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뭐로할까 하다가 고민하기 귀찮아 위의 걸로 합니다. 엽호판에서 재밌는 이야기 풀어주시던 분들이 요즘 조용하시네요;; 뭐 읽을 거 없나? 하고 왔다가 글올리고 갑니다!
아, 나 인사도 안했구나.
안녕하세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직딩 여자 사람입니다.
제가 올릴 글은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소설화 시킨 단편입니다. 오늘은 왠지 오금이 저리는 무서운 이야기는 피하고 싶은 관계로 간단한 거 두 개만^^ (또 올릴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 제공자는 제가 몇년 전에 영어학원에 다닐때 외국인 강사가 들려준 이야기 하나, 두번째는 저의 미술선생님이셨던 분의 친구분이 술자리에서 희안한 꿈만 골라꾼다며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둘 다 소재는 미스테리. 혹시 오싹 오싹한 공포이야기를 원한다면 댓글에.
(말투 딱딱해도 이해해주세요. 남자들 틈에서 자라서 그래요.)
그럼 바로 스타트-
이야기 하나, '강아지'
오늘도 들려오는 엄마의 잔소리.
“강아지는 밖에서 재우라고 했잖니.”
“론이 나를 너무 좋아하는 걸 어떡해요.”
“어휴, 학교나 가!”
“다녀오겠습니다!”
하교 길에 뒤를 졸졸 따라오던 떠돌이 강아지를 주워서 기르게 된지 일주일. 애정이 그리웠던 탓인지 한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는 통에 엄마 몰래 방 안에서 재우다가 딱 걸려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같이 자지 않으면 밖에서 밤새도록 낑낑 거리며 울어버리니...
론은 특이한 버릇이 있었다. 방에 들여놓고 자긴 하지만 침대 위에서 같이 자는 건 나도 사양이라 침대 밑에서 재우는데 내가 잠버릇 때문에 뒤척이다 팔이 침대 아래로 떨어지면 맛있는 사탕이라도 되는 양 밤새도록 손바닥을 핥아대는 것이다. 처음에는 간지러워서 손을 이리저리 피했었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보니 그것도 익숙해 져서 이제는 론이 손을 핥아주지 않으면 허전할 정도. 아침마다 침이 흥건하게 묻어있는 것이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녀석이 귀엽게 고개를 갸웃하며 올려다 볼 때면 그저 웃음이 난다. 귀염둥이 같으니! 그나저나 오늘 체육대회연습을 한다고... ... .
“흐아아암- 힘들어 힘들다고!”
“아무리 일등이 탐나도 그렇지 우리 담임 쌤 너무 한다... 어이쿠, 삭신이야.”
“정말 이건 아니잖아!”
“힘들어서 안 되겠다. 나 오늘 학원 안가! 못가! 그럼 내일보자고!”
“어어..! 야! 배신이야!!!”
벌써 저만치 뛰어가는 친구를 보며 나는 이를 갈았다. 내가 학원 안 간다고 하면 울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실 테지... 흐엉, 나도 쉬고 싶다!
“다녀왔습니다아...”
“어머, 무슨 일 있었어? 얼굴이 말이 아니네.”
“체육대회연습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요... 일찍 잘게요.”
방으로 들어와 침대위에 쓰러지듯 누운 나는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큰아버지께서 오신다고 같이 저녁 먹자는 엄마의 말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은데... 엄마, 좀 봐줘요. 손 하나 까딱 못하겠어.
“으으음...”
얼마나 지났을까, 어슴푸레 방안을 비춰오는 달빛에 눈을 뜬 나는 손바닥을 간질이는 축축한 느낌에 ‘히히’하고 웃어버린다. 론, 나 오늘 안 씻었다. ‘찹찹-’ 거리며 맛나게도 핥아대는 통에 피실피실 웃던 나는 다시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날이 밝도록 손바닥에서 간질간질한 느낌이 났다.
“아우우-! 푹 잤더니 살 것 같네.”
주먹을 쥐고 기지개를 켜는데 손바닥이 축축하다.
“으악! 이 침 좀 봐!”
여느 때보다도 더 끈적하게 묻어나는 침에 기겁하던 나는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전용 개 껌을 하나 사주던지 해야지... 온 몸에서 광이 나도록 뽀득 뽀득 샤워를 마치고 부엌으로 내려가자 계란말이를 하고 있던 엄마가 아침인사를 한다.
“잘 잤니? 깨워도 안 일어나고 죽은 듯이 자더라.”
“너무 피곤해서 그만... 큰아버지는 다녀가셨어요?”
“저녁 먹고 바로 가셨지 그리고...”
“론! 로온-! 론! 얘가 어디 갔지? 아, 엄마 그리고 뭐요?”
부르면 어디선가 단박에 달려 나오던 작은 녀석이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리다 다시 엄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큰 아버지께서 론을 키우고 싶다고 하셔서... 큰아버지 댁에는 작은 마당도 있잖니?”
“안돼요! 론은 제 강아지에요! 절대 안돼요!”
“이미 어제 저녁에 데려가셨단다. 얘기하려고 깨웠는데 통 일어나야 말이지.”
이야기 둘, '꿈 속의 추격자'
“후욱... 후욱...!”
이러다간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다. 또다. 또 이 지긋지긋한 꿈속에 들어와 버렸다.
“제길! 이번엔 또 언제까지 도망쳐야 하는 거야!”
어찌된 일인지 무려 한 달 동안! 하루도 일주일도 아닌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지긋 지긋한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일 밤 이어지는 악몽 속에서 나는 달리고 또 달린다.
“우히히히히히!!!”
“으아악!”
바로 저 놈!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든 채 내 뒤를 쫓아오는 저 괴물 같은 놈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서!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내 뒤를 쫓기 시작하는 녀석을 따돌리려 내 발은 쉴 틈이 없다. 맞서 싸운다는 생각 따위는 할 수도 없다. 붙잡히면 죽는다. 반드시 죽는다...!
“허억, 허억...!”
간신히 녀석을 따돌리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좁은 길 사이로 몸을 숨겼다. 저번에는 깊은 산 속이더니 이번에는 복잡한 골목길이 즐비한 주택가다. 꿈은 내가 꾸는 건데 왜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가 없는 거야?!
“...갔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데 그만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붉은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난 흰자위를 굴리며 웃기 시작하는 놈의 모습에 오금이 저려온다. 허공으로 천천히 칼이 올라간다. 안돼... 안돼... 안돼...!!!
“흐아아아아악....!”
손을 가슴위로 올리자 쿵쾅거리는 심장의 고동이 느껴진다. 다행이다. 살았다, 살았어. 다행이도 녀석에게 잡히기 전에 꿈에서 깰 수 있었다. 식은땀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출근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팀장님 어디 아프세요?”
“잠을 설쳤더니...”
“일전에 그 악몽 계속 꾸세요?”
“응, 이젠 정말 지긋지긋해.”
“허휴- 이걸 어째... 아! 제가 어디서 들었던 말인데요. 꿈은 꾸는 사람의 심리상태나 무의식속의 상상? 그런 걸 반영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오늘은 잠들기 전에 머릿속을 정리해 보세요.”
“예를 들면?”
“예를 들면- 꿈속 배경을 계속해서 상상하는 거 에요. 바다가 나와라 바다가 나와라 바다, 바다, 바다! 이런 식으로 잠들기 전까지 그 이미지를 떠올리다 잠들면 상상한 이미지가 나올 확률이 높지 않겠어요?”
부하직원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매번 악몽을 꾸면서 짜증만 냈을 뿐 이렇다 할 대처를 못하고 있었는데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 어차피 그 악몽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배경만이라도 내게 유리한 곳으로...
“성공인가?”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잠들기 전까지 계속해서 머릿속을 정리한 보람이 있었다. 꿈속의 하늘은 역시나 검은 어둠이었지만 배경만큼은 익숙한 곳이었다. 끊임없이 살고 있는 동네를 상상한 것이 도움이 되긴 했나보다. 이번에는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다. 토박이로 자라 이곳 지리는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까. 숨을 곳도 도망칠 곳도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말씀. 좋아, 그럼 어디 시작해보자고.
“푸흡, 이거 너무 쉽잖아. 진작 이렇게 해볼걸.”
추격자를 따돌리는 일이 너무도 쉬워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 도망치면서도 이런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니. 이정도만 해도 살 떨리는 악몽은 벗어난 셈이 아닌가.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나뉘어있는 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비상구를 이용해 놈을 따돌리고 1층으로 내려와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나는 엘리베이터 한 대가 1층을 향해 내려오고 있다는 표시를 보며 바로 옆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중간층인 13층의 버튼을 눌렀다. 놈이 아래를 향해 내려오는 사이 나는 위층으로 올라가 옆 건물로 통해있는 비상구를 타고 내려가면 되겠지. 엘리베이터가 부드럽게 위층을 향해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나는 고개를 숙인 채 키득키득 웃어버렸다.
“큭큭큭, 잡을 테면 잡아보라지.”
아랫배가 당길 정도로 자리에 주저앉아 큭큭 거리던 나는 ‘우웅’ 하고 옆의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제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위 아래로 스쳐 가면 놈과는 완벽히 방향이 엇갈리게 되겠...
“뭐.. 뭐야 이거...?!”
‘우우웅’ 기계음과 함께 교차되는 엘리베이터의 옆면을 통해 맞은편 엘리베이터의 와이어가 움직이는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옆면이 탁 트인 두 대의 엘리베이터는 정확히 3초 뒤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 놈과 함께.
보너스 한편 더! 요건 그냥 자작.
이야기 셋, '빈장도'
“내일봐요.”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박물관 사무실을 벗어나는 동료 큐레이터의 뒷모습을 쫓다 시계를 확인한 나는 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녁 8시가 가까운 시각, 서둘러 계단을 밟고 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오셨네요.”
가쁜 숨을 삼키며 걸음하자 늘 그렇듯 익숙한 뒷모습이 자리하고 있다. 저녁 무렵에 찾아와 박물관 폐관에 맞춰 사라지는 이름 모를 여인. 양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은 채 여인은 오늘도 같은 곳에 서서 두꺼운 유리 너머로 전시된 유물과 눈을 맞추고 있었다.
“폐관 시간인가요?”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는 나를 말없이 바라보던 여인은 인사를 받아줄 생각이 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되묻는다. 말이라도 걸어보려 마음 단단히 먹었는데 김이 센다.
“아직...”
멋쩍게 뒷목을 긁으며 답하자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궁금했다, 언젠가부터 찾아오는 이 묘한 분위기의 익숙한 여인이. 말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한참을 제자리에 서서 한 곳만을 주시하는 여인. 오늘은 꼭 그 이유를 물어야겠다는 생각에 여인의 옆에 섰다.
“매일 여기 오는 이유라도..?”
내 물음에도 여인은 여전히 선이 고운 옆모습만을 보인 채 유리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저걸 보고 있었어요.”
작게 들려오는 대답에 여인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낡고 작은 장도(裝刀)들이 정렬되어 있다. 역사를 알리는 박물관 큐레이터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겠지만... 매일같이 몇 시간동안 움직이지 않고 바라보던 것이 고작 낡아빠진 장도라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사람 취향 나름 이겠거니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장도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그러자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손을 들어 장도 중 하나를 가리킨다.
“다른 건 관심 없어요, 제가 보러오는 건 저것 하나이니까.”
“에..? 빈 장도를요?”
그랬다, 여인의 손끝에 위치 한 것은 칼집만이 남겨진 비어있는 장도집이었다. 칼과 함께 한 쌍이어야 할 장도들 중 유일하게 짝을 잃어버린 채 검집만 남겨진 초라한 장도. 하고 많은 것들 중 매일 같이 보러오는 것이 저 빈 장도라니? 알면 알수록 점점 더 묘해지는 여인이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여인을 바라보자 그런 나와 잠시 눈을 맞추던 여인이 웃는다.
“저 장도가 왜 비었는지 아세요?”
자신은 그 이유를 안다는 투여서 호기심이 동한 나는 그 이유를 물었다.
“기생이었지만 일부종사(一夫從事)의 뜻을 둔 여인이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전쟁이 일어났고 그녀의 연인은 전장에 끌려갔어요. 수많은 이가 적병에 의해 유린당하고 여인도 정절을 위협받았죠. 그러던 중 여인은 자신을 희롱하는 적병의 허리춤에 달려있는 장도를 보게 되요. 그것은 자신의 정절을 담아 연인에게 주었던 정표였죠. 여인이 장도에 관심을 보인 것을 안 적병은 자랑스럽게 그것을 보여주며 말했어요. ‘일전에 내가 죽였던 자의 것이다.’라고...”
끝을 흐리는 여인의 목소리가 조금 떨린 것도 같았다.
“그 기생은 어떻게 됐나요?”
“죽었어요, 바보 같게도 연인에게 주었던 장도로 목숨을 끊었죠. 장례를 치르려 죽은 여인의 손에 들린 장도를 빼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어째서 였을까요 여인이 손에 쥔 장도를 끝끝내 놓을 수 없었던 까닭은...”
순간 내 시선이 유리너머 비어버린 장도 집으로 향했다.
“여인이 끝끝내 장도를 놓을 수 없던 까닭은 죽고 나서야 칼끝이 향해야 할 곳이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죠.”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
제목을 뭐로할까 하다가 고민하기 귀찮아 위의 걸로 합니다. 엽호판에서 재밌는 이야기 풀어주시던 분들이 요즘 조용하시네요;; 뭐 읽을 거 없나? 하고 왔다가 글올리고 갑니다!
아, 나 인사도 안했구나.
안녕하세요.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직딩 여자 사람입니다.
제가 올릴 글은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소설화 시킨 단편입니다. 오늘은 왠지 오금이 저리는 무서운 이야기는 피하고 싶은 관계로 간단한 거 두 개만^^ (또 올릴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 제공자는 제가 몇년 전에 영어학원에 다닐때 외국인 강사가 들려준 이야기 하나, 두번째는 저의 미술선생님이셨던 분의 친구분이 술자리에서 희안한 꿈만 골라꾼다며 해주신 이야기입니다.
둘 다 소재는 미스테리. 혹시 오싹 오싹한 공포이야기를 원한다면 댓글에.
(말투 딱딱해도 이해해주세요. 남자들 틈에서 자라서 그래요.)
그럼 바로 스타트-
이야기 하나, '강아지'
오늘도 들려오는 엄마의 잔소리.
“강아지는 밖에서 재우라고 했잖니.”
“론이 나를 너무 좋아하는 걸 어떡해요.”
“어휴, 학교나 가!”
“다녀오겠습니다!”
하교 길에 뒤를 졸졸 따라오던 떠돌이 강아지를 주워서 기르게 된지 일주일. 애정이 그리웠던 탓인지 한시도 떨어지려 하지 않는 통에 엄마 몰래 방 안에서 재우다가 딱 걸려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같이 자지 않으면 밖에서 밤새도록 낑낑 거리며 울어버리니...
론은 특이한 버릇이 있었다. 방에 들여놓고 자긴 하지만 침대 위에서 같이 자는 건 나도 사양이라 침대 밑에서 재우는데 내가 잠버릇 때문에 뒤척이다 팔이 침대 아래로 떨어지면 맛있는 사탕이라도 되는 양 밤새도록 손바닥을 핥아대는 것이다. 처음에는 간지러워서 손을 이리저리 피했었는데 일주일이 지나고 보니 그것도 익숙해 져서 이제는 론이 손을 핥아주지 않으면 허전할 정도. 아침마다 침이 흥건하게 묻어있는 것이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녀석이 귀엽게 고개를 갸웃하며 올려다 볼 때면 그저 웃음이 난다. 귀염둥이 같으니! 그나저나 오늘 체육대회연습을 한다고... ... .
“흐아아암- 힘들어 힘들다고!”
“아무리 일등이 탐나도 그렇지 우리 담임 쌤 너무 한다... 어이쿠, 삭신이야.”
“정말 이건 아니잖아!”
“힘들어서 안 되겠다. 나 오늘 학원 안가! 못가! 그럼 내일보자고!”
“어어..! 야! 배신이야!!!”
벌써 저만치 뛰어가는 친구를 보며 나는 이를 갈았다. 내가 학원 안 간다고 하면 울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실 테지... 흐엉, 나도 쉬고 싶다!
“다녀왔습니다아...”
“어머, 무슨 일 있었어? 얼굴이 말이 아니네.”
“체육대회연습 때문에 힘들어 죽겠어요... 일찍 잘게요.”
방으로 들어와 침대위에 쓰러지듯 누운 나는 정신없이 잠에 빠져들었다. 큰아버지께서 오신다고 같이 저녁 먹자는 엄마의 말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은데... 엄마, 좀 봐줘요. 손 하나 까딱 못하겠어.
“으으음...”
얼마나 지났을까, 어슴푸레 방안을 비춰오는 달빛에 눈을 뜬 나는 손바닥을 간질이는 축축한 느낌에 ‘히히’하고 웃어버린다. 론, 나 오늘 안 씻었다. ‘찹찹-’ 거리며 맛나게도 핥아대는 통에 피실피실 웃던 나는 다시 까무룩 잠에 빠져들었다. 날이 밝도록 손바닥에서 간질간질한 느낌이 났다.
“아우우-! 푹 잤더니 살 것 같네.”
주먹을 쥐고 기지개를 켜는데 손바닥이 축축하다.
“으악! 이 침 좀 봐!”
여느 때보다도 더 끈적하게 묻어나는 침에 기겁하던 나는 서둘러 화장실로 향했다. 전용 개 껌을 하나 사주던지 해야지... 온 몸에서 광이 나도록 뽀득 뽀득 샤워를 마치고 부엌으로 내려가자 계란말이를 하고 있던 엄마가 아침인사를 한다.
“잘 잤니? 깨워도 안 일어나고 죽은 듯이 자더라.”
“너무 피곤해서 그만... 큰아버지는 다녀가셨어요?”
“저녁 먹고 바로 가셨지 그리고...”
“론! 로온-! 론! 얘가 어디 갔지? 아, 엄마 그리고 뭐요?”
부르면 어디선가 단박에 달려 나오던 작은 녀석이 보이지 않아 두리번거리다 다시 엄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큰 아버지께서 론을 키우고 싶다고 하셔서... 큰아버지 댁에는 작은 마당도 있잖니?”
“안돼요! 론은 제 강아지에요! 절대 안돼요!”
“이미 어제 저녁에 데려가셨단다. 얘기하려고 깨웠는데 통 일어나야 말이지.”
이야기 둘, '꿈 속의 추격자'
“후욱... 후욱...!”
이러다간 정말 미쳐버릴 것만 같다. 또다. 또 이 지긋지긋한 꿈속에 들어와 버렸다.
“제길! 이번엔 또 언제까지 도망쳐야 하는 거야!”
어찌된 일인지 무려 한 달 동안! 하루도 일주일도 아닌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지긋 지긋한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일 밤 이어지는 악몽 속에서 나는 달리고 또 달린다.
“우히히히히히!!!”
“으아악!”
바로 저 놈! 시퍼렇게 날이 선 칼을 든 채 내 뒤를 쫓아오는 저 괴물 같은 놈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서! 기괴한 웃음을 흘리며 내 뒤를 쫓기 시작하는 녀석을 따돌리려 내 발은 쉴 틈이 없다. 맞서 싸운다는 생각 따위는 할 수도 없다. 붙잡히면 죽는다. 반드시 죽는다...!
“허억, 허억...!”
간신히 녀석을 따돌리고 복잡하게 얽혀있는 좁은 길 사이로 몸을 숨겼다. 저번에는 깊은 산 속이더니 이번에는 복잡한 골목길이 즐비한 주택가다. 꿈은 내가 꾸는 건데 왜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가 없는 거야?!
“...갔나?”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아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데 그만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붉은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난 흰자위를 굴리며 웃기 시작하는 놈의 모습에 오금이 저려온다. 허공으로 천천히 칼이 올라간다. 안돼... 안돼... 안돼...!!!
“흐아아아아악....!”
손을 가슴위로 올리자 쿵쾅거리는 심장의 고동이 느껴진다. 다행이다. 살았다, 살았어. 다행이도 녀석에게 잡히기 전에 꿈에서 깰 수 있었다. 식은땀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출근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팀장님 어디 아프세요?”
“잠을 설쳤더니...”
“일전에 그 악몽 계속 꾸세요?”
“응, 이젠 정말 지긋지긋해.”
“허휴- 이걸 어째... 아! 제가 어디서 들었던 말인데요. 꿈은 꾸는 사람의 심리상태나 무의식속의 상상? 그런 걸 반영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오늘은 잠들기 전에 머릿속을 정리해 보세요.”
“예를 들면?”
“예를 들면- 꿈속 배경을 계속해서 상상하는 거 에요. 바다가 나와라 바다가 나와라 바다, 바다, 바다! 이런 식으로 잠들기 전까지 그 이미지를 떠올리다 잠들면 상상한 이미지가 나올 확률이 높지 않겠어요?”
부하직원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매번 악몽을 꾸면서 짜증만 냈을 뿐 이렇다 할 대처를 못하고 있었는데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겠지. 어차피 그 악몽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배경만이라도 내게 유리한 곳으로...
“성공인가?”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잠들기 전까지 계속해서 머릿속을 정리한 보람이 있었다. 꿈속의 하늘은 역시나 검은 어둠이었지만 배경만큼은 익숙한 곳이었다. 끊임없이 살고 있는 동네를 상상한 것이 도움이 되긴 했나보다. 이번에는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다. 토박이로 자라 이곳 지리는 속속들이 알고 있으니까. 숨을 곳도 도망칠 곳도 망설일 필요가 없다는 말씀. 좋아, 그럼 어디 시작해보자고.
“푸흡, 이거 너무 쉽잖아. 진작 이렇게 해볼걸.”
추격자를 따돌리는 일이 너무도 쉬워 웃음이 터질 지경이었다. 도망치면서도 이런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니. 이정도만 해도 살 떨리는 악몽은 벗어난 셈이 아닌가.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나뉘어있는 고층 빌딩 꼭대기에서 비상구를 이용해 놈을 따돌리고 1층으로 내려와 느긋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나는 엘리베이터 한 대가 1층을 향해 내려오고 있다는 표시를 보며 바로 옆의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중간층인 13층의 버튼을 눌렀다. 놈이 아래를 향해 내려오는 사이 나는 위층으로 올라가 옆 건물로 통해있는 비상구를 타고 내려가면 되겠지. 엘리베이터가 부드럽게 위층을 향해 움직이는 것을 느끼며 나는 고개를 숙인 채 키득키득 웃어버렸다.
“큭큭큭, 잡을 테면 잡아보라지.”
아랫배가 당길 정도로 자리에 주저앉아 큭큭 거리던 나는 ‘우웅’ 하고 옆의 엘리베이터가 내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이제 두 대의 엘리베이터가 위 아래로 스쳐 가면 놈과는 완벽히 방향이 엇갈리게 되겠...
“뭐.. 뭐야 이거...?!”
‘우우웅’ 기계음과 함께 교차되는 엘리베이터의 옆면을 통해 맞은편 엘리베이터의 와이어가 움직이는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옆면이 탁 트인 두 대의 엘리베이터는 정확히 3초 뒤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 놈과 함께.
보너스 한편 더! 요건 그냥 자작.
이야기 셋, '빈장도'
“내일봐요.”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박물관 사무실을 벗어나는 동료 큐레이터의 뒷모습을 쫓다 시계를 확인한 나는 급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녁 8시가 가까운 시각, 서둘러 계단을 밟고 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오셨네요.”
가쁜 숨을 삼키며 걸음하자 늘 그렇듯 익숙한 뒷모습이 자리하고 있다. 저녁 무렵에 찾아와 박물관 폐관에 맞춰 사라지는 이름 모를 여인. 양 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은 채 여인은 오늘도 같은 곳에 서서 두꺼운 유리 너머로 전시된 유물과 눈을 맞추고 있었다.
“폐관 시간인가요?”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는 나를 말없이 바라보던 여인은 인사를 받아줄 생각이 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되묻는다. 말이라도 걸어보려 마음 단단히 먹었는데 김이 센다.
“아직...”
멋쩍게 뒷목을 긁으며 답하자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궁금했다, 언젠가부터 찾아오는 이 묘한 분위기의 익숙한 여인이. 말도 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한참을 제자리에 서서 한 곳만을 주시하는 여인. 오늘은 꼭 그 이유를 물어야겠다는 생각에 여인의 옆에 섰다.
“매일 여기 오는 이유라도..?”
내 물음에도 여인은 여전히 선이 고운 옆모습만을 보인 채 유리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저걸 보고 있었어요.”
작게 들려오는 대답에 여인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낡고 작은 장도(裝刀)들이 정렬되어 있다. 역사를 알리는 박물관 큐레이터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겠지만... 매일같이 몇 시간동안 움직이지 않고 바라보던 것이 고작 낡아빠진 장도라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사람 취향 나름 이겠거니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장도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그러자 여인이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손을 들어 장도 중 하나를 가리킨다.
“다른 건 관심 없어요, 제가 보러오는 건 저것 하나이니까.”
“에..? 빈 장도를요?”
그랬다, 여인의 손끝에 위치 한 것은 칼집만이 남겨진 비어있는 장도집이었다. 칼과 함께 한 쌍이어야 할 장도들 중 유일하게 짝을 잃어버린 채 검집만 남겨진 초라한 장도. 하고 많은 것들 중 매일 같이 보러오는 것이 저 빈 장도라니? 알면 알수록 점점 더 묘해지는 여인이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여인을 바라보자 그런 나와 잠시 눈을 맞추던 여인이 웃는다.
“저 장도가 왜 비었는지 아세요?”
자신은 그 이유를 안다는 투여서 호기심이 동한 나는 그 이유를 물었다.
“기생이었지만 일부종사(一夫從事)의 뜻을 둔 여인이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전쟁이 일어났고 그녀의 연인은 전장에 끌려갔어요. 수많은 이가 적병에 의해 유린당하고 여인도 정절을 위협받았죠. 그러던 중 여인은 자신을 희롱하는 적병의 허리춤에 달려있는 장도를 보게 되요. 그것은 자신의 정절을 담아 연인에게 주었던 정표였죠. 여인이 장도에 관심을 보인 것을 안 적병은 자랑스럽게 그것을 보여주며 말했어요. ‘일전에 내가 죽였던 자의 것이다.’라고...”
끝을 흐리는 여인의 목소리가 조금 떨린 것도 같았다.
“그 기생은 어떻게 됐나요?”
“죽었어요, 바보 같게도 연인에게 주었던 장도로 목숨을 끊었죠. 장례를 치르려 죽은 여인의 손에 들린 장도를 빼려 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어째서 였을까요 여인이 손에 쥔 장도를 끝끝내 놓을 수 없었던 까닭은...”
순간 내 시선이 유리너머 비어버린 장도 집으로 향했다.
“여인이 끝끝내 장도를 놓을 수 없던 까닭은 죽고 나서야 칼끝이 향해야 할 곳이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죠.”
코트 주머니를 빠져나온 여인의 손안에는 핏빛 장도 하나가 들려 있었다.
심심풀이로 올린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저는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