업보다 페이도 훨씬 적고 환경도 좋지 않다는 사실을.. 그러나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었거든요.
하지만 한번도 부모님 뜻에 거슬러 살아와본적이 없었기에.. 부모님은 저를 이해하지 못했고 강압적으로, 감정적으로 호소하며 끌고 오셨습니다. 월급한푼 제 수중에 쥐어주시지 않을거면서..

 

그때 정말 죽고싶었습니다.. 맨날 전교 1등만 하던 제가 의대를 실패하고 사대를 갔을때만큼.. 아빠가 정말 창피하다고 4년 내내 한숨 쉬었을때만큼....
정말 힘든 시간이었고.. 도저히 어머니 사업에 정을 붙일 수가 없었지만, 일 하나는 또 제가 잘 하거든요..왜냐..평생 도와왔으니까요..나이는 어렸어도 베테랑입니다..
죽을것 같은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설렁설렁 나사빠진채 살고 있을때 만난게 지금의 남자친구였습니다.
그역시 얼마전 어머니를 하늘나라에 보내고 힘든시기를 겪을 무렵이었죠... 저희는 서로 많은 위로가 되며 급격히 사이가 좋아졌습니다.

 

둘다 장남, 장녀이고.. 나이차이, 사람들의 편견, 부모님들의 반대.. 물론 생각했죠. 매일 혼자 시작도 하기전부터 울고.. 살이 10키로씩 빠지고..
그래도 어쩔수가 없더라구요. 그러면.. 더 잘했어야하는것도 맞는데.. 이상하게 그건 안되더라구요..

 

처음 2년정도는 남자친구의 존재를 숨긴채 사귀었습니다. 그전에도 항상 주말마다 싸돌아다니던 저 였기에, 부모님은 아무런 의심도 않으셨죠.
그러다 생일카드며 제 폰을 샅샅히 뒤져내 존재를 밝혀내시더라구요. 타이밍도 안좋게..
그 때가 남자친구를 제 부모님께 정식으로 소개하기 한달쯤 전이었습니다.
보통 부모님은 아닌지라 다이어트도 하고 정장도 사입으며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제 폰을 빌려드렸던게 화근이되어 모든것이 어긋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지금은 약 9개월? 정도 지났네요..
나름대로 노력했으나 그건 정말 나름이었을 뿐이었겠지요..
크리스마스, 연말, 새해, 구정.. 비싼과일에 소갈비에 양주에..
항상 삐딱한 눈으로 어디 흠잡을 데 없나 노려보시는 엄마의 눈초리와.. 이딴 싸구려나 사온다는(어머니 왈) 어수룩한 저희 행동에.. 엄마는 불 같이 날뛰며 나날이 심해져갔습니다.

 

그 정점이 지난주 목요일입니다.

어머니의 잦은 시달림(보통 저에게만), 폭력적인 언행에 괴로워하던 저를 보기 안쓰러웠던 남자친구는..그 전날 술을 마시며 저와 전화를 하고 있었지요.

다음날 오전, 엄마에게 아빠가 전화를 하시더라구요. "어젯밤 딸 남친에게 부재중 전화와 이번주에 같이 식사하자는 문자가 와있었다. 근데 밤중에 발신자번호 제한으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술취한 어떤 사람이 같이 밥좀 먹자며 반 협박하는 듯한 전화였다. 아무래도 딸 남자친구가 아니겠냐" 이러고 뚝 끊으셨나봅니다..
한창 일하는 저에게 쪼르르 오시더니 어머니가

 "야 걔 아주 미쳤나보다? 어? 어따대고 술쳐먹고 전화질을 해서 식사나 하자고 협박질이야? 어? 아주 또라이 아냐?"라고 작게 말씀하시길래..
저는 너무 놀라 무슨소리냐고 묻자 설명을 해주시더라구요..

그럴리가 없을텐데.. 설마 설마하며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러게 아빠가 항상 전화도 피하고 문자도 피하지 않았으면 안그랬을것 아니냐" 라고 망발을 했습니다..
이미 그동안의 시달림에 저도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참았어야했는데.. 그게 안되더라구요

암튼 그래서 저는 얼른 남친에게 상황을 전해주었는데, 전혀 기억도 없고 내역도 없다더라구요. 이상하다 싶었지만 혹시모르니 정확하게 하자고 해서 통화내역도 뽑고, 퇴근하며 집 전화 내역도 알아보겠노라 하고 끊었습니다.

 

 

그날 퇴근후
여느때처럼 술드시던(거의 매일 드십니다) 어머니께서 안방으로 저를 부르시더라구요. 여기좀 앉아보라고..
일주일 내내 감기몸살로 아팠던 저는 '빨리 끝내셨으면..'하는 생각으로 앉았습니다.

그때부터 뭐 비슷합니다.

술먹고 전화했다고 결론지은 남친 비방과.. 제가 사귄것을 속인 기간에 대한 분노(3년내내라고 끝까지 우기시고) 널 칼로 죽이고 싶다, 남친보다 니가 더 문제다, 여자애가 하는짓이 후레자식이 따로 없다, 창녀 같은년, 어디서 감기를 걸려서 일주일동안 콜록거리기나 하느냐 등등..
그러시더니 화가 복받쳤는지 머리채를 잡고 때리고.. 당장 그새끼한테 전화하라고 하시길래..
저도 화가 나고 해서 아빠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명확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빠가 전화를 받자마자 "대체 어제 남친인것 같다는 전화가 몇시에 왔느냐"니까..10:45분이라고 정확하게 말씀하시더라구요.. 10:30부터 36분간 통화하고 또 통화했던 저는.. 바로 그 자리에서 "그시간엔 나랑 통화하고 있었고 끊은 적도 없다!! 엄한사람 잡지말라"며 끊었습니다.

어머니 얼굴을 보니 울그락 불그락 하시더군요..

지금 이게 시시비비를 따질 문제냐. 너는 딸이 되서 아빠편을 들기는 커녕 니 남친이 맞고 지금 니 부모는 틀리다 이거냐. 이게 아주 편은 못들 망정..등등
그러면서 또 반복.. 지금 술먹고 전화한게 문제인줄 아냐. 그새끼한테 창녀짓하고 돌아다닌 네가 문제다 블라블라..리모컨을 던지고 멱살을 잡고..

 

 

옆방에 있던 남동생이 나와 중재를 해 주었습니다.
요즘 동생에게 어찌나 고맙고 미안하던지.. 제가 맞을때 자주 도와주네요..

항상 부모님이 안계셔서 애기때부터 둘이 자라 우애가 남들과는 다르게 돈독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제 편만 들어주는것은 아니구요..


아빠한테 한번더 전화가 오고.. 동생이 받아서 "아빠의 추측 하나로 이 난리가 난다. 앞으로 조심해서 말하자. 엄마가 많이 흥분했으니 통화하시라"며 엄마에게 전해주더군요..
엄마는 또 온순하게 받구요. 뭐 물론 전화 끊자마자 또 난리시죠.

 

아우..너무 지루하게 적었나요 ㅠㅠ

암튼 그 다음날. 즉 금요일.. 아빠가 여전히 남친에게 아무 연락을 주지 않자 남친이 꼭좀 뵙고 싶다고 마지막으로 문자를 남겼습니다.

그러나..아빠는 저에게 문자를 하더라구요. 다음에 보자고 니가 전해라.. 그러더니 저녁에 시골로 내려오셨습니다. 아무일 없다는 듯이 묵묵히 가족끼리 외식을 하더라구요..
정말 속상했지만.. 몸도 안좋고 .. 그냥 얼른 식사하고 돌아와 잤습니다.

 

 

다음날 아침
동생은 일을 나가고 엄마와 아빠의 큰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당장 이리와보라며 성화시기에 얼른 갔더니.. 거의 뭐 결론이 났더군요.

아버지 왈.. 우리가족이 이렇게 발 뻗고 잘 수 있게 된게 요 몇년이다. 니가 정신차려서 사업을 성공시키기 전에 넌 결혼이고 뭐고 없다. 네 부모가 평생 제대로 못 산 이유는 다 저주 때문이다.
우리도(부모님) 외할머니가 반대하는 결혼을 했더니 뭘 해도 안된다. 그게 다 저주라는 거다. 그만큼 힘들고 어려운 것이다. 너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참된 고생을 모른다.
부모가 앞길을 준비해주면 잔말말고 따라야 한다. 부모가 자식을 위하지 해치겠느냐. 너는 연애가 아니라 사업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 뒤에도 니가 정녕 그 사람과 결혼하겠다면 나도 어쩔수 없다. 정도 입니다..

이런저런 부모님의 말이 오가고 그 와중에 원하는게 있냐고 하길래.. 월급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어머니가 정색하시며 아버지에게 말하시기를

"저년이 우리가 지 돈 떼먹고 우리 잘살라고 그러는줄 안다. 우리가 제 노동력 착취해먹고 살라고 이러는줄 안다. 그러니 얼마나 억울하겠느냐 저년이 저런년이다. 그러니 남친도 불쌍해하지.. 이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이냐" 궁시렁궁시렁


억울한 표정을 지었더니 아버지가 바로 어머니를 나무라셨습니다..  "너(엄마)는 좀 조용히해라. 니가 왜 소설을 쓰냐.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수도 있지 않냐. 앞으로 그런말은 하질 말아라"
그러시며 제게 왜 월급이 필요하냐고 물으시기에..

저도 나이가 있고 이제 경제관리를 하고싶다. 엄마에게 돈관리도 배우고 은행일도 배우고 하고 싶다.. 했더니 그게 무슨 필요가 있냐고 하셨습니다..


자기는 평생 엄마에게 월급 갖다주면서 한번도 자기 달라고 한적이 없다고. (용돈은 한달에 한 80 쓰십니다만..120정도 벌고..) 내가 한번도 달라고 한적 없는 월급을 니가 왜 달라고 하느냐
엄마가 어련히 알아서 관리하느냐!! 화를 버럭버럭 내시길래 저도 질렀습니다..


"엄마가 모으는 돈은 전부 '마음에 드는 사윗감'데려 왔을때만 나에게 유용한것 아니냐고, 아빠는 부부니까 당연히 엄마에게 월급을 갖다주지만 나는 자식인데 왜 월급을 받으면 안되느냐"고요..

아빠가 손가락으로 저를 미시면서 "남편은 헤어지면 남이지만 너네는 영원히 자식인데 무슨 소리냐!!!" 라며 격하게 화를 내시더니 다음번 올때까지 개선되는 점이 보이지 않으면 이가족 전부 해채할테니 알아서들 해라! 이러고 쾅 나가셨습니다..

 

그 뒤로 참.. 어떻게 시간이 간 줄 모르게 벌써 일요일 저녁이네요..
제가 금요일에..아빠 도착하시기 전에 사실 죽고 싶어서 강다리 중간까지 갔었는데.. 몸도 안좋은데 날이 어찌나 추운지.. 춥다 춥다..이러면서 울고만 있는데
상황이 너무 슬프고 우습고 죽겠다는 년이 춥다고 느끼는건 다 무어며.. 뭘 잘했다고 니가 우냐.. 한참을 고민하다가..
남친에게 전화가 와서 무심코 받았다가 저를 달래고 달래서 한시간이나 걸려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가족들 외식해야하는데 어딜갔다 이제오냐고 호통소리나 들었고요..

참 슬프네요..

톡커님들이 보시기에 어떤점이 문제인지..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저희가 앞으로 어떻게 하는게 좋을지..
아니면 그냥.. 아무 말이라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남친은 현재..

사실 둘이 끝까지 부모님께 노력하자고 했으나.. 많이 지쳤다고.. 부모님 원하시는데로 헤어지던가.. 아니면 나오라고 하는 중입니다. 여자에게 친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자기와 결혼하길 원한다면 그냥 나오라고 하네요.. 사실 대학때부터 정말 나가고싶었는데.. 고민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