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밖.에.나.가.지.마.시.오 (51화)

레몬굿201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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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대학- ID:삶이무의미함 님의글을 퍼온것입니다~



[펌]밖.에.나.가.지.마.시.오 (51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나눈천재] 님이 윗그림 [김모리]님이 아랫그림을 도와주셨습니다.

본의 아니게 내용이 막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슬럼프에 빠진것같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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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히 달라진 어르신의 태도에 우리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처음 얼음장 같았던 어르신은 온데간데 없고 집안에 있는 먹을것들은 죄다 모아 우리에게 내주는 모습에 흡사 살아생전 친할아버지를 보는 것 같았다.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감추고 있는 진실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죄송스러웠다. 그런 우리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아저씨가 나섰다.

“어르신..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 왜?”
“사실 저희가 부산으로 가는 도중이어서..”
“너무 멀지 않나? 게다가 밖은 위험하네.”

어르신은 아쉬운 얼굴로 우리를 붙잡았다. 난처한 상황이다. 10가구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실을 말해야만 할것인가.. 그렇지 않고 떠나야 할것인가.. 마음 속에 있는 저울이 계속 오르락내리락한다. 이내 아저씨는 결심했는지 어르신의 손을 단단히 잡고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르신.. 사실 녀석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이런 고립상태입니다.”
“으응?‘

눈을 껌뻑거리며 아저씨를 올려다보는 어르신. 혼자 잔인한 말을 하려는 아저씨를 거들어 주고 싶지만 누구하나 나서지 못했다. 그게 이기적인 마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저씨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리는 우리들. 추하다. 서로 눈치만 보고 선뜻 나서지 못하는 꼴이라니.

“할아버지.. 어서 여길 떠나야 해요.”

그냥 자동적으로 내 입이 열린 것 같았다. 어르신은 나를 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야? 이대로 별탈없이 지내고 있는데. 대체 어디로 가라는건가?”
“..그게 아니에요. 괴물들은 충분히 집안까지 공격해올 수 있어요. 일부러 집안에 몰아 넣어서 나중에 공격하려는거에요..”
“아니, 우린 잘 살아오고 있어. 무슨 소리야 대체?”

우리의 말을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어르신.. 더 이상 말이 통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한 아저씨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집을 나섰다. 우르르 신발을 신고 나가는 우리들을 보며 어르신은 허망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들아! 밖은 위험하다구!”

버선발로 쫓아와 우리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어르신.

“....감사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뒤도 안돌아보고 집을 나섰다.

왈왈왈.

조용히 있던 진돗개들이 짖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다시 느린 걸음으로 마을을 떠난다. 천천히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잘한일일까. 이대로 떠나버려도 괜찮은걸까. 마음 속에서 계속 같은 질문을 해오지만 어쩔 수 없다. 변변한 이동 수단도 없는 어르신들을 모두 데리고 갈 수는 없다. 지켜야할 사람이 많을수록 위험에 더 크게 노출되는 건 당연한 일.. 마음 깊숙히 자리 잡고 있는 도덕성이 나에게 자꾸 질문을 해온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거냐고. 그래, 괜찮아. 제길! 살아나려면 이기적이여야해.

[자네들은 아무도 못가네.]

커다란 마이크 소리 비슷한 것이 들린다.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어르신의 지붕 위 스피커를 바라본다. 미세하게 울리기 시작하는 스피커.

[밖은 위험해 우리와 같이 여기서 머무는 것이 좋을거야.]

그 말에 한치의 동요도 하지 않는 우리들은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후회할지도 모르네..]

자꾸만 퍼지는 스피커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우리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걸음을 재촉했다. 구부정거리는 자갈길이 이렇게 길게 느껴지다니.. 어서 저 멀리 있는 밴안에 몸을 맡기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하다.

“잠깐..”

앞서 가던 아저씨가 걸음을 멈추고 우리를 막아섰다. 우리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아저씨 너머로 고개를 내밀었다.

“....”

거기에는 처음과 다르게 10명도 넘는 어르신들이 우리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평범한 모습이 아닌 곡괭이나 낫, 삽등을 전부 하나씩 쥐고 계셨다. 아저씨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며 이를 악물었다.

“역시.. 그 냄새..”
“냄새라뇨 형님..”
“환각 작용을 일으키는 약초가 분명했어. 제길! 왜 눈치채지 못했지?”

두웅. 머리가 멍해진다. 그제서야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처음에는 구토를 유발하는 냄새가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편안해지면서 오히려 계속 맡고 싶어지는 것을 느꼈었다. 자연스럽게 정신이 몽롱해지는 느낌.. 기분이 좋아서 수상한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집을 나오면서도 그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라면.. 우리도 중독이 된건가? 아저씨는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대강 알 것 같군. 아까 정자에서 봤던 노인분들 봤지? 하나같이 생기가 없고 멍한 얼굴이었잖아. 그건 평범한 사람들의 얼굴이 아니야. 마치 뭐에 홀린것 같은 표정들이었다구,”

짝. 짝. 짝.

경쾌한 박수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뒤를 돌아보자 아까 그 어르신과 다른 노인분들이 멍한 얼굴로 농기구들을 들고 서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르신은 눈매를 좁히면서 씨익 웃었다.

“과연 젊은 친구들이라 머리 회전이 빠르구만.”
“당신.. 제정신이 아냐!”

아저씨의 외침에 어르신은 누런 이를 드러내며 크게 웃었다.

“크하하하하! 그래 맞아. 여기서 살아가려면 미쳐야하지! 그러기 위해서는 저 약초의 힘이 필요했던거야. 안타깝구먼.. 내 말을 들었으면 아무것도 기억못한채 마을에서 살아갔을텐데 말이야.”

소름이 주루룩 돋았다. 이젠 괴물이 아닌 인간들을 상대로 생사를 건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인가? 왜 이런 무의미한 일들을 벌여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럴 수는 없는 일이라고 제길! 아저씨는 화를 누그러트리려는 듯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좋게.. 해결합시다. 어르신. 우릴 그냥 보내주십시오.”
“그렇게는 안돼. 괴물에게 제물을 바쳐야 우리 마을이 안전하거든.”

..제물? 설마.. 내가 상상하는 그것을 말하는건가?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인지 표정이 급격히 굳어져간다. 어르신은 그런 우리를 보고 유쾌하게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맞아! 이 마을이 여지껏 안전했던 이유는 괴물들에게 제물을 바쳤기 때문이야. 매일 밤 12시에 마을 입구 쪽에 사람을 묶어 놓고 기다리면 괴물들이 나타나 그 사람만 먹어치우고 우리 마을을 덮치지 않았지. 이 얼마나 정당한 거래인가!”

처음 우리에게 차가운 표정으로 대하던 어르신.. 우리에게 따스한 친할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 어르신은 이 자리에 없었다. 오직 분명한 것은 우리를 제물로 인식하는 하나의 미치광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저씨는 부드득 이를 갈며 어르신에게 말했다.

“우리를 그냥 보내주십시오. 누군가 다치는 꼴을 보기 싫습니다. 왜 인간끼리 이런 식으로 싸워야하는 겁니까?”
“닥쳐!”

아저씨의 말에 어르신의 표정이 급격히 변했다. 붉으락푸르락하는 어르신은 화를 간신히 참아내며 가뿐 숨을 몰아쉬었다. 성난 두 눈에서 금방이라도 불이 뿜어져 나올 것만 같다. 어르신의 입이 열리며 노한 음성이 새어져 나온다.

“그래서 그 잘난 내 새끼들을 다 제물로 바친줄 알아? 이 마을의 이장으로서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해야하는 내 심정을 니깟 새끼들이 아느냔 말이다!”

저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커다랗고 박력있는 목소리다. 하지만 우리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들이다. 이런 거에 무너졌을거라면 그 많던 시련들을 다 이겨내지 못했을거다. 어르신은 씩씩거리는 화를 간신히 삭히며 다시 처음 모습으로 돌아가 방긋 웃었다.

“아무튼.. 자네들은 여기를 떠나지 못해. 설마 이 노인네들을 무참히 때릴 생각인가? 그럴 수 있나 정말? 그게 아니라면 순순히 투항하여 제물이 될 준비나하게.”

제길! 상황이 안 좋다. 비록 적은 수의 노인들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지만 어르신 말대로 멍한 노인들에게 함부로 폭력을 쓸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자갈길 양옆으로는 꽤 높은 경사가 있어서 자칫 잘못하면 굴러 떨어지기 쉬워 보인다. 어쩌면 좋지?

“자네들 같은 이방인들을 위해 일부러 깎아 놓은 거야. 자아, 순순히 투항하게.”

철컥.

익숙한 쇠소리다. 이건..?

“그럴까보냐 망할 영감탱아.”

싸늘한 표정으로 권총을 든 동생. 총구의 방향이 어르신 쪽으로 향해있다. 방아쇠를 당기기만하면 모든게 끝이 날 수도 있다. 아까 전, 차안에서 챙겨둔 권총이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줄은 몰랐다.

“차에 두고 내리려고 했지만 몰래 가져온 보람이 있네. 신발..”

욕지거리를 뱉으며 권총을 양손으로 강하게 쥐는 동생. 어르신의 인상이 처참히 일그러진다. 예상에는 없는 일인 것 같다. 하지만 곧 강하게 이를 갈며 동생을 보며 한치 물러남이 없는 어르신.

“여기까지 왔는데 내 목숨이 대수겠느냐! 쳐라!”

어르신의 말에 멍하니 서있던 노인들이 슬금슬금 움직인다. 방아쇠를 망설임 없이 당길 것 같은 동생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친다.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동생의 결심을 뒤흔드는 것 같다. 점차 가까워지는 노인들. 보다 못한 아저씨가 동생에게 권총을 빼앗아 뒤에 있는 노인의 몸쪽으로 향해 총알을 날렸다.

타앙.

커다란 메아리와 함께 힘없이 쓰러지는 노인. 아픈것도 느끼지 못하는지 그대로 자리에서 쓰러져 일어서지 못한다. 그런 노인을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밟으며 서서히 다가오는 노인들.

“뛰어!”

이내 아저씨는 결심을 했는지 우리가 돌아온 길 쪽으로 빠르게 뛰어간다. 아저씨를 선두로 우리도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타앙.

요령 있게 다른 노인을 맞춘 아저씨. 휘잉. 날카로운 낫이 꽤 빠른 속도로 아저씨의 목을 겨냥하며 휘둘러진다. 하지만 아저씨는 예상했다는 듯 앞으로 잽싸게 굴러 낫을 든 노인을 그대로 경사진 곳으로 밀어버렸다. 데굴거리며 빠른 속도로 나가떨어지는 노인.

“어서 잡아!”

우리의 저항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어르신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노릇. 오랜 훈련으로 다져진 아저씨가 선두에 있다면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노인들은 하등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았다.

타앙.

마지막 한발을 마저 쓴 아저씨는 서서히 총에 맞아 쓰러지는 노인을 그대로 옆으로 밀어버리고 빠르게 허공을 가르는 삽을 손으로 막았다. 그 잠시의 순간을 이용해 준우 아저씨가 아저씨의 다리 사이로 미끄러지듯이 들어가 삽을 들고 있는 노인의 옆구리를 강하게 발로 찼다.

퍼억.

소리와 함께 힘없이 굴러 떨어지는 노인. 여전히 앞을 가로 막고 있는 노인의 수는 4~5명 남짓. 뒤에서 추격해 오는 노인들과의 거리는 꽤 된다.

까앙.

그 때 쇠의 맑은 소리가 나며 내 이목을 끌었다. 거기에는 머리에 삽을 정통으로 맞은 준우 아저씨가 비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 찰나를 이용해 뒤에 있던 노인이 날카로운 곡괭이를 준우 아저씨의 목 쪽으로 휘두른다. 하지만 준우 아저씨도 오랜 수련을 해온 몸이다.

“흡!”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고개를 숙여 크게 뒤돌려차기를 하는 준우 아저씨. 저런 상황에서 공격이 가능하다니.. 과연 오랫동안 경호일을 해온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퍼억. 퍽.

준우 아저씨 공격에 타격을 입은 두 명의 노인이 경사진 곳으로 굴러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좁은 자갈길이 이런 식으로 우리에게 도움이 될줄은 몰랐다. 완전히 둥글게 말아 공격을 당했더라면 진즉에 죽었겠지만 이런 식으로 정면 대결이라면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승산이 있다. 아니, 실제로 거의 뚫어가고 있다.

“큭..”

삽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준우 아저씨가 비틀거리자 아저씨가 준우 아저씨의 몸을 옆으로 살짝 돌려 앞으로 나섰다. 날카로운 낫을 물 흐르듯이 피하는 아저씨는 그대로 노인을 옆으로 밀어버리고는 다음 노인도 마찬가지로 쉽게 옆으로 밀어버렸다. 데굴거리며 경사진 곳으로 굴러떨어지는 노인들을 보니 마음 한켠이 아려온다. 대체 왜 이렇게 일이 꼬인걸까.

“빌어먹을 놈들! 거기 안서!”

성난 어르신의 음성이 우리 뒤에서 크게 울린다. 그러나 멈출 수 없다. 생사를 건 순간에서 우리들의 운동 신경은 배가 되었다. 그대로 빠르게 뛰어가 밴에 허둥지둥 올라탄다. 모두 올라탄 것을 확인한 아저씨는 그대로 밴에 시동을 걸고 빠르게 출발한다.

끼이이익.

급작스러운 출발에 밴의 바퀴에서 마찰음이 크게 난다.

부아아앙.

이내 빠르게 전진하기 시작하는 밴. 창문 밖으로 어르신의 안타까운 비명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사정을 일일히 봐줄만한 여유가 없다. 아저씨는 더욱 밴의 속도를 내며 우리가 왔던 곳 그대로 밴을 몰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