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그리고 1년

당당한 이혼2012.05.08
조회19,449

요즘 직장이 많이 한가해져서 자주 이곳에 들어와 여러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읽곤 하는데요..

예전에도 그랬던 것 같지만 다양한 이유로 결혼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힘들어 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이혼' 이란 참 쉬운(?) 해결책을 참 쉽게(?) 던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물론 내 일이 아니니까.. 읽다보니 한숨 나오게 답답하니까..그런 거겠죠.

 

전 작년 이맘때쯤 이혼에 합의 하여 8월에 서류까지 깨끗하게 정리를 했어요.

1년이 흘렀네요.

지난 3년 반의 결혼 생활과 1년의 싱글 생활을 되돌아 보니 지금 현재 참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글을 쓰려다가 이어지는 글에서 몇 년전 제가 썼던 글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어요.

이 곳에 이런 글을 썼다는 사실 조차 잊고 있었거든요.

제가 그 글을 썼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이혼이란 해결책을 던져줬었죠.

물론 결과만 보았을 때 그렇게 해결된게 맞긴 해요.

그런데 그 때 바로 이혼이란 선택을 했다면 지금의 삶이 이렇게 행복하고 만족스럽진 않았을 것 같아요.

 

많은 고민을 했죠.

몇몇 사람들에게 조언도 구해봤구요.

그 때 내가 내린 결론은 가정을 쉽게 버리지 말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자 였어요.

 

이어지는 판을 읽기 귀찮아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짧게 요약하자면,

남편이 부부관계를 피하고, 외박을 밥먹듯 하며, 날 여자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이었어요.

 

최선을 다한다는게 참 어려운 일이더라구요.

모든 노력을 다하는 2년동안 너무너무 힘들었어요.

싸워도 봤고,

달래서 약도 먹여봤고(비아그라-여자로써 이런 약 구하기도 쉽지 않았어요),

매일 편지도 써봤고,

울면서 애원도 해봤고,

설득해서 같이 부부상담도 받아봤고(한 6개월 받았는데 돈도 엄청 많이 들더군요. 한번 갈때 무조건 기본10만원!!)

이런 과정 중에 너무 힘들어 우울증이 왔고, 결국 정신과 치료까지 받게 되고....

그러다가 아이가 생기면 남편도 좀 달라지고 가정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남편이 조카들을 참 이뻐했었거든요) 현대 의학의 힘을 빌려 인공수정을 하려다가 남편이 무정자증 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죠.

 

안그래도 자격지심이 있던 남자가 본인이 무정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떻게 변하는지는....

다들 짐작이 가실거에요.

 

한 2년을 그렇게 보내고 나니 이제 정말 더이상 방법은 없다는 결론이 아주 정확하게 보이더라구요.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졌죠.

 

하지만 후회는 안해요.

지난 1년간 몸도 마음도 많이 회복되었고, 또 스스로 성장 했다는 걸 느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선을 다 했기에 내 선택에 절대 후회가 없는거죠.

'끌고서라도 병원에 한번 데려가볼껄...', '부부 상담 한번만이라도 받아볼껄...','어떻게 해서든 진지하게 대화해볼껄...'.'내가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볼껄...'

이혼 후에 할 법한 이런 갖가지 후회들 미련들 없이 새롭게 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전남편도 제가 할만큼 했다는걸 알기에 더이상 붙잡지 못했을거라 생각해요.

 

이혼후 1년.

쉽지만은 않은것 같아요. 이 나라에서 이혼녀로 산다는것..

가까운 친척들과 친구들이야 물론 제 편이 되어주지만 사회의 시선이란 것이 있으니까요.

 

전 처음엔 직장에서가 가장 곤란했어요.

자꾸 거짓말을 하게 되니까..

한 석달 정도 지나고 나서 같은 부서 사람들에게 한명씩 한명씩 얘기를 했죠.

그리고 나서는 친하지 않고 어울리기만 하는 친구들..

가끔 보는 친척들..

이제 제 주변에 모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도 절  안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더라구요.

생각했던것 보다 다들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너무 쉽게 이혼을 결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거에요.

내 인생, 내 가정이잖아요. 한번 뿐인 인생인데 잘 살도록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야죠.

그리고 이혼을 결정한 사람들에게,,,

내가 정말 노력한 후의 결과가 이혼이라면 이 사회의 시선도 절대 차갑지 않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요.

 

여기까지~~

이혼 1년차 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