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백혈병환자의 봄, 그리고 근황

조백혈병2012.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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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심 놀람 

 

아직 살아 있습니다. 작년 한해를 네이트판과 함께 투병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오랜만에 들어와 그 동안 근황을 이야기하고 잘들 계시나 싶어

쿨한 백혈병 23살 조스타, 아니 조백수통곡 쿨한 백혈병환자 조백혈병 오랜만에 등장!

 

휴대폰을 뒤적이다가 군대에서 민간병원으로 후송된지 얼마 안되고 항암을 기다릴 때

사진이 있는데 톡이 되면 그 쿠닌 냄새나는 사진 공개도 공개 하겠음취함

 

 

 

 

1. 불행인지 다행인지 요즘은 몸이 아주 좋습니다.

감염의 위험 속에서도 잘 버텨준 히크만도 저번 달에 뽑았답니다.

히크만을 뽑는다는 것은 참 의미가 많아요 IV3000을 더 이상

붙이지 않아도 되고, 소독도 할 필요도 없고, 감염의 공포에서도 벗어나는거구요

그런데 히크만을 뽑는다는 게 생각보다 무섭더라구요. 거의 일년 가까이

몸에 유착되어 있던 것을 떼어 낸다는 건 마치 포경수술을 하는 긴장감이랄까부끄

그런데 뽑는 일은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더라구요 의사선생님이

뻅니다 쭈욱, 쭈욱, 뭔 자장면 면 뽑듯이 몇 번 댕기니까 쑤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웈

하고 나오더군요 산고의 고통을 예상했는데 너무 쉽사리 빠져주다니

(그런데 어느 경우에는 상당한 고통을 느끼는 분도 있다고 하심)

 

 

 

 보통 히크만을 뽑으면 의사 선생님이 가져가서 버리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저는 냉큼 히크만을 달라고 했음, 당황하는 의사 선생님. 잠잘 때 배기게 하던 것인데

 몸에서 떨어지니 뭐 이리 하트 모양도 그리고 싶고 그 꿈틀이 같이 귀엽게만 보이는지

 나는 히크만 받으며 뽑은 히크만 달라는 환자 처음 보죠라고 하니 고개를 끄덕이는

 의사 선생님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는, 뭐 이런 환자가 다 있지 라는 표정

 

 

 

투병은 분명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모든 과거는 (살아남았다는 전제 하에) 추억이 되는 것 같음

사실 재발의 위험이 있고, 다시 처음부터 항암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온 몸이 

그 코카콜라 광고에서처럼 부르르르르르르르르르 떨리지만, 그건 그 때 가서 생각해야 할 일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이 버텨내질 못할 고통이 없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다는 생각

모든 일은 지나고나면 강박이 되지 않는 한 별거 아닌 게 없게 되는 것 같더라구요 똥침

(K팝스타에서 백아연양이 소위 깡다구가 있다는 말을 하면서 어렸을 때 투병을 해서 그런가라는 말을 하는 심사위원을 보며 아마 그 지점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닐까 싶었음)

 

 

아차 히크만을 뺏다고 완치가 된게 아니라 단순히 치료가 종료 된거임

보통 치료종료 후 2년 내에 재발을 제일 많이하고 완치 판정은

치료가 끝나고 5년이 지나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주기적으로

외래진료를 가서 혈액상태를 체크한다는

 

 

2. 요즘 저는 폭풍 다이어트 중임, 뭐랄까 조쿠닌으로 다시 들어간 기분

환자가 뭔 놈의 다이어트라고 하는데 투병하면서 폭풍섭취한 덕분에 통곡

아프나 안아프나 다이어트는 일상인 삶이라니 삶이라니!

 

아 처음 톡을 썼을 때 비뇨기과 이야기를 썼는데 현재 진짜 고자...

내가 고자라니.. 내가 고자라니... 사실 아직 고자인지는 모르겠다는,

저번에 교수님에게 비뇨기과 잡아주심 안되나 물어보려다가

뭔가 부끄럽고 아직 임신(?)계획이 없으므로 아직은 보류중입니다.

서양 야동이 아니라 일제 야동으로 변경되었나 궁금했는데퉤

조만간 외래에 가면 다시 한 번 물어보도록 해야 겠다는 부끄

 

 

3. 어제 저녁에 봄비가 내리던데, 센치해지진 않았지만

   올해 생일을 맞이 한 것과는 다른 기분이 들더라구요.

 

올해 생일은 나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 시절이라면

봄비를 보니 돌아가신 분들이 생각이 나더군요. 죽는다는 것,

얼마 전에는 친했던 C아저씨가 재발하셔서 병원에서 면역력 덕분에

갑작스런 감염으로 인해 돌아가셨습니다. 환자들끼리 이야기 하다 보면

우리가 가끔 환자인게 맞는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는데

비슷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해서 끝낸 덕에 자주 농던지며 친했던 분이고

외래 때마다 몸 챙기라고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조심 좀 하라고 구박도 하시고

그리고 히크만 뽑기 전에는 히크만 뽑을 때 웃으시면서

아프다고 겁까지 주시던 분인데,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니

도대체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군요. 그래서 이 톡을 쓰기로 생각하면서

그 전에 톡들도 아저씨는 보셨기 때문에 혹시나 해서

목련이나 그런 봄 사진들을 찍어 올리고 싶었는데 밤에 돌아다니니

사진 찍기도 어렵고 잘 못찾겠더군요. 시퍼래진 차가운 손으로 제 손을 잡아주던

그 마음에 뭐라도 하고 싶었는데 그게 안되더라구요 나도 누워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 공포감과 아저씨의 목소리들이 생각이 나더라구요 다른 면회객들은

보내는 말들을 잘 하셨지만 저는 아무 말 할 수 없더군요. 사실 지금도

아저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립니다. 뭐라 해야 하나.

 

아저씨는 박지웅 시인의 신기섭시인에 대한 애도시 "너는 늙어서 죽었다"처럼

무럭무럭 잘 살다가 노환으로 돌아가셨다라고 중얼거리게 되네요.

 

 그리고 아저씨의 장남인 친구야. 미안하다. 내가 자네보다 나이가 많으니 말을 편히 할게 아니 편히 하고 싶다. 그런 사이이고 싶지만 지금은 연락이나 그런 것이 안되니까 힘들겠지. 여하튼 자네가 이 톡을 볼 수 있을꺼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이 톡이 오늘의 톡이라던가 베스트 톡이 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생각하고. 그래도 나는 자네가 잘 지켜낼 거라고 생각하고 말을한다. 아주머니가 자네를 위로 좀 해달라고 말했을 때 나는 자네에게 해줄 말이 아무 것도 없어서 가슴이 아팠다. 나도 같이 투병했던 사람이고 아저씨 바로 옆에서 아저씨와 수다 떨며 장난도 쳤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미안하다. 오전 오후 통합 한시간만 면회되는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아저씨를 생각하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자네에게 위로의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 말 하지 못하는 것이 내 딴에는 위로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는 자네가 잘 이겨내길 바란다. 자네가 더 잘 알지 모르겠지만 아저씨는 사람이 좋았고, 병원 간호사선생님들도 비통해 할 정도로 모두 슬퍼했을 정도로 사람을 좋아하셨다. 알았으면 좋겠고 만약 본다면 아줌마께서 내 휴대폰 번호를 아실테니까 연락 한 번 주길 바란다.

 

 

 

4. 생일 전날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있어서 붙여놓기 해봅니다.

 

 내일이면 생일이다. 작년엔 과학화 훈련장에서 생일을 아무렇지 않게 보냈었다. 언제 생일을 기념했던 적이 있던가. 그래도 올해는 뭔가 새롭다. 살아 있는 것이다. 많은 환우들을 먼저 보내고도 나는 이렇게 살아 있는 것이다. 문득 처음 응급실에 가서 인턴들이 혈관을 찾지 못해 나비바늘을 들고도 몇 번이나 찌르던 기억이 난다. 나비로도 혈관을 잘 안 잡힌다는 인턴의 말을 들으며 나비, 나비, 나비! 박진성 시인의 시를 생각하며 킥킥, 그랬구나, 킥킥 그러며 혼자 웃었다. 느끼지 못한 것들을 그 것도 극단적인 것들을 마주 한다는 설렘이 있었다. 군복을 입은 채 멍하니 앉아 있으니 바삐 움직이는 의료진의 풍경은 마치 준비태세를 하던 생활관을 떠올리게 했다. 빠르기만 해선 아무 소용없다. 투병의 시작을 참으로 유쾌하게...... 했던 것 같다. 요즘 감기 덕분에 고생이다 재발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같이 치료를 받았던 사람들의 재발 소식을 생각하며 처음 항암하며 새벽마다 발작처럼 오던 식도가 뭉개지는 것 같은 고통도 생각이 났다. 그때는 내가 생일을 맞이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했다. 재발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니 끔찍하군. 10대 후반 때 나는 20대 초반에 죽을 거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고, 그게 이루어지나 싶었던 시기다. 터무니없는 생각이었지만 치료 받는 데 참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다. 놔 버렸을 때가 집착의 절정일지도 모르겠다. 천재는 요절하면 되지만 대가가 되기는 어렵다는 어느시인의 말이 생각난다. 돌아가신 분들이 생각난다. 같이 이야기 했던 것들을 난독해본다. 낭독이 아니라 난독 내일은 종일 난독해야 하는 날일 것 같다. 이제 생일이 아니라 기일을 생각해야 하는 이들에 대해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처럼 기억나지 않는 이들에 대해 나는 그들의 서사를 난독해야겠다. 내일은 그런 날이다. 좋다. 난독하자 난독. 쓰고나니 참 두서 없는 글이다.     그래도 좋다. 난 살아 있다. 더 고통스러울 수 있다       메일5. 과거 톡에 베플되었던 사람들 혹은 카톡으로 연락했던 분들은 잘들 지내는지 모르겠어요. 시한부라고 힘들어 했던 친구는 잘 있을려나 예비역김병장님도 잘계실라나, 모두 소식이 궁금하네요. 휴대폰을 바꾼 턱에 카톡에 저장되어있던 분들도 모두 사라지고 안타깝네요. 잘들 계실꺼라 믿습니다.     메일6. 아무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그건 어렵다는 것을 잘 압니다.     병원에 가면 큰 병이 있을까봐 겁이 나셔서 검사를 못하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아직 자식들을 다 키우지 못하셨고, 성년이 된 자식들에게도 짐이 되기 싫다는 핑계로 건강검진을  한사코 거부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닌 저희 어머니도 그렇고요, 그렇다면 자녀로서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도대체 무얼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경제적인 능력이 안되는 어린친구라면 부모님 손을 붙잡고 건강검진을 권유하는 것도 좋을테고, 경제적인 여건이 되는 친구라면 건강검진을 선물하는 것도 좋을 것이며 최소한 보건소에 손을 붙잡고 같이 가는 것도 좋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을 사랑한다면 스스로도 건강검진을 받아야겠지요. 부모보다 먼저가는 것만큼 불효는 없다잖아요.   봄입니다. 봄비도 오고, 모두 건강해지길 바랍니다.   저는 건강히 잘 살고 있습니다. 요즘은 이러고 놉니다.

 

펩..펩쉬맨! 안녕 모두 건강한 계절을 맞이 하자구요. 건강검진 꼭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