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인 남편, 답답한 아내, 해결방법은 없는지..

호두과자201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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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기가 길어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장생활 안한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컴퓨터 앞에 앉은 것도 오랫만이라 글이 두서 없을지 모릅니다. 양해 바랍니다.

 

저와 남편은 결혼한 지 10개월쯤 됩니다.

백일된 딸애가 있구요. 혼전임신으로 결혼했습니다.

저는 27살, 남편은 35살입니다.

전 계속 직장생활을 하다 아이가진 후부터 집에 있습니다. 남편은 공무원입니다.

남편은 딸을 정말 예뻐하고, 집안일도 잘 도와줍니다.

아이낳기 전 (아이낳기 직전날까지도 술마실 정도로 좋아함) 좋아하던 술자리도 

아이낳고나서는 본인이 자제하고 안나갑니다. 성격 좋습니다. 주변에 사람도 많고,

본인 삶의 모토가 인자한 사람은 적이 없다. 일 정도로 긍정적이고 사회생활 잘합니다.

체격도 좋고, 운동도 좋아하고 활발한 사람입니다. 제가 보기엔 큰 단점이 없습니다. 

여기 쓰려고 하는 가부장적인 면만 빼면, 말입니다.

저는 남편과는 다릅니다. 글 쓰는 것 좋아하고 영화나 음악에 깊게 빠지며

한가지에 몰두하는 스타일입니다. 쓸데없는 관계는 만들고 싶지 않아서 맘에 들지 않는 사람은

경계하는 편입니다. 일은 잘할지 몰라도 사회생활은 못하는 편입니다만, 지금껏 그걸 몰랐던 건

있었던 회사에 남자가 많았고 전 말단직원급이라 남자 상사분들 밑에서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됐기 때문에

'사람' 으로 스트레스 받은 적이 별로 없습니다.

제가 타인을 경계하고, 싫은 사람은 끝까지 싫어하고, 한번 싫으면 절대 바뀌지 않는 성격, 따위가

단점이라는 걸 알게 된 건 남편과의 결혼이후 입니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결혼하면 철든다고 하나? 싶고, 저 스스로도 남편에게서 배우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이해하고 참고 넘어가려고 해도 도저히 안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딸 둘인 집에 장녀로 자라면서 그리 여성스럽게 자라지는 않았습니다.

제 안에 남자가 있는 것 처럼, 남자들의 속성이나 마음을 쉽게 이해할만큼 남자에 가깝습니다.

저는 여우짓도 못하고,  여우처럼 행동하는 여자들 보면 감탄합니다. 저는 아니니까요.

남편은 대부분 남자들이 그렇듯 여우를 좋아하고, 살랑살랑 사근사근 눈물도 좀 흘려가며

여자가 극 여자같을 때. 여성스럽게 굴 때 마음이 녹습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할 때가 있습니다만 마음에 우러나와서 그러는 건 아닙니다.

다만, 여성스럽게 굴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할 뿐, 전 여성스러운 건 지는 것 같습니다.  

여튼 전 여성스러운 여자는 아닙니다. 반면 남편은 남자입니다. 정말 남성적 성향이 강한 남자입니다. 

여기서 우리 다툼이 생깁니다.

 

남편의 아버지는 아들만 다섯인 집에 둘째십니다.

그래서 명절이나 제사 때 큰아버님댁에 5형제의 자식들까지 다 모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제사때는 5형제 내외분과 제 남편이 갑니다. (결혼 직전부턴 저도 갔지요)

그 자식들 중 남편이 나이가 제일 많고, 아들들 중에서도 먼저, 혼자만, 결혼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결혼 때 그만큼 시선을 많이 받았고, 우리 딸도 그랬습니다.

누군가 다른 사촌도련님이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덜하겠지만, 그때까진 그렇겠지요.

저희 시부모님께서 이 집안의 뿌리? 인 시골을 지키고 사십니다. 시할머님을 모시고 사셨는데

그 분 돌아가시기 전까진 거기서 명절 제사 다 하셨다고 합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서는

도시에 사시는 (저희집에서 5분거리) 큰아버님 댁에서 하시죠. 명절음식, 제사음식 모두 나눠서

해오시기 때문에 명절증후군 같은 것 없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저희 친정같은 경우는 사촌들 중 제가 막바지 결혼이었고, 이미 자기 식구들을 꾸리고 산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사촌같에 따로 만나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핵가족화? 되었다고 해야하나.

그러나 남편은 한달에 한두번 큰아버지를 뵈왔고, 이제는 결혼하였으니 저도 거기에 동참하길 바랍니다.

제가 아이낳았을 때도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내외분들 모두 오셨었습니다.

한마디로 저는 저희 시부모님의 며느리가 아니라 이 집안 어른 전체의 며느리입니다.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남편이 큰손 (장손은 따로 있는데, 자기가 나이는 제일 많으니까

이런 표현을 쓰더군요.) 이고 그걸 모르고 결혼한 것도 아니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많은 분들과 함께 지내면서 나오는 말에 제가 스트레스받는다는 겁니다.

제가 위에 성격적인 부분을 굳이 쓴 것도 이유가 있습니다.

남편은 제가 원래 부정적이고, 남을 경계하고, 모난 성격이라 남의 말에 신경쓰고 상처받는다고 하는데

정말 제 성격적인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성격의 사람이라도 저같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인지

궁금해서 그럽니다.

 

큰아버님, 저 조리원에 있을 때 오셔서 애 셋은 낳아야 한다고 하시고, 얼마 전 찾아뵜을 때도

밑에 아들 둘만 더 낳으라고 하셨습니다. 그 전 설때는 남편한테 "니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제일 많이

닮았다. 할아버지가 어땠는 줄 아느냐. 첫날 밤에 다른 여자분하고 오입하신 분이다." 라고요.

여기 쓰기 창피합니다만 사실이니까 씁니다.

그런 분이 시집간 아가씨 앞에선 정말 다정한 친정 아빠더라구요. 아가씨가 임신했단 소식에 저희

남편이 정말 잘됐다고 짱이라고 칭찬? 하듯 축하해주니 무슨 이유에선지 뭐가 잘됐단거냐 이놈아.

하셨습니다. 여기 적은 말들 모두 정색않고 농담조로 하셨던 거지만 전 싫었습니다.

아가씨한테 다정한 친정아빠일 때 저도 친정아빠 보고싶었고 생각 많이 났습니다.

굉장히 가부장적인 분이시라 아가씨 남편과 제가 있는데도, 너희는 경주 최씨 아니다~ 하시고.

제 딸보고도 딱 경주 최씨 집안 얼굴이다~ 하고. 그런 식입니다.

 

바로 아래 작은 아버님 내외 제외하곤 모두 저런 식으로 말씀하셔서 결혼생활 내내 속상했습니다.

결혼전 돌아다니며 인사해야 한다기에 그렇게 할 때도, 어떤 분은 먼저 시집간 제 동생과 제부에 대해

취조하듯 질문 쏟아내셨었고, 조리원 오셔서 난 내 큰 딸 이쁜지 모르고 키웠는데 넌 이쁘니? 하셨고.

우리 집안은 어떠어떠한 집안이라 남자들이 바람끼가 좀 있으니 밖으로 안돌게 집에서도 이쁘게 하고

뭐 어쩌고 저쩌고... 더 써봐야 제 남편, 제 얼굴에 침뱉는 거니까 이 정도로 하겠습니다.

이런 표현쓰기는 뭣하지만 정말이지, 어록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싶었습니다. 

 

저도 참고 넘기는 성격이 아니라 그때 그때 남편에게 속상하다고 했지만, 

단 한번도 제 편 되 준 적 없습니다. 제가 울든, 속된 말로 지랄을 하든...

제가 어른들한테 여우처럼 말로 되받아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그렇다고 해도

제 성격상, 내공도, 안됩니다. 그래서 항상 어른들 만나고 돌아오면 며칠은 스트레스 폭발입니다.

 

집안문제는 남편과 절대 협상? 이 안되겠구나. 생각했던 결정적 남편의 한마디.

난 니가 집안 얘길 할 때마다 니가 집안분들하고 내 사이를 이간시킨다는 생각이 들어.

이래서 집안에 여자가 잘 들어와야 된다고 하는데.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여기 집안어른들 욕되게 쓰고 싶은 맘 조금도 없고... 사실을 써야 했으니까 쓴 것이지

최대한 간추려서요. 어른들 저러시는 거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이 집안 사람되서 (남편이 그리도 원하지만 난 경주 최씨가 될 수가 없는 게 현실)

그러려니 하면 모를까 처음부터 제가 다 참고 이해하고 그러기 싫단 말입니다. 

왜 경주최씨 아닌 사람을 경주최씨 모이는 데 굳이 데려가서 기분 나쁘게 하는 말 다 듣게 하고

그래서 기분 나빴다는 말조차도 못하게 합니까.. 제가 여자라서 그게 당연하고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그러면 하나뿐인 남편이 그런 말 듣게 해서 미안하고 고맙다고 좋게 얘기 못해주냐는 말입니다.

 

제가 정말 여성스럽지 못한 베베꼬인 여자라서.. 그런건지...

제가 정서적으로 문제 있는 여자라고 하는 남편의 말이, 이간질 시키는 여자라는 말이,

너무너무나 속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