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위 그림은 [김모리]님이 도와주셨고 아래 그림은 [나눈천재]님이 도와주셨습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김 대위와 이 소위의그림이고 아래는 은혜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진행이 많이 더뎌서 안좋게 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소소한 일상에 대한 절망을 담아내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__) 그리고 회마다 어느 부분이 틀렸고 고쳐졌으면 하는 분들은 쪽지로 보내주세요.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 제가 쓴글인데도 제가 못찾아서 헤매고 있네요.. ㅠ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0분. 15분이 좀 넘어 평온한 아침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잔뜩 부른 배를 두 서번 통통치는 준우 아저씨의 표정이 행복해보인다. 냄비에 남은 국물까지 모조리 비워내는 동생. 모두의 표정이 좋아보인다. 설거지는 대충 생수를 냄비에 붓고 손으로 몇 번 휘젓는거로 끝냈다.
“후우..”
뜨거운 날씨에 정신없이 라면을 먹어서인지 이마에 땀이 비오듯 흐른다. 옷 소매로 대충 닦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편다.
“흐아아.”
온 몸의 근육들이 부들거리며 주욱 펴지는 것이 느껴진다.
“가자..”
식사를 마친 은혜가 내게 다가와 옷 소매를 잡아당긴다. 나는 은혜의 여린 손을 살며시 떼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위험하니까 멀리 가면 안돼.” “가자..” “..나랑?”
가만히 은혜 얼굴을 멍하니 보고만 있자 뒤에 서있던 남자가 말했다.
“메시아께서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셨습니다.”
그 말은 모두가 하던 동작을 멈추고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준우 아저씨는 조금 밖에 타지 않은 담배를 끄고 남자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흔적을 따라 계속 가보니 작은 마을 하나가 나왔습니다. 메시아께서 모두 정상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보다 은혜는 저 남자와 의사소통이 가능한건가? 아니면 저 남자는 은혜의 행동과 표정에서 의사를 읽어내는 것일까? 어쨌거나 마을이 있다는 것은 큰 수확이다. 안전한 공간을 찾았다는 기대감이 서서히 부풀어오른다. 우민이 형을 제외한 모두가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실질적인 리더는 아저씨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흐음..”
아저씨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은혜와 남자를 번갈아 본다. 아무것도 읽을 수 없는 멍한 눈동자의 은혜와 괴물 특유의 적색을 가진 남자에게서 아무 말이 없다. 이내 아저씨의 입이 열린다.
“괜찮겠지.. 준비하자구.”
그러자 준우 아저씨와 동생이 기다렸다는 듯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딱히 정리랄 것도 없지만.. 아무튼 빠르게 정리를 마친 우리들은 밴에 올랐다. 멀쩡한 사람들이 있는 마을이라..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편히 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설레인다.
“드디어 멀쩡한 사람들과 만나는 건가? 이거 기대되는데.”
준우 아저씨의 목소리가 잔뜩 들떠있다. 우민이 형도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안도하는 눈치다.
부르릉.
천천히 이동하는 밴. 조수석에 앉은 은혜가 손가락으로 특정 지역을 가리킨다. 아직 눈에 보이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노란 풀들만이 가득하지만 조금 지나면 은혜가 발견한 마을에 도착할 것 같다. 아! 저 남자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게 생각났다. 트렁크 구석진 곳에 조용히 있는 남자를 힐끗 보고는 몸을 앞으로 빼 아저씨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아저씨 저 남자요.” “남자..?”
아저씨는 백미러로 죽은 듯이 앉아 있는 남자를 힐끔 보고는 말했다.
“글세.. 저런 케이스는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가 뭐하군.. 모두 완벽하게 치료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거든. 인간의 모습으로 괴물의 힘을 낸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럼 몸에 무리가 가지는 않을까요?” “충분히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저렇게 후드만 입고 벗을 생각을 안하니.. 원, 볼 수가 있나.”
새삼스레 남자에 대해 걱정이 된다. 과거 우리와 적이었었던 남자. 하지만 지금이 더 중요하다. 바로 어제만 해도 남자는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이상하게 남 같지만은 않다. 서서히 우리들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걸까.. 그 증거로 남자를 떼어 놓자고 먼저 제안한 아저씨도 더 이상 그것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부우웅.
밴이 약간 덜컹거린다. 잘 포장된 고속도로와는 다르게 온통 울퉁불퉁한 지형 투성이다. 어느정도 지나자 은혜가 다른 쪽으로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좌측.. 아저씨는 바로 밴을 꺾어 꽤 빠른 속도를 낸다. 가면 갈수록 덜컹거리는 정도가 심해져 엉덩이나 허리가 슬슬 아파온다.
“은혜야. 언제 여기까지 온거야? 멀리도 왔다 너..” “은혜는 원래 걷는걸 좋아하네. 특히 낯선 곳에 데려가면 계속 돌아다니곤 했지. 마치 새로운 공간 하나하나를 눈에 담는 듯 했어.”
아저씨 얼굴에서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영락없는 아빠 미소다.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동생이 몸을 앞으로 살짝 빼며 말했다.
“들은 적이 있어. 정상인들과 정신지체 사람들과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라고.. 그 한 장 차이 때문에 미쳤다. 안미쳤다를 구분하는게 웃기다고 어느 교수가 그랬었어.”
아저씨는 소리내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허. 흥미로운 얘기군. 맞아.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사람들끼리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연구 조사 결과가 나오긴 했었지.”
그 말에 준우 아저씨는 놀란 표정으로 뒷좌석에서 고개를 쑤욱 내밀었다.
“그럼.. 막 말도 못하고 에~에~ 거리거나 으~으~ 거리는 사람들끼리 소통이 가능하다는거에요? 형님?”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래서 전문가들이 그러는거야. 미쳤고 안미쳤고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라고.. 실제로 미쳤었던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정상적으로 소통을 하면서 왜 자신이 미쳤는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머리에 큰 충격을 받고 다시 그 사람들과 대화를 하려고 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 덕분에 그 남자는 정상인으로 판명 되었지만.. 그 남자의 말로는 정상인과 미친 사람들과 사이에는 뭔가 보이지 않는 작은 차이가 있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지.” “그럼 은혜는 우리와 다른 세계에서 다른 시각으로 모든 것을 대하는건가요?” “..그럴지도 모르지.”
뜬금없는 주제로 수다를 떠는 끝에 저 멀리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언덕진 곳에 밴을 잠시 세운 아저씨는 운전석에서 내려 아래에 위치한 마을을 대강 훑어본다. ‘작다.’ 라는 단어만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아주 작은 마을이다. 10가구? 가 될까말까한 마을. 집 지붕이 각각 다른 색깔로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것 같다. 마을의 좌우로는 밭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한창 농사기간이라 그런지 드문드문 일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여기야?”
은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묻자 은혜가 고개를 끄덕인다. 잘도 이런 곳을 찾았구나.. 이내 아저씨는 다시 운전석에 올라 밴을 몰기 시작한다. 꽤 급격한 내리막길 때문에 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앞 좌석을 꽉 잡았다.
부우웅.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꽤 커다란 정자가 보인다. 그 정자 위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우리를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얼마만에 만난 정상인들인가. 모두 반가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밴의 문을 열고 하나둘씩 나왔다. 물론 소총은 밴 안에 둔 채로다.
우리들이 정자쪽으로 걸어가자 우리를 가만히 보고 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정자에서 내려와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중 제일 앞에 선 아저씨가 백발의 노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 어른신들.”
아저씨의 말에 어르신들은 냉담한 표정으로 우리를 주욱 훝어 봤다. 아저씨는 손을 저으며 우리를 가리켰다.
“우리는 정상인입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 말에 제일 앞에선 백발의 어르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여럿이 죽어 나갔지.” “아, 아닙니다. 저희들은 정말..” “됐네.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자네들이 완전히 감염되지 않았다는거겠지. 따라오게.”
아저시의 말을 가차 없이 자른 백발의 어르신은 마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른 어르신들은 우리를 가만히 보다가 다시 정자에 올랐다. 하나같이 생기가 없는 얼굴이다. 과연 이런 분들을 정상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자박. 자박.
포장되지 않은 자갈길을 걷는 신발의 마찰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준우 아저씨는 나와 동생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귓속말을 했다.
“겁나 쌀쌀맞다 그지?”
우리는 말없이 웃었다. 어쨌거나 여기에 지내면서 한 숨 돌리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컸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다 들리네. 청년.. 나이가 먹었다고 해서 다른 감각이 완전히 무뎌지는 것은 아니지.”
앞서가던 백발 어르신의 말에 준우 아저씨는 헛바람을 들이키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킥킥킥.”
당황한 준우 아저씨의 표정이 웃겨서 나와 동생이 작게 키득거렸다. 그게 백발 어르신과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구부정거리는 자갈길들을 지나자 위에서 보았던 아담한 마을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집. 한집을 지날 때마다 농사를 짓고 있던 노인분들이 우리를 이상한 눈초리로 봤다. 당연한건지도 모른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방인의 존재란 그리 좋은 것만도 아니었으니까.
두 번째 집을 지나 꽤 큰 골목길로 들어서는 백발 어르신. 그리고 앞에 보이는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른 집과는 달리 꽤 규모가 큰 집이다. 커다랗게 쇠로 된 대문을 여는 어르신.
끼이익.
낡은 소리를 내며 열리는 대문. 집 지붕에는 커다란 확성기와 녹색 깃발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장님 이신가?
“으르릉.”
한 사람 한 사람 들어갈 때마다 어르신의 집안에 있는 진돗개들이 우리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낯선이에 대한 경계의 표시다. 나와 동생 아저씨.. 우민이 형까지 집안으로 들어오자 진돗개들이 소리를 내며 짖어댄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들어온 남자와 은혜의 등장에 진돗개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꼬리를 말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버린다.
“끼잉.” “끼이잉.”
그것을 가만히 보던 백발의 어르신은 남자와 은혜에게 한 번 시선을 주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누추하지만 들어오게.”
어르신의 말에 우리는 조심스럽게 집안으로 들어갔다. 인원수가 많아서인지 신발을 놓는 바닥이 금새 가득찼다.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은 문 밖에 신발을 놔야할 정도다.
“실례합니다.”
집안은 꽤 넓었다. 30평 남짓한 공간. 커다란 거실. 그리고 이어지는 부엌. 여러 방향으로 자리잡고 있는 방문이 전부다. 간단한 가전제품과 살림도구를 제외하면 평범한 집이지만 익숙치 않은 한약 냄새 때문에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어르신은 우리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더니 자리를 권했다. 거실에 둥글게 앉은 우리를 보고는 어르신도 같이 앉았다.
“저 냄새를 직접적으로 맡아도 인간인 상태를 보면 멀쩡한가 보군.”
냄새..? 저걸로 괴물들을 구별해낸다고? 아저씨는 의아한 표정으로 어르신에게 물었다.
“냄새라니요?” “저 냄새는 괴물들이 싫어하는 냄새야. 수많은 희생을 당한 끝에 우리가 얻은 작은 무기지. 덕분에 인간인척 마을 입구에 접근해도 이 지독한 냄새 때문에 괴로워하며 도망가더군. 다행히 집안에 있으면 공격하지 않아.” “..만약 우리가 괴물이었다면 어떻게 대처하시려고..?” “느낌일세. 그리고 자네들은 녀석들처럼 눈이 벌겋지 않잖나. 저 남자를 제외하고는 말야. 하지만 계속 인간의 모습인걸 보니.. 이제야 안심이 되는군. 저 남자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심하게 경계를 한게야.” “예..”
가만.. 집안? 순간 아빠의 말이 떠오른다. 괴물들이 일부러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은 일부러 고립시킨 뒤 사람들을 잡아먹기 위해 그런거라고.. 물론 우두머리가 있을 때 얘기긴 하지만.. 어찌 되었건 이 마을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다. 우리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서서히 급변하는 우리들의 표정을 보고 어르신이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저.. 그게.”
어렵사리 말을 꺼내려는 동생을 제재한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어르신. 정말 잘 대처하고 계셨군요.”
어르신은 지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고비를 넘겼었지. 요새는 녀석들의 움직임이 뜸해져 안심하고 있다네..” “그렇군요..” “일단 쉬었다가게. 모처럼 젊은 친구들을 만나니 나도 힘이 나는 것 같구만.”
처음으로 얼음 같은 어르신의 얼굴에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미소를 보며 차마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할 수가 없었다. 아저씨가 왜 동생을 저지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는 다시 이 마을을 떠나야만 한다. 이 사실을 어르신들에게 어떻게 전해야만 할까..
[펌]밖.에.나.가.지.마.시.오 (50화)
웃긴대학 - ID: 삶이무의미함 님의글을 퍼온것입니다~
위 그림은 [김모리]님이 도와주셨고 아래 그림은 [나눈천재]님이 도와주셨습니다.
보셔서 아시겠지만 김 대위와 이 소위의그림이고 아래는 은혜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진행이 많이 더뎌서 안좋게 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소소한 일상에 대한 절망을 담아내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__) 그리고 회마다 어느 부분이 틀렸고 고쳐졌으면 하는 분들은 쪽지로 보내주세요. 최대한 반영하겠습니다. 제가 쓴글인데도 제가 못찾아서 헤매고 있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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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15분이 좀 넘어 평온한 아침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잔뜩 부른 배를 두 서번 통통치는 준우 아저씨의 표정이 행복해보인다. 냄비에 남은 국물까지 모조리 비워내는 동생. 모두의 표정이 좋아보인다. 설거지는 대충 생수를 냄비에 붓고 손으로 몇 번 휘젓는거로 끝냈다.
“후우..”
뜨거운 날씨에 정신없이 라면을 먹어서인지 이마에 땀이 비오듯 흐른다. 옷 소매로 대충 닦고서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편다.
“흐아아.”
온 몸의 근육들이 부들거리며 주욱 펴지는 것이 느껴진다.
“가자..”
식사를 마친 은혜가 내게 다가와 옷 소매를 잡아당긴다. 나는 은혜의 여린 손을 살며시 떼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위험하니까 멀리 가면 안돼.”
“가자..”
“..나랑?”
가만히 은혜 얼굴을 멍하니 보고만 있자 뒤에 서있던 남자가 말했다.
“메시아께서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셨습니다.”
그 말은 모두가 하던 동작을 멈추고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준우 아저씨는 조금 밖에 타지 않은 담배를 끄고 남자를 보며 물었다.
“그래서?”
“흔적을 따라 계속 가보니 작은 마을 하나가 나왔습니다. 메시아께서 모두 정상이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보다 은혜는 저 남자와 의사소통이 가능한건가? 아니면 저 남자는 은혜의 행동과 표정에서 의사를 읽어내는 것일까? 어쨌거나 마을이 있다는 것은 큰 수확이다. 안전한 공간을 찾았다는 기대감이 서서히 부풀어오른다. 우민이 형을 제외한 모두가 아저씨를 바라보았다. 실질적인 리더는 아저씨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흐음..”
아저씨는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은혜와 남자를 번갈아 본다. 아무것도 읽을 수 없는 멍한 눈동자의 은혜와 괴물 특유의 적색을 가진 남자에게서 아무 말이 없다. 이내 아저씨의 입이 열린다.
“괜찮겠지.. 준비하자구.”
그러자 준우 아저씨와 동생이 기다렸다는 듯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딱히 정리랄 것도 없지만.. 아무튼 빠르게 정리를 마친 우리들은 밴에 올랐다. 멀쩡한 사람들이 있는 마을이라..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편히 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설레인다.
“드디어 멀쩡한 사람들과 만나는 건가? 이거 기대되는데.”
준우 아저씨의 목소리가 잔뜩 들떠있다. 우민이 형도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은근히 안도하는 눈치다.
부르릉.
천천히 이동하는 밴. 조수석에 앉은 은혜가 손가락으로 특정 지역을 가리킨다. 아직 눈에 보이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노란 풀들만이 가득하지만 조금 지나면 은혜가 발견한 마을에 도착할 것 같다. 아! 저 남자에 대해 물어보고 싶은게 생각났다. 트렁크 구석진 곳에 조용히 있는 남자를 힐끗 보고는 몸을 앞으로 빼 아저씨에게 작은 소리로 물었다.
“아저씨 저 남자요.”
“남자..?”
아저씨는 백미러로 죽은 듯이 앉아 있는 남자를 힐끔 보고는 말했다.
“글세.. 저런 케이스는 한 번도 본적이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가 뭐하군.. 모두 완벽하게 치료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었거든. 인간의 모습으로 괴물의 힘을 낸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럼 몸에 무리가 가지는 않을까요?”
“충분히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저렇게 후드만 입고 벗을 생각을 안하니.. 원, 볼 수가 있나.”
새삼스레 남자에 대해 걱정이 된다. 과거 우리와 적이었었던 남자. 하지만 지금이 더 중요하다. 바로 어제만 해도 남자는 우리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이상하게 남 같지만은 않다. 서서히 우리들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걸까.. 그 증거로 남자를 떼어 놓자고 먼저 제안한 아저씨도 더 이상 그것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부우웅.
밴이 약간 덜컹거린다. 잘 포장된 고속도로와는 다르게 온통 울퉁불퉁한 지형 투성이다. 어느정도 지나자 은혜가 다른 쪽으로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좌측.. 아저씨는 바로 밴을 꺾어 꽤 빠른 속도를 낸다. 가면 갈수록 덜컹거리는 정도가 심해져 엉덩이나 허리가 슬슬 아파온다.
“은혜야. 언제 여기까지 온거야? 멀리도 왔다 너..”
“은혜는 원래 걷는걸 좋아하네. 특히 낯선 곳에 데려가면 계속 돌아다니곤 했지. 마치 새로운 공간 하나하나를 눈에 담는 듯 했어.”
아저씨 얼굴에서 희미한 미소가 떠오른다. 영락없는 아빠 미소다. 그때 가만히 듣고 있던 동생이 몸을 앞으로 살짝 빼며 말했다.
“들은 적이 있어. 정상인들과 정신지체 사람들과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라고.. 그 한 장 차이 때문에 미쳤다. 안미쳤다를 구분하는게 웃기다고 어느 교수가 그랬었어.”
아저씨는 소리내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허. 흥미로운 얘기군. 맞아. 정신지체를 앓고 있는 사람들끼리 의사소통이 가능하다고 연구 조사 결과가 나오긴 했었지.”
그 말에 준우 아저씨는 놀란 표정으로 뒷좌석에서 고개를 쑤욱 내밀었다.
“그럼.. 막 말도 못하고 에~에~ 거리거나 으~으~ 거리는 사람들끼리 소통이 가능하다는거에요? 형님?”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래서 전문가들이 그러는거야. 미쳤고 안미쳤고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라고.. 실제로 미쳤었던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정상적으로 소통을 하면서 왜 자신이 미쳤는지 이해하지 못하다가 머리에 큰 충격을 받고 다시 그 사람들과 대화를 하려고 했지만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고 하더군. 덕분에 그 남자는 정상인으로 판명 되었지만.. 그 남자의 말로는 정상인과 미친 사람들과 사이에는 뭔가 보이지 않는 작은 차이가 있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지.”
“그럼 은혜는 우리와 다른 세계에서 다른 시각으로 모든 것을 대하는건가요?”
“..그럴지도 모르지.”
뜬금없는 주제로 수다를 떠는 끝에 저 멀리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언덕진 곳에 밴을 잠시 세운 아저씨는 운전석에서 내려 아래에 위치한 마을을 대강 훑어본다. ‘작다.’ 라는 단어만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규모가 아주 작은 마을이다. 10가구? 가 될까말까한 마을. 집 지붕이 각각 다른 색깔로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것 같다. 마을의 좌우로는 밭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는데 한창 농사기간이라 그런지 드문드문 일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보인다.
“여기야?”
은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묻자 은혜가 고개를 끄덕인다. 잘도 이런 곳을 찾았구나.. 이내 아저씨는 다시 운전석에 올라 밴을 몰기 시작한다. 꽤 급격한 내리막길 때문에 몸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앞 좌석을 꽉 잡았다.
부우웅.
마을 입구에 다다르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꽤 커다란 정자가 보인다. 그 정자 위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이 우리를 신기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얼마만에 만난 정상인들인가. 모두 반가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밴의 문을 열고 하나둘씩 나왔다. 물론 소총은 밴 안에 둔 채로다.
우리들이 정자쪽으로 걸어가자 우리를 가만히 보고 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정자에서 내려와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 중 제일 앞에 선 아저씨가 백발의 노인에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갑작스럽게 죄송합니다. 어른신들.”
아저씨의 말에 어르신들은 냉담한 표정으로 우리를 주욱 훝어 봤다. 아저씨는 손을 저으며 우리를 가리켰다.
“우리는 정상인입니다.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 말에 제일 앞에선 백발의 어르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여럿이 죽어 나갔지.”
“아, 아닙니다. 저희들은 정말..”
“됐네. 여기까지 왔다는 것은 자네들이 완전히 감염되지 않았다는거겠지. 따라오게.”
아저시의 말을 가차 없이 자른 백발의 어르신은 마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른 어르신들은 우리를 가만히 보다가 다시 정자에 올랐다. 하나같이 생기가 없는 얼굴이다. 과연 이런 분들을 정상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자박. 자박.
포장되지 않은 자갈길을 걷는 신발의 마찰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준우 아저씨는 나와 동생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귓속말을 했다.
“겁나 쌀쌀맞다 그지?”
우리는 말없이 웃었다. 어쨌거나 여기에 지내면서 한 숨 돌리고 싶다는 욕구가 더 컸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다 들리네. 청년.. 나이가 먹었다고 해서 다른 감각이 완전히 무뎌지는 것은 아니지.”
앞서가던 백발 어르신의 말에 준우 아저씨는 헛바람을 들이키며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킥킥킥.”
당황한 준우 아저씨의 표정이 웃겨서 나와 동생이 작게 키득거렸다. 그게 백발 어르신과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구부정거리는 자갈길들을 지나자 위에서 보았던 아담한 마을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 집. 한집을 지날 때마다 농사를 짓고 있던 노인분들이 우리를 이상한 눈초리로 봤다. 당연한건지도 모른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방인의 존재란 그리 좋은 것만도 아니었으니까.
두 번째 집을 지나 꽤 큰 골목길로 들어서는 백발 어르신. 그리고 앞에 보이는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른 집과는 달리 꽤 규모가 큰 집이다. 커다랗게 쇠로 된 대문을 여는 어르신.
끼이익.
낡은 소리를 내며 열리는 대문. 집 지붕에는 커다란 확성기와 녹색 깃발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보인다. 이장님 이신가?
“으르릉.”
한 사람 한 사람 들어갈 때마다 어르신의 집안에 있는 진돗개들이 우리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낯선이에 대한 경계의 표시다. 나와 동생 아저씨.. 우민이 형까지 집안으로 들어오자 진돗개들이 소리를 내며 짖어댄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들어온 남자와 은혜의 등장에 진돗개들은 언제 그랬냐는듯 꼬리를 말고 자기 집으로 들어가버린다.
“끼잉.”
“끼이잉.”
그것을 가만히 보던 백발의 어르신은 남자와 은혜에게 한 번 시선을 주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누추하지만 들어오게.”
어르신의 말에 우리는 조심스럽게 집안으로 들어갔다. 인원수가 많아서인지 신발을 놓는 바닥이 금새 가득찼다.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은 문 밖에 신발을 놔야할 정도다.
“실례합니다.”
집안은 꽤 넓었다. 30평 남짓한 공간. 커다란 거실. 그리고 이어지는 부엌. 여러 방향으로 자리잡고 있는 방문이 전부다. 간단한 가전제품과 살림도구를 제외하면 평범한 집이지만 익숙치 않은 한약 냄새 때문에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어르신은 우리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더니 자리를 권했다. 거실에 둥글게 앉은 우리를 보고는 어르신도 같이 앉았다.
“저 냄새를 직접적으로 맡아도 인간인 상태를 보면 멀쩡한가 보군.”
냄새..? 저걸로 괴물들을 구별해낸다고? 아저씨는 의아한 표정으로 어르신에게 물었다.
“냄새라니요?”
“저 냄새는 괴물들이 싫어하는 냄새야. 수많은 희생을 당한 끝에 우리가 얻은 작은 무기지. 덕분에 인간인척 마을 입구에 접근해도 이 지독한 냄새 때문에 괴로워하며 도망가더군. 다행히 집안에 있으면 공격하지 않아.”
“..만약 우리가 괴물이었다면 어떻게 대처하시려고..?”
“느낌일세. 그리고 자네들은 녀석들처럼 눈이 벌겋지 않잖나. 저 남자를 제외하고는 말야. 하지만 계속 인간의 모습인걸 보니.. 이제야 안심이 되는군. 저 남자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심하게 경계를 한게야.”
“예..”
가만.. 집안? 순간 아빠의 말이 떠오른다. 괴물들이 일부러 공격을 하지 않는 것은 일부러 고립시킨 뒤 사람들을 잡아먹기 위해 그런거라고.. 물론 우두머리가 있을 때 얘기긴 하지만.. 어찌 되었건 이 마을은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아니다. 우리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서서히 급변하는 우리들의 표정을 보고 어르신이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저.. 그게.”
어렵사리 말을 꺼내려는 동생을 제재한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어르신. 정말 잘 대처하고 계셨군요.”
어르신은 지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고비를 넘겼었지. 요새는 녀석들의 움직임이 뜸해져 안심하고 있다네..”
“그렇군요..”
“일단 쉬었다가게. 모처럼 젊은 친구들을 만나니 나도 힘이 나는 것 같구만.”
처음으로 얼음 같은 어르신의 얼굴에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 미소를 보며 차마 현실에 대해 이야기 할 수가 없었다. 아저씨가 왜 동생을 저지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는 다시 이 마을을 떠나야만 한다. 이 사실을 어르신들에게 어떻게 전해야만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