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여행] 바닷가 등대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김형석2012.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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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여행] 외로운 사람은 바다, 우체국, 등대를 찾는다

 

 

그 사람의 뒷모습/이생진
-등대이야기.2

외딴 섬
외딴 마을
외딴 절벽
"등대로 가는 길이 어디죠?"
"저리로 가시오."
그 사람 뒷모습이 등대 같았다

 

 

 

[울진여행] 바닷가 등대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울진 죽변항... 드라마 '폭풍속으로' 세트장이 보이는 풍경

왜 바닷가에 오면 편지를 쓰고 싶어 지는 것일까?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왜 그리움은 깊어지는 것일까?

 

[울진여행] 바닷가 등대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죽변등대에서 바라본 풍경은

누구나 시인이 되게 한다^^

 

 

높고 화려했던 등대는 착각이었을까.

가고 싶은 항구는 찬 비에 젖어서 지고

아직 믿기지는 않지만

망망한 바다에도 길이 있다는구나.

같이 늙어 가는 사람아,

들리냐.

 

[울진여행] 바닷가 등대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바닷바람은 속살같이 부드럽고

잔 물살들 서로 만나 인사 나눌 때

물안개에 덮인 집이 불을 낮추고

검푸른 바깥이 천천히 밝아 왔다.

같이 저녁을 맞는 사람아,

들리냐.

 

[울진여행] 바닷가 등대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우리들도 처음에는 모두 새로웠다.

그 놀라운 처음의 새로움을 기억하느냐,

끊어질 듯 가늘고 가쁜 숨소리 따라

피 흘리던 만조의 바다가 선선해졌다.

 

[울진여행] 바닷가 등대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몰랐다.

저기 누군가 귀를 세우고 듣는다.

멀리까지 마중 나온 바다의 문 열리고

이승을 건너서, 집 없는 추위를 지나서

같은 길 걸어가는 사람아,

들리느냐.


 

                                                         -마종기 시인의 詩 '길' 전문

 

 

[울진여행] 바닷가 등대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2004년도에 방영되었던 SBS주말특별기획드라마로

송윤아, 김민준, 김석훈, 이재용, 이덕화 등 배우가 출연한

'폭풍속으로' 촬영지에서 바라보는 풍경...

 

1박 2일 일정으로 생태문화 관광도시를 표방하는 울진군을 찾았다.

첫날은 하루종일 비가 오더니 둘쨋날은

맑고 푸른 얼굴로...바람불어 좋은 날,

파도가 엄청난 힘 자랑^^

 

 

[울진여행] 바닷가 등대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울진군에서 사랑의 '하트형'으로 홍보하는 해안...

파도가 거세다.

 

사랑은 쉽지 않아...연거퍼 강조하는 파도!

 

 

[울진여행] 바닷가 등대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용이 노닐다 승천한 곳'이라는 용추곶(龍湫串)에는...

대나무숲 오솔길이 조성되어 있다.

 

 

[울진여행] 바닷가 등대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 길을 걸으면서 소망을 빌면 이루어진다...는데

내 소망은 너무 무겁고 ㅎㅎ

 

[울진여행] 바닷가 등대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절벽 위에

우체국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바닷가 우체국/안 도 현

       
바다가 보이는 우체국 언덕위에 우체국이 있다 
    
나는 며칠동안 그 마을에 머물면서
옛사랑이 살던 집을 두근거리며 쳐다보듯이
     
오래오래 우체국을 바라보았다
키 작은 측백나무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체국은
      
문 앞에 붉은 우체통을 세워두고
하루 내내 흐린 눈을 비비거나 귓밥을 파기 일쑤였다
     
우체국이 한마리 늙고 게으른 짐승처럼 보였으나
나는 곧 그 게으름을 이해할수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오기 아주 오래전부터 
    
우체국은 아마 두 눈이 짓무르도록
수평선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그리하여 귓속에 파도소리가
모래처럼 쌓였을 것이었다
나는 세월에 대하여 말하지만
결코 세월을 큰소리로 탓하지는 않으리라
     
한번은 엽서를 부치러 우체국에 갔다가
줄지어 소풍가는 유치원 아이들을 만난적이 있다 
    
내 어린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우체통이 빨갛게 달아오른 능금같다고 생각하거나
      
편지를 받아먹는 도깨비라고
생각하는 소년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소년의 코밑에 수염이 거뭇거뭇 돋을 때쯤이면
우체통에 대한 상상력은 끝나리라
     
부치지 못한 편지들 가슴속 주머니에 넣어두는 날도 있을 것이며
오지 않는 편지를 혼자 기다리는 날이 많아질 뿐  
  
사랑은 열망의 반대쪽에 있는 그림자 같은 것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삶이 때로 까닭도 없이 서러워진다
     
우체국에서 편지 한장 써보지 않고
인생을 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또 길에서 만난다면  
   
나는 편지봉투의 귀퉁이처럼 슬퍼질 것이다
바다가 문 닫을 시간이 되어 쓸쓸해지는 저물녘 
    
퇴근을 서두르는 늙은 우체국장이 못마땅해할지라도
나는 바닷가 우체국에서   
  
만년필로 잉크냄새나는 편지를 쓰고 싶어진다  
   
내가 나에게 보내는 긴 편지를 쓰는 소년이 되고 싶어진다
     
나는 이세상에 살아남기 위해 사랑을 한게 아니었다고
     
나는 사랑을 하기위해 살았다고
그리하여 한 모금의 따뜻한 국물같은 시를 그리워하였고
     
한 여자보다 한 여자와의 연애를 그리워하였고
그리고 맑고 차가운 술을 그리워 하였다고
     
밤의 염전에서 소금 같은 별들이 쏟아지면
바닷가 우체국이 보이는 여관방 창문에서 나는
     
느리게 느리게 굴러가다가
머물러야 할 곳이 어디인가를 아는 우체부의 자전거를 생각하고 
    
이 세상의 모든 길이 우체국을 향해 모였다가
다시 갈래갈래 흩어져 산골짜기로도 가는 것을 생각하고  
   
길은 해변의 벼랑끝에서 끊기는 게 아니라
훌쩍 먼 바다를 건너기도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때로 외로울때는 파도소리를 우표속에 그려넣거나
수평선을 잡아당겼다가 놓았다가 하면서   
  
나도 바닷가 우체국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울진여행] 바닷가 등대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임진왜란 때 왜구와 싸울 화살을 만들었다는

세죽이 바닷바람에도

무진장 자라고 있다.

 

[울진여행] 바닷가 등대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대숲 속 길로 들어서면

바람소리, 파도소리가 오케스트라 연주를 한다^^

 

[울진여행] 바닷가 등대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바다의 장대한 몸부림을 보면

꼭 생각나는 청마의 詩...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뭍 같이 까딱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그리움/유치환

 

 

[울진여행] 바닷가 등대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리움도 사라진 먼 바다에

고래는 보이지 않는

작은 점이다.

 

검푸른 올챙이 물결 새끼처럼 기르던 고래가

일만 마리 파도의 떼를 몰고

한순간 나타나

 

거대한 물줄기 일제히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리고

삼각 꼬리로 빙하의 계곡을 내리쳐

만년설이 무너진 바다를 들끓어 오르게 하는

 

경이를 본 적이 있다. 내 마음은 먼 바다

빙하의 전설 담긴 씨알의 눈동자

아직 펼쳐 보지 못한 바다의 경전이다.

 

바다의 경전 / 최동호

 

 

[울진여행] 바닷가 등대처럼 천천히 늙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술은 내가 마셨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했다'고

'인간과 자연합일'을 노래한 시인도

낭만적 지진아처럼...기다림으로

울진 죽변항, 등대의 흰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바다, 등대, 우체국...

추억처럼

참 좋은 삼위일체.

 

 

 

사랑은 쫓기는 거 / 이생진
-등대 이야기.7


거기 있을 거다
아무 데도 가지 않고
거기 있을 거다
그런 마음으로 찾아가는 길
미리 와서 흰 벽에 기대어 있을 거다
그리고 속삭일 거다
'기다렸다'고
속삭이지 않아도 된다
예까지 찾아올 사람 없으니까
더러는 추억 때문에 찾아온다고 하지만
지워진 추억을 찾기 위해
이렇게 쌓인 덤불을 헤치고 올까
살아 있는 추억도 아닌데
사랑은 왜 쫓기는 것인지
등대는 사랑의 비밀 때문에
이렇게 힘든 곳에 와 있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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