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실화][동성애] 20년간의 사랑★★

감동ㅋ2012.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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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해왔습니다.

동성연애라고 무조건 더럽고 혐오스럽고 비정상적인것이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보니 그들도 '사랑'을 하고 있다는걸 깨달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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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년도의 추웠던 어느 겨울날.


예전 PC통신 XX의 대화방에서 한 남자와의 약속을 정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번개’(원나잇) 라는 단어도 생소한 그 시절. 예나 지금이나 칠칠치 못했던 나는 버스 안에서 깜박

졸다가 완전히 잠들어 종점까지 가버려 택시를 잡아타고 허둥지둥 약속한 장소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 과연 이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하여 두리번거리다

그만 쪽팔리게도 넘어졌을 때 제게 손수건을 건네며 말을 거는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조심 하셔야지요. 혹시 00님 아니신가요?" 얼마나 기다렸을까... 추운 날씨에 귓불과다 코까지 새빨개

진 그는 그렇게 손수건을 건네주며 선한 미소로 저를 맞아주었습니다.

그것이 그와 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당시 전 25살의 복학생이었고, 그는 딱 30살의 직장인이었습니다.

<2>
상상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던 그였지만, 너무도 잘 통했던 우리는 자주 만났습니다.

그러다가 서로 만난 지 100일이 되었고, 그가 예약을 해 두었다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난생처음으로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패밀리 레스토랑이란 곳도 거의 전무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학생식당에서 천 원짜리 밥이나 사먹고, 칼질이라고는 돈가스밖에 썰어 본 적이 없는 촌스런 놈이었던

내가 이런 고급레스토랑에 와 봤을리 만무했습니다. 요리를 시키려고 주문책자를 보니 영어도 아닌 것이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요상한 글씨만이 적혀 있었습니다. 제가 알 수 있는 건 숫자로 된 가격표뿐이었습니

다. 결국 저는 말똥말똥 눈치만을 살피다가 그가 주문을 하자마자 크게 외쳤습니다.

"저도 같은걸루요..."

익숙지 않은 분위기에 뻐쩡하게 있으니 웨이터가 큰 대접에 물을 가지고 나왔습니다. 목이 마른 차에 전

그 물을 모두 마셔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도 물을 한 모금 마셨습니다.

그러자 옆자리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이 저희를 보며 킥킥대고 웃더군요.

잠시 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물은 식사 전 손을 씻기 위해 나온 물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조금 후에 또 알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제가 조금이나마 덜 창피하라고 알면서도 그냥 마셨다는 사실을...

<3>
전날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전 그를 데리고 평창동의 한정식집을 갔습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은 알았지만, 요번엔 저번처럼 망신을 당하고 싶지 않기도 했고, 아르바이트 한 돈

이 때마침 들어왔던 나는 그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고 싶었습니다.

다행이 메뉴판은 친절하게 한글로만 적혀 있었고, 모르는 음식도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는 한정식 2인분을 주문했습니다. 이번엔 스프는 어떻게 해주냐 에피타이져는 몰로 해주냐 ... 등등

의 질문도 없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한상가득 밥과 찌게 전.. 등의 음식이 차려졌습니다.

돼지처럼 정신없이 먹다가 목이 메어 켁켁대던 내게 그는 물을 따라주며 말했습니다.

"안 뺐어 먹을께... 천천히 먹어." 나를 바라보며 둥근얼굴 가득 피어오르는 그의 미소...

그 웃음이 참으로 보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저는 그가 점점 더 좋아졌습니다.

<4>
제 생일날. 우리는 술을 마시러 갔습니다.

그에게서 받은 선물에 신이 나서 그날은 기분 좋게 취하고 싶었습니다. 째즈빠에 가서 불쇼를 보며 칵테

일을 한 잔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술이 달고 맹숭맹숭해서 취하지도 않고 흥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2차로 일반 소주방에 가서 제 버릇대로 맥주와 소주를 짬뽕하며 마구 마셔댔고, 결국 몸을 제대

로 가누지도 못할 정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는 그런 저에게 살며시 다가와 그의 어깨를 대어 주었

고, 전 그의 어깨에 기대어 눈을 감았습니다.

그의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났습니다.

어쩌면 전 그의 상쾌한 체취에 더욱 취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5>
이제 그와 제가 만난 지도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날을 기념하기로 해서 밤기차를 타고 동해로 놀러갔습니다.

일출시간에 맞춰 도착한 겨울바다의 모습은 하얀 눈과 함께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습니 다.

너무도 근사한 풍경에 넋을 잃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전율이 느껴지는 차가운 무엇인가

가 내 몸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돌리니 차가운 눈뭉치가 내 얼굴을 때렸습니다.

그리고 범인인 그가 하하 웃으며 도망가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저도 눈을 한 움큼 뭉쳐서 던지

며 그를 뒤쫓았습니다. 2번째 던진 눈뭉치가 강하게 그의 뒤통수에 적중하며 그가 미끄러운 듯 중심을

잃고 넘어졌습니다. 순간 깜짝 놀라 그에게 다가갔습니다. 괜찮냐고 물어보려는 순간 그가 내 다리를 걸

어 자신의 몸 위로 넘어뜨렸습니다. 서로의 얼굴이 밀착되었고, 난 동시에 주변을 살펴봤습니다, 주위엔

부서지는 파도와 달빛만이 있을 뿐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의 입술

이 맞다았고 그날 저희는 그야말로 순백의 눈 사장에서 달콤한 침의 교환을 했습니다.

어두운 모텔방안에서 은밀하게 이뤄졌던 키스와는... 질이 다른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6>
우리가 만난 지 3년. 정말로 우리는 행복한 일반 부부들처럼 같이 살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막내여서 부담감이 적었고, 일반적인 결혼에 있어서 혼자 산다고 예전부터 부모님께 못을 박았던

나는 그래도 결혼에 대한 부담감이 적은 편이었고, 심하게 결혼 독촉을 부모님께서 안하시는 것만으로

도 참 다른 이반에 비해서 축복받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집안은 달랐습니다. 외아들이며 밑으로

여동생만 있었던 그의 부모님은 심한 결혼 압박을 했고, 결국 참을 수 없던 그는 커밍아웃을 하고 집을 나

오고야 말았습니다. 그렇게 집을 나오던 날, 소주를 들이키며 흘리던 그의 눈물...

그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모고 있자니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저희는 우이동에 위치

한 한 작은 절을 찾아갔습니다. 평일 저녁의 절은 너무도 고요했습니다. 맑은 약수가 나오는 곳에서 한 대

접의 맑은 물을 받아놓고, 두 손을 맞잡았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우리만의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비

록 주례도 없고, 단 한 사람의 축하객도 없었지만 서로의 눈망울을 통하여 우리는 굳은 사랑을 결심했습

니다.

<7>
그와 나는 그렇게 같이 살았습니다.

매일매일 하루가 꿈같고 즐겁다고 말 할 수는 없었지만, 부족하고 칠칠치 못한 나를 언제나 넓은 가슴으

로 품어주는 그가 있어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언제건 불행이란 이름의 그림자를 이끌고 우리를 덮칠 수 있는게 삶이라 하였던가요?

05년도에 가을에 회사동료 직원들과 스크린 골프를 치던 중에 갑자기 일어난 안전사고로 튀어나온 골프

공에 한쪽 눈을 맞은 그는 안구파열이 심하게 일어나 눈을 아예 적출을 할 수 밖에 없어 한쪽눈 실명이 되

었습니다. 적출 후 보형물 수술을 하고 움푹 꺼진 눈에 의안을 집어 넣던 날... 가슴이 너무 아파 나도 모

르게 눈물을 비추던 나에게 “괜찮아.. 그래도 보일건 다 보이는데 뭘 그래? 팔 다리 한쪽 잘린 것 보단 낫

잖아.. ” 라며 오히려 나를 위로 해주던 그...

‘바보.. 이럴땐 신경질 부리고, 짜증도 내고 하는거야.. 이 바보야... '

며칠 내내 그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도 모르게 나왔습니다.

<8>
2009년. 전 세계적으로 3D 열풍을 일으켰던 ‘아바타’ 라는 영화를 그와 함께 보러갔습니다.

3D안경을 쓰고 처음으로 느끼는 신기한 광경. 너무도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와 영화관을 나오며,

3D의 환상적인 장면에 대해 주절대는 나에게 그는 빙긋이 미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별 싱거운 농담도 친절하게 받아주던 그가 너무도 이상했었는데... 그 사실을 나중에야 알 수 있었습니

다. 우연한 인터넷 검색에서 한쪽눈을 잃은 사람은 입체감이 없어 3D영화를 즐길 수 없단 사실을...

순간 너무도 무지하고 나 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나자신에 대한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는 나를 위하

여 즐길 수도 없던 3D영화를 아무런 내색 없이 같이 봐 주었던 것입니다. 그런 사실을 알고 미안해 하던

내게 그가 말했습니다. “그런 3D영화는 두 눈의 입체감을 이용한 착시현상을 느끼게 만드는거야. 일종의

거짓인 셈이지. 난 어떤 거짓된 상황을 가져다 놔도 진실만을 볼 수 있게 된 거야. 하하... 이제 난 진실만

을 볼 수 있으니, 너 혹시라도 바람피면 다 알아볼 수 있으니 조심해 임마.. 하하하...”

그의 어처구니 없는 농담에 그만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은 내 안에서 더 더욱

분출 되고 있었습니다.

<9>
올해로 그와 만난지 20년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그는 50살이 되었고, 20대 중반의 대학생이던 나도 40대 중반의 아저씨가 되어버렸군요.

그는 머리도 많이 벗겨지고.. 주름도 많이 생겼고.. 배도 불룩 나온 완연한 중년 아저씨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렇게 변해버렸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세월을 같이 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저의 실수를 따뜻한 미소와 넉넉한

관용으로 받아줬던 그가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합니다.

건방지게 영원이 변치 않는 사랑을 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으렵니다.

다만.....

그를 만나서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고..

그의 배려가 감사했고..

지금도 감사하고..

앞으로도 당신만을 사랑하려 노력하겠습니다.


형.. 저의 소중한 인연이 되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전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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