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만끽] 세계일주 350일차 -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 등반기 下 여기는 여전히 캠프 One, ㅎ 저녁에는 고소 적응차 커피도 타먹고 물을 많이 마셨는데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 새벽에 신호라도 올까 겁이난다. 한국에서 산행을 갈때도 그렇지만 겨울산의 가장힘든 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정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그건 바로 한밤중에 화장실을 찾아서 따스한 침낭 속을 빠져나와 텐트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밖은 정말.. 너무 춥다.. ㅠ 다음날, C2 (Camp2 Nido de Cóndores (5570 m))로 올라가기 위해 일찍부터 서둘렀다. 아콩카구아는 오후에 날씨가 궂어지기로 유명하다. 강풍이나 눈보라는 대부분 오후에 몰아치기에 자리가 좋은 곳에 텐트를 치려면 정오를 기준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좋았다. BC(4370m)이후로 운행중에는 항시 완전무장을 해야했다. 추위와 그로인한 동상을 예방하기도 했지만 고산에서 흰눈에 비친 강한 자외선이 피부와 눈에 직접 닿았다가는 설맹과 화상의 위험 역시 크기 때문이었다. 베이스캠프에서 얼굴이 ‘좀 탓다’라는 표현은 부족했던 거의 화상에 가까웠던 일본인 등산객을 만났었는데 그를 보곤 항시 안면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녔었다;; 캠프2 (5570m)에 도착하니 다시금 고산증이 찾아왔다. 높아진 만큼 두통 더 심한 것 같다. 우리는 상태가 좋으면 C3까지도 가볼까 했는데 별도의 상의도 필요없이 BC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고산증으로 C2에서 BC로 내려오기도 했지만 이건 대부분의 등반대가 따르는 스케쥴이기도 하다. 4000m급의 높이에서는 체류하며 고소적응을 해도 괜찮지만 그 이상 5~6000m급에선 낮은 곳과 높은 곳을 반복적으로 오가며 고소적응을 하는것이 신체에 큰 무리가 오지 않고 좋다. 우리는 BC에서 하루간의 휴식시간을 가지고 다시 C1 - C2를 거쳐 정상공격을 앞둔 C3 (Camp3 Berlin (5950 m)) 베를린 캠프로 올라갔다 베를린 캠프에는 작은 오두막이 몇채 있었지만 워낙 지저분해 텐트가 있는 팀은 아무도 오두막을 이용하지 않았다;; 추운 설산을 이동할 때 신는 이중화와 크램폰(바닥이 뾰족한 빙벽화용 아이젠) 겉은 완전 방수가 되도록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있고 그 안에 푹신한 속 신발을 하나 더 신는 구조다. 일단 플라스틱.. 당연히 무지 불편하다;; 정상공격을 하루 앞둔 두 산총각. 뭔가 피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듯한 얼굴이다..;; ㅎ 정상공격은 정상을 오른후 하산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에(보통 왕복 13시간 가량 소요된다.) 다른 캠프간의 이동보다 훨씬 넉넉 일정으로 움직여야 했다. 덕분에 식사를 마친 뒤 바로 물을 만들어 두고 저녁 7시쯤 잠을 청했다. 다행히 날씨가 너무나 좋다. 내일도 아콩카구아가 우리를 초대하는 마음에 변함이 없기를 바란다. 새벽 기상, 3시쯤 일어나려 했는데 알람소리를 듣지 못하고 4시 반이나 되어서야 일어나 버렸다. 서둘러 준비를 했고 간단한 아침식사와 마실 물을 끓인 후 정상을 향한 걸음을 시작! 기상이 늦어져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운행이 훨씬 지체 되었지만, 이날 우리의 자신감은 충분하다 못해 넘쳐 났는데 느끼기에 고소적응도 잘되어있었고 컨디션도 정말 좋았다. 하지만 운행을 시작하고 고도가 더 높아짐에 따라 급격히 지치고 숨도 더 가빠지기 시작한다. 정상공격을 할때는 등정 후 캠프까지 다시 하산을 하기에 꼭필요한 장비외에 물과 행동식만을 챙겨갔다. 6000m 이상이 되니 역시나 운행이 힘들다 도대체 무슨 차이인가 싶은데도 이리 힘이 드니 나중에 우리는 시불시불 욕지기도 내 뱉으며 걸음을 옮겼다. 운행을 시작한지 4시간쯤, 하산하는 한 팀을 만났는데 앞으로 4~5시간을 더 가야 한단다. 그정도로 먼 것 같진 않았는데 계속가다 보니 속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그만큼 기운도 빠졌다. 2시간쯤 더 운행하니 돌산을 타고 오르는 구간이 나왔는데 이곳을 넘으면 정산인 듯 했다. 하지만 이때쯤 우리의 체력은 거의 바닥이 나 있었고 마침 하산하는 다른 산행팀들의 가이드로부터 하산해야 할 것 같다는 충고까지 받게 되었다. 우리의 정신은 분명 멀쩡하다고 생각했지만(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정신이 멀쩡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우리의 몸은 멀쩡하지 못했다. 두통과 함께 한발한발을 딛을 때마다 큰 숨을 몰아쉬어야만했고 몸을 조금이라도 크게 움직일 때면 전력질주라도 한 듯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우리는 얼마간 더 운행을 하며 고민을 하다 하산을 결정 했는데 이상하게 나는 그때부터 몸에 기운이 다 빠져 정말 한걸음을 걷는 것도 힘이 들었다. 엎친데 덮쳐 날씨까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안개가 끼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한치앞을 보기도 힘들만큼 짙은 안개가 사방을 가렸다. 하산을 할 때 고산증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동료가 있는 팀을 두팀이나 만났다. 기어가듯 느린 속도로 우리의 캠프로 향했고 오랜시간이 걸려서야 텐트에 도착했다. 텐트에 와서는 물과 스프를 끓여먹고 정말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우리는 정상공격에 실패 했다. 정상공격 실패 후 텐트속에 기절하듯 잠이 든 뒤 새벽에 너무 머리가 아파 다시 일어나야만 했다. 항상 마실물을 미리 만들어 두었는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그냥 잠들었다가 더 힘들게 물을 끓이고 두통약을 먹곤 다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우리는 둘 다 두통을 호소했고 BC로 내려가 휴식과 함께 재정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재도전! 이건 ‘1차 정상공격’ 실패일 뿐이다. 텐트는 그대로 C3 Berlin에 둔채 최소한의 장비만 챙겨 BC로 내려왔는데 확실히 고도가 낮아 질 수록 급격히 컨디션이 좋아졌다. 다행히 날씨도 참 좋다. C2에 대포시켜 둔 식량들을 확인하고 바로 BC로 향했고 BC에 설치해 두었던 작은 식량텐트를 비운 뒤 그곳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쫍다ㅎㅎ 이건 내가 여행중에 사용하는 1.5인용(?) 정도 싸이즈의 텐트인데 두명이서 자려니 무척 불편했다. 덩치가 큰 형은 발끝과 머리가 텐트에 맞닿았다;; 푹~쉬기로 한만큼 맘껏 늦잠도 자고 가능한한 풍족한 식사를 하기위해 최선을 다했!! 지만 요정도...;;; 고산에서는 정말 요리가 안된다. 특히 삶는 종류의 요리, 밥이 잘안되는 건 두말 할 것도 없고 감자도 안 삶기고 특히 우리가 많이 준비해갔던 파스타류는 최악이었다. 요리를 하고 맛을 보면 이건 무슨 껌 씹는 듯한 느낌;;; 내가 만들었지만 진짜 그건 내생에 최악으로 맛없는 요리였다. 형은 파스타가 너무 맛이 없어서 거의 화까지 났었고 다음번엔 형이 요리를 했지만 역시 고산에서의 그 맛은 변하지 않았다;; 우린 그 후로 파스타를 만들지 않았다.. ㅋㅋ 그리곤 짐정리와 2차 정상공격을 위한 식량과 일정을 맞춰보곤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졌다. BC에서 이틀간의 휴식을 마치고 C3까지 올라가기 위해 서둘러 준비를 했고 오전 9:30분 경 BC를 떠났다. 한번에 C3까지 가는게 조금 무리인것 같았지만 하산 때 전진텐트와 장비를 두고와서 어쩔 수가 없었다. 한번 기운이 빠졌었기에 컨디션이 걱정되기도 했는데 다행히 운행에는 큰차질이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그 이전보다 더 힘이 들었다. 오전부터 강풍이 대단했는데 쎈바람이 한번불면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자 바람은 약해지는 듯 했는데 곧 먹구름과 눈보라가 몰려 왔고 우리가 C2에 도착했을 때는 White out(짙은안개와 눈보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음)현상으로 더 이상은 C3를 향한 운행이 불가능 해질 정도였다. 우리는 결단을 내려야 했고 더 이상의 운행은 무리라는 판단에 C2의 구조대 텐트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기에 이르렀고 다행히 한 여행사팀의 남는 텐트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좋쿤, Good :) 빨간 텐트안,ㅎ 저녁 식사를 하려 하는데 우리가 가진건 너무 먹기 힘들었고(고산에서 요리하기엔 너무, 정말 심하게 맛이 없었다;;) 마침 텐트안에는 풍족한(?) 식량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 텐트안에 있던 참치캔 두 개와 스프하나를 꺼내 먹었다. 미안하지만.. 아무튼 미안하다..;;; 암쏘쏘리ㅠ 내일은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햇볕이 쨍쨍~ :) 날씨 좋다~ 다시 C3 (Camp3 Berlin (5950 m)) 베를린 캠프를 향해 출발~! 날씨 좋구나~ 비행기 탈 때 사용하려고 동아리 산악부실 구석에서 가져온 80년대 파랑 통배낭;; 더 이상 아무도 산에갈 때 메지 않았었는데 어쩌다 보니 아콩카구아까지 오게 되었구나,ㅎ 그리곤 순조로운 운행속에 다시 C3로 돌아왔다. 처음 C3에 도착했을 때 캠프사이트의 풍경은 정말 가관 이었다. 우리가 설치해둔 텐트는 묶어둔 스트링도 다 풀렸고 후라이가 찢어 졌는가 하면 폴대까지 휘어져 있었다. 아, 빌린건데;; ㅠ 언른 재설치 하고 휴식! 저녁을 먹고는 다음날의 정상등정을 위해 이것저것 상의하며 다리에 파스도 한 장 붙여 본다.ㅋㅋ 2차 정상공격을 앞두고 4000m, 5000m, 6000m를 몇 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해서 고산증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역시 식사였다. 파스타를 하든 밥을 하든 모두 죽이 되어 버렸는데 세상에 그렇게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이곳에서는 도무지 요리를 맛있게 할 수가 없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서 정말 다행이다. 부디 내일도 오늘만 같기를.. 우리는 혹시라도 재시간에 일어나지 못할까봐 알람을 다섯 개나 맞춰두고 잠을 잤다. 다행히 새벽 3시경 잠에서 깨어났고 운행출발시간을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물은 자기전에 미리 끓여 보온병에 담아 두었고 아침식사로 누릉지와 참치볶음, 그리고 한양대팀에게 얻었던 전투식량을 데워 먹었다. 운행을 시작하려 하는데 텐트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형~!” 일영이였다. 일영이는 BC에서 만났었는데 우리처럼 둘이서 등반을 왔다가 함께한 일행의 몸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동료는 하산을 했고 혼자서 정상을 오르기 위해 등반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우리가 정상공격을 하는날 일영의 일정도 겹쳐 우리텐트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셋이서 정상을 향한 산행을 시작했다. 밤하늘엔 여전히 별이 가득했고 주변은 암흑으로 가득차 온통 고요하기만 하다. 렌턴을 켜고 한참을 걷자 여명이 밝아 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주변이 밝아져 왔다. 1차 정상공격 때와는 달리 몸이 가뿐하다. 왠지 이번에는 될 것 같다는 느낌. 쉴때면 어김없이 행동식을 흡수 했고 물도 자주자주 마셨다. 'Indipendencia'에서 긴 휴식을 가진 뒤 정상 전의 마지막 고비였던 구간에 도착. 우리는 이곳에서 라면을 끓여먹기 위한 시도를 했다. 1차 정상공격 실패의 원인이 부실한 식량계획으로 인한 체력고갈이라 판단했기에 준비한 특식 이었건만 고산에서의 강풍과 휘발류버너의 문제는 쉽게 라면을 데워주지 않았고 결국 우리는 라며을 먹을 수 없었다.;; 하지만 충분히 넉넉하게 행동식을 준비했기에 휴식 후 다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머지않아 1차 공격을 실패한 지점에 닿았는데 정상이 눈앞에 보였다. 겨우 이 높이에서 발길을 돌렸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했고 차라리 왠지 대견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한걸음 한걸음을 옯겼고 오후 1:15분경 드디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정상은 이렇게 생겼구나.. 이상하다. 킬리만자로 때 처럼 대단한 감동이 밀려오진 않았다. 단지, ‘역시 왔구나’ 하는 생각.. 주변이 온통 하얗고 더 이상 높은 봉우리는 보이지 않는다. 아...좋다.. 우리는 가장 먼저 부기를 꺼내 홀로 서서 정상임을 나타내고 있는 십자가 앞에 펼쳐들었다. 진짜 왔구나.. 왠지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ㅎ 기념사진을 찍고 정상의 공기를 폐속 깊숙히 몇 번이나 담고서는 하산을 하기로 했다. 얼마나 힘들게 올라 왔는데, 정상에 잠시 머무르고 다시 산을 내려가려하니 왠지 드는 아쉬움에 깊은 숨을 한모금 더 마셔본다. 세상엔 과정이 중요한 것이 있고 결과가 중요한 것이 있고 이 두가 모두가 중요한 것이 있단다. 산은 그렇다. 과정이 중요하다.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3일에 걸친 하산. 산을 내려와 보니 가벼운 산책 분위기의 사람들이 많다. 저 위는 북극이라도 되는냥 두꺼운 우모복을 걸치고 있는 사람들 뿐인데 입구까지 내려오니 이곳이 정말 같은 산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다. 공원 관리소에 들러 체크아웃을 하고 드디어 20여일 만에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돌아왔다. 19박 20일 그렇게, 길었던 아콩카구아 산행이 끝을 맺었다. 나름 오래전부터 산을 다녔다. 하지만 자의로 산을 찾아가기 시작한건 20살 무렵이었고 23살 때 학교 동아리 산악부에 입부하며 암벽등반, 빙벽등반 등 좀 더 테크니컬한 등반도 접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산은 왜 가나? 정상은 왜 오르나? 왜 그 고생을 해가며 산을 오르려 하는건가? 물론 사람마다 그 이유는 모두 다를 것이다. 내게 산은 그렇다. 산에는 과정이 있다. 산에는 여유가 있고, 산에는 푸른 나무가 있다. 산은 자연 그 자체다. 딱히 이유를 대려하니 잘 못하겠다. 나는 자연이 좋다. :) 청춘만끽 500일간의 세계일주! Blog - www.cyworld.com/hwan0768 8
[청춘만끽] 세계일주 350일차 -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 등반기 下
[청춘만끽] 세계일주 350일차 -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 등반기 下
여기는 여전히 캠프 One, ㅎ
저녁에는 고소 적응차 커피도 타먹고 물을 많이 마셨는데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혹시 새벽에 신호라도 올까 겁이난다.
한국에서 산행을 갈때도 그렇지만 겨울산의 가장힘든 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나는 정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그건 바로 한밤중에 화장실을 찾아서 따스한 침낭 속을 빠져나와 텐트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밖은 정말.. 너무 춥다.. ㅠ
다음날, C2 (Camp2 Nido de Cóndores (5570 m))로 올라가기 위해 일찍부터 서둘렀다.
아콩카구아는 오후에 날씨가 궂어지기로 유명하다. 강풍이나 눈보라는 대부분 오후에 몰아치기에
자리가 좋은 곳에 텐트를 치려면 정오를 기준으로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좋았다.
BC(4370m)이후로 운행중에는 항시 완전무장을 해야했다.
추위와 그로인한 동상을 예방하기도 했지만 고산에서 흰눈에 비친 강한 자외선이
피부와 눈에 직접 닿았다가는 설맹과 화상의 위험 역시 크기 때문이었다.
베이스캠프에서 얼굴이 ‘좀 탓다’라는 표현은 부족했던 거의 화상에 가까웠던 일본인 등산객을
만났었는데 그를 보곤 항시 안면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녔었다;;
캠프2 (5570m)에 도착하니 다시금 고산증이 찾아왔다.
높아진 만큼 두통 더 심한 것 같다. 우리는 상태가 좋으면 C3까지도 가볼까 했는데 별도의 상의도 필요없이 BC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했다.
고산증으로 C2에서 BC로 내려오기도 했지만 이건 대부분의 등반대가 따르는 스케쥴이기도 하다.
4000m급의 높이에서는 체류하며 고소적응을 해도 괜찮지만 그 이상 5~6000m급에선 낮은 곳과 높은 곳을
반복적으로 오가며 고소적응을 하는것이 신체에 큰 무리가 오지 않고 좋다.
우리는 BC에서 하루간의 휴식시간을 가지고 다시 C1 - C2를 거쳐
정상공격을 앞둔 C3 (Camp3 Berlin (5950 m)) 베를린 캠프로 올라갔다
베를린 캠프에는 작은 오두막이 몇채 있었지만 워낙 지저분해 텐트가 있는 팀은 아무도 오두막을 이용하지 않았다;;
추운 설산을 이동할 때 신는 이중화와 크램폰(바닥이 뾰족한 빙벽화용 아이젠)
겉은 완전 방수가 되도록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있고 그 안에 푹신한 속 신발을 하나 더 신는 구조다.
일단 플라스틱.. 당연히 무지 불편하다;;
정상공격을 하루 앞둔 두 산총각.
뭔가 피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듯한 얼굴이다..;; ㅎ
정상공격은 정상을 오른후 하산까지 염두에 둬야 하기에(보통 왕복 13시간 가량 소요된다.)
다른 캠프간의 이동보다 훨씬 넉넉 일정으로 움직여야 했다.
덕분에 식사를 마친 뒤 바로 물을 만들어 두고 저녁 7시쯤 잠을 청했다.
다행히 날씨가 너무나 좋다.
내일도 아콩카구아가 우리를 초대하는 마음에 변함이 없기를 바란다.
새벽 기상, 3시쯤 일어나려 했는데 알람소리를 듣지 못하고 4시 반이나 되어서야 일어나 버렸다.
서둘러 준비를 했고 간단한 아침식사와 마실 물을 끓인 후 정상을 향한 걸음을 시작!
기상이 늦어져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운행이 훨씬 지체 되었지만, 이날 우리의 자신감은 충분하다 못해 넘쳐 났는데
느끼기에 고소적응도 잘되어있었고 컨디션도 정말 좋았다.
하지만 운행을 시작하고 고도가 더 높아짐에 따라 급격히 지치고 숨도 더 가빠지기 시작한다.
정상공격을 할때는 등정 후 캠프까지 다시 하산을 하기에 꼭필요한 장비외에 물과 행동식만을 챙겨갔다.
6000m 이상이 되니 역시나 운행이 힘들다 도대체 무슨 차이인가 싶은데도 이리 힘이 드니
나중에 우리는 시불시불 욕지기도 내 뱉으며 걸음을 옮겼다.
운행을 시작한지 4시간쯤, 하산하는 한 팀을 만났는데 앞으로 4~5시간을 더 가야 한단다.
그정도로 먼 것 같진 않았는데 계속가다 보니 속도는 급격히 떨어지고 그만큼 기운도 빠졌다.
2시간쯤 더 운행하니 돌산을 타고 오르는 구간이 나왔는데 이곳을 넘으면 정산인 듯 했다.
하지만 이때쯤 우리의 체력은 거의 바닥이 나 있었고 마침 하산하는 다른 산행팀들의 가이드로부터
하산해야 할 것 같다는 충고까지 받게 되었다.
우리의 정신은 분명 멀쩡하다고 생각했지만(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정신이 멀쩡했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우리의 몸은 멀쩡하지 못했다.
두통과 함께 한발한발을 딛을 때마다 큰 숨을 몰아쉬어야만했고
몸을 조금이라도 크게 움직일 때면 전력질주라도 한 듯 온 몸에 힘이 빠졌다.
우리는 얼마간 더 운행을 하며 고민을 하다 하산을 결정 했는데
이상하게 나는 그때부터 몸에 기운이 다 빠져 정말 한걸음을 걷는 것도 힘이 들었다.
엎친데 덮쳐 날씨까지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안개가 끼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한치앞을 보기도 힘들만큼 짙은 안개가 사방을 가렸다.
하산을 할 때 고산증에 몸을 가누지 못하는 동료가 있는 팀을 두팀이나 만났다.
기어가듯 느린 속도로 우리의 캠프로 향했고 오랜시간이 걸려서야 텐트에 도착했다.
텐트에 와서는 물과 스프를 끓여먹고 정말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우리는 정상공격에 실패 했다.
정상공격 실패 후 텐트속에 기절하듯 잠이 든 뒤 새벽에 너무 머리가 아파 다시 일어나야만 했다.
항상 마실물을 미리 만들어 두었는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그냥 잠들었다가
더 힘들게 물을 끓이고 두통약을 먹곤 다시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우리는 둘 다 두통을 호소했고 BC로 내려가 휴식과 함께 재정비의 시간을 갖기로 했다.
재도전! 이건 ‘1차 정상공격’ 실패일 뿐이다.
텐트는 그대로 C3 Berlin에 둔채 최소한의 장비만 챙겨 BC로 내려왔는데
확실히 고도가 낮아 질 수록 급격히 컨디션이 좋아졌다.
다행히 날씨도 참 좋다.
C2에 대포시켜 둔 식량들을 확인하고 바로 BC로 향했고
BC에 설치해 두었던 작은 식량텐트를 비운 뒤 그곳에서 잠을 자기로 했다.
쫍다ㅎㅎ
이건 내가 여행중에 사용하는 1.5인용(?) 정도 싸이즈의 텐트인데 두명이서 자려니 무척 불편했다.
덩치가 큰 형은 발끝과 머리가 텐트에 맞닿았다;;
푹~쉬기로 한만큼 맘껏 늦잠도 자고 가능한한 풍족한 식사를 하기위해 최선을 다했!!
지만 요정도...;;;
고산에서는 정말 요리가 안된다. 특히 삶는 종류의 요리,
밥이 잘안되는 건 두말 할 것도 없고 감자도 안 삶기고 특히 우리가 많이 준비해갔던 파스타류는 최악이었다.
요리를 하고 맛을 보면 이건 무슨 껌 씹는 듯한 느낌;;;
내가 만들었지만 진짜 그건 내생에 최악으로 맛없는 요리였다.
형은 파스타가 너무 맛이 없어서 거의 화까지 났었고 다음번엔 형이 요리를 했지만 역시 고산에서의 그 맛은 변하지 않았다;;
우린 그 후로 파스타를 만들지 않았다.. ㅋㅋ
그리곤 짐정리와 2차 정상공격을 위한 식량과 일정을 맞춰보곤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졌다.
BC에서 이틀간의 휴식을 마치고 C3까지 올라가기 위해 서둘러 준비를 했고 오전 9:30분 경 BC를 떠났다.
한번에 C3까지 가는게 조금 무리인것 같았지만 하산 때 전진텐트와 장비를 두고와서 어쩔 수가 없었다.
한번 기운이 빠졌었기에 컨디션이 걱정되기도 했는데 다행히 운행에는 큰차질이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그 이전보다 더 힘이 들었다.
오전부터 강풍이 대단했는데 쎈바람이 한번불면 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자 바람은 약해지는 듯 했는데 곧 먹구름과 눈보라가 몰려 왔고
우리가 C2에 도착했을 때는 White out(짙은안개와 눈보라로 시야가 확보되지 않음)현상으로
더 이상은 C3를 향한 운행이 불가능 해질 정도였다.
우리는 결단을 내려야 했고 더 이상의 운행은 무리라는 판단에 C2의 구조대 텐트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기에 이르렀고
다행히 한 여행사팀의 남는 텐트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좋쿤, Good :)
빨간 텐트안,ㅎ
저녁 식사를 하려 하는데 우리가 가진건 너무 먹기 힘들었고(고산에서 요리하기엔 너무, 정말 심하게 맛이 없었다;;)
마침 텐트안에는 풍족한(?) 식량들이 있었다.
우리는 그 텐트안에 있던 참치캔 두 개와 스프하나를 꺼내 먹었다.
미안하지만.. 아무튼 미안하다..;;; 암쏘쏘리ㅠ
내일은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햇볕이 쨍쨍~ :)
날씨 좋다~
다시 C3 (Camp3 Berlin (5950 m)) 베를린 캠프를 향해 출발~!
날씨 좋구나~ 비행기 탈 때 사용하려고 동아리 산악부실 구석에서 가져온 80년대 파랑 통배낭;;
더 이상 아무도 산에갈 때 메지 않았었는데 어쩌다 보니 아콩카구아까지 오게 되었구나,ㅎ
그리곤 순조로운 운행속에 다시 C3로 돌아왔다.
처음 C3에 도착했을 때 캠프사이트의 풍경은 정말 가관 이었다.
우리가 설치해둔 텐트는 묶어둔 스트링도 다 풀렸고 후라이가 찢어 졌는가 하면 폴대까지 휘어져 있었다.
아, 빌린건데;; ㅠ
언른 재설치 하고 휴식!
저녁을 먹고는 다음날의 정상등정을 위해 이것저것 상의하며 다리에 파스도 한 장 붙여 본다.ㅋㅋ
2차 정상공격을 앞두고 4000m, 5000m, 6000m를 몇 번이나 오르락 내리락 해서 고산증은 더 이상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역시 식사였다. 파스타를 하든 밥을 하든 모두 죽이 되어 버렸는데 세상에 그렇게 맛이 없을 수가 없다.
이곳에서는 도무지 요리를 맛있게 할 수가 없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서 정말 다행이다.
부디 내일도 오늘만 같기를..
우리는 혹시라도 재시간에 일어나지 못할까봐 알람을 다섯 개나 맞춰두고 잠을 잤다.
다행히 새벽 3시경 잠에서 깨어났고 운행출발시간을 맞추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물은 자기전에 미리 끓여 보온병에 담아 두었고 아침식사로 누릉지와 참치볶음, 그리고 한양대팀에게 얻었던 전투식량을 데워 먹었다.
운행을 시작하려 하는데 텐트 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형~!”
일영이였다.
일영이는 BC에서 만났었는데 우리처럼 둘이서 등반을 왔다가 함께한 일행의 몸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동료는 하산을 했고 혼자서 정상을 오르기 위해 등반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우리가 정상공격을 하는날
일영의 일정도 겹쳐 우리텐트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셋이서 정상을 향한 산행을 시작했다.
밤하늘엔 여전히 별이 가득했고 주변은 암흑으로 가득차 온통 고요하기만 하다.
렌턴을 켜고 한참을 걷자 여명이 밝아 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주변이 밝아져 왔다.
1차 정상공격 때와는 달리 몸이 가뿐하다.
왠지 이번에는 될 것 같다는 느낌.
쉴때면 어김없이 행동식을 흡수 했고 물도 자주자주 마셨다.
'Indipendencia'에서 긴 휴식을 가진 뒤 정상 전의 마지막 고비였던 구간에 도착.
우리는 이곳에서 라면을 끓여먹기 위한 시도를 했다.
1차 정상공격 실패의 원인이 부실한 식량계획으로 인한 체력고갈이라 판단했기에 준비한 특식 이었건만
고산에서의 강풍과 휘발류버너의 문제는 쉽게 라면을 데워주지 않았고 결국 우리는 라며을 먹을 수 없었다.;;
하지만 충분히 넉넉하게 행동식을 준비했기에 휴식 후 다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머지않아 1차 공격을 실패한 지점에 닿았는데 정상이 눈앞에 보였다.
겨우 이 높이에서 발길을 돌렸다는 사실이 아쉽기도 했고 차라리 왠지 대견스럽기도 했다.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한걸음 한걸음을 옯겼고
오후 1:15분경 드디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정상은 이렇게 생겼구나..
이상하다. 킬리만자로 때 처럼 대단한 감동이 밀려오진 않았다.
단지, ‘역시 왔구나’ 하는 생각..
주변이 온통 하얗고 더 이상 높은 봉우리는 보이지 않는다.
아...좋다..
우리는 가장 먼저 부기를 꺼내 홀로 서서 정상임을 나타내고 있는 십자가 앞에 펼쳐들었다.
진짜 왔구나.. 왠지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ㅎ
기념사진을 찍고 정상의 공기를 폐속 깊숙히 몇 번이나 담고서는 하산을 하기로 했다.
얼마나 힘들게 올라 왔는데, 정상에 잠시 머무르고 다시 산을 내려가려하니 왠지 드는 아쉬움에
깊은 숨을 한모금 더 마셔본다.
세상엔 과정이 중요한 것이 있고
결과가 중요한 것이 있고
이 두가 모두가 중요한 것이 있단다.
산은 그렇다.
과정이 중요하다.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3일에 걸친 하산.
산을 내려와 보니 가벼운 산책 분위기의 사람들이 많다.
저 위는 북극이라도 되는냥 두꺼운 우모복을 걸치고 있는 사람들 뿐인데
입구까지 내려오니 이곳이 정말 같은 산이 맞는 건가 싶을 정도다.
공원 관리소에 들러 체크아웃을 하고 드디어 20여일 만에 사람들이 사는 세상으로 돌아왔다.
19박 20일
그렇게, 길었던 아콩카구아 산행이 끝을 맺었다.
나름 오래전부터 산을 다녔다.
하지만 자의로 산을 찾아가기 시작한건 20살 무렵이었고 23살 때 학교 동아리 산악부에 입부하며
암벽등반, 빙벽등반 등 좀 더 테크니컬한 등반도 접하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산은 왜 가나? 정상은 왜 오르나?
왜 그 고생을 해가며 산을 오르려 하는건가?
물론 사람마다 그 이유는 모두 다를 것이다.
내게 산은 그렇다.
산에는 과정이 있다.
산에는 여유가 있고,
산에는 푸른 나무가 있다.
산은 자연 그 자체다.
딱히 이유를 대려하니 잘 못하겠다.
나는 자연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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