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방의살인마1

왕보리2012.05.16
조회2,897

출처 : http://www.humoruniv.com/
< 웃대 : 듀라라님 >

 


괴수의 점액질처럼 끈적끈적한 공기가 폐로 스며든다. 불쾌감이란 족쇄가 온 몸을 휘감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눈동자를 굴리는 일뿐이었다.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 그것은 인간이 아니었다.

"으헤헤헤"

마치 칠판을 긁어대는 듯 끔찍한 목소리 때문에 침이 넘어갈 뻔 했다. 조심해야 한다. 작은 소리라도 냈다가는 녀석의 귓가에 닿을 테니까. 녀석은 이 불쾌한 공간과 어울리는 짐승이었다. 마치 태어날 때부터 여기에서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을 것 같은 익숙한 행동들.

“쿠하하하하하!!”

고막을 뚫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듣기 싫은 소리가 방 안 가득 울려 퍼진다. 그 소리의 근원지는 녀석이 들고 있는 손도끼였다. 단순히 그 도끼만 본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도끼로 내려찍는 것이 나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면 긍정이란 소리를 뱉을 수 있을까?
눈앞에 펼쳐져있는 장면은 3류 감독이 만든 전혀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어물보다 잔인성보다 뛰어났다. 아니, 영화와 비교할 수조차 없다. 왜냐하면.

“신난다. 신난다. 신난다. 신난다. 신난다!!”

스크린 너머에 존재하는 공포가 아닌 동공 너머로 보이는 ‘실제상황’ 이니까. 도끼라는 부적절한 도구로 도륙되고 있는 것은 냉동돼지고기가 아닌 '인간'이다.
위액이 폭풍우 치는 바다처럼 마구 들썩였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 위액을 토해내는 소리가 녀석에 닿으면 안 되니까!
팔과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미친 듯이 떨려왔고, 방광이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역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저 붉은 도끼의 희생양이 될 지도 모르니까.

"조으다. 완전 조으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 한 유행어와 함께 도끼와 고기가 맞닿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그것을 듣고 있자니 마치 음악처럼 리듬이 있었다. 녀석은 인간의 시체로 장난을 치고 있던 것이었다.
그 순간 신나게 주위로 튀기던 고기의 파편 중 하나가 뺨에 튀었다. 그 순간 긴장이라는 소중한 끈이 끊어졌고, 결국 '실수'를 해버렸다.
방광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고, 교복바지 가랑이에서 긴장을 풀어주는 따뜻한 무언가가 흘러나왔고, 참고 있었던 터라 그 따뜻함은 멈추질 않았다. 그리고 그 냄새는 삽시간에 코를 자극할 만큼의 훌륭한 지린내가 났다.
녀석은 흥분한 상태였기에 이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코에 훌륭한 냄새가 닿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심장소리가 대형 펌프기를 사용하듯 크게 들렸다. 가슴에 스피커라도 달아놓은 듯 한 큰 소리가,
제발, 냄새야 닿지마.
제발, 심장아 멈춰줘.
제발, 오지마.
애타는 기도가 하늘에 닿지 않았던 모양이다.

"응?"

녀석의 희번덕이는 눈동자가 여길 바라보았다. 그리고 도끼를 들며 뛰어왔다. 이제 끝장이다. 빌어먹을 주먹만 한 방광이 미치도록 원망스러웠다.

"아, 신발."

녀석은 청소도구함을 활짝 열었다. 하지만 거기엔 내가 없었다.

"인기척이 났는데……. 지린내 조카 나네. 신발."

녀석은 눈에 띠게 흥분이 가라앉아있었다. 새로운 희생양이란 장난감을 기대했지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김이 빠진 모양이었다.

“아, 신발 김빠져.”

녀석은 그렇게 말하더니 청소도구함 문도 닫지 않은 채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교실 미닫이문 열고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방광에 남아있던 액체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살아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헐떡이는 숨과 즐겁게 고동치는 심장. 난 살아있었다.
청소도구함의 대수건 4개와 빗자루로 나를 감춘 것이 성공한 것 같다. 어두운 밤이었기에 가능했지. 만약 달빛이라도 있었다면 나의 머리는 2짝으로 갈라졌을 것이다.
위험이 사라져서 그런 것일까 힘줄을 모두 끊어버린 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다리가 저리고, 지린내 때문에 불쾌했다. 당장이라도 샤워하고 새옷으로 갈아입고 싶었다. 그렇게 작은 희망을 품으며 의식의 심해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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