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스물넷의 현직 백수여자에요. 다소 무겁고 갑갑한 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모르겠네요. 몇 분 안되는 분들만 읽어주실지 모르는 긴 글이 되겠지만, 너무 답답한 마음에 자문을 구하고자 이렇게 용기내 봅니다. 저에게는 3살 터울의 오빠가 하나 있습니다. 현재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오빠'라고 불리는 이 남자입니다. 저희 오빠의 27년 인생에서의 터닝포인트는 바로 군입대 였어요. 주변에서들 '착한놈은 군대형아들에게 물들고, 나쁜놈들은 군대에서 정신바짝 차리고 온다' 라고들 하던데, 저희 오빠는 아무래도 전자인 것 같습니다. 어렸을적부터 제가 봐왔던 오빠는 초등학교까지는 명성을 떨치는 말썽쟁이었어요. 물론, 본디 악한 성품을 가진 인간이 없듯이, 어릴적의 개구짐만 뺀다면 전반적으로 순한 성품이었지요. 부모님께 순종하고, 또 아무리 까칠하게 구는 동생에게 폭력 한 번 휘둘러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군입대 제대 후 휴가를 나올 때마다 조금씩 변해가는 오빠를 우리가족들은 모두 눈치채지 못했어요. 그만큼 신뢰받는 아들이자 오빠였고, 휴가 때의 일탈은 군대에서 받은 압박으로부터의 스트레스 해소방법이라 생각했죠, 부모님들은 그런 오빠를 안쓰럽고 딱하게 여기시며 휴가 때마다 오빠손에 신용카드를 쥐어 주셨어요. 물론 휴가가 나올 때마다 카드내역서에 찍히는 금액의 수는 점점 대범해졌습니다. 전 술집에서 어떻게 먹으면 한번에 80만원을 긁을 수 있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그렇게 2년 후 오빠가 제대한 후에도 오빠가 긁어놓은 카드값은 부모님이 수습하기를 수차례.. 잠깐 그러다 말것이라 생각했던 오빠의 방탕생활은 1년... 2년... 쭈욱 흘러 지금에 이르게 되었네요. 오빠는 일단 일주일에 술 안먹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에요. 정말 노력하는 주는 일주일에 3일정도에요. 저도 여자지만 사회생활을 일찍 경험하고, 또 아버지 주량을 닮은지라 술자리를 즐기는 편이고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과하다는 거에요. 몸을 가누지 못할정도로, 다음날 전날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마신다는 거죠. 그 결과, 과음으로 인한 무단결근으로 다니던 회사에서 짤리기를 2번... 핸드폰 잃어버리는 건 일상다반사.. 거기다 주사는 카드긁기.. 지금도 저희집에는 한달에 2~3번 꼴로 신용불량문제로 인한 우편물이 꼬박꼬박 오고 있습니다. 그럼 여지껏 가족들은 뭘 하구 있었냐구요..? 이 방법 저 방법 나름 써봤어요.. 아버지께서 크게 야단치시며 엄포도 놓아보았지만, 콧방귀도 안뀌었구요, 회초리 외에는 손찌검 한번 하신 적 없던 아버지가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서 손이 올라가셨을 때도, 오히려 막으며 맞대응했습니다. 이제는 다큰 성인남자라 힘도 막상막하라 저희 어머니랑 제가 한 명씩 잡고 겨우 말렸었죠. 어머니께서는 조근조근 설득도 해보고, 당신의 속상한 마음까지 모두 드러내며 부탁같은 잔소리도 해보셨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일쑤였구요... 저도 몸이 약한 어머니도 팔아보고, 또 동생인 제가 옆에서 악착같이 열심히 살면, 그 모습을 보면서 뭔가 깨닫는게 있을까 싶어서 정말 바둥바둥 살아왔구요. 하지만 이미 삐딱선 탄 오빠에게 제 모습, 저희 가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듯 했습니다. 오빤 과음으로 전 회사를 잘리고 백수로 2달을 보내다가, 다시 구한 새직장에서 일한 지 두달도 채 되지 않아 다시금 퇴직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어제 10시 출근인 사람이 새벽 6시가 되어서야 인사불성이 되어 들어왔거든요. 그런 오빠를 9시부터 깨우려 했지만 오빤 요지부동이었습니다. 핸드폰도 어디에 갖다버렸는지 없고, 전화를 걸어보니 전원은 꺼져있더라구요. 너무 한심스럽게 화가 나고, 왜이렇게 무책임하게 사는지 안타깝고 속상해서 평소 같았음 두세번 깨우다 포기할 일을 악착같이 고집을 피며 깨우려 했어요. 살갑게 타이르며 깨우기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격해지는 감정에 온 힘을 다해서 오빠팔을 잡아 격하게 일으켜 세우는 찰나..! 쌍욕과 함께 오빠 손이 올라오더군요. 저.. 3월에 건강상의 문제로 큰수술을 하고 집에서 회복기간을 가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다행이나마 술기운에도 약간의 이성은 있었는지 때리진 않더군요. 하지만 너무 놀라고 충격적이어서 심장이 멎는 것 같았어요. 근데 몇년전부터 참아오던 실망감과, 인내심의 한계가 한꺼번에 밀려와서 겁을 상실한 듯, 정말 눈에 뵈는 것 없이 오빠가 베고있는 베게며 덮고있는 이불 모두 인정사정 없이 빼제껴서 거실에 내던졌습니다. 하지만 잠깐의 신음과 쌍욕 뿐 여전히 요지부동... 오빠 베게와 이불이 패대기쳐져 있는 거실에서 혼자 서서 채가시지 않은 충격과, 또 오빠를 이렇게 막 다루고 있는 제 모습.. 그리고.. 오빠가 정말이지 영영 정신차리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과 불안감에 그렇게 숨죽여 혼자 울었습니다.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일일히 설명하면 지금도 긴 글이 너무 길어질까봐 사건사고들을 최대한 짧게 몇 개 말씀드릴게요.. 1. 음주운전으로 법정에 선 적도 있어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오빠가 꽁꽁 숨기고 있다가 일이 커져버린 후에야 부모님꼐 알리는 바람에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아버지께서 그때 '아직 아이가 철이없고 처음이니, 한번만 봐달라' 며 간절히 부탁하며 합의금도 따로 드렸지만 운전면허취소와 동시에 법정으로부터의 공식벌금까지 몇백만원 물었습니다. 2. 오빠와 제가 이모에게 적금식 보험을 든 것이 있는데, 오빠가 언젠가부터 보험료를 내지 않고 이모 전화도 피하는거에요. 솔직히 가족관계라 영영 안볼 사이도 아닌데, 좀만 생각이 있다면 솔직하게 '이모, 지금형편이 어려워서 보험금 내기가 힘들어요' 라고 말하고 보험을 깨달라고 하든, 몇달만 빌려달라고 하든 나름의 조취를 취해야 하는데 오빤 그냥 무조건 현실도피.. 결국 오빠모르게 지금까지 어머니가 대신 힘든 형편에도 불구하고 내고 계십니다.. 그래도 오빠결혼할 때 밑천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3. 술에 엄청 취해 온 어떤 날 자기방 옷무더기에 노상방뇨했어요. 새벽에 아들이 들어왔나 잠깐 들여다본 아버지가 흥건한 방바닥을 보고 놀라시고, 그 흥건함의 정체를 아신 후엔 술에 취해 코골며 자고 있는 아들 옆에서 땀 뻘뻘 흘리며, 아버지란 죄로 묵묵히, 내일 모레 장가갈 아들의 뒷처리를 하셨죠.. 4. 제가 사촌언니를 도와주고 자그맣게 사례비를 받은 적이 있었어요. 어려운 형편에 열심히 사는 언니인데 고맙다며,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쪽지와 함께 봉투에 십만원을 넣어서 몰래 제방 책상위에 놓고 갔어요. 마음이 너무 짠하고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고 고마워서 쓰기도 너무 아깝고, 다음날 은행가서 저축이나 해두자 싶어 서랍 한쪽에 소중히 챙겨놓았는데 다음날 오빠에게 '지우개를 찾느라 니서랍을 뒤지다 봉투를 봤는데, 돈같더라. 그거 나 좀 쓰겠다. 나중에 갚으마' 하며 문자가 왔죠. 제가 그동안 눈치못챘던건진 몰라도, 오빠가 제 서랍을 뒤져 무언가를 찾은 적은 없었어요. 그리고 그 봉투가 다른 수첩들 사이에 있어서 쉽게 찾긴 힘들었을텐데... 어쨌든 오빠도 얼마나 궁하면 동생돈을 빌려달라할까 싶어 '알았다. 대신 술값으로 쓰는일이 없었음 좋겠다. 꼭 갚아라' 며 빌려주었는데 그날 오빤 보란듯이 술떡이 되어 돌아왔죠. 그리고 그 10만원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돌려받지 못하고 있어요. 사실 그 10만원 의미가 있는 돈이라 좀 속상할뿐이지, 금액으로써는 저한테 없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아요. 그래서 오빠가 정말 열심히 사는데 경제적으로 계속 힘들다 싶으면 받을 생각도 없었는데, 저한텐 매일 죽는소리 해가며 돈 없다고 다음에 갚겠다면서 술먹을 돈과 신발, 가방, 옷 살돈들은 어디서 솟구쳐 나오는지... 제가 유별난 건가요... 남자들 보통 혈기왕성하고 철모를 때 그러다말텐데 혼자 호들갑 떠는건가요.. 맞아요. 사실 오빠 인생인거잖아요. 무책임하든, 그렇게 자칭 '자유인' 이라 일컬으며 자기가치관을 내세우며 만끽하든, 술떡이 되든, 오빠 몫인 거잖아요. 근데 제가 제일 힘든 건 그런 오빠를 언젠가는 나아질거라는 믿음으로 지켜보시는 부모님과, 또 그 기대가 무너질때마다 매번 받으시는 그분들 상처를 더 이상 보기가 너무 힘이 들어요. 별의 별 망상을 하며 사는 제모습도 너무 무서워요.. 담지 말아야 할 나쁜 마음들이 자꾸만 생겨요. 술에 취해 정신못차리고 누워있는 오빠를 보면서, 그 심장에 식칼을 꽂아버리고 싶단 생각도 해봤구요.. 그냥 오빠가 사고로 어떻게 됫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도 해봤어요. 하지만 그렇게 된다한들 그 후가 정말 제가 바라는 해피엔딩이 아닐 거라는 거 너무 잘 알고 그건 정말 제가 원하는 건 아니에요..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알코올 중독' 에 대해서 검색해봤는데, 알코올 중독 자가진단을 보니 오빠에게 해당하는 사항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오빠의 현 상태는 자제력도 책임감도, 삶의 대한 의지도, 꿈꾸는 미래도 없는 사람 같아 보여요.. 하루하루 하루살이처럼 그렇게 위태위태 살아요. 톡에서 보는 훈훈한 남매들... 보기만 해도 든든한 오빠... 너무 부러워요. 용돈주고 물질적으로 막 도움을 주는 오빠가 필요한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듬직히 여길수 있는 오빠가 필요한 것 뿐인데, 제가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건지.. 오늘 어머니께 조심스레 오빠를 병원치료 받게 하는 것이 어떻냐는 말씀을 드렸어요.. 속상하신 표정은 숨기시지 못하고, '치료를 권한다한들 오빠가 받아들이겠느냐, 자기자신의 문제를 정작 당사자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라며 걱정하셨어요. 그런데 계속 오빠를 이런 상태를 두면 제대로된 사회생활도 못할뿐더러, 건강에도 분명 문제가 될 것 같아요. 알코올 중독치료와 함께 심리적인 치료로 조금이나마 삶에 대한 의지와 책임감을 찾을 수 있다면 진짜 어떻게든 받게 하고 싶어요. 오빠를 설득하는 건 무리겠죠..? 이런 권유조차도 오빠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구요. 또 가족모두 시골에 가서 사는 방법도 생각해봤어요. 오빠 하나로 인해 가족모두가 희생아닌 희생을 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이런 방법이라도 네가족 모두 화목하다면 제겐 그게 최선책일 것 같아요. 사실 오빠가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 얘기하면 자기도 자신의 습관적인 과음과, 자제가 안됨을 알고 나쁘다는 것도 알긴 아는 것 같은데 막상 술자리를 갖게 되면 까맣게 잊고 그냥 막무가내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술자리를 만드는 친구 몇명이 항상 있구요. 그 친구들만 만나면 그래요. 만약 매번 술자리를 가질때마다 다른 사람들과 마시며 인맥을 늘리고, 친목을 도모하는 거면 모르겠는데 매일 보는 친구들.. (그중에 한명은 엄마를 '야!' 라고 호칭한다는 사실에 충격,, ) 이건 좀 아니자나요.ㅜㅜ 단순히 '우리오빤 착한데 그 놈들때문에!" 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무리 그런친구들이랑 어울려도 자신만 자기중심을 잡고 있으면 되는게 맞아요. 저희 오빤 그러지 못한 거구요. 하지만 당분간만이라도 그 친구들과 멀리 떨어뜨려 놓으면 오빠도 어느정도 자기마음을 살피고 다질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요.? 하아... 정말 어떻게 보면 지금 제가 여러분들께 드리고 있는 모든 얘기들이 누워서 침뱉기죠. 하지만 부끄럼보다, 매사에 부정적이며 자기연민과 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오빠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끝에 이렇게 글 올립니다... 저보다 더 힘드신 분들도 많을텐데, 이렇게 본의아니게 우울한 소재로 자문을 구하게 되어 송구스럽네요. 아버지, 어머니, 오빠, 저... 이렇게 넷이 옹기종기 모여 살 날이 그리 길지 않을거란 생각을 하면 하루하루가 아깝고 초조합니다. 다른집 잘난자식들처럼 공부잘하고 돈마니 벌진 못해도, 최소한 부모님 마음에 상처받게 해드리고 싶지 않네요.. 이미 여지껏 드린 상처들도 채 아물지 않은 그 분들 마음을 치유해드리는 데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저희오빠가 정신을 번쩍 차릴 수 있을까요? 따끔한 충고도..많이 해주세요. 저도 나약해지지 않게 마음다잡고 더 강해지도록 노력할게요. 한분한분의 의견이 각성제가 되고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도와주세요..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정말 깊이깊이 감사드리며 긴 글을 마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정신못차리는 철없는 오빠 ]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스물넷의 현직 백수여자에요.
다소 무겁고 갑갑한 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 지 모르겠네요.
몇 분 안되는 분들만 읽어주실지 모르는 긴 글이 되겠지만,
너무 답답한 마음에 자문을 구하고자 이렇게 용기내 봅니다.
저에게는 3살 터울의 오빠가 하나 있습니다.
현재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오빠'라고 불리는 이 남자입니다.
저희 오빠의 27년 인생에서의 터닝포인트는 바로 군입대 였어요.
주변에서들 '착한놈은 군대형아들에게 물들고, 나쁜놈들은 군대에서 정신바짝 차리고 온다'
라고들 하던데, 저희 오빠는 아무래도 전자인 것 같습니다.
어렸을적부터 제가 봐왔던 오빠는 초등학교까지는 명성을 떨치는 말썽쟁이었어요.
물론, 본디 악한 성품을 가진 인간이 없듯이, 어릴적의 개구짐만 뺀다면 전반적으로 순한 성품이었지요.
부모님께 순종하고, 또 아무리 까칠하게 구는 동생에게 폭력 한 번 휘둘러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군입대 제대 후 휴가를 나올 때마다 조금씩 변해가는 오빠를 우리가족들은 모두 눈치채지 못했어요.
그만큼 신뢰받는 아들이자 오빠였고, 휴가 때의 일탈은 군대에서 받은 압박으로부터의
스트레스 해소방법이라 생각했죠,
부모님들은 그런 오빠를 안쓰럽고 딱하게 여기시며 휴가 때마다 오빠손에 신용카드를 쥐어 주셨어요.
물론 휴가가 나올 때마다 카드내역서에 찍히는 금액의 수는 점점 대범해졌습니다.
전 술집에서 어떻게 먹으면 한번에 80만원을 긁을 수 있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그렇게 2년 후 오빠가 제대한 후에도 오빠가 긁어놓은 카드값은 부모님이 수습하기를 수차례..
잠깐 그러다 말것이라 생각했던 오빠의 방탕생활은 1년... 2년...
쭈욱 흘러 지금에 이르게 되었네요.
오빠는 일단 일주일에 술 안먹는 날이 거의 없을 정도에요. 정말 노력하는 주는 일주일에 3일정도에요.
저도 여자지만 사회생활을 일찍 경험하고, 또 아버지 주량을 닮은지라 술자리를 즐기는 편이고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과하다는 거에요.
몸을 가누지 못할정도로, 다음날 전날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마신다는 거죠.
그 결과, 과음으로 인한 무단결근으로 다니던 회사에서 짤리기를 2번...
핸드폰 잃어버리는 건 일상다반사..
거기다 주사는 카드긁기.. 지금도 저희집에는 한달에 2~3번 꼴로 신용불량문제로 인한 우편물이
꼬박꼬박 오고 있습니다.
그럼 여지껏 가족들은 뭘 하구 있었냐구요..?
이 방법 저 방법 나름 써봤어요..
아버지께서 크게 야단치시며 엄포도 놓아보았지만, 콧방귀도 안뀌었구요,
회초리 외에는 손찌검 한번 하신 적 없던 아버지가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서 손이 올라가셨을 때도,
오히려 막으며 맞대응했습니다.
이제는 다큰 성인남자라 힘도 막상막하라 저희 어머니랑 제가 한 명씩 잡고 겨우 말렸었죠.
어머니께서는 조근조근 설득도 해보고, 당신의 속상한 마음까지 모두 드러내며
부탁같은 잔소리도 해보셨지만,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일쑤였구요...
저도 몸이 약한 어머니도 팔아보고, 또 동생인 제가 옆에서 악착같이 열심히 살면,
그 모습을 보면서 뭔가 깨닫는게 있을까 싶어서 정말 바둥바둥 살아왔구요.
하지만 이미 삐딱선 탄 오빠에게 제 모습, 저희 가족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듯 했습니다.
오빤 과음으로 전 회사를 잘리고 백수로 2달을 보내다가,
다시 구한 새직장에서 일한 지 두달도 채 되지 않아 다시금 퇴직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어제 10시 출근인 사람이 새벽 6시가 되어서야 인사불성이 되어 들어왔거든요.
그런 오빠를 9시부터 깨우려 했지만 오빤 요지부동이었습니다.
핸드폰도 어디에 갖다버렸는지 없고, 전화를 걸어보니 전원은 꺼져있더라구요.
너무 한심스럽게 화가 나고, 왜이렇게 무책임하게 사는지 안타깝고 속상해서
평소 같았음 두세번 깨우다 포기할 일을 악착같이 고집을 피며 깨우려 했어요.
살갑게 타이르며 깨우기에서 시작했지만 점점 격해지는 감정에 온 힘을 다해서
오빠팔을 잡아 격하게 일으켜 세우는 찰나..! 쌍욕과 함께 오빠 손이 올라오더군요.
저.. 3월에 건강상의 문제로 큰수술을 하고 집에서 회복기간을 가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다행이나마 술기운에도 약간의 이성은 있었는지 때리진 않더군요.
하지만 너무 놀라고 충격적이어서 심장이 멎는 것 같았어요.
근데 몇년전부터 참아오던 실망감과, 인내심의 한계가 한꺼번에 밀려와서
겁을 상실한 듯, 정말 눈에 뵈는 것 없이 오빠가 베고있는 베게며
덮고있는 이불 모두 인정사정 없이 빼제껴서 거실에 내던졌습니다.
하지만 잠깐의 신음과 쌍욕 뿐 여전히 요지부동...
오빠 베게와 이불이 패대기쳐져 있는 거실에서 혼자 서서 채가시지 않은 충격과,
또 오빠를 이렇게 막 다루고 있는 제 모습.. 그리고..
오빠가 정말이지 영영 정신차리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과 불안감에 그렇게 숨죽여 혼자 울었습니다.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일일히 설명하면 지금도 긴 글이 너무 길어질까봐
사건사고들을 최대한 짧게 몇 개 말씀드릴게요..
1. 음주운전으로 법정에 선 적도 있어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오빠가 꽁꽁 숨기고 있다가 일이 커져버린 후에야 부모님꼐 알리는 바람에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아버지께서 그때 '아직 아이가 철이없고 처음이니, 한번만 봐달라' 며 간절히 부탁하며
합의금도 따로 드렸지만 운전면허취소와 동시에 법정으로부터의 공식벌금까지 몇백만원 물었습니다.
2. 오빠와 제가 이모에게 적금식 보험을 든 것이 있는데, 오빠가 언젠가부터 보험료를 내지 않고
이모 전화도 피하는거에요.
솔직히 가족관계라 영영 안볼 사이도 아닌데, 좀만 생각이 있다면 솔직하게
'이모, 지금형편이 어려워서 보험금 내기가 힘들어요' 라고 말하고 보험을 깨달라고 하든,
몇달만 빌려달라고 하든 나름의 조취를 취해야 하는데 오빤 그냥 무조건 현실도피..
결국 오빠모르게 지금까지 어머니가 대신 힘든 형편에도 불구하고 내고 계십니다..
그래도 오빠결혼할 때 밑천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3. 술에 엄청 취해 온 어떤 날 자기방 옷무더기에 노상방뇨했어요.
새벽에 아들이 들어왔나 잠깐 들여다본 아버지가 흥건한 방바닥을 보고 놀라시고,
그 흥건함의 정체를 아신 후엔 술에 취해 코골며 자고 있는 아들 옆에서 땀 뻘뻘 흘리며,
아버지란 죄로 묵묵히, 내일 모레 장가갈 아들의 뒷처리를 하셨죠..
4. 제가 사촌언니를 도와주고 자그맣게 사례비를 받은 적이 있었어요.
어려운 형편에 열심히 사는 언니인데 고맙다며,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쪽지와 함께
봉투에 십만원을 넣어서 몰래 제방 책상위에 놓고 갔어요.
마음이 너무 짠하고 오히려 내가 더 미안하고 고마워서 쓰기도 너무 아깝고,
다음날 은행가서 저축이나 해두자 싶어 서랍 한쪽에 소중히 챙겨놓았는데
다음날 오빠에게 '지우개를 찾느라 니서랍을 뒤지다 봉투를 봤는데, 돈같더라. 그거 나 좀 쓰겠다.
나중에 갚으마' 하며 문자가 왔죠.
제가 그동안 눈치못챘던건진 몰라도, 오빠가 제 서랍을 뒤져 무언가를 찾은 적은 없었어요.
그리고 그 봉투가 다른 수첩들 사이에 있어서 쉽게 찾긴 힘들었을텐데...
어쨌든 오빠도 얼마나 궁하면 동생돈을 빌려달라할까 싶어
'알았다. 대신 술값으로 쓰는일이 없었음 좋겠다. 꼭 갚아라' 며 빌려주었는데
그날 오빤 보란듯이 술떡이 되어 돌아왔죠.
그리고 그 10만원은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돌려받지 못하고 있어요.
사실 그 10만원 의미가 있는 돈이라 좀 속상할뿐이지,
금액으로써는 저한테 없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아요.
그래서 오빠가 정말 열심히 사는데 경제적으로 계속 힘들다 싶으면 받을 생각도 없었는데,
저한텐 매일 죽는소리 해가며 돈 없다고 다음에 갚겠다면서
술먹을 돈과 신발, 가방, 옷 살돈들은 어디서 솟구쳐 나오는지...
제가 유별난 건가요... 남자들 보통 혈기왕성하고 철모를 때 그러다말텐데 혼자 호들갑 떠는건가요..
맞아요. 사실 오빠 인생인거잖아요. 무책임하든, 그렇게 자칭 '자유인' 이라 일컬으며
자기가치관을 내세우며 만끽하든, 술떡이 되든, 오빠 몫인 거잖아요.
근데 제가 제일 힘든 건 그런 오빠를 언젠가는 나아질거라는 믿음으로 지켜보시는 부모님과,
또 그 기대가 무너질때마다 매번 받으시는 그분들 상처를 더 이상 보기가 너무 힘이 들어요.
별의 별 망상을 하며 사는 제모습도 너무 무서워요.. 담지 말아야 할 나쁜 마음들이 자꾸만 생겨요.
술에 취해 정신못차리고 누워있는 오빠를 보면서, 그 심장에 식칼을 꽂아버리고 싶단 생각도 해봤구요..
그냥 오빠가 사고로 어떻게 됫으면 좋겠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도 해봤어요.
하지만 그렇게 된다한들 그 후가 정말 제가 바라는 해피엔딩이 아닐 거라는 거 너무 잘 알고
그건 정말 제가 원하는 건 아니에요..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알코올 중독' 에 대해서 검색해봤는데,
알코올 중독 자가진단을 보니 오빠에게 해당하는 사항들이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오빠의 현 상태는 자제력도 책임감도, 삶의 대한 의지도, 꿈꾸는 미래도 없는 사람 같아 보여요..
하루하루 하루살이처럼 그렇게 위태위태 살아요.
톡에서 보는 훈훈한 남매들... 보기만 해도 든든한 오빠... 너무 부러워요.
용돈주고 물질적으로 막 도움을 주는 오빠가 필요한 게 아니라 정신적으로 의지하고
듬직히 여길수 있는 오빠가 필요한 것 뿐인데, 제가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리고 있는 건지..
오늘 어머니께 조심스레 오빠를 병원치료 받게 하는 것이 어떻냐는 말씀을 드렸어요..
속상하신 표정은 숨기시지 못하고, '치료를 권한다한들 오빠가 받아들이겠느냐,
자기자신의 문제를 정작 당사자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라며 걱정하셨어요.
그런데 계속 오빠를 이런 상태를 두면 제대로된 사회생활도 못할뿐더러,
건강에도 분명 문제가 될 것 같아요.
알코올 중독치료와 함께 심리적인 치료로 조금이나마 삶에 대한 의지와 책임감을 찾을 수
있다면 진짜 어떻게든 받게 하고 싶어요.
오빠를 설득하는 건 무리겠죠..? 이런 권유조차도 오빠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구요.
또 가족모두 시골에 가서 사는 방법도 생각해봤어요.
오빠 하나로 인해 가족모두가 희생아닌 희생을 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이런 방법이라도 네가족 모두 화목하다면 제겐 그게 최선책일 것 같아요.
사실 오빠가 술에 취하지 않았을 때 얘기하면 자기도 자신의 습관적인 과음과,
자제가 안됨을 알고 나쁘다는 것도 알긴 아는 것 같은데 막상 술자리를 갖게 되면
까맣게 잊고 그냥 막무가내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술자리를 만드는 친구 몇명이 항상 있구요. 그 친구들만 만나면 그래요.
만약 매번 술자리를 가질때마다 다른 사람들과 마시며 인맥을 늘리고, 친목을 도모하는 거면 모르겠는데
매일 보는 친구들.. (그중에 한명은 엄마를 '야!' 라고 호칭한다는 사실에 충격,, ) 이건 좀 아니자나요.ㅜㅜ
단순히 '우리오빤 착한데 그 놈들때문에!" 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무리 그런친구들이랑 어울려도 자신만 자기중심을 잡고 있으면 되는게 맞아요.
저희 오빤 그러지 못한 거구요.
하지만 당분간만이라도 그 친구들과 멀리 떨어뜨려 놓으면
오빠도 어느정도 자기마음을 살피고 다질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요.?
하아...
정말 어떻게 보면 지금 제가 여러분들께 드리고 있는 모든 얘기들이 누워서 침뱉기죠.
하지만 부끄럼보다, 매사에 부정적이며 자기연민과 허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오빠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끝에 이렇게 글 올립니다...
저보다 더 힘드신 분들도 많을텐데, 이렇게 본의아니게 우울한 소재로 자문을 구하게 되어 송구스럽네요.
아버지, 어머니, 오빠, 저... 이렇게 넷이 옹기종기 모여 살 날이 그리 길지 않을거란 생각을 하면
하루하루가 아깝고 초조합니다.
다른집 잘난자식들처럼 공부잘하고 돈마니 벌진 못해도,
최소한 부모님 마음에 상처받게 해드리고 싶지 않네요..
이미 여지껏 드린 상처들도 채 아물지 않은 그 분들 마음을 치유해드리는 데에만 집중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저희오빠가 정신을 번쩍 차릴 수 있을까요?
따끔한 충고도..많이 해주세요. 저도 나약해지지 않게 마음다잡고 더 강해지도록 노력할게요.
한분한분의 의견이 각성제가 되고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도와주세요..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읽어주신 여러분께 정말 깊이깊이 감사드리며 긴 글을 마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