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전화 하셨네요.

어이없어201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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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시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쌓인 게 터진거죠.

원래 사근사근한 여자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남 몰라라 하는 성격도 아닙니다.

해줄 만 하면 해주고 못할 것 같으면 거절하는 쪽입니다.

이게 시어머니 보기에 남 무시하고 이기적인 걸로 보이나 봅니다.

 

 

어쨌든 시어머니께서 전화가 왔어요. 먼저 미안하다고요.

솔직히 전 평생 안 보고 사실 줄 알았습니다.

시아버지 나간 틈을 타서 몰래 전화하신다네요. 

어르신이 이러시니 뭐, 할 말 있나요.

말씀하시는 거 대답만 하며 듣고 있는데 중간에 제가 이럴 거면 왜 전화하셨냐고 그래 버렸습니다.

전화 끊고 나니 눈물만 납니다. 

 

 

친정 부모님께서는 오랜 기간 주말 부부셨어요.

어머니는 어린이집 원장, 아버지는 교장으로 퇴직하셨습니다.

친정 쪽으로는 돈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모자라지도, 노후 걱정할 일도 없습니다.

두 분 다 어느 정도 지역 사회에서 명망도 얻고 계시고요.

 

결혼 전 시어머니가 결혼 반대하셨답니다.

궁합이 좋지 않다고요. 결혼 전 예민할 때라 똑똑히 기억하거든요.

그때는 내일이 결혼식이라 서운했어도 그러려니, 시어머니 행사 한번 하시려나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지금 사이가 좋지 않고 시어머니 전화로 저에게 퍼부으셔서 저도 저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러시네요.

 

-난 반대한 적은 없다! 다만 주말 부부 밑에서 큰 아이라 버르장머리 없고 본 데 없을 것 같다고 그랬을 뿐이지! 친정 엄마가 애들 끼고 살아서 마마걸일 것 같다고 그랬지!

 

 

이건 궁합 안 좋다고 반대했다는 말 들은 것보다 더 기분 나쁘네요.

사근사근, 낭창낭창한 성격은 아닐지라도 어디 가서 버르장머리 없다는 소리 한 번도 안 들어 봤습니다.

저희 친정 아버지께서 교육계 계시기에 친정 쪽 학교 동네 선생님들은 거의 저희 아버지를 아세요.

그런 제가 어디 가서 행실 제대로 못 하면 부모님께 말 다 들어 갑니다.

아버지 직장 있는 혼자 쓰시는 관사에 방문해도 시골이라 특히 말 많이 난다고 절대로 짧은 치마, 겨드랑이 보이는 옷도 안 입었습니다. 화장도 옅게 하고 아버지 따라 산책할 때면 모르는 분이라도 인사 다 하고 그랬습니다.

 

 

저도 결혼 생활 동안에 서운했던 걸 말씀드렸더니만 그런 적 없답니다.

기억 하나도 안 나고 제가 다 지어냈다네요.

제가 날짜까지 기억하고 있어서 조곤조곤 짚었더니만 저더러 무서운 애랍니다.

이때껏 제가 마음에 담아뒀다는 건 저에게 큰 상처였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당사자는 그런 일 없고 설사 있었더라고 잊어야지 그걸 왜 기억하냡니다.

저도 다 잊고 있었죠. 일부러 묻어두기도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망각한 것도 있고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마음이 상하면 저도 사람인지라 옛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저도 괴롭죠. 그건 저도 어쩔 수 없어요. 누군 들 안 그럴까요.

 

 

결혼할 때 예물 하나 받은 적 없고, 집 구할 때도 도움 받은 적 없습니다.

온전히 저희들 힘으로 대출 받아 집 구하고 가구 들이고 애들 키우고 다 했습니다.

그렇다고 원망 한 번 안 해봤다고 했더니만 교육도 못 받고 돈도 없는 집이어서 네가 무시하는 거라고 넘겨 짚으십니다. 

그 이후로도 몇 가지 이야기를 했더니만 다 저래서 네가 우리를 우습게 보는 거라고 넘겨 짚으십니다.

며느리 앞에서 남편 과거 여자 친구들 이야기 한 것도 그럴 수 있는 일이고

천정서 드시라고 보낸 음식들은 받은 적도 없고 하품 가져 왔다는 말 하신 적도 없답니다.

일단 길게 이야기하는 것도 머리 아프고 더 듣다가는 제가 미칠 것 같아 끊고 생각해 봤더니

며칠 후에 집안 행사가 있네요.

그때 불러 들이기 그러니까 미리 손 써서 사과 전화 겸 주말부부 자식이라 버르장머리 없이 컸다고 말씀하시려고 전화하셨나 봐요. 그러면서 또 덧붙이시네요.

 

-며칠 있다가 내가 밥 먹으러 오라고 해도 안 오겠네?

 

 

도대체 앞에 욕 실컷 들어 먹고 주말 부부 교육 운운하시며 친정 부모님 욕 듣게 했는데 제가 뭔 강심장이고 철판이라고 거길 갑니까.

늘 질문도 저러세요.

 

**하면 안 하겠네?

** 갈건데 안 갈거지?

**했는데 넌 안 먹을거냐?

**있는데 넌 싫어하지?

 

 

이리 물어보시면 어찌 대답해야 되나요?

이번에도 전화 하셔서 제가 대답이라도 할라 치면 본인 서운했던 것, 제가 무심했던 것 이야기 하시고 본인이 저에게 하셨던 일은 전혀 기억 안 나신답니다.

도대체 왜 전화하신 걸까요?

 

 

어르신이 저리 전화하셨으니 어쨌든 일은 마무리 지어야 될 것 같습니다만....

시아버지는 아직 마음이 안 열립니다. 이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