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한 백혈병환자와 떠나는 산책

조백혈병2012.05.04
조회105,889

모기는 편식을 하지 않아요.

오늘 샤브샤브를 먹다가 파를 몰래 버렸는데

모기한테 물리면서 반성하네요 부끄

 

안녕하세요?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몰래 냉면 먹고 좋다고 섭취란에 냉면이라 써놓은 다음

설사한다고 징징거렸던 23살 조편식, 조루팡 등장!

여기서 조루팡은 조루^팡이 아닌 조^루팡인 것을 명심하도록음흉

 

 

샤브샤브를 먹으니 더부룩하네요.

더부룩할때는 샤브작샤브작 걸어다니는게 좋은거 같아요

샤브작 샤브작, 폼이 뭔가 도둑놈같아 보이고 좋지 않나요

그래요 나는 톡커님의 마음을 냉면을 훔치듯 훔친 루팡이니까 훗

 

오늘은 성곽길을 걷기로 해요

욕심 같아선 모든 코스를 한번에 걷고 싶지만

그건 제게 있어서, 성곽을 만드시던 조상님들 있는 곳으로 가는

황천길 코스이므로 짧은 코스를 걷기로 해요.

혜화동 로타리를 가기 전에 성곽길로 올라가는 계단이 보여요

 

 

 

2.2km면 도란도란 수다떨면서 걸을만한 코스네요.

졸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상하게 졸리면 취하더라구요

저는 이마에 웅덩이졌어요. 비가오면 이마에 물이 고여요

비원을 만들어도 괜찮다고 생각해봤지만. 그건 너무 개드립이네요

이마가 왜 파였냐면 어렸을때 졸리면 그냥 눈감고 걸었어요

그러다보니 도대체 전봇대와 몇번을 박치기 했는지 셀수가 없다더라구요

전설이에요. 어머니와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제가 없다고

없으면 전봇대와 벽사이에서 웅크린 채 진화를 꿈꾸는 단데기처럼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요 저는 버터플라이가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직도 단데기orz

 

 

 

단데기는 계단을 봅니다.

계단의 모습이 천국의 계단이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요

직선으로 쭉 이루어진 계단이 아니면 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같음

빌어먹을, 계단이 싫어 이런 공개적인 계단은

왜 내가 올라가려고 할 떄마다 커플들은 가위바위보를 하는걸까

커플들이 다 내려올 때까지 올라가지말기로 해요

남자는 주먹인데 주먹인데 주먹은 잘 내지도 않고

서로 알사탕을 반으로 쪼개먹듯 잘도 승패를 갈라먹네요

분노하지 않았어요. 그래요. 더워요. 더워서 짜증나는거에요

땀나는게 무섭거든요 히크만을 달고 있을 때 땀차면

감염이 될까 무서워 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나봐요

 

 

 

 

 

 

그런데 더운건 저 크플 뜨므니야.

 

 

 

 

커플이 지나가고 나니 소나무도 있고 뭔가 운치 있네요.

소나무를 보며 천천히 올라가요. 계단을 천천히 올라가다보니

요즘 부쩍 육교를 보지 못한거 같더라구요. 예전에 초등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 육교가 안전하다 그랬는데 그게 생각나네요

그래요 다리도 후들거리고 조금만 비틀거리면 슈퍼맨 될꺼 같고

 

슈퍼맨 하니까 예전에 고등학생 때

자전거타고 내리막길을 가다가 올라오는

승용차에 부딪혀 날아가던 기억이 나네요.

한 번도 낙법을 배운 적이 없는데

자연스럽게 낙법이 되더라구요.

자동차가 올라올 수 있는 내리막길은

자전거를 타고 내려가는게 아니라

내려서 끌고 내려가야 할거 같아요.

나는 착한 학생이므로 담임선생님한테

지각할거 같다고 전화를 드렸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러면서 박살난 자전거를 들고

부라부랴 학교에 갔던 기억이

운전자분의 연락처도 받지 않고

지각하지 않겠다는. 일념하로 그랬어요

그래요

멍청해... 나는... 통곡

 

 

다 올라오니 건너편 저기 혜화문이 보이네요

 

 

숭례문이나 흥인지문에 비해서는 아담한 느낌이에요.

원래 도로 한가운데가 혜화문이 있던 자리라고 들었던거 같은데

복원될 때 도로때문에 원 위치에 복원된 것이 아니라

저기에 되었다고 해요.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다는 건

그냥 그렇네요. 병원에 있다보면 누군가 돌아가신 자리로

옴기길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요. 자신이 누워있는 자리도

그러 자리인데, 가슴아프죠. 아마 저도 그렇고 다른 환우들도 그렇고

그 분이 다시 돌아올 자리라고 생각이 들어서 자리가 눈에 밟혀서

차마 가질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득 저 혜화문이

저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빈 자리를 보면서 자동차들이 지나는

자리를 보면서 과거의 혜화문을 추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안타깝고 그래요. 우중충하다

에이 걷자 걸어

 

성곽들이 생각보다 별로 높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밑에 조명을 보니까. 밤에 오면 더 멋있을꺼 같지 않아요? 걷자. 걷자.

얼마나 걸었다고 벤치가 보여, 우리에겐 벤치따위 없다. 사람이 좀 쉬면서

걸어야 하는데 이상하게 저는 걷다보면 쉬면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요

벤치에 앉으면 꼬.. 꼬물  꼬물꼬물 꼬물꼬물

 

 

 

 

 

......어..?! 조루팡의 상태가.......!

 

축하합니다! 조루팡은 조벤치로 진화했다.

 

 

 

가로등도 나름 운치있고 좋네

뭔가 이 가로등 옆에 공중전화박스가 있을거 같아

그리고 나는 우울한 표정으로 전화기를 붙잡고

무릎을 꿇고는. 이건 아니잖아, 이건 아니라고!

전화선은 파르르 떨고 해는 눈치도 없이 잘도 넘어가고

나도 유리벽에 미끌어지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몸은 천천히 실루엣 지고 있는데

 

 

 

뙇! 켜지며 

둥근 조명 속에 비극의 주인공처럼 만들어줄 것 같은 

그런 가로등 느낌이네요.

나만 그런가.

 

그러나 현실은 조벤치

 

 

 

저 울타리 꼭 양키워야 할꺼 같지 않나요

그런데 투병하는 사람들에게는 동물을 키우는게

좋지 않다고 하더라구요 기관지도 좋아지지 않고

혹여나 감염의 위험도 있다고 하구요.

지나가는 시크한 길냥이님을 불렀는데

배깔고 그르렁 거리는 그 자태를 만질 수 없는 운명이란통곡

 

 

 

 

 

알았어요 말 그만할께요 언제 걷냐구요?

그래도 산책의 묘미는 수다가 아닐까 싶어요.

그렇지 않아요? 톡커님은 야동은 언제 봤어요

저는 초등학생 4학년때.. 아니 이런 중요한거 말고

다른 이야기 하자구요 이건 위험해 핡

병동에서 치료를 도와주시던 간호사선생님들의

반이 휴직을 하셨어요. 혈액종양내과는 면역력이 없는

환자들이 모여있다보니 힘든 일들이 많다고 해요

신입간호사들에겐 기피하는 과라는 이야기도

어디서 주워들었어요. 먹는거 말고는 잘 주워 들어요

손 소독도 더 자주해야 해서 뽀얗던 손이 다 터버리고

믹스해야하는 약부터 시작해서 정신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그게 너무 아쉬워요. 사람은 그 자리에

안주할 수 없는 건데. 뭔가 같이 있던 사람들이

흩어지거나 떠나는 기분은 참 좋지 않아요. 슬프다 그럴까

그래서 울적하더라구요. 치료받을 때 쵸파처럼 빼꼼

안부를 물어봐주던 누나들 다시 병동에 가도 보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니 아쉽기도 해요. 병동이 더 좋은 여건을

갖출 수 있다면 더 오래 있을 수 있을텐데 그게 그렇지

않으니까 힘든거 같아요 알았어요 밀지마요 걸을게요

멈춰서 이야기 안할께요 윙크

 

 

 

뭔가 행군이나 마라톤의 악마의 코스 같은 기분인 이 오르막길은

그래도 계단이 아니어서 좋다. 커플들도 정상만 보고 가는군요

저는 그런게 있어요 군대에서 행군할때도 그랬고 이렇게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갈 때는 땅만 보고 여긴 내리막길이다 내리막길이다

하면서 걸어갔답니다 그러면 뭔가 앞으로 몸이 쏠리는 기분이 들면서

덜 힘든거 같더라구요. 이게 자기최면인건가 이렇게 효과가 있다면

잘 생겨져라 잘 생겨져라 음흉

 

 

 

 

잘 생겨지진 않았지만 오르막길은 다 올라왔네요.

백게불이랑 순천만 전망대 올라갔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때는 머리카락이 없어서 물티슈를 머리 위에 얹었는데 부끄

머리카락이 있는 지금은 머리카락이 땀을 다 먹어주고

기름지고 좋네 실망 그래도 머리카락이 있으니 오히려

머리가 덜 더운거 같아요. 머리카락이 없으면 시원할거 같죠

더울 땐 덥고 추울 땐 최강추워요 ㅜㅜ

머리카락이 한 번 없고나니까

사람이 가진 모든 것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고보니까 병원 병동 밖에 휴게실에 보면 신장이나

간을 판다는 명함도 있더라고요. 지하철 화장실도 아니고

나원참, 그래요. 그래도

씁쓸하지만 뭐라 할 수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더 슬펐어요

신장이나 간이 없어지신 분은 머리카락이 없어진 것보다

얼마나 많은 공허함을 안고 살아갈까 싶기도 하고

 

 

 

암문이 나왔어요 암문에 들어가면 낙산공원이에요.

그렇지만 우리는 산책로를 걷기로 했잖아요

처음 코스를 정해놓고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죠 부끄 

 

 

낙산공원을 지나니까 아슬아슬하게 개나리가 피어 있네요.

사실 이 산책의 시작은 작년 말 올해 초에 돌아가신

친했던 형님, 아저씨들에게 꽃구경을 해드리고 싶었던 것도 있었어요

개나리에요, 개나리. 개나리라구요

뭐라 말을 못하겠다. 우울하거나 슬퍼서가 아니에요

그냥 개나리 앞이라서 그래요. 나는 또 꽃을 볼 수 있는거에요.

개나리에요, 올해 못봐도 내년에 볼 수 있는 개나리.

보고들 싶네요. 아저씨들

 

 

 

성곽길을 걷다보면 민가로 빠지는 길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그 샛길 벽에 자유라는 단어가 써 있는데

필체가 너무 좋네요. 재밌어요. 병원을 퇴원하면

자유라고 생각했는데 조금만 아파도 두렵거든요

옛날엔 감기 걸려도 비맞으면서 뛰댕겼는데

자유에는 책임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온몸으로

안고 살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재밌음

씐기하지 않아요? 살면서 얼마나 이런 경험해봐 파안

병원가면 복권 긁듯 조마조마하고 음흉

 

 

 

 

수다를 떨다보니까 어느새 흥인지문 앞까지 왔네요. 아직도 보수중인가봐요

집도 사람도 만져주지 않으면 오히려 상처투성이가 되는 것 같아요 음흉

 

 

 

 

무심히 길을 걷고 있는데 사실 검은 봉지가 날아왔어요.

길을 걸으면서 우리 쓰레기통을 보지 못하지 않았나요.

그래서 사실 길 중간부터는 쓰레기를 주우며 걷기로 했어요

그런데 생각외로 쓰레기가 별로 없더라구요.

길빵(?)을 하시면서 지나가시는 분 덕분에

담배연기를 피해 옆으로 급히 피하긴 했지만

평소 길에서 담배피며 걷는 분들에 비하면

그런 분도 한 분 뿐이었으니 적더라구요 부끄

기분이 좋더라구요. 깔끔하고 그러니까 좋지 않아요?

 

흥인지문 앞에서 어떻게 갈까 했는데

왔던 길이 아니라 성곽길 안쪽으로 들어가기로 했어요

 

 

 

과거에는 여기에서 활도 쏘고 조총도 쏘고 그랬을걸 생각한 묘하네요

좋다. 지금은 예전에 병졸이 서 있는 자리와 내가 서 있는 자리는

변함이 없을텐데 풍경이 변했을거라 생각하니 그 것또한 기분이 묘하네요

사람은 이렇게 크는건가. 길따라 올라가다보니 몰랐는데 동네가 보이더라구요

저는 그냥 달동네인줄 알았어요. 제가 어렸을 때 살던 곳도 달동네였는데

지금은 다 재개발 되어서 하나도 남아있지 않거든요. 추억이 다 허물어져서

낡은 집들과 골목들만 보면 자꾸 들어가게 되더라구요 그런데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는 가족들이라던가 커플들이 왜 이렇게 많던지

계단이 많아서 그런가? 부끄 알고보니 이화마을이더라구요!

과거 1박2일에서 이승기군이 날개그림에서 사진을 찍었던.

지금은 날개 그림은 없어졌다고 하는데

수근거리던 말을 또 주워 들었네요ㅋ

돌아다녔어요 뭐 이리 커플들이 많은건지 그리고 제가 생각했던

그런 풍경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커플들을 피할겸 벽화들이 없는 골목에 쉬고 있는데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짖어대는 멍뭉이 시끄럽다고

가만히 앉아있는 제 옆에 할아버지께서 멍뭉이를 묶어 놓으시더군요.

제가 그렇게 험악하게 생겼나 통곡 여하튼

그게 효과가 좋았는지 이 노무 멍뭉이는 짖지도 않고

고개도 돌리지 않더군요.

 

할아버지에게 사람들이 많이 오는게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보니

벽화들이 이쁘다고 별로 불편하지 않다고 하시는 말씀에

위안이 되더라구요. 쓰레기들도 다들 잘 챙겨 가시는 것 같구요!

주거하시는 분이 불편하지 않다고 하니 저도 마음이 놓여서

 

 

풍경 사진 마구 마구 찍었음 부끄

 

 

벽화 앞에서 웃는 커플들 사이에서

곰같은 남자가

휴대폰을 들고 쭈볏쭈볏거렸을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그래요 그 상상속의 곰이

 

접니다. 슬픔

 

 

 

누가 알려줬는데 저 이런 남자라고 합니다

 

 

 

 

 

 (사실 심심해서 제가 직접 검색해봤....)

 

 

신기하닼ㅋㅋ 나는 연관검색어에 뜨는 남자

부끄럽고 기분 묘하네요.부끄

조백혈병은 어떻게 보면 제 손을 떠나 스스로

톡커님들과 이야기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 만큼 같이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 같아서

유쾌하기도 하네요.

이 수다쟁이를 이렇게 찾아주시다니 파안

 

 

 

 

낮에 날씨가 너무 더워서

요즘은 거의 집에만 있는 것 같아요.

나가서 놀고 싶은데 그건 참 어렵네요

이렇게 산책을 나서는 것도 참 신기한거 같아요

건강했을 때는 별 생각 없이 폭식하듯

걸어다녔는데 지금은 가끔 놀라요

내가 이렇게 밖에서 걸어다니고 있다니!

헬스를 하루 하고 이틀을 쉬는 것 같네요

앓아 누우면서 생각하는게 잃은 것을 찾는 것보다

잃지 않게 주의하고 지키는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건강해야죠 우리, 그렇다면 제일 먼저 건강검진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말 귀찮고

돈도 어느정도 드는 것도 알아요. 그런데

우리는 돈보다 뒤에 있으면 안되잖아요

건강검진 꼭 받길 바랄게요.

 

건강검진 데이트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가족과 혹은 연인과 혹은 친구들과 웃으면서 서로 결과표 보면서 파안

 

상한 음식 드시지 않게 조심하시고 더위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