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커가 생긴 줄 알앗더니...

곰팅이 2012.03.20
조회253

 

안녕하세요 저는 그냥 일반적인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 여성입니다.

제가 얘기 하고 싶은 건...엄청나게 황당한 어느 기업체의 무례한 행동입니다.

 

3월 초부터 저에게 이상한 편지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발신인 주소도 이름도 없고 소인은 서울 신당동에 From M. 이라는 거 외엔 아무 정보도 없었습니다.

현재까지(3월 19일) 일주일에 한통 혹은 두통씩 총 4통이 배달 되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약간 이상했습니다.

 

처음은 사진에 보이는 노랑 봉투였습니다. 내용은 "너를 만나면서 나는 늘 너라는 사전을 쓴다" 딱 한 문장.

신랑이 보낸 이벤트인가 했었습니다.(참고로 저는 기혼...) 그래서 모른 척 하고 있었습니다.

 

두번째는 "사람이만 말, 참 좋다. 사람. 사람하고 불러보면 자꾸 네가 내 사람인 것 같아"

왠지 남편이 보낸 거 같지 않아서 물어봤습니다. 아니라고 했습니다.

회사 동료들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굴까요? 집-회사만 왔다갔다 하는 저에게 누가 이런 편지를? 하고

점점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세번째 편지와 네번째 편지는 함께 도착했습니다.

3. 예쁜 엽서에 "지금 네안에서 내가 생각중이야"

4. 엽서에 "나는 말하고 너는 말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하고 너는 사랑하지 않는다"

신랑이 보낸 것은 아닌게 확실했습니다. 남편이 기분 나빠하더군요 도대체 누구냐며...

회사 동료들과 또 고민해보았습니다.

소인은 신당동.. 아무리 생각해도 신당동엔 아는 사람이 없더군요

글씨체가 편지 마다 다 다르다는 것으로 미루어 다른 사람들에게 대필을 부탁 하는 주동자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회사 직원들과 친구들은 너도 나도 의견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몇 통 더오면 경찰에 신고하라는 둥, 이벤트회사에 신랑이 신청한거 아니냐는 둥, 다른 사람의 사랑 고백인데 주소를 잘 못 서서 오는게 아니냐는 둥..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며칠 시간이 지나자 뜸해진 편지에 궁금하기도 하고 살짝 걱정이 됐습니다.

퇴근길에 누가 불쑥 나올 것만 같았거든요-

 

그러던 중 오늘 갑자기 편지의 글귀들이 마치 시나 소설에 나올 법 하다는 게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국내 포탈 검색엔진에선 별다른게 없었습니다.

구*에 문구 하나를 검색하자 마자 기사 하나가 떴습니다.

저와 똑같은 편지를 받은 사람의 이야기가 적힌 한 언론사의 기사였습니다.

http://economy.donga.com/3/01/20120319/44879562/1

그 기사엔 저와 같은 걱정과 고민을 한 사람의 이야기를 본 어느 네티즌이 한 화장품 회사의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벌인 마케팅이었다는 걸 알아냈고, 기자가 확인한 결과 사실이었다고 합니다.

기자가 그 편지를 본 사람들이 두려워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냐고 질문하자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는 걸 오늘 알았다며 앞으로 신중을 기하겠다고 했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제가 아무리 그 화장품회사 인터넷사이트에 가입을 했고 가입시 체크를 의무적으로 하는 정보사용에 동의를 했다 쳐도 제 사무실 주소와 제 이름을 이용해 소비자를 이렇게 쓸데없는 걱정에 빠트리고 앞으로 신중을 기하겠다고 한마디 하면 그게 다일까요?

당사자인 전 검색해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일이고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그런 편지를 받고 궁금해하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커플인 사람들은 그 편지로 하여금 불화가 생길 수도 있고 더욱이 과거에 혹시라도 스토커에 시달린 경험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과거 힘들었던 기억이 다시 생각나지 않았을까요?

좀 비약을 해서 제가 쓸데없는 걱정을 한 걸 수도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회사는 마케팅이라는 것의 개념을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요즘 기업들이 무조건 이슈만 만들어서 잘 되지는 않는 건 자명한 사실인데...

그 동안 그 회사 화장품을 종종 이용해왔습니다.

그렇지만 이 일로 하여 다시는 그 회사 화장품 이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쌓여있던 마일리지도 뭐고 사이트도 탈퇴했습니다.

그런 편지로 걱정했던 제가 바보가 된 기분입니다.

혹시나 그 편지로 걱정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제 글 읽고 그런 걱정 할 가치도 없는거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너무 너무 황당에서 주절주절 많이도 썼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