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게임14

왕보리2012.05.19
조회1,495

출처 : http://www.humoruniv.com/
< 웃대 : hirurika님 >

 


[연작] 살인게임 (14)

 


"들었냐? 김민우 존내 깨졌데."

 


남들이 뭘하건,

그들의 관심이 무엇이고 무엇을 지껄이건 난 관심없다.

누가 누구를 이겼다는 둥, 누가 존내 맞았다는 둥의 시시껄렁한

이야기도 듣기싫고, 그것이 마치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양

호들갑스럽게 떠들어대는 것들도 싫다.

 


"김민우가? ㅆㅣ발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건데?"

"어떻게 되긴 최연호가 짱먹는거고 김민우는 좁밥된거지."

 


지금까지 그 좁밥에게 굽실대던 것들이 마치 자신들의

승리인양 들떠서는 되는데로 지껄이고 있다.

어쩌면 인간이란 존재의 이중성은 나약함에서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크큭, 사람일은 모르는 거라더니 민우새끼도 결국은 이런날이

오는구나. 하긴 그새끼 깝칠때 부터 내가 알아봤어."

"......"

"뭐야? 왜 갑자기 입을 쳐닫고 난리야?"

"저... 뒤, 뒤에..."

 


신이나서 떠들어대던 녀석들의 뒤엔 상처입은 표범처럼

독이 잔뜩오른 민우가 인상을 구기며 저승사자처럼 서 있었다.

 


"미, 미... 미, 민우야..."

"다시한번 말해봐. 이 씹새꺄."

"아니... 난 저기..."

 


퍼억

 


"우아아악."

 


민우의 주먹이 호철의 콧잔등을 후려쳤다.

코피가 터지며 그의 옷을 붉게 물들였고, 코를 움켜쥔 호철은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쳤다.

거기서 끝낼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민우는 뒷걸음질 치는

호철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다시한번 말해보라고."

 


퍼억

 


복부를 맞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인 호철의 얼굴을

무릅으로 찍은 민우는 그의 머리채를 잡아 교실바닥에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마치 죽이려는 것처럼 인정사정없이 밟기 시작했다.

 


퍽, 퍼억, 퍽퍽퍽

 


"크억, 억, 으으윽..."

"재밌냐? 좋아? 신나?"

 


아무도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상처입은 표범 한 마리가 분풀이 대상을

찾아내 갈기갈기 찢어 버리려는 듯 미친듯이 물어뜯는 것처럼

원초적이고 야만적인 광기에 휩쌓여있었다.

 


"그만때려."

 


더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난 민수 녀석의 옷깃을

잡아 뒤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호철이는 벌써 의식을 잃은 듯 입에 거품까지 물고 축 늘어져 있었다.

아직까지 흥분을 가라앉추지 못한 민우는 공격적인 태도로

날 밀치며 욕설을 지껄였다.

 


"넌 또 뭐야?"

"죽이려고 그래?"

"하, 신발 이젠 별 병신같은게 다 나서내. 너도 내가 우습냐?"

 


사실 나서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반아이들 사이에서도 난 그저 평범하고 조용한 녀석쯤으로 통했고,

누군가 시비를 걸어와도 내쪽에서 적당히 피해갔기에 지금 내가 나서는

걸 녀석은 자신을 무시한다고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렇게 말한적 없어."

"그럼 그렇게 생각한적은 있다는거냐?"

"그딴식으로 비꽈서 듣지마."

"주둥이 확 부셔버리기 전에 입 닥치고 있어라."

"못하겠다면?"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녀석의 발이 허공을 갈랐다.

기습이긴 하지만 공격방향도 단조롭고 폼도 전체적으로 엉성한게

힘만 잔뜩 들어간 발차기였다.

물론 고등학생 수준에선 본다면 그럭저럭 통할 정도는 되었지만.

 


"그만둬."

 


손바닥으로 녀석의 발을 잡아챈 난 바로 놓아주며 말했지만

녀석은 마치 방심했다는 듯 곧바로 주먹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말로만 해선 그만둘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기 때문에 난 힘을 실어

녀석의 종아리를 후려찼다.

 


빠각

 


"끄아아악."

"이런..."

 


힘조절을 잘못한 탓에 민우의 무릅이 기이한 방향으로 꺾이고 말았다.

고통스러운듯 바닥에 쓰러진 녀석은 쥐어짜는듯한 신음소리를

내며 울부짖었다.

 


"그러게 내가 그만 하랬잖아."

 


난 녀석의 부러진 다리를 툭툭 건드리며 장난치듯 말했다.

얼마나 아픈지 녀석은 순식간에 식은땀을 비오듯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가 그만두라고 할때 그만뒀어야지.

 


"내가 가만히 있으니까 존내 븅신인줄 알았냐?"

"아아악... 아, 아니..."

"그만하랠때 그만 했어야지."

 


녀석의 부러진 다리를 주무르며 난 말을 이어갔다.

말도 못할 정도로 아픈지 녀석은 눈까지 까뒤집고는 부들부들

떨며 경련을 일으켰다.

 


"그만해라. 강한석."

 


그 순간 내 등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생님이라기엔 조금 여린 목소리. 최연호였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녀석은 고등학교 2학년 때 프로권투선수로

대뷔했고, 거기다 신인왕까지 거머쥔 화려한 전적을 가지고 있다.

 


"신경꺼."

"못끄겠는데."

 


녀석의 속사포같은 주먹이 허공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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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최연호?"

"어...?"

"나 모르겠어? 강한석이야."

 


어느날 우연히 만난 고등학교 동창 강한석.

내가 그 계획된 만남이 함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엔 이미

싸늘하게 식어가는 시신 한구가 내 옆에 다소곳이 누워있었다.

그리고...

 


파직

 

 

기분나쁘게 찌릿한 느낌이 전신을 스치고 지나갔고 정신이 아득해

지며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게되었다.

흐릿해지는 시선 너머로 방금전까지 죽은척을 하고 누워있던 여자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날 내려다보고 있는것이 보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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