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를 뺐다. 발치과정에서 애를 먹을 정도로 기괴한 모양새로 자리하고 있던 사랑니는 지독한 고통을 수반하며 내 몸을 떠나갔다. 아귀를 모조리 뽑아 내버리고 싶을 정도로 굉장한 아픔이었다. 붓기에 제대로 다물어지지도 않았던 뼈들이 이제는 제 자리를 찾아 맞물려진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독한 것은 주인 닮았네, 봉합사를 제거하고 나오는 길은 여유로운 생각뿐이다.
끔찍했던 일주일을 보상 받으려는 심리로 치과를 나와 일단, 머리를 밝게 염색했다. 긴 시간동안 앉아있어야 했던 게 곤욕이긴 했으나 기분만큼 홀가분한 머리색이 마음에 들었다. 잘 어울린다는 종업원들의 칭찬을 들었다. 영업용의 미소와 아부가 딱히 싫지 않았다.
그리고 쇼핑을 시작했다. 병이라고 했어도 나조차 납득 할만큼 나는 굉장한 쇼핑광이었다. 뭐든 남들보다 뒤쳐지는 건 싫어서 정기적으로 찾기도 한다. 한동안은 찾을 수 없었던 단골상점부터 차분히 둘러보았다. 점원들의 친절한 접대가 그리웠다. 오랜 시간 밝은 조명아래 노출되었어도 피로하지 않아, 홀로 아케이드를 돌며 닥치는 대로 사 들이고 보니 짐을 실을 차가 없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앞 뒤 안 가리고 행동하는 것은 버릇과도 같다. 고쳐야지, 하는 순간은 이미 일을 저지른 후. 그래서 늘 한숨만 늘어갔다.
골똘히 방법을 생각하다가 나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오래도록 쓰지 않아서 꽤 구형인 모델을 보고는 대리점에 들러 휴대폰도 바꿔야 겠다고 마음먹고, 일단은 전화를 걸기로 한다. 꽤 긴 신호음이 가고, 받지 않을 줄 알았던 상대는 곧 내게 목소리를 전달한다.
형식적이었지만 반가운 목소리, 너는 여전히 남자다운 음성으로 나를 기죽어 버리게 만드는 구나. 그 향기까지 내게로 전달되는 듯 해서 절실해졌다. 갑자기 지금 당장 너무 보고 싶어져서 내가 전화를 건 용건도 잊고 인사도 생략한 채, 위치를 간략하게 말해주니 한숨과 함께 플립을 닫는다.
쇼윈도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적응되지 않은 머리색이 뜨거운 햇살아래서 눈부시게 흩어졌다. 이정도면 괜찮다. 2년의 시간 안에서 이정도 쯤의 변화는 그도 이해해 줄 것이다. 그를 기다리면서는 휴대폰 기기변경을 해야겠다. 물론, 그의 이름을 가장 먼저 등록해야지. 부푼 가슴을 안고 아케이드를 나섰다.
◈
아... 사실 그를 보고 났을 때의 반응은 실로 비참하기 그지 없었다. 추한 모양새로 입까지 벌리고 넋을 놓을 정도로 멋있어진 모습에 감탄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웠을까. 아버지 회사에 들어갔다더니 그는 정말 멋진 어른이 되어 있었다.
몸에 맞게 차려입은 수트의 모양새나 이제는 어색하지 않은 넥타이와 날이 바짝 선 셔츠. 그리고 날카로운 눈매에서 반짝이고 있는 은색의 안경테까지. 마지막으로 본 2년 전 보다 많이 야위었지만 그 나름대로의 멋과 한 두 해 지나면서 나이를 먹게 되어 축적된 성숙함이 그를 더욱 더 화려하게 꾸며주고 있었다. 아, 정말 감탄이 끊이질 않아서 나중에는 내 손으로 입을 가려야 할 판이었다.
둘 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주문하는 메뉴도 여전히 비슷하다. 오랜만의 재회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인사도 없었다. 눈 안으로 담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인사 법이다. 허물없던 이전의 시간들에서 얻은 결과물일까, 아니면 우리 사이에 존재하던 긴 공백이 가져다 준 선물일까. 불같이 사랑했던 시간은 이미 추억일 뿐이라며 나를 비웃는다. 나는 끝낸 적이 없는데, 당신은 그런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시려.
작렬하는 여름햇살을 받아 더더욱 밝게 반짝거리는 내 머리카락을 그는, 차가운 눈 안으로 주시했다. 변한 겉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 걸까? 한참을 집중하다가 이내 나의 두 눈 안을 바라본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조차 부담스럽다. 시선이 변했다. 체감하는 그 눈빛은 이전과 다르다. 가슴 한 켠에 시름이 찾아온다. 시선을 피해보고자 수줍게 눈동자를 내리다가, 그의 손에서 반짝이는 낯선 물체에 시선은 머문다.
아하. 결혼을 했다고 했지, 당신.
「퇴원했다며.」 「응, 정말 홀가분한 거 있지. 여기에 글쎄... 어마어마하게 박혀있던 게 조각이 나면서 빠지더라니까. 이상한 모양으로 나서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당신은 모를 거야. 보여? 아직도 좀 부은 것 같지. 아직 이쪽으로 음식은 못 씹어.」 「그래... 부모님께 연락은 드렸니.」 「나 얼굴도 좀 동그래지지 않았어? 오해하지마, 부은 거야. 살이 찔 틈이 없었어. 음식도 조금씩 줄이고 여자애들 다이어트 하는 것처럼 6시 이후로는 아무것도 입에 안 댔다구.」 「재중아.」 「당신, 만나기 위해서.」
그는 내 말에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미간이 구겨지고 날카로운 눈매가 가늘어진다. 조금만 인상을 쓰고 있자면 단박에 얼굴 형태가 변하는 것 같아서 나는 그의 얼굴을 무던히도 사랑했었다. 선이 얇은 얼굴, 표독스럽게 빛나는 눈매, 자존심 만큼이나 높은 콧대, 나를 탐하던 풍부한 입술까지. 모두 내가 사랑하던 정윤호다. 아직까지 소년 같은 미열을 담고 있을 것 같은 뺨을 어루만지고 싶다. 옛날처럼 손길을 주고 싶다. 온전하게 내 것이었던 그가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싫다.
사실 조급한 마음을 들키기가 싫어서 둘러대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그는 나를 아주 잘 알고 있다. 그의 침묵은 내 내면을 좀먹고 있는 불안함 까지 꿰뚫어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투과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간사한 이기심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답지 않잖아, 이런 것은 우리사이에서 방해요소가 될 수 없잖아.
「나 많이 힘들었어. 진짜. 당신 보고 싶어서 퇴원하자마자 이렇게 달려 온 거야.」 「그런 말은 좀 더 일찍 했어야지.」
동방신기 가시연 앞부분이거맞나요?
사랑니를 뺐다. 발치과정에서 애를 먹을 정도로 기괴한 모양새로 자리하고 있던 사랑니는 지독한 고통을 수반하며 내 몸을 떠나갔다. 아귀를 모조리 뽑아 내버리고 싶을 정도로 굉장한 아픔이었다. 붓기에 제대로 다물어지지도 않았던 뼈들이 이제는 제 자리를 찾아 맞물려진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독한 것은 주인 닮았네, 봉합사를 제거하고 나오는 길은 여유로운 생각뿐이다.
끔찍했던 일주일을 보상 받으려는 심리로 치과를 나와 일단, 머리를 밝게 염색했다. 긴 시간동안 앉아있어야 했던 게 곤욕이긴 했으나 기분만큼 홀가분한 머리색이 마음에 들었다. 잘 어울린다는 종업원들의 칭찬을 들었다. 영업용의 미소와 아부가 딱히 싫지 않았다.
그리고 쇼핑을 시작했다. 병이라고 했어도 나조차 납득 할만큼 나는 굉장한 쇼핑광이었다. 뭐든 남들보다 뒤쳐지는 건 싫어서 정기적으로 찾기도 한다. 한동안은 찾을 수 없었던 단골상점부터 차분히 둘러보았다. 점원들의 친절한 접대가 그리웠다. 오랜 시간 밝은 조명아래 노출되었어도 피로하지 않아, 홀로 아케이드를 돌며 닥치는 대로 사 들이고 보니 짐을 실을 차가 없다는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앞 뒤 안 가리고 행동하는 것은 버릇과도 같다. 고쳐야지, 하는 순간은 이미 일을 저지른 후. 그래서 늘 한숨만 늘어갔다.
골똘히 방법을 생각하다가 나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오래도록 쓰지 않아서 꽤 구형인 모델을 보고는 대리점에 들러 휴대폰도 바꿔야 겠다고 마음먹고, 일단은 전화를 걸기로 한다. 꽤 긴 신호음이 가고, 받지 않을 줄 알았던 상대는 곧 내게 목소리를 전달한다.
형식적이었지만 반가운 목소리, 너는 여전히 남자다운 음성으로 나를 기죽어 버리게 만드는 구나. 그 향기까지 내게로 전달되는 듯 해서 절실해졌다. 갑자기 지금 당장 너무 보고 싶어져서 내가 전화를 건 용건도 잊고 인사도 생략한 채, 위치를 간략하게 말해주니 한숨과 함께 플립을 닫는다.
쇼윈도에 비춰진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적응되지 않은 머리색이 뜨거운 햇살아래서 눈부시게 흩어졌다. 이정도면 괜찮다. 2년의 시간 안에서 이정도 쯤의 변화는 그도 이해해 줄 것이다. 그를 기다리면서는 휴대폰 기기변경을 해야겠다. 물론, 그의 이름을 가장 먼저 등록해야지. 부푼 가슴을 안고 아케이드를 나섰다.
◈
아... 사실 그를 보고 났을 때의 반응은 실로 비참하기 그지 없었다. 추한 모양새로 입까지 벌리고 넋을 놓을 정도로 멋있어진 모습에 감탄하는 것이 얼마나 우스웠을까. 아버지 회사에 들어갔다더니 그는 정말 멋진 어른이 되어 있었다.
몸에 맞게 차려입은 수트의 모양새나 이제는 어색하지 않은 넥타이와 날이 바짝 선 셔츠. 그리고 날카로운 눈매에서 반짝이고 있는 은색의 안경테까지. 마지막으로 본 2년 전 보다 많이 야위었지만 그 나름대로의 멋과 한 두 해 지나면서 나이를 먹게 되어 축적된 성숙함이 그를 더욱 더 화려하게 꾸며주고 있었다. 아, 정말 감탄이 끊이질 않아서 나중에는 내 손으로 입을 가려야 할 판이었다.
둘 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주문하는 메뉴도 여전히 비슷하다. 오랜만의 재회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인사도 없었다. 눈 안으로 담아내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인사 법이다. 허물없던 이전의 시간들에서 얻은 결과물일까, 아니면 우리 사이에 존재하던 긴 공백이 가져다 준 선물일까. 불같이 사랑했던 시간은 이미 추억일 뿐이라며 나를 비웃는다. 나는 끝낸 적이 없는데, 당신은 그런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시려.
작렬하는 여름햇살을 받아 더더욱 밝게 반짝거리는 내 머리카락을 그는, 차가운 눈 안으로 주시했다. 변한 겉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 걸까? 한참을 집중하다가 이내 나의 두 눈 안을 바라본다. 너무 오랜만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조차 부담스럽다. 시선이 변했다. 체감하는 그 눈빛은 이전과 다르다. 가슴 한 켠에 시름이 찾아온다. 시선을 피해보고자 수줍게 눈동자를 내리다가, 그의 손에서 반짝이는 낯선 물체에 시선은 머문다.
아하. 결혼을 했다고 했지, 당신.
「퇴원했다며.」
「응, 정말 홀가분한 거 있지. 여기에 글쎄... 어마어마하게 박혀있던 게 조각이 나면서 빠지더라니까. 이상한 모양으로 나서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당신은 모를 거야. 보여? 아직도 좀 부은 것 같지. 아직 이쪽으로 음식은 못 씹어.」
「그래... 부모님께 연락은 드렸니.」
「나 얼굴도 좀 동그래지지 않았어? 오해하지마, 부은 거야. 살이 찔 틈이 없었어. 음식도 조금씩 줄이고 여자애들 다이어트 하는 것처럼 6시 이후로는 아무것도 입에 안 댔다구.」
「재중아.」
「당신, 만나기 위해서.」
그는 내 말에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미간이 구겨지고 날카로운 눈매가 가늘어진다. 조금만 인상을 쓰고 있자면 단박에 얼굴 형태가 변하는 것 같아서 나는 그의 얼굴을 무던히도 사랑했었다. 선이 얇은 얼굴, 표독스럽게 빛나는 눈매, 자존심 만큼이나 높은 콧대, 나를 탐하던 풍부한 입술까지. 모두 내가 사랑하던 정윤호다. 아직까지 소년 같은 미열을 담고 있을 것 같은 뺨을 어루만지고 싶다. 옛날처럼 손길을 주고 싶다. 온전하게 내 것이었던 그가 이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것은 싫다.
사실 조급한 마음을 들키기가 싫어서 둘러대는 말과 다를 바가 없다. 그는 나를 아주 잘 알고 있다. 그의 침묵은 내 내면을 좀먹고 있는 불안함 까지 꿰뚫어보는 시간을 가지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투과되고 있다고 생각하니 간사한 이기심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답지 않잖아, 이런 것은 우리사이에서 방해요소가 될 수 없잖아.
「나 많이 힘들었어. 진짜. 당신 보고 싶어서 퇴원하자마자 이렇게 달려 온 거야.」
「그런 말은 좀 더 일찍 했어야지.」
반지가 끼워진 그의 그림 같은 손이 유리잔을 들어보인다. 결혼
이거맞나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