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中毒) - 아홉번째

독백2003.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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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표는 성경책 사이에 있는 그동안 지우에게서 온 편지를 모두 꺼내었다. 한장...두장...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편지들... 모두 지우에게서 온 편지들이었다.
가끔 현표는 그 편지들을 태빈에게 보여주곤 했는데...그럴때 마다 현표를 걱정하는 지우의 마
음이 담겨있는 편지를 보는 태빈의 마음한켠엔 왠지 모를 부러움이랄까 그런 마음이 들었었다.

 

" 이제 반만 더 살면 되겠지... 그럼... 편지도 이안에 가득하겠다. 그치?"
" 그래... 그럼 너 이방에서 쫓겨날지도 몰라."
" 편지때문에?"
" 그래. 편지에 밀려서 편지들한테 쫓겨날지도 모른다구."
" 하하. 그런가? 그래도...그건 너무 좋을꺼 같애."
" 지우가 그렇게 좋아?"
" 당연하지. 형이 본 지우누나는 어때?"
" 안봤는데 어떻게 말해..."
" 그래도 내가 맨날 들려줬잖아. 여하튼 형 느낌은 어때?"
" ...글세..."

 

태빈이 미소지으며 생각에 잠기자 봉사원녀석과 두명의 꼬붕이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 행님. 이게 이게 어디서 구한 겁니까?"
" 쉿. 조용히 해라. 이게 건너빵 뜨쟁이한테 구한거 아니겠냐."
(*뜨쟁이:문신전문가)
" 와우. 번쩍번쩍 하는데요?"
" 어때. 쓸만하지?"

 

봉사원은 어디서 구한건지 버튼을 누르면 칼날이 나오는 손바닥 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칼을
구해왔다.  녀석은 버튼을 눌렀다 접었다를 반복하며 겁을 주기라도 하 듯 현표의 눈을 바라보
았다.

 

" 형님. 근데 검방하면 어쩌려고 이런걸..."
" 그런게 무서우면 여기 있지도 말아야지."
" 역시...행님이십니다."

 

꼬붕 두녀석은 봉사원의 칼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코를 박고는 구경을 하며 탄성을 질러댔다.
태빈은 벽에 기대어 봉사원의 장난감을 보고 미소지었다. 그에 봉사원은 기분이 나빴는지 태빈
을 꼬나보며 칼을 던졌다. 버튼을 누른채로 던져진 칼은 칼날이 선채로 태빈의 오른쪽 귀를 향
해 날라갔고, 태빈은 그의 칼을 가볍게 받아냈다.

 

" 장난을 쳐서야 되나. 그러다 벽에 흠집이라도 나면 검방할 때 숨겨보지도 못하고 걸릴텐데..."

 

태빈의 말에 봉사원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오른쪽 눈과 귀를 겨냥하고 던진 칼이었다. 헌데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받아내버렸다. 태빈은 녀석의 행동에 코웃음을 하곤 칼을 접었다
그리고 태빈이 칼을 들자 봉사원은 칼을 받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태빈의 손이 칼에 있던
버튼을 눌렀고, 봉사원과 두 꼬붕들의 눈은 겁에 질린채 태빈의 손을 응시했다. 녀석이 버튼을
누른채로 던진다면 어떻게 될지 알수 없는 일이었다. 칼날이 선 칼. 아무리 작은 칼이어도 저정
도 라면 왠만한 상처정도는 낼 수 있었다.

 

태빈은 봉사원의 오른쪽 눈과 귀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한쪽눈을 감고 팔을 뒤쪽으로 접었다가
앞으로 뻗는 순간 봉사원과 두 꼬붕 녀석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아무소리도 아무 느낌
도 나지 않았다. 셋은 눈을 살며시 떴고, 그러자 태빈의 손에 있던 칼은 빠른 속도로 봉사원 녀
석의 귀를 스치고 지나가 벽에 부딪혔다. 헌데 더 놀라운것은 칼이 봉사원의 귀를 스치고 벽에
가서 꽂힌것이 아니라 칼날이 벽에 닿으면서 접혀 벽에는 아무런 상처를 내지 않고 바닥으로
떨어진것이었다.

 

그에 셋은 자리에서 꼼작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었고, 태빈은 그런 그들의 겁에 질린 얼굴을 보
고 웃음 지었다. 태빈은 장난으로 눈을 감고 거리를 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겁주기 위해 던
지려다 만 것도 아니었다. 태빈은 벽에 상처를 내지 않고 정확하게 칼이 돌아 벽에 닿으며 접히
게 하기 위해 거리를 잰 거였다.

 

" 서른살이 넘어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 치고는 꾀 쓸만한데? 하지만 그 장난감도 누가 가지고
노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어린아이용 장난감인지... 어른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인지..."

 

태빈의 비웃음 섞인 말에 봉사원의 표정이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졌다. 그리고 그제야 정신이 든
건지 두 꼬붕 녀석은 봉사원의 오른쪽 귀 위에 난 상처를 보았고, 예리한 칼날에 스친 상처부위
에선 붉은 피가 흘러 내렸다.

 

" 행님- 많이 째졌는데요?"

 

사투리를 쓰는 둘째꼬붕의 말에 봉사원이 녀석을 흘겼다. 그러자 다른 꼬붕녀석이 숨겨두었던
상처에 바르는 약을 꺼내와 봉사원을 앉히고는 귀에 약을 발라 주었다. 그에 둘째꼬붕은 상처
에 약이 닿으면 쓰라릴까 호호 불어댔다. 그들이 하고 있는 짓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산만한 덩
치의 둘째 꼬붕과 빈약한 체구의 원래 꼬붕. 그리고 나잇살과 이곳에서 붙은 살들로 답답해 보
이기 조차 한 봉사원.

 

현표는 그들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났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어 웃었고,
함께 구경을 하고 있던 막내의 입에선 더 큰 웃음소리가 나왔다. 그에 봉사원의 시선이 막내와
현표에게 닿았고, 그들은 입을 막고 태빈의 옆으로 바싹 다가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