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전역하고 커피집에서 일하는 이야기.13

김홍렬2012.05.08
조회28,288
손님 이야기.6

요즘들어 자주 오는 손님들이 있다.

대학생들인듯한 여자애들인데,

한 명은 건축학 관련 학과인거 같다.

매번 카페에 화통을 들고 온다던지

모델 만들 재료를 가져와 칼질을

한다던지 노트북으로 그래픽작업을

한다던지 하는 듯 하다.

왜 굳이 그런 하드한작업을 이 카페에서 하는거야? 설계실이 있는데도. 라는 의문이 들 법도 한데,

나도 건축학과라서인지 이해는 간다.

저 사람은 여기에 건축과제를 하러 온 게 아니라 친구들과 놀러 온 거다.

그런데 항상 따라다니는 과제의 압박에 못 이겨 `혹시 모르니까 일단
가져가자` 해서 가져온 과제들을
결국에는 줄창 하게 되는 것일 게다. 분명.

나는 혼자 조용히 앉아서 머리속으로는 셜록 홈즈마냥 요상한 추리를 하며 손님들이 주문하기를 기다렸다.

ㅡ요거트스무디 주세요.

앗, 또 요거트스무디를 주문했다.

저번에 저 손님들이 한번 요거트스무디를 주문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실수로 양을 조금 더 많이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결국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서

컵 위로 요거트스무디를 산처럼 잔뜩 

쌓아올려(명동에서 파는 기다란 소프트 아이스크림마냥) 주었는데,

손님이 받자마자 푸흡, 하고 웃는 것이었다.
(엄청난 양 때문인지,기이하게 높이 쌓인 모습이 웃겼던 건지 잘 모르겠다.) 

그 뒤로는 저 사람들,

항상 요거트스무디만 시킨다.

ㅡ왠지ᆢ전번처럼 높이 쌓아주어야 할 것만 같아.

실망시키면 안된다는 묘한 압박감을

받으며, 오늘은 지리산 같은 느낌으로

쌓아올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