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너에게.

restaqui201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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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정말 오랜만에 너와 얘기를 하는구나.

몇일 전에 너희 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어. 둘째를 임신한 나에게 몸은 괜찮냐.. 조심해라.. 하시면서 걱정을 해주셨지. 어찌나 죄송한지.. 네가 그렇게 되고 난 너희 부모님께 네 대신 잘 해드리겠다고 결심을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소홀해지더구나. 또 내가 너무 자주 전화를 드리면 너에 대한 기억을 상기시켜드리는게 아닌가 해서 조심스럽기도 했어. 모두 핑계에 불과하지 뭐.

 

네가 결혼한지 7년 만의 임신소식을 알리며 쑥스럽게 "나 1월에 엄마돼" 라고 문자를 보냈을 때 난 정말 너만큼 기뻤어. 내 아이에게 네가 베풀어줬던 사랑을 나도 돌려줄 수 있겠구나. 내가 쓰던 육아용품도 물려주고 선물도 사주고 조언도 해주고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건 해줘야지..하고 기대에 부풀었었지.

 

네가 출산을 2개월 정도 앞두고 있었던 2010년 11월.

백운저수지 한정식집에서 친구들과 만났을 때가 마지막이었지.

배가 두루뭉실하게 부른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내가 네 배를 몇번이고 쓰다듬었었어.

그때 너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한테 이제 너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

 

12월 3일. 네 생일 하루 전날 생일겸 임신 축하겸 내가 보내준 선물 잘 받았다고 너한테 전화가 왔었어.

그때 피가 살짝 비쳐서 병원에 갔더니 별거 아니라고 그냥 쉬라고 했다고 말했었지.

아마 그때부터 무슨 징조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난 지금도 왜 너한테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안 했는지 너무나도 후회스럽단다.

그렇게 통화를 한 게 너와의 마지막 대화였어.

 

12월 6일, 새벽에 갑자기 진통이 와서 병원에 갔는데 깨어나질 못하고 있다는 다른 친구의 연락을 받고 남편이라도 전화를 받겠지 하는 생각으로 너에게 수십번 전화를 했지만 전화는 꺼져있었단다.

오산과 평택에 있는 산부인과를 인터넷으로 모두 찾아내서 한곳한곳 전화를 걸어 네 이름을 대며 이런 산모가 입원해 있냐고 물었지만 헛수고였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연락을 해야 네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하루 종일 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단다.

그러다 저녁 7시가 되어서야 남편이 전화를 받으시더구나.

자연분만으로 아이를 잘 낳긴 낳았는데 아기가 호흡이 안 되서 성빈센트 병원으로 옮겼고

아기의 보호자로 남편이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넌 **맘 산부인과에 홀로 남겨진 상태에서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그래서 뒤늦게 성빈센트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라고... 전화통화를 하는 내내 난 손이 덜덜 떨려서 몇번이고 휴대폰을 떨어트릴 뻔 했고 눈물이 앞을 가려서 아무것도 보이질 않더구나.

갑자기 몸이 허공으로 붕 뜨는 느낌이 들면서 현실이 아닌것 같은 기분이었어.

내가 당장 병원으로 가겠다고 하자 지금 와도 면회도 안 되고 깨어나면 연락 줄테니 그때 와도 늦지 않을거라고 네 남편께서 날 설득하셨지.

 

하루 이틀이 지나도 넌 의식을 회복할 기미가 보이질 않았고 난 몇번이고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네 귀속에 대고 아기가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 뭐하고 있는거냐.. 어서 빨리 일어나서 아기도 안아보고 젖도 주고 하라고 사정도 해보고 다그쳐도 봤지만 결국 넌 그로부터 한달 정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이다 결국 해를 넘긴 2011년 1월 10일. 저 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원인은 분만 후 과다출혈. 요즘 세상에도 아기를 낳다가 잘못되는 산모들이 있다니 게다가 나와 가까운 친구에게 이런 일이 생기다니.. 난 아직도 어리둥절해.

 

작년 12월 3일에 네 딸의 돌잔치가 있었어. 난 둘째 임신 초기라 입덧이 심한 상태였지만 네 딸이 어떻게 컸을까 너무나도 궁금한 마음에 첫째아이를 데리고 한 시간 반을 운전해 평택까지 갔단다.

좋은 날이니까 절대 울지 말아야지 하는 결심을 하고 또 하고 입구까지 갔는데

너를 쏙 빼닮은 네 딸을 보자마자 눈물이 핑 돌더구나.

시어머니께서 날 알아보시고 내 손을 덥석 잡으시며 "와줘서 고마워요"하면서 우시는데 나도 같이 눈물을 흘렸단다. 돌잡이 때에는 네 신랑이 딸을 안고 등장했고 옆에는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께서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계셨어. 모두들 네 빈자리를 그리워하는 모습에 가슴이 정말 아팠단다.

딸을 안고 감정이 복받쳐서 자꾸 고개를 뒤로 돌리던 네 남편의 모습을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네가 그리웠다. 뭐가 그리 급해서 그렇게도 간절히 원했던 네 아기를 한번 안아보지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간거니.  

 

친구야. 네가 있는 지금 그곳에서 행복하니?

네 딸의 수호천사가 되어 항상 곁에서 지켜주고 있는거지?
나중에 네 딸이 컸을때 만날 기회가 있다면 난 네가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말해주고 싶다.

아무리 화가 나도 짜증한번 내지 않던 너.. 오죽하면 별명이 천사표였을까.

 

그립다. 친구야.

 

2012년 3월 비오는 어느 날 아침에

너를 그리워하는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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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으실땐 꼭 응급처치가 가능한 소아과와 함께 위치한 산부인과를 가시고

과다출혈을 대비해 수혈을 받을 수 있는.. 되도록이면 큰 산부인과를 선택하시라고

출산을 앞두신 산모님들께 당부의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모두에게 순산의 기운을 팍팍 드립니당~ 쑴풍쑴풍!! 얍!!

 

-이상 6월에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 걱정맘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