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아줌마가 화내잖아~"가 아니잖아요 '아줌마'...

아줌마의탈을쓴아가씨 2012.03.09
조회195

 

 

안녕하세요.

네이트 판을 즐겨보는 20대 후반의 흔한 녀성입니다.방긋

(이렇게들 많이 시작하시던데..;;)

 

얼마전 조금은 황당한 일을 겪어..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조금 길겠네요.

 

 

그러니까 화요일이었어요.

주말내내 근무가 있었고, 화요일 새벽에 거의 거렁뱅이 꼴로 퇴근을 한 저는

한참을 자다가 1시쯤? 동네 대중 목욕탕엘 갔습니다.

(연이은 철야작업 후에 하는 때목욕은 최고 짱)

 

평일 낮인데다 동네작은 목욕탕이다보니 안에 사람이 꽉차진 않았어요.

어르신 한분과 물장난 하는 애기들과 목욕온 젊은 애기엄마(저랑 많은 차이 안날듯 하더군요)한분이 계시더군요.


원래 부끄럼 많은 성격도 아니고..본디 목욕탕은 다 벗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이기에
한손엔 바구니를 든채 욕탕문을 열고 자연스레 들어가는데!
애기엄마가 절 훑어보더군요.

(이때부터 느낌이 이상했습니다.냉랭)

정말 위아래로 꼼꼼히도............뚫어져라 보는데....부끄러웠어요.

 

제 몸이 빼어나게 잘 빠진것도 아니구요, 수일간의 철야작업으로 몰골이 말이 아니긴 했지만
그래도 집에서 세수까지 하고 목욕하러 갔는데
(사실 머리도 감았어요..엄마가 동네 부끄럽다 하셔서ㅋㅋㅋㅋ목욕가는데 머리감고 가라 하시는건 뭐..)
'내가 너무 더러워보이나? 뭐지..왜 저렇게 보는거지? 머리감고 목욕온거 티나나?이상한가?'라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정도로 제 온몸을 훑어보시더군요.


순간 흠칫했지만, 어쩌겠어요..조용히 구석으로 자리를 잡고 목욕을 시작했습니다.

애들은 꺅꺅 신나게 놀고..욕탕안에 울려퍼지는 메아리들..
'꺄악~~~~꺄아악~~야아아악~'

가끔 할머님의 "이놈~!"소리..

 

"꺄악~~꺄아아아앙ㄱ" "이놈~!!"의 향연..


십여분쯤 지났을까? 저는 욕탕 물안에는 안들어가고 사우나 실에서 땀빼는걸 좋아하는지라..
신나게 땀을 빼고 벌~게진 몸으로 나와 제자리를 딱! 보는데, 애기 두명이 제 목욕용품을 가지고 장난을 치더군요.
(유치원생쯤 되려나..남자아이들 이었습니다)


애기엄마. 제가 그 광경을 목격하는 그 순간에도 그저 본인 몸만 열심히 씻고 있더군요.
(할머님은 목욕이 끝나고 가셨는지 안계셨습니다. 저와 애님들, 그리고 애님 엄마 이렇게 넷뿐!)

애기엄마..그때서야 절 보더니 "이리와~"한마디합니다.


순간 울컥!


제가 목욕을 좋아하는 편이라, 용품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 바*샵에서 나온 장갑형 때타올 및 세안용 브러쉬나..바디스크럽 등등...아가들 눈엔 신기해보일수도 있겠죠.
(그 장갑은 철야의 슬픔을 달래고자 꺼낸 새것인데..애들 목욕탕 거울에 문지르고 막!!!ㅁㄴㅇㅀㅉㄸㄴㄲㄹ!!!버럭)


자리 주변에 흩어져있는 용품들을 보아하니, 사우나 들어가있는 5분여동안 참으로 신나게도 놀았나봅니다.

 

애기엄마는 미안하단 한마디 없습니다.
당연히 화났습니다. 하지만 애들에게 화내자니.. 어린애들인데 라는 생각이..
오래산 동네기도 하고(하지만 이 애기들과 애기엄만 처음봅니다)참자싶어 자리에 돌아와 웃으며 한마디만 했습니다.

 

"애기들이 호기심이 많은가봐요~"

 

엄마분 대꾸 없고..

그 와중에 냉탕에서 퍼지는 메아리

 

"꺄악~꺄아악~~~~"

 

 

훗..


마음을 가다듬고. 심호흡하고, 물품 정리하고! 다시 목욕 들어갔습니다.
말 더섞어봤자 더 피곤할것 같다는 생각에..


얼마쯤 지났을까... 그 애님들은 더욱 신명나게 뛰어놀고, 샤워기로 물뿌리며 더욱 흥을 돋구고~메아리는 계속 울리고~.
여담이지만 목욕탕 울림효과는 정말 최고예요. 뇌속에 박히는것 같아...

속으로 '무시. 무시!"를 외치며 놀던말던 제 할일만 했습니다.

 

 


그 순간 왼쪽에선 뜨거운물이 오른쪽 뒷편에선 찬물이 샤워기로 확! 쏟아지더군요.

 

 

아..깜놀...


이해를 돕자면 제 자리가 정말 구석이었어요. 거울라인이 맞닿아 있는 목욕탕 모서리 자리...

(애기엄마가 하도 훑어봐서 저도모르게 구석진 자리로 갔네요)
그 두 남자 애님들께서 놀다가 제게 물세례를 선물하신겁니다.

 

근데 이 애님들..미안한 기색도 없고 제가 물 맞은꼴이 재밌는지 웃네요?


'아...이 님들은 좋게 말하면 안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님 엄마. 이때까지 묵묵히 때미는 중)

왼쪽에 있는 아이손에 있는 샤워기를 뺏어들고 물었습니다.(뜨거워서요ㅋㅋㅋ)

 

"너 몇살이니?"

 

아이 대꾸없습니다.
강한 어조로 말해서인지 그냥 얼어있더군요

그때 애기엄마 애들부르며 하는 말

 

 

"무서운 아줌마가 이놈~하잖아~이리와서 놀아~"

 


.....뭥?

무서운 아줌마? 뭐?

 


(순간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더군요.)

뒤에서 찬물을 뿌리던 애는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고 한명은 제가 계속 잡고있는 상황이었어요.
한 아이는 제가 손을 잡고있어 맘대로 안되니 울먹이며 엄마를 찾는 그런 상황?

 

그때 애님 엄마가 와서는 아이를 홱~ 데려가더니 하는 말

 

"왜 애 몸에 손을 대요?"

 

 

 

하......(여기서부턴 대화체로 가겠습니다.정확하진 않지만 기억나는대로..굵=애님 엄마)


"저기요, 지금 그댁 아드님이 아까부터 너무 소란스럽다고 생각 안하세요? 여기 공공장소고, 다른 사람한테 피해는 안줘야죠"

 

"이봐요 아줌마, 애들이 놀수도 있는거지 그럼 목욕탕에서 발뒤꿈치 들고 살살 다녀요? 그리고 어짜피 젖어있는거 가지고 물 좀 튀겼다고 애를 왜 잡아?"

 

"적어도 잘못했으면 미안하다고 말할 정도의 기본은 있어야 되는거 아닌가요?"

 

"아줌마! 우리 애가 뭘 얼마나 잘못했다고 기본 타령이야? 그러는 아줌마는 기본이 얼마나 잘돼있어서 어린애 붙잡고 성질을 내!"

 

 

뭐...아..아줌..?버럭
.....아..나 결혼안했.........

 

 

욕탕안이 시끌시끌하니 주인 아주머니 들어오시고 말리십니다.

애기엄마 왜그러냐고..왜들 싸우고 그러냐고 참으라고....


그때 애님 엄마 왈

저 아줌마 왜저러냐고.. 애들이 놀다보면 시끄러울수도 있고 같이 목욕하다보면 물도 튈 수 있는거지,그렇게 고상떨고 혼자 깨끗한척 하고싶으면 집에서 혼자 씻지 왜 나와서 까탈스러운척은 다하냐고..

 
저 동네에서 10년 넘게 살았어요. 물론 목욕탕 주인분들도 저랑 친하구요.

주인분이 저를 두둔하시며 하는 말.
애기엄마 저 아가씨 아줌마 아니라고..그리고 그렇게 뭐라 할사람 아닌데 뭔가 오해가 있었나보다고 참으라고.

 

그랬더니 하는 말

 

 

"저게 어딜봐서 아가씨야? 아줌마지"

 


ㅋㅋㅋㅋㅋㅋㅋ 왜..내가 왜...엉엉

 

 

사담이지만 저 건축쪽에서 일을 해요.

건축바닥 아저씨들 상대하는게 일이고, 별별 진상인들을 많이 봤던지라,
이런 일이 터지면 상대방이 다~ 말할때까지 놔둡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제가 말하죠.

할말 정리하고는 한방에 다다다다~말한다 해야하나...


저 "저게 어딜봐서 아가씨야? 아줌마지"란 말을 듣는 순간,

아..이제 내 차례구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밑에부턴 제가 한말...대략 이래요.

 


"저기요. 절 아줌마라 칭하셨으니 딱 그쪽이 생각하는 아줌마스럽게 대할게요.
그쪽이 얼마나 나이가 드셨는진 모르지만, 예의는 곱게 접어두신 것 같고..전 그쪽이 말한것처럼 고상떠는 사람은 아니지만 기본은 지키는 사람이기때문에 반말은 안할게요 아줌마."

 

"내자식 아닌 애들 교육가지고 뭐라할건 아니지만, 정말 놀라운 교육법이네요. 애들이 다른사람 물건을 함부로 다루고 그래도 혼내지 않는게 그집 방침인가요?

그렇게 뭔짓을해도 잘한다 잘한다하면 얘네들처럼 올곧게 자라나봐요..저 나중에 시집가서 애낳게 되면 참고할게요. 좋은 공부되겠어요"

 

"아줌마 자식들이니 애들 교육은 뭐 알아서 하시고, 그럼 아줌마 문제만 말씀드릴게요. 아줌마가 보시기에 저 아가씨같지 않죠?
근데 왜그렇게 훑어보세요~ 뭐 볼거있다구...제 벗은 몸 그렇게 훑어보는 분이 처음이라 참 부끄럽고 그렇던데..아줌만 좋으셨나봐요?
저도 요즘 살쪄서 참 슬픈데, 아주 좋은 자극 되겠어요. 감사해요 다이어트 열심히 해서 아가씨 되볼게요 아줌마."

 

 

....네..저 사실 아줌마란 말에 상처받았어요.
아줌마라는 말이 나쁜건 아니지만..그래도 아직 20댄데 아줌마라니 으헝허ㅗㄹㄴ오ㅓ

 


그말듣고 애님 엄마 방방 뜁니다.
뭔년 뭔년..주인분은 말리고. 애들은 얼어있고.

 


저 그대로 물만 뿌려서 대충 헹구고는 밖으로 나왔어요.
나와서 옷 챙겨입는데 욕탕 문 열리더니 애님 엄마가 한말씀 하십니다.

 

저렇게 싸가지가 없고 드세니까 그 나이 처먹도록 애도 못낳고 능력없어 이런 평일 대낮에 집에서 펑펑 놀고 목욕이나 다닌다고..

 

 

입던 바지 마저입고 신발 들고는 씩씩거리는 애님엄마한테

 

"제 능력을 평가하실만큼 대단한 분이신지는 몰랐네요. 근데 애기는 그렇게 낳아놓는다고 다는 아닌것 같아요. 오늘 아줌마 덕분에 참 많이 배우고 갑니다~방긋"

 


이러고 주인분께 인사드리고 집으로 왔습니다.

그 애엄마가 아무리 흥분을 했어도 알몸으로 쫓아올리는 없잖아요
ㅎㅎㅎㅎ

 


저렇게 말은 다해놨지만 집에와서도 분이 다 풀리진 않더군요.
한참을 어이없어하다가... 집 욕실에서 목욕 마저하면서 내가 너무했나..싶기도 하고..
(엄마는 목욕다녀오더니 또 목욕한다고..저거 왜저러냐 그러시고..너 일좀 적당히하라고..)

너무 감정적으로 상대를 했다...그래도 애들 앞인데 조심히 말할걸..엄만데..라고 후회도 잠시하고.
오래살았던 동네인데 소문 험하게 나면 어쩌지란 걱정도 들고ㅋ


그러다가 또 내가 그렇게 나이들어보이나 슬픈 마음에 엄마한테 물어봤다가,
그래서 목욕 또했냐고...때 두번 민다고 젊어지냐며 목욕 작작하라고 주름 더 늘어난다고 괜히 욕먹고...

 

 

 

모든 아이가진 부모님들께서 그러진 않으시다는거 저도 잘 압니다.


그런데.. 간혹가다 본인 아이에 대한 애정이 넘쳐, 다른 사람에게 지켜야할 기본적인 예의조차 잊는 분들이 더러 계신것 같아요.

그분들도 가정에선 누군가의 부모..혹은 자식일텐데요..

 

물론 저는 아이도 낳아보지 못했고..아직 결혼도 안한 여자이긴 하지만,
애기들은 보는대로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니까요..
(엄마 미안..엄마는 날 이렇게 쌈닭으로 안키웠는데......흙..슬픔)

요즘 젊은 어머니들의 아이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 말들이 많고, 여러 기사가 나는걸 보면서 생각이 많아지네요..

 

 

 


이거 어떻게 끝맺음 해야하는걸까요?

 

음..그럼.

 

점점 따뜻해지고 있어요~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우리모두 부모님께 효도해요~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