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2012.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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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사는 슴살 여자사람이에요ㅎ 그냥 마음에 담고 있던것 공개적인 장소에라도 풀어놓으면 좀 후련해지지않을까 해서 몇자 적어봐요
아빠 안녕? 바람이 많이 부네. 쌀쌀한 날씨에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이렇게 막상 글 적으려니 원래 나는 아빠 욕할 심산으로 쓰려는건데 머릿속에선 옛 기억들이 소용돌이치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될지 모르겠다아빠 살아는 있지? 연락을 안하니깐 좀 답답하기도하네남들 입에서는 일상적으로 나오는 아빠라는 단어가 나한테는 부르는 그 호칭이 손에 꼽을 정도라니..아빠아빠아빠 그래도 아빠라고 소리내서 부르면 아 나한테도 아빠가 있었구나 새삼 알게돼아빠 나 옛날에 많이 괴롭혔었지? 엄마랑 이혼하고 쭉 어린 난 그게 괴롭힘이었다는 것도 모르고반항하려는 생각조차 감히 못했지아빠성격 진짜 지금 생각해도 진저리칠만큼 싫다ㅋㅋ 조각가의 엄청 센서티브한 그 성격을유치원꼬맹이가 다 받아서 지금 나도 사뭇 진지하고 예민한 사람이 된것같아ㅎㅎ정말 나뻐. 어렸을때는 절대로 할수 없는 말이었지감히 딸이 아빠를 사랑하지 못할망정 싫고 만나기 싫다고 느끼다니 절대 아빠가 나쁘다는말은 할수 없었지. 지금에서라도 말할게. 아빠 진짜 나쁜 사람이야적어도 내 어린시절 기억속에서는 아빠로 인해 힘들고 스트레스 받았던 느낌이 깊게 박혀있어난 절대로 아빠같은 남자 만나고 싶지 않고 엄마같은 여자가 되고싶지않아내 자식한테 이혼이라는 추억과 그 후에 죄여오는 압박감과 슬픔을 물려주긴 싫어아빠의 그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있는듯한 사상을 유치원생에게 마치 어른이라도 대하는것 마냥주입시키고 초등학생 저학년 꼬마가 되서도 여전히 그랬지.아빠 기억나? 우리 맨날 일주일에 한번씩 주말에 만났잖아.유치원생때는 정말 이무것도 모르고 아빠의 고집스러운 면모를 봐왔지만 머리가 좀 크고 저학년이 되니까 아빠가 하는 말들의 대부분에 동의를 하지 못하겠고그때문에 많이 싸웠지. 왜 그랬어? 정말 힘든사람은 나였는데 어른들의 사랑이 지고헤어진 일이 꼬맹이 한테는 얼마나 큰 상처였는데 아빠는 자기 생각에 공감하지 못하면하나하나 꼬투리를 잡고 날 힘들게 했잖아. 이 바보 아빠야.이렇게 글로 쓰니까 되게 가벼운 일처럼 보인다ㅋㅋㅋ 근데 아빠난 그때 진짜 힘들었어다가오는 주말이 얼마나 싫었는지 알아? 아 또 아빠를 만나겠구나난 또 스트레스를 받겠지 말싸움을 하겠지 이런 생각만 잔뜩 한 것 같아예민한 아빠는 내가 아빠를 만나기 싫어하는것을 알아채고 나에게 자주 말했지,아빠랑 만나기 싫냐고거의 매일 전화통화를 했지? 한번 붙들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했잖아아빠가 한 말의 팔십프로가 뭐였는지 알아?아빠랑 전화하기 싫냐고 묻고 만나기 싫냐고 묻는거였어내가 왜 그때 어 아빠랑 만나기도 싫고 전화하기도 싫다고 말을 못했을까나한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어. 딸이 아빠를 싫어하다니 말이 되냐고.그래서 아니 나 아빠 사랑한다고 만나고 싶다고 마음에도 없는 말 했어근데 만나기 싫다고 해도 만났을거잖아주말에 정말 아빠 보기 싫어서 엄마랑 어디 놀러간다고 핑계를 대고 집안에 있으면아빠는 아파트 앞에서 한여름에 에어컨도 안나오는 후진 파란색 똥차에 앉아서 그날 하루 온종일 기다렸지. 난 베란다에서 아빠가 언제 돌아가나 노심초사하며 난 거짓말쟁이라고스스로를 자책하고 혹시 내가 보이진 않을까 노심초사했어
근데 솔직히 아빠 나 만나려고 오는거 맞긴 했어?그렇게 보고싶었으면 만나서 조금이라도 기뻐야 되는데아빠는 의무인것처럼 나를 데리고 놀러가고 항상 말로써 괴롭혔잖아내가 초등학생때 아빠가 끈질기게 물어본것, 엄마가 만나는 친구가 있냐고 물어봤는데난 실수로 있다고 사실대로 얘기했지그 당시에 엄마 애인이 있었어. 나는 엄마를 그 남자친구한테 뺏긴 것 같은불안감이 은근히 있었는데 아빠는 불난집에 물붓는 격으로 나 만날때마다대화의 주제는 항상 그 친구랑 엄마 아직도 만나고 있냐, 뭐하고 노냐 이런 말따위였어아빠는 초딩 3학년한테 여자와 남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정말 웃기지도 않은 말을진지하게 했던거 기억나? 난 아빠가 하는 말마따나 엄마가 죄를 짓고 있구나엄마는 남자따위 만나면 안되는 구나 생각하면서도 엄마랑 집에 있을때면내가 엄마와 남자친구가 만난다는 사실을 아빠에게 말해버렸는데 난 엄마를배신한 나쁜 아이구나 자책 또 자책했어.언제는 내가 아빠한테 엄마와 친구는 이제 만나지 않는다고 하니까아빠가 그랬지? 아빠 친구가 우리 아파트쪽에 사는데 뭐하는지 다 보인다고..장난해? 그거 협박이야 아빠ㅋㅋ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아빠는 엄마를 못잊었구나 생각되는데 그럴거면엄마와 주말에 만나지 왜 어린 나를 끌어들여서 엄마와 남자친구의 어른의 관계를캐묻는데? 엄마가 이혼하고 비정상적인 사랑을 하는것 같아 불안한 나에게그 사실을 두번 세번 잔인하게 인식시켜준 아빠. 날 사랑하는게 아니고 엄마를 사랑하는것 같아..나 초등학교 4 5학년때 틱 엄청나게 해댔잖아 몸짓은 물론이고쉴새없이 특정한 소리를 내고 학교에서도 애들은 그런 내가 시끄러워서 그만하라고 하고엄마와 아빠는 그게 병인지도 모르고 제발 멈추라고 짜증내고 하지만 그거 내가 멈추고 싶다고 해서 멈출수 있는게 절대 아니거든.그때는 내가 엄청 죄인인것 같았어. 조용히 해야 하는데 멈출수는 없고 왜이러지 왜이러지괴로운데 이거 다 아빠엄마 잘못인거 지금에서야 깨달았어아빠가 그렇게 날 힘들게 하고 그 스트레스때문에 내가 틱을 하면하지말라고 그러고 와 진짜.. 그때의 나 정말 불쌍해 지금 과거로 돌아가서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어린 나를 보듬어주고 안아주고 싶은 심정이야
결국은 내가 참지못하고 엄마한테 아빠와 만나기 싫다고 울고불고했지엄마도 아빠를 엄청 싫어했거든.. 그럼 만나지 말라고 엄마가 해결해주겠다고 엄마가 나에게말하는데 나는 이래도 되는걸까 불안했어엄마와 아빠는 전화통화를 하며 이제 나하고는 만날수 없다고 고래고래 소리치며 싸우는데나 유치원생때 엄마와 아빠가 아직 이혼하지 않았을때 싸우던게 생각나서 괴로웠어.그 후에 나와 전화통화를 했을때 아빠는 나한테 엄마가 못만나게 무력으로갈라놓는 거냐고 엄청 물어봤지. 난 대답할 수가 없었어 차마 내가아빠따위 만나기 싫어서 엄마한테 부탁한거라고 말 할 수가 없었어. 그럼 아빠가 너무 불쌍해지니까
아빠는 그만만나자는거 싹 다 무시하고 거의 매일 아파트 앞에서 기다렸지난 어른의 그 무서운 집착이 겁나서 친구들이랑 밖에서 놀지도 못하고 언제 돌아가나불안에 떨며 기다렸어그리고 나중에는 우리집 현관문에 아빠가 그린 엄마의 초상화를 두고갔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그것도 참 지랄맞고 웃겨. 왜 날 그린게 아니라 엄마를 그린거야?아빠는 진짜 날 사랑한게 아니고 엄마를 정말정말로 아직까지 사랑하고 못잊고나는 그 결실일 뿐인것 같은 생각을 지울수가 없어
결국은 이제 연락도, 만나지도 않지
나 고3때 한번 아빠한테 전화했잖아그때 진짜.. 많이 섭섭하더라엄마와 그 남자친구 아직도 만나고 있냐고.. 물어봤잖아지금은 만나지도 않고 엄마도 이젠 나이들어서 만날힘도 없다고 얘기했고 그게 사실이지만아빠의 그 외곬수적인 답답함과 엄마를 나보다 더 생각하는듯한 말에나 어렸을때의 기억이 떠올라서 치가 떨렸어.
아빠, 나 더 성공하면 그때 아빠 만날게.비참한 내 모습이 아닌 정말로 성인으로서 단단한 마음가짐이 되었을때아빠를 만나서 내가 위에 적어놓은 것 다 쏟아내버릴거야아빠 그때까지 건강해. 지금 오십 중후반인가? 혼자서 얼마나 고독할까, 아빠 그래도 건강하게 오래 살아서 나 꼭 만나야돼사랑해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