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밖.에.나.가.지.마.시.오 (56화)

레몬굿2012.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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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대학- ID:삶이무의미함 님의 글을 퍼온것입니다~

 

 



[펌]밖.에.나.가.지.마.시.오 (56화)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김모리]님이 도와주셨습니다. 이번 삽화는 조금 웃기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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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부터 우린 다른 형제들과 다르게 유독 우애가 돈독했다. 일란성 쌍둥이라는 점 때문인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무엇을 싫어하고 꺼려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내가 가는 곳에 늘 동생이 있어야 안심이 되었고 동생이 가는 곳에 내가 가야만 안심이 되었다. 마치 바늘과 실 같은.. 서로를 꼭 곁에 두고 봐야만 위안을 삼았던 것 같다. 희한한 것은 나와 동생 둘이 찍은 사진이 없다는 거다. 어릴 적에 그렇게 많이 붙어 다니면서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우리 둘의 사진을 한 번도 찍어준 적이 없다.

‘네가 형을 잘 지켜줘야 해.’

항상 같은 말. 주입시키듯 동생에게 말하는 부모님. 왜? 굳이 동생이 나를 지켜줘야 하는걸까. 내가 지키면 안되는 걸까. 유치원을 같이 다닐 때 아침마다 항상 그 말을 동생에게 하곤 했었다. 그 때마다 동생은 멍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었다. 그 말을 매일 들어서인지 동생은 나에 관한 일들을 자신의 일보다 우선시 했고 궃은 일도 도맡아 했었다. 학창 시절..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할 때에도 어김없이 나타나 녀석들에게 주먹을 선사해주던 동생.

‘니가 애새끼냐?’

그런 말들로 항상 위기에서 나를 구해준 동생. 비슷한 신체 조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유독 뭐든면에서 월등했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노래면 노래. 뭣 하나 빠지지 않는 축복 받은 능력을 갖고 태어난 것 같다. 당연히 동생은 학교내에서도 이슈거리가 되었고 그만큼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나는 어떤가? 평범한데다 공부도 어중간하고 운동 싫어하고 노래도 못한다. 여자친구? 여지껏 한 번 사귀어 온게 전부다. 그래서 유독 열등감이 심했다. 나와 동생 사이를 이간질하는 놈들 때문에 학창 시절 동생과 사이가 틀어졌었다. 동생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동생에게 신경질적으로 대하고 화풀이를 해댔다.

‘....’

그럴 때마다 아무 소리 없이 모든 것을 받아주던 동생. 왜.. 왜, 그랬던 것일까. 나 때문에 같이 놀림을 당해도 묵묵히 내 곁을 지켜주었던 동생. 그럴 때마다 동생의 얼굴은 차가운 얼음 같아서 나조차 말을 걸기가 힘들었었다. 보잘것 없는 내 인생의 반을 그렇게 보내 왔었다. 부모님은 내게 이런 일이 있을 줄 알고 매일 동생에게 ‘형을 지켜주거라.’라고 말한 걸까.

빛과 어둠의 인생이라는게 바로 이런 꼴을 두고 얘기하는 것일까. 다행히 서서히 생각이 많아짐에 따라 동생을 이해하게 되었고 내 자신도 이해하는 단계가 오자 우리 사이는 다시 전처럼 돌아갈 수 있었지만 학창시절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가슴에 새겨진 성흔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모든 상황 속에서 냉정을 유지하며 자신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동생과 다르게 버둥거리는 면이 많은 나. 과연 우리는 형제가 맞는 걸까.

부우웅.

고속도로를 누비는 밴의 소리만 가득하다. 밴 천장을 통해 하늘을 보니 늦은 오후에 접어들고 있다. 곧 해가 저물거라는 신호다. 얼마 못가 밴을 세운 아저씨는 저녁을 먹고 다른 차를 알아보자고 했다. 그 말대로 지금 밴의 상태는 영 말이 아니다. 처음 우두머리의 공격에서 무사히 도망치게 해줄 때에도 이렇게 험한 꼴은 아니었다.

군데군데 푹푹 파이고 창문에는 작은 균열들이 일어나 있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다. 다행히 고속도로에는 주인을 잃은 차들이 많은 편이어서 우리의 선택폭은 넓은 편이었다. 배낭에서 각자 먹을 것들을 꺼내 고속도로 한복판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상처는 괜찮으시오?”

아저씨가 묻자 봉수 아저씨는 미약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색이 별로 좋지 않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 같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해인이에게 말했다.

“해인양도 슬슬 석궁 다루는 법을 알아야겠어. 아까도 보았지?”

그 상황을 그대로 겪은 해인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의 상황이 기억나는지 해인이가 몸을 미약하게 떨었다. 평범한 날들이었다면 단순히 등하교를 하면서 공부만 하는 학생이었을텐데..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된건지..

“그러고 보니 해인이도 미인이네 남자 친구는 있어?”

우울한 분위기를 전환시키려는 듯 준우 아저씨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그 말에 해인이는 볼을 붉히며 ‘있다.’라고 대답했으나 곧 이런 상황을 직시 했는지 우울한 얼굴이 되었다. 오히려 반감의 효과를 가져오자 준우 아저씨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 모습에 봉수 아저씨는 너털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저희들을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무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

그 때 동생의 눈이 매섭게 반짝였다. 팔꿈치로 준우 아저씨의 옆구리를 쿡 찌르는 동생.

“아저씨. 왜 해인이가 남자친구 있다고 하니까 실망한 표정을 지었죠?”
“아니, 이자식이? 찰나의 순간에 어떻게 그걸?”
“큰일 날 아저씨네 범죄라구요. 범죄.”
“허허허허.”
“하하하하.”

다행히 두 사람 덕에 우울한 분위기가 조금은 가시는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뒷정리를 하고 다시 밴에 올랐다. 천천히 밴을 몰며 주인을 잃은 차들을 물색하기 시작한다. 8~10명은 충분히 들어갈만한 차를 구해야 한다. 지금 타고 있는 밴과 같은 모델이 있으면 좋겠지만 항상 무언가를 찾을 때마다 안보이는게 세상의 원칙이라도 되는 것처럼 적당한 차가 보이지 않는다.

“흐음..”

마땅한 차가 보이지 않는다. 30분이 훌쩍 지났건만 전부 승용차거나 중형차 뿐이다. 평소에는 길만 다녀도 잘 보이던 밴이나 대형차들이 왜 이렇게 안 보이는걸까.

“저거 어때요?”

동생의 말에 우리는 일제히 동생이 가리킨 곳을 바라보았다. 고속도로 반대편에 주차되어 있는 커다란 대형버스가 눈에 들어온다. 서서히 밴을 멈추고 일제히 내린 우리들은 소총을 들고 버스로 접근했다. ‘행운관광’이라고 쓰여진 관광버스다. 빙 돌면서 대충 겉면을 훑어 본다.

“외견상으로는 쓸만하겠어.”

외견상으로는 딱 좋은 조건을 갖춘 버스. 창문의 위치도 상당히 높아 아까와 같은 공격이 오더라도 완벽히는 아니지만 높은 차체 때문에 잘 견뎌낼 수 있을 것 같다. 어차피 고속도로 위주로 운행을 할거니까 높이는 크게 상관할 것이 아니다. 그럼 중요한건 내부다. 우리는 버스 출입구 쪽으로 서서히 걸어갔다.

“이거 열줄 아는 사람 있나?”

굳게 닫혀 있는 문을 발로 툭툭 차며 아저씨가 말했다. 모두 대답이 없다. 이리저리 둘러보며 버스를 기웃거리는 아저씨. 그 때 봉수 아저씨가 슬쩍 나서서 버스 앞 부분에 있는 본래트 부분을 열더니 이것저것 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어느 한 부분을 죽 잡아 당기더니 그대로 버스 문을 옆으로 밀었다.

치이익.

소리와 함께 스르르 열리는 버스 문. 아저씨는 봉수 아저씨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먼저 버스에 올랐다. 그 뒤를 준우 아저씨 우민이 형이 오르고 우리 형제들은 주위를 경계하기로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저씨들은 죽어버린 사람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하나둘 빠져 나오는 사람들의 눈과 코. 입에 구더기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우욱.”

역겨운 냄새와 보기 흉한 광경에 해인이는 고개를 돌리고 헛구역질을 해댄다. 봉수 아저씨는 해인이를 부축하면서 좀 떨어진 곳으로 발을 옮겼다.

“다 자살한 것 같아.”

마지막 시체를 끌어낸 우민이 형이 그렇게 말했다. 모두의 손목에 자해를 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버틸 수 없는 현실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인가.. 절로 분위기가 엄숙해진다.

“일단 쓸만한 것 같으니 정리를 좀 해야겠어.”

아저씨는 버스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꽤 좋은 버스인지 한 번의 시동으로 엔진이 크게 울리며 버스 차체가 미세하기 흔들렸다.

부르르르.

이것저것 만져보며 앞문이 잘 닫히는지 확인한 아저씨는 버스 위에 달린 문을 열고 위로 올라와 전방을 살폈다. 남은 우리들은 싸늘히 식은 시체들을 버스와 최대한 멀리 좌우로 깔린 풀들 위로 아무렇게나 던져버렸다. 녀석들은 분명 여기에 모일 것이다. 최대한 이곳과 멀어져야만 한다. 다시 버스로 돌아간다.

우선 봉수 아저씨와 해인이를 제외하고 버스에 올라 굳어버린 핏물들을 닦아내기로 했다. 좌석 곳곳에 굳을 대로 굳어져 잘 닦여지지 않는 핏물들. 운전석에 놓인 티슈를 이용해 정수기의 뜨거운 물을 받아 천천히 지워나가기 시작한다. 아직 버스 안에는 특유의 역한 냄새와 파리들이 꽤 많이 보인다. 준우 아저씨는 손짓을 해가며 파리들을 천천히 밖으로 내쫓기 시작한다.

“훠이.”

녀석들도 자신들의 상황을 깨달았는지 미련 없이 버스를 떠나 시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날아간다. 파리는 해결 됐지만 비위가 약한 해인이에게는 이 냄새를 버티기가 힘들 것 같다. 두리번 거리며 버스 천장 수납 공간을 뒤지자 방향제가 눈에 들어왔다.

칙. 칙. 칙.

버스 내부 곳곳에 방향제를 뿌리고 창문을 열 수 있는 곳은 모조리 열었다. 20~30분 정도가 지나자 버스의 상태가 꽤 말끔해졌다. 이 정도면 충분히 쓸 수 있겠다. 우리들은 모두 버스에서 내렸다. 준우 아저씨는 밴 쪽으로 빠르게 뛰어가 밴을 몰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모든 짐들을 버스에 옮기기 위해서다.

버스의 옆면. 물건들을 싣고 다니는 곳을 열어 여러 가지 물건들을 꺼냈다. 관광 여행을 가던 도중이었는지 술과 음식들이 가득했다. 마르고 포장된 음식들만 챙기고 나머지는 죄다 버린다. 술은 우리의 여행에 하등 쓸모 없는 것이다.

부우웅.

어느새 버스 쪽으로 다가온 밴. 우리 모두 밴의 물건들을 모조리 버스 쪽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대형버스라 그런지 수납 공간이 상당히 넓어서 좋았다. 칸도 여러개라서 분류도 쉬웠다. 먹을 것들과 몇 개의 옷 종류. 구급상자나 공구함. 그리고 기름이 담긴 말통들을 각각 공간에 넣고 모두 버스에 올랐다.

“괜찮니?”

봉수 아저씨가 해인이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딸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 해인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들은 최대한 앞 좌석에 앉았다. 딱히 이유는 없지만 이렇게 넓은 버스 안에서 띄엄띄엄 앉아 가는 것도 영 찜찜했다. 물론 떨어져 앉는 편이 녀석들의 동태를 살피는데는 좋겠지만 아직 녀석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할 시각은 아니다.

부르릉.

언제나 그랬듯 아저씨가 버스를 몰았다. 처음 접하는 거라고 했지만 몇 번 핸들을 잡아보더니 금방 익숙해진 듯 한다. 하긴.. 고속도로에 장애가 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괴물들을 제외하고는 마음대로 운전을 해도 되기 때문에 금방 익숙해질 것 같다. 준우 아저씨는 의자를 뒤로 길게 젖히며 말했다.

“탑승감이 다른데? 편하고 좋네.”

그 옆에 있던 우민이 형도 의자를 젖히며 말했다.

“이거 정말 여행가는 기분이네요.”
“맨날 이렇게 편하게 갔으면 좋겠다.”

관광버스 안은 상당히 편했다. 천장 위에 비치된 서랍 안에는 군것질거리가 가득했고 정수기에는 꽉 찬 물과 예비용으로 하나의 물통이 더 있었다. 밴을 버리고 버스로 옮겨 탄 선택은 정말 잘한 일인 것 같다. 물론 오늘 밤을 무사히 지나야겠지만..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민다. 거의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몸을 뒤로 돌려 우리가 지나 왔었던 길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아 두기로 한다. 그동안 우리의 몸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해낸 밴이 나에게 작별인사를 하는 것 같았다. 비록 차라고 하지만 저 녀석 덕에 많은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고맙다. 잘 있어.”

반짝반짝. 노을빛에 빛나는 밴의 유리창이 빛난다. ‘잘가.’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단순한 느낌일까. 다시 창문을 닫고 의자를 뒤로 젖혔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이 특유의 느낌이 이제는 편안하다. 서서히.. 그리고 확실히 몸이 적응을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