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전역하고 커피집에서 일하는 이야기.12

김홍렬2012.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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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카페는 매월 말일이 회식날이다.


처음 회식을 하던 날이 생각나는데,
금요일 밤, 가게일이 끝나고,(밤 11시)
나와 사장님이 찾아간 곧은 동네의 작은 숯불구이닭집이었다.
사장님의 단골 가게라고 한다.
이렇게 작고 평범한 가게를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물어봤었는데,

어느날 사장님이 혼자 길을 걷다가 봤는데,
이 가게 내부에 보이는 후왕(환풍기)이 너무 깨끗해서
번쩍 번쩍 빛이 났었다고 한다.
그래서 신장개업한 가게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1년도 더 된 가게였던 거다.

-이렇게 매일 후왕을 번쩍번쩍하게 관리하는 가게라니
닭고기도 맛있을 게 틀림 없어!

라고 생각한 사장님은, 결국 이 닭집 단골이 되어버리셨다.


조그마한 가게에서는,
철판에 깔려진 닭고기들이 모락모락 구수한 냄새를 내뿜고
있다.

늦은 밤,
주광빛 전등과
닭 읽어가는 소리.

이미 먼저 찾아온 손님들은,
맥주잔을 부딪치며
왁자지껄 회포를 풀고 있다.

사실 회식이라고 해도 나랑, 나랑 동갑인 고양이녀(일전에
이 아이에 대해 쓴 적이 있다.) 그리고 사장님 셋밖에 직원이
없기 때문에, 조촐하게 하겠구나 싶었는데,
오늘은 그 고양이녀마저 안 온 것이었다.

-뭐..뭐야 사장님 우리 이거 단둘이 회식인건가요?
-어허- 기다려봐.

음...? 다른 누가 온다는 걸까.
궁금증은 이내 풀렸다.

추가 등장인물
사장님 남편.
사장님 아들 1.(고1)
사장님 아들 2.(초6)

그러니까 이건, 어째서인지 카페 회식이지만
내가 사장님 가족식사에 초대받은 거 같은 묘한
구성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이미 다들 카페일하며 자주 본 얼굴들이라 낮설지는 않다.
이렇게 우리 다섯 명은
곧이어 나온 숯불닭 두 마리와
매운 불족발 (이건 정말 엄청난 맛이었다.)
을 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 내일 학교 방송반에서 또 남으래.'
이건 아들1 (고1)의 이야기.
- '형아 폰에 팔라독 깔려 있어요?'
이건 아들2 (초6)의 이야기.
-'우리 생명보험이나 어서 들어놓을까?'
아저씨의 이야기
-'카페 화장실 문 닫고 나왔는지 기억이 잘 안 나네..'
사장님 이야기
-'여기 족발 후..하..진짜..후.. 맛있네요!!'
내 이야기.

이렇게 서로 나이도 다르고 직업도 다른 다섯명이
서로의 이야기를 하며 닭을 뜯었다.
그러다가 왠지 모르게 시작된
사장님과 남편의 부부싸움을 말리며
(다단계가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논쟁이었다)



밤은 깊어지고,
쪼르륵
맥주 따르는 소리.
치이익
닭 새로 굽는 소리.
그리고 웃음 소리.

첫 회식은 그렇게,
내가 생각했던거랑 무척이나 다른 느낌으로 끝이 났다.

물론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무척이나, 뭐랄까
이건

동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