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나.가.지.마.시.오 - 39화

삶이무의미함201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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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대학 - 삶이무의미함  님이 쓰신글 퍼온거에요

다음화가 안올라와서 찾아봣더니 있더라구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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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하하하!”

커다랗게 웃으며 의자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우두머리. 그리고는 나를 빤히 바라본다. 짙은 홍색의 눈동자에서 비웃음이 느껴진다. 당장에라도 녀석의 사지를 찢어발기고 싶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괴물이 아니다. 상대는 우두머리다. 제길! 이런 내 마음을 알고 있는지 아저씨는 내게 다가와 민정 누나를 꽉 잡은 손을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

“보내주게. 민정씨는 마지막까지 우리들을 생각한거야. 더 이상 민정씨를 힘들게 하지마.”
“..아저씨..”

숨을 쉬지 않는 민정 누나의 몸에서 아직도 붉은 피가 꾸역꾸역 나오고 있다. 눈이 아닌 몸으로 울고 있다는 착각이 들정도로 많은 양의 피가 흘러내린다. 서서히 온 몸을 적시는 피들을 닦아내지 않는다. 마지막 민정 누나의 눈물.. 닦아주지는 못하겠지만 받아줄 수는 있다.

다시 한 번 편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민정 누나의 얼굴을 눈에 새겼다. 조심스럽게.. 바닥에 누나를 눕힌다. 그래. 마지막까지 나에게 최소한의 호의를 베푼거야. 내가 거기에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저 빌어먹을 사이코 자식을 없애는 것뿐.

“조금만.. 기다려 누나.”

차디찬 바닥에 민정 누나가 두 눈을 감고 있다. 왼쪽 가슴에 기형적으로 생긴 구멍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이미 피로 범벅이 된 상의를 벗어 민정 누나의 몸을 덮어준다. 동생과 아저씨도 각각 입고 있던 얇은 잠바를 벗어 민정 누나의 하체와 얼굴을 덮어주었다. 수고했어. 고생했어. 누나.

“자, 지루한 신파극은 이제 끝인가?”

능글거리는 표정으로 천천히 우리에게 걸어오는 우두머리.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를 가졌지만 절대 방심할 수 없는 녀석이다. 손에 들린 단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다시 석궁을 든다. 녀석은 우리 모두가 석궁을 겨눔에도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다.

“빌어먹을 새끼..”
“그렇게 부르지 말거라. 아까도 말하지 않았나. 우리들은 ‘천사’라고. 메시아의 뜻을 받드는..”
“닥쳐!”

피슝. 피잉. 핑.

동생의 첫 발사에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 녀석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작은 진동과 함께 튕겨오르는 석궁. 그리고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

“흡!”

짧은 신호흡과 함께 몸을 크게 회전하면서 옆으로 뛰어오르는 우두머리. 정말 저 놈에 반사신경 하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타다닥. 타닥.

목표를 잃은 화살들은 애꿏은 벽에 부딪혀 힘없이 떨어진다. 머뭇거릴 틈이 없다. 막 바로 착지한 녀석을 향해 화살 세례를 퍼붓는다. 호흡을 멈추고.. 목표보다 조금 위로.

“급소를 노리기 보다 몸 전체를 봐야 돼!”

김 대위의 말을 신호로 다시금 날아가는 화살들.

쐐애액.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매서운 화살들을 모조리 피해내는 우두머리. 상상 이상의 도약력과 반사신경, 스피드 때문에 녀석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기가 힘들다. 하지만 멈추면 안된다. 저 빌어먹을 자식이 민정 누나를 저 꼴로 만들어 버렸다.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 한다. 내 목숨을 걸고서라도 반드시!

쐐애애액.

날아가는 화살들의 위치를 미리 간파라도 한 것처럼 우두머리의 움직임은 한치의 망설임이 없다. 기계체조 선수처럼 유연하게 몸을 돌려 피해내는 우두머리. 인간의 범주를 크게 벗어난 빠르기에 점점 애가 탄다. 공중에서 큰 원을 그리고 바로 착지한 우두머리가 곧장 이쪽으로 달려온다. 몸을 낮추면서 다가오는 우두머리..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놀라운 속도다.

“하!”

수많은 화살을 쐈지만 정작 타격음은 우리 쪽에서 터져 나왔다. 내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진 녀석은 그대로 동생의 얼굴에 주먹을 내다 꽂았다.

퍼억!

최소 5미터 이상 날아가 바닥에 그대로 처박히는 동생.

“크억.”

동생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가 들린다. 나는 동생의 안위를 살필 겨를도 없이 단검을 들어 무방비 상태인 녀석의 등 뒤로 그대로 찔러 넣는다.

텁.

하지만 뒤에 눈이라도 달렸는지 우두머리는 뒤도 돌아보지 않은채 왼손으로 내 손목을 잡아 단검의 공격을 무마시켰다. 콰악. 그리고 점차 가해지는 손목의 압박. 극심한 고통에 나는 석궁도 쓸 겨를도 못 느끼고 그대로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악!”

쐐애액.

우두머리가 조금이나마 나에게 시간을 허비한 틈을 타 다른 사람들이 화살을 날린다. 우두머리는 미련 없이 내 손을 놓고 동생이 날아간 방향으로 훌쩍 뛰어갔다. 그리고 꿈틀거리며 일어서려는 동생의 옆구리를 크게 발로찬다. 퍼억. 소리와 함께 벽과 충돌한 동생은 곧장 바닥에 떨어져 피를 토한다.

“쿨럭.”

사력을 다해 몸을 일으키려는 동생을 보며 우두머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일어나려고 하지마라. 내 손을 더럽히기는 싫으니.. 죽어있는 척이라도 해라.”
“..닥..쳐. 개.. 자..식아!”

동생은 악을 쓰면서 상체를 간신히 들었다. 하지만 부들거리는 몸에선 이미 힘이 다 빠졌는지 그대로 앉지도 못했다. 동생이 천천히 고개를 들려고 하자 우두머리가 왼쪽 발로 그것을 지긋이 눌렀다.

“크아아아악!”

머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고통스러운 듯 몸부림치는 동생. 그 모습에 나는 이론이건 뭐건 석궁 방아쇠를 당겼다. 빠른 속도로 나아가는 화살을 살짝 몸을 돌려 피한 우두머리는 나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 찰나의 틈을 이용해 아저씨와 김 대위, 이 소위가 화살들을 날렸다. 우두머리는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3개의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화살을 피하기 위해 도약 자세를 취했다.

“으아아아!”

그 짧은 찰나에 동생은 젖먹던 힘까지 짜내 우두머리의 한 쪽 발목을 양손으로 굳게 잡았다. 덕분에 균형을 잃은 우두머리의 몸이 약간 앞으로 기울어졌다.

푸슉. 푸슈슉.

살이 찢기는 소리와 함께 맹렬히 날아가는 화살들이 그대로 우두머리의 몸통에 박혔다. 하지만 그 충격이 그리 크지는 않은지 우두머리는 화살을 단숨에 뽑아내고는 동생을 보며 쭈구려앉았다. 우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동생의 볼을 천천히 쓸어내리는 우두머리.

“근성 하나는 봐줄만 하구나. 좋아! 네 녀석을 가장 나중에 죽여주마. 여기서 똑똑히 봐둬라. 동료들이 어떻게 죽어나가는지.”

우두머리는 몸을 벌떡 일으켜 몸에서 조그맣게 흐르는 피들을 힐끔 보고는 웃었다.

“인간들 주제에 제법이야. 하지만 결과는 항상 정해져 있지. 끌끌끌.”

등쪽에 있는 화살통에 손을 뻗어 화살을 뽑는다. 대충 만져보니 화살이 얼마 남지 않았다. 허무하게 빗나간 공격들로 인해 화살 소모가 극심한 탓이다. 모두의 등뒤를 힐끔 본다. 아저씨. 김 대위. 이 소위. 이제 2개의 화살밖에 남지 않은 모습이다. 주위에 목표물을 잃은 화살들이 널려 있긴 하지만 우두머리의 빠른 속도를 뚫고 화살들을 집어내고 다시 장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서서히 떨어져가는 화살 대신에 뭐로 나에게 맞설 건가?”

우두머리도 우리의 상황을 훤히 꿰뚫고 있었다. 능글맞은 웃음으로 우리를 빤히 바라보던 우두머리.

샤샥.

뭔가가 빠르게 지나가는 소리와 함께 우두머리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어디지? 아까보다 더 빨라진 속도에 당황할 겨를도 없이 우두머리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어딜 보시나.”

우두머리의 목소리.. 뒤쪽이다! 순식간에 김 대위의 뒤로 나타난 우두머리는 가속력을 이용해 그대로 김 대위의 옆구리를 옆으로 찼다.

퍼억.

듣기도 거북한 소리가 나면서 멀리 날아가 버리는 김 대위. 손에 들고 있던 석궁과 화살들이 공중에 뿌려진다. 우두머리는 그 짧은 시간 내에 떠오른 석궁과 화살들을 양손으로 부셔버리고는 바로 옆에 서있는 이 소위에게 빠르게 다가간다.

샤샤샥.

그 소리에 반사적으로 이 소위는 석궁을 미련 없이 바닥에 버리고 옆구리에 달린 단검을 빼내 가로로 길게 뻗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판단력이라니.. 과연 훈련받은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피슉.

이 소위의 판단력이 성과가 있었는지 조그만한 파육음이 들린다. 검붉은 피가 이 소위의 옷에 뿌려졌지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몸을 살짝 튼 우두머리는 완전히 비어버린 이 소위의 옆에 섰다.

“반응은 좋군. 인간치고는.. 허나!”

그대로 제자리 점프를 하여 발등으로 이 소위의 어깨를 내리찍는 우두머리. 빠각. 하는 소리와 함께 이 소위의 신형이 힘없이 앞으로 무너져 내린다.

“크아아아악!”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려고 발버둥 치는 이 소위. 도와야 한다. 화살을 맞아줄리 없지만 어떻게든 저 빌머억을 사이코 놈과 이 소위를 떼어놔야 한다. 방아쇠를 당긴다.

쐐애액.

“흥.”

뒤로 크게 덤블링을 하며 화살을 가볍게 피하는 우두머리. 그 모습이 흡사 하나의 예술 동작 같아서 나는 병신처럼 넋을 놔버렸다.

쐐액.

그 때 우두머리의 옆구리로 빠르게 날아가는 화살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다. 아무리 녀석이라도 저런 상태에서 빠르게 날아오는 화살을 온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푸욱.

내 예상이 들어 맞았다. 아저씨의 일격에 우두머리의 옆구리에는 화살이 깊게 박혀들었다. 하지만 이제 겨우 타격을 준 것 뿐이다. 반면 우리 중에 몸이 온전한 사람은 나와 아저씨 뿐이다. 최악이다. 도저히 이길 수가 없는 상대다. 우두머리 녀석들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괴물과는 급히 달랐다.

가볍게 착지를 한 우두머리는 옆구리에 박힌 화살을 빼내 가볍게 분질러버리고는 빠르게 우리 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검은 빛. 그 표현이 맞을 것이다. 우두머리의 속도는 인간의 눈으로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빨랐다. 점차 내게 다가오는 녀석의 행동이 느려지게 보인다. 하지만 내 몸은 그 정도의 빠르기에 대응할 수 있지 않다. 그래도 최소 녀석에게 타격을 줘야만 한다.

꽈악.

단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 앞으로 뻗는다. 녀석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되겠지만 적어도 타격은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짧은 틈이 생길지도 모른다. 아저씨라면 그 틈을 잘 이용할 수 있겠지.

쐐애액.

화살이 공기를 가를때 나는 소리가 녀석의 주먹에서 나는 것 같다. 저런 속도와 파괴력으로 사람들을 모조리 날려버린 거구나. 점점 얼굴 쪽으로 날아드는 두터운 검은 주먹. 제길.. 하지만 내 공격은 어떻게든 성공시켜야만 한다. 멈춰선 안돼!

“꺄아아악!”

착각일까. 귀를 찌르는 여자의 고성이 눈을 찡그리게했다. 그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 우두머리가 공격을 멈추고서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은혜가 사라진 방향이다.

푸욱.

하지만 내 공격은 그대로 이어졌다. 단검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낸 우두머리는 다시 고개를 돌려 오른쪽 가슴에 박힌 단검을 뽑아내었다. 뽑아낸 단검을 그대로 나에게 되돌려주려고 하는 우두머리. 머릿속이 하얘진다. 이대로 나는 죽는 것일까.

“꺄아악!”

다시 들리는 여자의 비명소리에 우두머리는 공격을 멈추고는 소리가 나는 쪽을 보며 중얼거렸다.

“..메시아께서 위험하시다.”

우두머리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단검을 든 상태 그대로 소리가 난 곳으로 빠르게 뛰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