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ever wait[단편1]

사다드2003.12.19
조회106

화가 치민다. 이런 바보같은 상황에 대략 20명쯤 되어보이는 녀석들이 내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난 주먹을 쥐었다. 상관은 없다해도 장난으로 대하다가는 다리하나 부러지는건 장난일거다. 석양을 배경으로 한가닥 낙엽이 떨어져 내렸다. 그것을 시작으로 녀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나는 뒤에서 달려드는 녀석에게 발을 드밀며 턴으로 양옆의 녀석을 걷어냈다. 뒤로약간밀리는 느낌.. 뭐랄까 싸움꾼 특유의 쾌감이랄까... 세녀석을 보내자 이번에는 두녀석이 내양팔을 붙잡는다. 그틈을 타 한녀석의 주먹이 내복부로 파고들었다. 나는 두녀석을 버팀삼아 녀석의 얼굴을 걷어찬 뒤 다리를 벌려 내팔을 움켜쥔 두 녀석들에게 킥을 먹였다. 녀석들이 코에서 피를 쏟으며 주저앉은 것은 거의 동시였다.
"다섯놈째는 끝났고 덤비시지들!"
순간 내등을 후려갈기는 각목의 느낌이 왔다. 앗차하는 순간에 두녀석의 킥이 내양옆구리에
먹혀든다. 순간 방어가 흐트러지자 촙공격이 이어졌다. 바닥을 구르던 내가 몸을 일으켰을
때 한방의 주먹이 내 얼굴을 가격한다. 입술을 통해 차가운 액체가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난 쓰러졌다. 여섯명정도의 녀석들에게 밟히고 있는 내게 구세주와도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삐익~삐익~
"젠장 야 엎어진 자식들 엎고 튀어!"
녀석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나는 일어섰다. 교복에 묻은 흙을 털며 막 달려나가려는 순간!
"야 유태성!"
이 낯설지 않은 목소리 목소리의 방향으로 눈을 돌리자 눈물을 글썽이며 호각을 들고 서있
는 소현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왠일이냐?"
"몰라서 물어?"
소현이가 손수건으로 내 터진 입가의 피를 닦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였을까... 나는 매일 이
렇게 부시고 소현이는 그뒤를 따라다니며 뒷처리를 하는 이 기묘한 관계가... 처음에는 어색
했지만 이제는 너무 익숙해저 버린 이 눈앞의 여인에게 나는 무슨말을 해야만 하는 것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상관은 없다. 내가 무슨말을 하지 않아도.. 그녀는 언제나 내 아픈 곳을 어
루만지고는 하니까
"바보야 이길수 있다더니 결국에는 맞았잖아!"
"역시 다굴에는 장사가 없다니깐.."
나는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마 그녀였을 것이다. 방금의 호각소리도 그녀의 손수건을
쓰레기 통에 던져버리고는 난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어.. 어디가는데??"
"손수건 피묻었잖아 새로 사줄게.."
"미친.. 너 돈 많냐?"
"그것도 그렇군... 그래도 이미 버린걸 어떻하냐... 아무튼 이번에는 사줄테니 따라와"
그녀와의 즐거운 아이쇼핑을 마치고 나는 내 취향에 맞는 블루타입의 싸구려 손수건을 사주
었다. 그녀는 그것을 받아들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기뻐했다. 그녀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에겐 즐거움이다. 나는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녀가
손수짜준 장갑과 목도리를 하고 돌아가고 있었다. 가로등 아래에 이르렀는데 한 취객이 어
떤소녀를 안고 주정을 부리고 있었다.
"야 이 년아 닥치지 못해 넌 술집 창년이야 알아?"
"하지만... 저도 싫은 건 싫어요 이런건 싫단 말이에요.."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체를 내리쳤다. 그녀가 헝클어진 머리를 다 정리하기도 전에 그
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그녀의 손이 그를 거칠게 밀어내더니 뺨을 후려갈겼다. 그
러자 그가 그녀의 뺨을 더세게 후려갈기더니 입에도 담지 못할욕을 해댔다. 취객... 술집여
자.. 왠지 짜증나는 레퍼토리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렸다.
"형씨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왠만하면 말로 하시죠?"
"뭐? 형씨? 이 자식이 미쳤나!"
그가 나에게 주먹을 날렸다. 나는 그팔을 잡아 비틀어 꺾어 댔다.
"이봐, 말로하라고 했을텐데.."
"너.. 너 이자식이!"
난 꺽는 힘을 더세게 했다.
"이왕이면 좋은말 합시다."
"알았어 얼마주면 꺼질테냐.."
정말 이런부류 짜증난다. 내가 무슨 양아치도 아니고 이렇게 오버하는 인간들은 정말 죽이
고 싶은게 내 심정이다.
"고작 돈으로 모든게 된다고 생각하나?"
"흐흐.. 힘없이는 살아도 돈없이는 못사는게 인간이다."
나는 녀석의 배를 걷어 찬 뒤 멀리 던저 버렸다. 그리고 쓰러져 울고 있는 여인의 등을 두
드렸다. 왠지모르게 동정이 된다.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가... 아버지만을 기다리시다가
아버지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그렇게 숨을 거두셨다. 무엇이 행복하신지... 자식은 눈물을 흘
리고 있는데 집에도 들어오지 않던 아버지와 돌아가시던 어머니는 같은 표정으로 미소짓고
있었다.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알기에.. 사랑하지 않는데 사랑한다고 둘러댄다는 것이 어떤 기
분인지 알기에..
"정말 감사드려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매일 겪는 일인걸요.. "
붉은 립스틱 진한 마스카라 덕지덕지 묻혀둔 화장품이 왠지 처량해 보였다. 하지만 뭔가 모
르게 그녀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인사를 하고는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향했
다. 집에 도착하자 아버지가 술을 잡수시고는 또 책들을 마당에 내던지고 계셨다.
"야이 누무 자슥아 니가 정신이 나갔구나 누구는 뼈빠지라 일하는구만 니는 쌈박질이나 하
고 돌아댕기나 아까 경찰이 와가꼬 자슥교육 잘시키라 카드라!"
"집어치워요! 언제부터 저에게 교육을 하셨어요 전 아버지께 배운게 주먹쓰는것과 술 고래
가 되도록 퍼먹고 행패부리는 것 뿐인데... 도대체 뭘 바라시냐구요!"
"이자슥이!"
책이 날아들어 머리를 때린다. 머리가 찢어졌는지 피가 흘러내려 눈을 적신다. 나는 아버지
를 올려보며 말했다.
"이제 시원하세요? 아들이 피를 쏟으며 아버지를 올려다보니까 시원하시냐 구요! 이게 아버
지가 말하는 교육인가요... 웃기지마세요! 당신은 아버지라고 불릴 자격도 없어! 어머니가 사
랑한 남자니까 그러니까... 아버지라고 불러주는 것뿐이라고 이제 와서 쓸대 없이 끼어 들지
말란 말야!"
난 가방을 집어던지고 집을 뛰쳐나왔다. 차가운 밤공기가 와닿았다. 기분나쁘다. 더럽다. 나
는 쓰레기통을 걷어찼다. 찌그러진 쓰레기통은 더욱 보기싫었다. 나는 한번더 걷어차고는 다
시 집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