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휴업하는 어린이집 교사를 언니로 둔 동생입니다.

미안2012.02.27
조회203,750

자고 일어나면 톡이라는 말이 괜한 말은 아니었네요. 습관대로 네이트판 켰다가 깜짝 놀랐어요.

일단은 모든 댓글 다 읽어보았구요, 이해해주시는 분들께는 너무 감사드려요.

 

하지만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원장이 다 받아먹는 건 아니예요.

물론 소수의 원장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저희 언니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저희 이모께서 원장으로 계세요.

저희 어머니도 한때 유치원 교사이셨던지라 저희 엄마에게 모든부분을 상세히 털어놓고 있구요.

저희 언니가 일하는 어린이집은 원장이 취하는 폭리는 없습니다. 이모도 많이 벌지는 못하시구요.

저희 이모 어린이집 하나하나 본인이 세세하게 챙기는 분이세요. 먹을것부터 일일이 다.

많은 분들이 댓글 달아주신 것처럼 원장이 다 받아 챙기는 건 아니예요.

 

그리고 몇몇 분들이 공부한 게 없고 머리 나빠서 이 일 시작한 주제에 별 말 말라고 비난하셨어요.

저희 언니 그렇게 무시할 만한 대학 나온 사람 아니예요. 나름 알아주는 대학 나왔어요.

순수하게 아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그렇게 매도해버리시니 속상하네요.

혹여나 그런 생각으로 본인의 아이를 돌봐주는 교사분들을 보고 계셨나요?

어린이집 교사는 본인들의 아이를 돌봐주고, 기본적인 지식과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사람이예요.

소수의 분들의 생각처럼, 학부모님들의 아랫사람이 아니라. 그렇게 함부로 매도하시지 말아주세요. 

 

어떤 분이 욕하셨네요. 인내나 가꾸라구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찌래기라고. 병신.개년.

얼굴도 모르는 그쪽 분에게 욕먹을 만한 글을 쓰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욕을 한 적도 없고, 단지 조금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글을 올린 게 쌍욕을 먹을 만큼 잘못이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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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제목 그대로 저는 휴업하는 어린이집 교사를 언니로 둔 고등학생 동생입니다.

어린이집의 집단 휴원 때문에 학부모분들 사이에서 많은 말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너무 어린이집 교사들을 비난하지는 말아주셨으면 하는 바램으로 이 글을 씁니다.

 

언니나 동생이 어린이집 교사라면 그 가족분들은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어린이집 교사는 하는 일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월급을 받는 직업입니다.

저희 언니는 하루에 열두시간 정도를 일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추가수당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그마저도 늦게 퇴근하고 나면 집에서는 피곤한 몸으로 교구를 만들기 위한 바느질을 하다 찔려서 피가 나고,

쉬어야 할 주말에도 언니는 늘 일거리를 붙들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언니의 월급은 적습니다.

 

요즘에 아이사랑 카드라고 해서 아이들은 무상 교육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언니를 비롯한 다른 어린이집 교사분들의 월급은 더욱 내려갔구요.

그 때문에 어린이집이 집단으로 휴원을 하게 되었는데, 그 사실을 한 학부모님이 저희 언니에게 그러셨다고 하더군요.

당신들은 애가 돈으로 보이냐고. 머릿속에 든 게 돈 생각밖에 없냐고. 속물이라고.

그 학부모님 외에도 몇몇 분들이 언니에게 쓴소리를 하고 가셨다고 했습니다.

물론 학부모님들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아침에 아이를 봐 줄 사람도 없는데

어린이집이 집단 휴원을 한다는 것이 학부모님들께는 어이없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압니다.

 

하지만 학부모님의 입장이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한번만 생각해 주세요.

하루에 열두 시간, 혹은 그 이상을 일하면서도 주말에도 일거리를 끼고 사는데 추가 수당은 나오지 않고,

가뜩이나 적은 월급은 아이들의 무상교육때문에 더 적어졌습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생각해 보면 회사에서도 월급을 올리기 위한 파업을 하는 것에는 동의하시면서

왜 낮아진 월급 때문에 휴업하는 어린이집 교사들은 비난하십니까?

 

아이가 돈으로 보이냐구요? 머릿속에 든 게 돈 생각밖에 없냐구요?

대부분의 어린이집 교사들이 그러하듯, 언니는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들의 낮잠 시간에는 자는 아이들 한명 한명의 손을 붙잡고 아이를 위한 기도를 하고,

아이들의 조그마한 생채기 하나에도 본인이 더 아파하는 사람입니다.

종업식 때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거금 들인 사비로 제작하고, 지금도 언니는 아이들을 위해 매일 기도합니다.

 

단 한번도 저는 그런 언니가 아이를 돈으로 본다고 생각하지도, 여겨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단 한 순간에 언니를 비롯한 다른 교사분들이 속물이 되는 것이 참 안타깝고 속상합니다.

저는 누구보다도 어린이집 교사분들이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이들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수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님들. 학부모님들의 입장에서는 너무 어이없고 막막한 상황이라는 것은 잘 알지만,

이번 휴업에 관해서 너무 비판적인 시선으로만 바라보지 말아주세요.

아이가 돈으로 보이는 속물이라고 비난하시기 전에 한번만 내 가족이, 혹은 내가 어린이집 교사라 생각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