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빅쇼 막콘 스탠딩 2구역 도둑은 꼭 봐라

내꺼훔쳐가서다리뻗고잠이오냐201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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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부산사람임. 데뷔 때부터 빅뱅 팬임.

빅뱅을 보기 위해서라면 웬만한 곳은 거의 감. 정말 정말 빅뱅을 좋아함.ㅜㅜ

그런 우리에게 팬질을 접을까 고민하게 만든 시련이 닥쳤으니 때는 2012년 3월 4일 빅뱅 얼라이브 투어 서울 공연의 마지막날이었음. 첫콘과 중콘에 너무 체력을 빼앗겼던 우리는  더 이상 스탠딩에서 온 몸을 불사르기 힘들어서 스탠딩 2구역 펜스 안 쪽에 가방을 두고(발 아파서 신발도 벗어놨음.) 그 쪽에서 공연을 보고 있었음. 

 

중간 중간 계속 확인했을 때는 가방이 그대로 있었으나 앵콜 공연이 끝난 후 퇴장하는 순간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에게 밀려 가방과 멀어지면서 비극은 시작됐음.

 

애써 사람들을 헤치고 펜스 쪽으로 다가갔을 때 짐 위에 올려둔 1.5L짜리 생수통만 바닥에 굴러 다니고 있는 걸 발견했을 때부터 좀 불안하긴 했음. 그러나 설마 누가 훔쳐가진 않았겠지... 싶었음. 어떻게든 가방을 찾고 싶었지만 일단 나오라는 YG 직원들의 재촉에 스탠딩을 나와 2층 좌석에 앉아서 기다렸으나 사람이 전부 빠져나간 뒤에 확인해봐도 가방은 온데간데 없었음.ㅋㅋㅋㅋㅋㅋ

 

그 3~5분 사이에 우리보다 먼저 나가면서 우리 가방을 통째로 훔쳐간 도둑이 있었던 것임.

차라리 빨리 밖으로 뛰쳐나가서 가방 들고 있는 사람을 찾는 게 더 나은 일이었을 지도...

 

그 안에는 첫콘 때 무려 새벽부터 무려 여섯시간이나 기다려서 산 얼라이브 투어 후드 두 개, 투어 티셔츠 하나, 각종 응원굿즈, 스마트폰 두 개(갤투, 옵두배), 벗어놨던 신발(콘서트 때 신으려고 아끼고 아껴서 꼴랑 3일 신은 새 신발ㅡㅡ), 지갑과 터미널 물품 보관함 열쇠, 그 외 등등이 들어있었음.

총 피해액을 계산해보니 2백만원이 넘는 것 같음.

 

처음에는 너무 황당하고 기가 차서 웃음만 나왔음.

신발이라도 좀 버리고 가던가 아무리 정신나간 도둑이어도 그렇지 콘서트에 온 거면 같은 빅뱅팬일텐데 그 정도 상도덕은 지켜줄 수 있는 거 아님? 맨발로 분실물을 찾으러 다니는 내 모습이 어찌나 비참하던지. 심지어 반팔차림이라서 더 돌아버리는 줄 알았음. 날도 드럽게 추웠음. 비닐봉지로 대충 발 싸매고 몸을 싸매고 혹시나 우리 가방을 들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계속 돌아다녔지만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서 도둑을 어찌 찾을 수 있겠음. 다 허사였음.

 

나중에 경호원중에 한 분이 가방에 넣어두었던 지갑을 가지고 오는 걸 발견했음.

우리는 분실물을 찾은 줄 알고 설레발을 치며 달려갔지만 아니었음. 화장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지갑만 찾았다 함. 지갑을 열어보니 아니나 다를까ㅋ 신분증만 남기고 다 털어감. 십만원 족히 넘게 들어있던 현금이랑 체크카드랑 신용카드랑... 그래도 신분증은 남겨줬으니 이걸 고맙다고 해야 할지...ㅡㅡ

 

서울에 아는 사람도 한 명도 없는데 돈도 다 털리고 신발도 털리고 외투도 털리고 휴대폰도 털렸으니 이제 어찌해야 하나 싶어서 슬슬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음. 아무리 생각해도 도둑이 너무 괘씸한 거임. 가방이랑 떨어져있던 게 몇 분 되지도 않는데 언제부터 그걸 훔쳐가려고 마음 먹었는지는 몰라도, 아무리 우리가 부주의 했다고 해도!!!!!!!!!!!!!!!!!!!!!!!!!!!!!! 진짜 아무리 그래도!!!!!!!!!!!!

 

신발은 주고 가야 할 거 아냐!!!!!!!

 

정말 맨발로 부산까지 걸어가야 하나 하는 생각만 계속 들었음. 도둑이 괜히 도둑이겠냐만은 어떻게 이리도 배려가 없을 수 있냐는 말임. 비싼 티켓값 주고 공연 보러 왔지, 도둑질하러 왔냐고......!!!!!

이러다간 서울에서 얼어죽겠다 싶어 다른 분에게 휴대폰을 빌려 경찰에 바로 신고를 했음. 조금 뒤에 경찰 두 분이 오셨고 사정청취를 하셨지만 이미 떠난 도둑 애타게 불러봤자 돌아와줄리 없고... 

 

멘붕 상태에서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나왔음. 가방을 그냥 들고 있을 걸 하는 후회와, 그거 몇 분 떨어져 있었다고 그새 훔쳐간 도둑의 순발력에 감탄과, 신발은 왜 가져갔냐는 원망과... 휴대폰이라도 손에 쥐고 있을 걸 하는 아쉬움이 계속 교차했음.

 

다행히 마음씨 좋으신 올림픽 공원 관계자 분께서 신발과 외투를 구해주셔서 맨발과 반팔차림으로 부산에 내려오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음. 하지만 여전히 빈털털이 신세이긴 했음. 경찰분들과 수호대분들이 협조를 해주셔서 일단 분실신고를 다 하고, 집에서 돈을 보내주면 수호대분이 돈을 내주는 식으로 협의를 봐서 어떻게 돈을 구함.

 

거의 2백만원치를 털리고 10만원을 구했음.

 

어서 빨리 부산으로 돌아가라는 말만 들었지만 우리는 포기할 수 없었음. 쓰레기통에 버려진 내 지갑을 찾았다고 했으니 혹시나 다른 물건도 버려져 있을까봐 그 때부터 쓰레기통을 뒤졌음. 하나도 빠짐없이 다 뒤졌음. 그 추위에 얻어입은 외투와 신발을 신고 고무장갑을 끼고 열심히 뒤졌음.

 

얼라이브 투어왔다가 쓰레기통 투어만 신나게 한 거임.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우리 물건은 나오지 않았음. 이럴 거면 괜한 희망 가지게 지갑은 왜 버리고 간 건데. 휴대폰으로 통화를 시도해봐도 꺼져있다는 차가운 음성만... 우리가 진짜 휴대폰만 돌려줬어도 후드랑 티랑 돈이랑 그냥 다 줬다 진짜.

 

결국 새벽 1시 30분까지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포기하고 돌아옴.

차가 끊겨서 목욕탕에 감. 찜질방 갈 돈이 안 되서. 하지만 잠도 안 오고 심장만 뛰고 눈을 감았다 뜨면 제발 이게 꿈이기만을 바랐지만... 현실은 시궁창이었음.

 

시간을 거스르는자!!!!!!!!!!!!!!!!!!!!!!!!!!!!!!!!!!!!!!!!!!!!!!!!!!!!!!!!!!!!!!!!!!!!!!!!!!!!!!!!!!!!!!!!

능력을 써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가방을 꽉 끌어안고 있을 거임.

 

부산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로 있었던 것 같음. 기분이 괜찮다가 우울했다가 아무렇지도 않았다가 마냥 죽고 싶어지는... 기분 좋게 빅뱅 보러 가서 이렇게 기분 나쁘게 돌아오는 일은 처음이었음.

 

집으로 돌아와서 빅뱅 애프터 파티 사진 보는데 그냥 막 또 눈물이 났음. 우린 이 때 쓰레기통이나 뒤지고 있었는데. 물론 빅뱅이 잘못한 건 하나도 없지만서도... 우리가 부주의했던 탓과 가방을 훔친 도둑이 나쁜 거지만서도... 그 사진을 보는 순간엔 연예인과 일개 팬의 거리가 얼마나 먼지 진짜 뼈저리게 통감했던 것 같음.

 

지금도 계속 폰에 전화해보고 있지만 절대 받질 않음. 마냥 꺼두기만 함. 어제는 다시 서울에 올라가서 정식으로 형사과에 피해신고를 하고 체조경기장 cctv도 확인했음. 도둑을 잡을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할 수 있는 건 다했음. 잡히면 내 차비까지 다 내놔라 나쁜 것아.ㅜㅜ

 

 

 

 

 

 

 

 

 

 

 

 

 

-신발도 안 남겨주고 가방 통째로 들고 간 대담한 도둑님아. 다른 건 안 바라고 딱 니가 했던 짓 그만큼만 돌려받으세요.

 

-만약에 도둑이 버리고 간 물건 습득하신 분 있으시다면 제발 연락 좀 주세요. 갈색 쇼핑백에 얼라이브 투어 비닐백이 또 들어있었구요. 화장품 기타 등등 물건은 많았지만 그런 것들까지 찾긴 힘들 것 같고... 신발은 아디다스 랜섬 서밋이었습니다. 사실 신발이랑 옷도 포기하고 있지만요...ㅜㅜ 휴대폰만은 꼭! 사례는 하겠습니다.ㅜㅜ 하나는 갤투 핑크 젤리케이스에 뒤에 뽀로로 전자파 차단 스티커 붙어 있구요, 하나는 옵티머스 2X인데 케이스 없어요. 연락 주고 받기 싫으시다면 그냥 우체국에라도 갖다 주세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