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집을 해온다고 하면, 여자는 얼만큼 해야 괜찮은 걸까요? ㅠ

결혼하고싶은여자2012.05.15
조회1,650


안녕하세요.
맨날 출퇴근길에 핸드폰으로 눈팅만 하던 직장녀입니다.

판에 보면서 종종 뭔가 깨닫는 바가 있어,
이번엔 저의 결혼에 관하여 조언을 구하고자 글을 올립니다.

제가 아직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도 거의 없어 아는 바가 많지 않으니
아낌없는 댓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올해 26살, 남친은 올해 28이며 사귄지는 1년이 넘었고 결혼 약속을 한지는 6개월이 되어갑니다.
현재 양가에 인사는 마친 상태이고 아직 상견례는 하지 않았습니다.
사귀기 전부터도 오랜기간 잘 아는 사이였고, 서로 성격 및 생활패턴도 너무 잘 맞고 남친의 성품이 너무 좋은 사람이라
저는 이러한 사람을 만나게 된게 참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처음 연애를 시작했을 때부터, 나이는 어린 편이지만 저희는 결혼을 염두에 두고 시작했기 때문에 서로에게
집안 얘기를 많이 터놓고 하는 편이었습니다.
결혼할 때 양가의 경제적인 부분이 많이 중요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속물이다 아니다, 사랑으로 극복해야하는 대상이다 아니다는 논외로 하고,
아무래도 차이가 많이 나게 되면, 그걸 조율해가는 과정에서 힘이 많이 드는 것만은 사실이겠지요.
남친을 정말 사랑했기 때문에 만약 양가 사이에 그런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정말 잘 극복해야겠다 다짐은 했었지만,
서로 얘기를 해보니 집안 형편이 비슷한 것 같아서 큰 부담을 덜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딸 둘 중 장녀이고, 저희 집안은 부유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장녀이기 때문에, 나중에 부모님이 연세가 드셨을 때 제가 부양해드리지는 못할 지언정 
제가 결혼할 때 부모님에게 무리하게 받아내서 결혼하고 싶지는 않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부모님들도 나중에 자식들에게 도움 받고 살기보다는 미리부터 노후대비를 충분히 하고 싶어하셔서,
저에게 어려서부터도 절약하고 저축하라고 많이 말씀해주시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작년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니 앞으로 2-3년정도 모아서
제가 최소 4천쯤 저축을 하고 부모님이 또 그만큼을 보태주셔서
제가 결혼할 때 혼수 + 집값에 보태기 위해 1억쯤 만들어서 결혼을 한다는 플랜이 있었습니다.
양가 집 및 직장이 모두 서울이라, 서울에 집을 구하려고 하는데
저하고 남친은 18평~23평쯤에 전세 2억~2억5천쯤 하는 집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예비 시부모님 되실 분들은 너무 좋으신 분들입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하게도, 저는 사실 정말 기대하지 못했는데, 2억5천 정도 하는 집을 해주시겠다고 하십니다.
요즘 집값이 워낙 비싼걸 알기 때문에, 그리고 제 남친이 장남도 아니고 아들 둘 중 차남이라, 사실 저희 집에서 상당부분 부담을 해야 하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말씀하셔서 내심 정말 감사했습니다.
사실 집 문제가 결혼할 때 정말 너무 힘든거잖아요.
그게 너무 쉽게 넘어가서 저는 이대로 차근차근 준비하면 정말 저희는 다툼없이 문제없이 잘 결혼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예비 시댁이 사정이 생겨, 원래 2년 후쯤으로 생각하던 결혼이 확 앞당겨지게 되었습니다.
그 사정이라는게 좀 복잡한데.. 여튼 당장 올해 가을쯤 결혼하는게 어떻겠냐고 하십니다.
그리고 아직 저한테 딱 "얼마" 라고 말씀하신건 아니지만, 남친을 통해 들은 바로는
제가 집값에 보태지는 않더라도, 1억정도를 준비해오기를 생각하신다고 합니다.
예단 이런거는 하나도 받고싶지 않고, 필요한 혼수 조금, 그리고 결혼식비용+신혼여행비용에 일부 쓰고,
그리고 남는 돈은 저희 출발하는 순자산으로 하셨으면 한다구요.
딸 있는 집에서 넉넉한 집에 시집 보냈으면 하듯, 예비 시부모님도 넉넉한 집에 장가 보내고 싶으신 마음에서 그러셨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실 좀 놀랬던게, 저희 집안하고 남친 집안하고 비슷하다고만 생각했는데, 갑자기 몇달 이내에 집을 사주실 수 있을만큼 현금이 있는것도 좀 놀랐고,
또 이제 점점 더 예비 시댁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니, 사실 겉모양만 저희 집하고 비슷하지 훨씬 더 부유하신 것 같습니다.
저희집은 부족하지는 않다고 하지만, 사실 아직 제 여동생도 이제 막 대학에 입학하느라 교육비도 많이 들었고
저도 대학 졸업한지 1년밖에 안되어 대학 다니는동안 또 돈이 들었고..
그래서 지금까지 그정도 결혼 자금을 많이 저축해놓은 것은 아니거든요.
물론 부모님이 다른 계획, 이를테면 당신들 노후 대비 목적으로 저축해두신게 있을수 있겠지만
그건 애당초 저의 몫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정말 시간만 1-2년이 있으면 알아서 해결할 수 있을 문제인데, 갑자기 이렇게 확 앞당겨지니 사실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저희 예비 시부모님들은 값비싼 예단 같은 허례허식에 치중하시는 분들은 아닙니다.
저희가 CC인지라, 결혼식도 그냥 동문회관에서 해도 좋다고 하시고, 예단 이런것도 필요없다 하시고 신혼여행도 그냥 니들 가고싶은대로 가라고 하십니다.
다만 그냥 그분들이 좀 잘 사시기 때문에.. 그냥 그분들에게는 1억이 '합리적'인 기준인가 봅니다.
갑자기 그래서 남친 집안하고 저희 집안하고의 괴리감도 느껴지고 ..
저희집에서 올해 당장 결혼할거면 1억 준비 못해간다고 얘기하기도 정말 망설여집니다..
예비 시부모님은 저희집도 형편이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흔쾌히 결혼을 승락하신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데,
알고 보니 그렇지 않다는걸 알게 되시면 저하고 저희집에 실망하실 것만 같아 걱정이 됩니다.
결혼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제 자존심을 내세울 문제는 아니지만..
제 자존심 때문만은 아니고, 그냥 경제적인 문제가 발단이 되어서 앞으로 두고두고 장애물이 될까봐서요..

만약 정말 저희집에서는 지금 당장 빚지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제가 모은거 천만원 정도.. 부모님이 또 한 2천만원 정도..)만 하면
양가에서 하는 금액이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데.. 결혼할때 이런 경제적 부담의 차이가, 주변을 보면, 두고두고 가족들 마음에 남는 것 같더라구요 ..
그런거 있잖아요, 좋을땐 잘 지내다가도
안좋을때 갑자기 "얘는 결혼할때 몸만 온 애" 이런식으로 생각이 들 수도 있고 .. 제가 너무 쓸데없는 걱정을 하나요 .. ㅎㅎ

 

두서없이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요약하자면 저의 고민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예비 시댁에 당장 그정도 준비가 안된다고 사정을 말씀드리고 결혼을 미루자고 하고,  계획했던 2년보다 단축해서 빡세게 저축한 후 결혼한다.
2. 사정을 말씀드리고 당장 있는 돈 가지고 결혼을 한다 (제돈 천, 남친이 모은 2천, 부모님이 해주실 2천.. 남친에게는 이러한 얘기를 다 했는데,
남친이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자기가 모은 돈 저한테 보태준다고 하네요 .. ㅠ)
3. 친정 부모님께 조금 더 보태줄수 없는지 여쭤보고 부탁드린다

 

제가 대출 옵션을 왜 고려하지 않냐면, 집을 사는것도 아니고 혼수/결혼식 비용은 다 해결이 되는데, 그 외에도 대출을 받는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해서요 ..

 

행복한 고민 하고 있다고 엄살떨지 말라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다만, 사실 제가 이런 큰 경제적인 문제를 처음 접하는거고, 또 제가 돈얘기를 가뜩이나 부모님하고도 얘기하기가 너무 어려운데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너무 엄하셔서요..) 그런걸 예비 시부모님하고까지 얘기하려고 생각하니 너무 막막하고 그래서요 ..
그리고 시댁에 마냥 잘보이고 싶었는데, 이런 말 드리기가 정말 망설여지고 참 속상하기도 하고.. 그렇다고 또 저희 부모님께 아쉬운 소리를 하려니
제가 부모님 노후자금을 건드는 것만 같아서 차마 입이 안떨어집니다 ㅠ

 

잘 모르는 여동생 가르쳐준다 생각하시고, 많은 조언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