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었던 의식의 끝에서 자신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의식이 기억을 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으악!!!"
끔찍했던 생각들이 뇌혈관을 쑤시고 다니자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헉, 헉."
긴장이란 칼날이 바짝 선 상태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평화롭기가 그지없는 흰 벽지였다. 흰 커튼 너머로 불어오는 가벼운 바람이 방을 가득 메웠다. 그 바람이 심장의 펌프질을 잠재우며 점차 흥분이 가라앉았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개인 화장실이 있고, 컴퓨터에 TV까지 있는 걸로 봐서는 분명 특실이다. 그 후 몸을 훑어보았다. 환자복이었다. 그 후 병원으로 후송된 모양이다. 난 살아남은 것이다.
"살았다."
온 몸의 긴장이 수증기가 되어 날아가는 듯 몸에 평화가 찾아왔다.
"정신 차렸나?"
갑자기 들려오는 음성에 깜짝 놀라버렸다.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흰 가운을 입은 중년 사내가 서있었다. 그 뒤에는 환자에게 안정을 줘야하는 직업치고는 끝내주는 몸매를 지닌 간호사가 들어왔다. 사내는 뒤통수를 긁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 미안하네. 또 자고 있는 줄 알고 그냥 들어왔더니만…….”
평소라면 괜찮다고 사과할 필요 없다고 말했겠지만 지금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 지 알 수 없던 터라 일단 의심부터 했다. 내 의심에 보답이라도 하듯 간호사 뒤에서 병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깔끔한 세미정장을 입은 사내가 들어왔다. 그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의사는 나에게 성큼성큼 걸어왔다.
"여기는 어디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디인지 물어보자, 의사는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병원이지, XX 병원이야.”
XX 병원이라면 이 일대에서 가장 큰 병원으로 나 역시 몇 번 온 적이 있었다.
“원래라면 안전을 취해야하겠지만……. 이 분이 너무 막무가내더구나…….”
의사는 숨기지 않고 불편함을 들어냈다. 하지만 그 사내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어제 왜 거기에 있었지?"
대뜸 그렇게 물어오자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네?”
되묻자 형사의 이맛살에 주름이 잡혔다.
“어제의 그 피는 무엇이지?”
피? 시체가 아니라? 범인이 치운 건가? 그의 말 몇 마디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대부분 이 상황에서는 시체가 어찌 되었는지 묻는 것이 자연스러우니까. 그러니 살인범이 시체를 가져갔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
"피라니요? 시체는 없었습니까?"
모르는 척 하고 그에게 물어보자, 그는 보기와는 다르게 내가 원하는 얘기들을 뱉어주었다.
"시체?? 네가 목격한 것이 그건가?"
예상대로였다.
"나중에 조사해보도록 하지. 아무튼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이제는 그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어야 할 차례가 되었다.
"어제 학교에 갔었습니다." "왜 한밤중에 혼자 그런 곳으로 갔지?"
그의 질문에 금방 답변할 수가 없었다. 기억이 없었다.
"전……."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학교가 떠오르면서 누군가와 대화 나누는 내 모습이 보였다.
"그 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그리로 갔습니다."
두 눈을 감으면서 계속 생각해내려고 애썼다.
"그게 누군가?"
형사는 무서울 정도로 나를 쏘아붙였다. 조금 기분이 나빴지만 살인사건이기 때문에 참고 순순히 대답하기로 했다. 나 역시 그 범인을 잡고 싶었기에 억지로 기억을 되살려냈다.
"그……. 누군지 기억이 안나요. 하지만 여자였어요. 긴 머리였거든요. 거기다가 나보다 어린 것 같아요." "여자?"
형사가 어이없다는 투로 내뱉었다. 그리곤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방과 후 학교에서 데이트를 하다니……. 요즘 젊은 애들이란……."
형사는 불쾌할 정도로 혀를 찼다.
"그런 거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여자의 얼굴 정도는 기억하겠지요."
언성을 조금 높이면서 그렇게 말하자, 형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공세가 더욱 몰아 칠거라 생각했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형사의 질문은 거기에서 끝이 났다.
"그만하시게 정신적인 쇼크를 받은 상태에서 억지로 기억하려고 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네." "쳇, 알겠수다."
형사는 거들먹거리며 병실 밖으로 나갔다. 안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는걸 보니 담배를 피러가는 것 같았다. 그가 나가자말자 의사는 근처 의자를 끌어다가 앉았다.
"그래, 몸이 어디 아픈 곳은 없니?" "아, 아픈 곳은 없습니다. 단지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정말이다. 집 밖으로 나가고 난 뒤의 기억이 전혀 없다. 이게 말로만 듣던 기억상실증이란건가? 어지간히 살인범의 행동이 쇼크였던 모양이다. 의사는 나를 바라보며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상업적인 목적을 위한 미소라고는 하지만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미소였다.
"천천히 생각하도록 하시게, 여긴 자네의 집 같은 곳이라네. 안심하게나."
병원이? 헛소리. 이런 약품냄새가 풀풀 나는 곳이 안심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문득 의사가 있다는 사실에 몸 여기저기를 움직여보았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지금 말하는 것이 좋을 테니까.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 같네요" "다행이로군." "저기 그럼 그 살인마는?" "살인마……인가" "왜 그러시죠?" "아무것도 아니네, 그래 그 살인마는 어떻게 되었지?" "제가 물어봤잖습니까?" "아, 그렇군. 미안하네. 우리도 모른다네." "그……렇습니까."
그의 표정을 보니 정말 모르는 표정이다. 하긴 살인마를 아무에게나 말해줄 리가 없지. 그 아저씨 생각보다 형사다운걸? 그 때 또 다시 문 너머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옆방의살인마2
출처 : http://www.humoruniv.com/
< 웃대 : 듀라라님 >
깊었던 의식의 끝에서 자신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의식이 기억을 살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으악!!!"
끔찍했던 생각들이 뇌혈관을 쑤시고 다니자 나도 모르게 소리쳤다.
"헉, 헉."
긴장이란 칼날이 바짝 선 상태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있는 것이라고는 평화롭기가 그지없는 흰 벽지였다.
흰 커튼 너머로 불어오는 가벼운 바람이 방을 가득 메웠다. 그 바람이 심장의 펌프질을 잠재우며 점차 흥분이 가라앉았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개인 화장실이 있고, 컴퓨터에 TV까지 있는 걸로 봐서는 분명 특실이다. 그 후 몸을 훑어보았다. 환자복이었다. 그 후 병원으로 후송된 모양이다. 난 살아남은 것이다.
"살았다."
온 몸의 긴장이 수증기가 되어 날아가는 듯 몸에 평화가 찾아왔다.
"정신 차렸나?"
갑자기 들려오는 음성에 깜짝 놀라버렸다.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흰 가운을 입은 중년 사내가 서있었다. 그 뒤에는 환자에게 안정을 줘야하는 직업치고는 끝내주는 몸매를 지닌 간호사가 들어왔다.
사내는 뒤통수를 긁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아, 미안하네. 또 자고 있는 줄 알고 그냥 들어왔더니만…….”
평소라면 괜찮다고 사과할 필요 없다고 말했겠지만 지금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 지 알 수 없던 터라 일단 의심부터 했다. 내 의심에 보답이라도 하듯 간호사 뒤에서 병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깔끔한 세미정장을 입은 사내가 들어왔다. 그가 들어오는 것을 확인한 의사는 나에게 성큼성큼 걸어왔다.
"여기는 어디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디인지 물어보자, 의사는 자연스럽게 받아쳤다.
“병원이지, XX 병원이야.”
XX 병원이라면 이 일대에서 가장 큰 병원으로 나 역시 몇 번 온 적이 있었다.
“원래라면 안전을 취해야하겠지만……. 이 분이 너무 막무가내더구나…….”
의사는 숨기지 않고 불편함을 들어냈다. 하지만 그 사내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어제 왜 거기에 있었지?"
대뜸 그렇게 물어오자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네?”
되묻자 형사의 이맛살에 주름이 잡혔다.
“어제의 그 피는 무엇이지?”
피? 시체가 아니라? 범인이 치운 건가? 그의 말 몇 마디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대부분 이 상황에서는 시체가 어찌 되었는지 묻는 것이 자연스러우니까. 그러니 살인범이 시체를 가져갔다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
"피라니요? 시체는 없었습니까?"
모르는 척 하고 그에게 물어보자, 그는 보기와는 다르게 내가 원하는 얘기들을 뱉어주었다.
"시체?? 네가 목격한 것이 그건가?"
예상대로였다.
"나중에 조사해보도록 하지. 아무튼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이제는 그에게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알려주어야 할 차례가 되었다.
"어제 학교에 갔었습니다."
"왜 한밤중에 혼자 그런 곳으로 갔지?"
그의 질문에 금방 답변할 수가 없었다. 기억이 없었다.
"전……."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학교가 떠오르면서 누군가와 대화 나누는 내 모습이 보였다.
"그 날…….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그리로 갔습니다."
두 눈을 감으면서 계속 생각해내려고 애썼다.
"그게 누군가?"
형사는 무서울 정도로 나를 쏘아붙였다. 조금 기분이 나빴지만 살인사건이기 때문에 참고 순순히 대답하기로 했다.
나 역시 그 범인을 잡고 싶었기에 억지로 기억을 되살려냈다.
"그……. 누군지 기억이 안나요. 하지만 여자였어요. 긴 머리였거든요. 거기다가 나보다 어린 것 같아요."
"여자?"
형사가 어이없다는 투로 내뱉었다. 그리곤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방과 후 학교에서 데이트를 하다니……. 요즘 젊은 애들이란……."
형사는 불쾌할 정도로 혀를 찼다.
"그런 거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여자의 얼굴 정도는 기억하겠지요."
언성을 조금 높이면서 그렇게 말하자, 형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질문공세가 더욱 몰아 칠거라 생각했던 내 생각과는 다르게 형사의 질문은 거기에서 끝이 났다.
"그만하시게 정신적인 쇼크를 받은 상태에서 억지로 기억하려고 했다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네."
"쳇, 알겠수다."
형사는 거들먹거리며 병실 밖으로 나갔다. 안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는걸 보니 담배를 피러가는 것 같았다.
그가 나가자말자 의사는 근처 의자를 끌어다가 앉았다.
"그래, 몸이 어디 아픈 곳은 없니?"
"아, 아픈 곳은 없습니다. 단지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정말이다. 집 밖으로 나가고 난 뒤의 기억이 전혀 없다. 이게 말로만 듣던 기억상실증이란건가? 어지간히 살인범의 행동이 쇼크였던 모양이다.
의사는 나를 바라보며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상업적인 목적을 위한 미소라고는 하지만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미소였다.
"천천히 생각하도록 하시게, 여긴 자네의 집 같은 곳이라네. 안심하게나."
병원이? 헛소리. 이런 약품냄새가 풀풀 나는 곳이 안심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문득 의사가 있다는 사실에 몸 여기저기를 움직여보았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지금 말하는 것이 좋을 테니까.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 같네요"
"다행이로군."
"저기 그럼 그 살인마는?"
"살인마……인가"
"왜 그러시죠?"
"아무것도 아니네, 그래 그 살인마는 어떻게 되었지?"
"제가 물어봤잖습니까?"
"아, 그렇군. 미안하네. 우리도 모른다네."
"그……렇습니까."
그의 표정을 보니 정말 모르는 표정이다. 하긴 살인마를 아무에게나 말해줄 리가 없지.
그 아저씨 생각보다 형사다운걸? 그 때 또 다시 문 너머로 누군가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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