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휴가복귀를 앞두고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

W상병2012.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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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사랑하는 D야 ^^

 

오빠야. 군생활중 가장 긴 1차 휴가라는 선임들의 말이 무색하게도, 벌써 복귀의 순간이 다가왔어.

 

믿기지 않아. 내가 만났던 사람들과, 내가 누웠던 침대, 심지어는 내가 지금 두들기고 있는 키보드 자판

 

까지도 내일 이시간이면, 너무나도 나한테는 낯선 것들이 되어버리거든. '단절'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건지.. 모든 군인들이 느끼겠지만, 정말 휴가 복귀는 해도 해도 익숙해지지는 않는 것같아.

 

 

 

이번 휴가때.. 정말 큰 사건이 있었지.

 

예정처럼 우린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 쌩뚱맞게도 헤어지자는 말이 나왔지.

 

그것도 일병말호봉 군화인 내입에서 말야.

 

일말상초라는 것이 곰신들이 군화를 많이 찬다는 시기라고 잘 알려져있기에 일말 상초 시기에

 

군화가 곰신에게 이별을 고한다는 것을 남들은 이해 못할 짓이라고 생각하겠지? 특히 이 글을 보고있는

 

다른 대한민국의 예쁜 곰신들은 말야.

 

하지만 DH야 내가 던진 그 말은

 

내가 내 자신이 너에게 꽃신을 신겨줄수 있을까? 라는 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의 답이었던것같아.

 

내가 부대에 있을 때 네가 쉽게 던졌던 헤어지자는 한마디 한마디가 날 너무 아프게 했었고,

 

날 괴롭게 했었어.

 

네가 내뱉고, 그다음날에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주워담으려고 한 그 한마디 한마디가

 

날 매일 밤 잠 못들게 했었고, 마음을 찢어놓았어. 그게 너무너무 아파서. 날 너무 힘들게 해서..

 

그 한마디 한마디들이 내 가슴에 스크래치를 너무 많이 냈던것 같아. 상처가 한 수십개는 되서

 

복구 할수 없을것 같을 정도로말야.

 

안그래도 외롭고 지치는 군생활, 다시는 아프고 싶지 않더라구.

 

그것도 너무나도 사랑하는 여자에게 말이야.

 

그리고 아주 솔직하게 말하면, 이렇게 계속 너에게 실망하게 되면,

 

시간이 지나서 너에게 이별을 고할것만 같았어. 판에 자주나오는 '말년휴가 5일전인데 헤어지재요' 처럼.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난 널 너무 사랑하잖아. 사랑하는 여자에게 그런 상처를 줄순 없더라구.

 

안아픈척하면서 네앞에선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널 그냥 내 곁에 둘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러면 너혼자만

 

나중에 너무 많이 아플것같아서... 그래서 아파도 지금 같이 아프려고.. 그런거였어.

 

넌 나에게 눈물로 호소했지. 네가 우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눈물을 흘렸고...

 

그렇지만 너의 눈물앞에서도 난 읍참마속하는 심정으로 널 보냈어.

 

그래 그렇게 널 보내고나니, 집에 돌아와선 아무것도 못하겠더라. 그렇게 기다리던 휴가인데

 

이렇게 괴로울순 없더라구. 하루종일 한강변에서 네생각을 하며, 걷고 또 걸어도 너무 힘들었어.

 

그날 하루종일 눈가가 촉촉했던게 비단 담배연기 때문은 아니었던것 같은데.

 

폐인같이 집에서 음악을 들으며 멍때리는 내게 넌 눈물을 훔치며 단 한번만 더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했어.

 

매몰차게 전화를 끊어야 할것같았지만, 네 목소리 상태를 보니 너무 걱정이 되더라.

 

이별이고 뭐고 일단 걱정부터 됬어. 왜 전화했어 라는 말보단 괜찮냐는 말이 먼저 나왔지.

 

넌 나에게 한번의 기회를 더 달라고 했고, 난 너무나 혼란스러웠어 그렇게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더라. 너에게 기회를 준다는건 다르게 말하자면 또다른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잖아. 깊은 고민끝에 나는 더이상 상처를 입을 곳도 없지만, 너에게 내 마음을 한번 더 주기로

 

했어. 넌 밝게 웃으며 고맙다며 날 안았고. 나도 널 안았어. 솔직히 그 순간 너무나도 기뻤고.

 

 

하지만..

 

한편으론, D야 아직 난 조심스러워.

 

또 다시 저번처럼 이렇게 안아놓고는 내 마음에 상처를 줄지도 모르니까.

 

D야. 오빠는 널 정말 사랑해. 전역하면 매일 더 사랑하며 살거야. 못해준 것들도 해주고 싶고,

 

더 좋은 사람이 될거구. 열심히 능력을 키워 널 책임질수 있는 남자가 되고싶어.

 

그러니, 너도 날 좀더 배려해주고 사랑해주고, 이해해주면 좋겠어. 날 좀 믿어주고..

 

그렇게 하면, 언젠가 내 마음의 상처도 전부 아물날이 오지 않을까?

 

절대 오지 않을 것만 같던 군생활의 끝마저 다가오고 있으니까 말야.

 

 

 

 

 

D야. 우리 더 깊어지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