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고 세찬 바람 때문에 숨을 쉬기가 어렵다. 몸을 앞으로 숙여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내 모습을 보던 준우 아저씨도 나와 같은 자세를 하며 내게 약간 큰 소리로 말한다. 거센 바람의 소음 때문이다.
“저 많은 사람들을 전부 지켜줄 수 없어.” “..그럼요?‘
준우 아저씨는 말없이 고개를 젓고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갔다. 4명의 사람..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들이다. 기댈곳이라고는 우리 밖에 없는데.. 지켜줄 수 없다니.. 준우 아저씨 말대로라면 저 사람들 모두 버리고 가겠다는건가? 사람들이 순순히 응할까?
“....”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을 알기나 할까.. 나는 몸을 일으켜 준우 아저씨에게 말한다.
“저들도 훈련을 하면 충분히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내 말에 준우 아저씨는 눈을 감으며 손을 저었다.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게다가 우리 소총에는 총알도 얼마 남지 않았어. 이 총알이 다 떨어지면 우리 몸 하나 지키기도 힘들어져.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 너도 알잖아? 녀석들은 무리 단위로 움직이고 있다구.” “저 사람들한텐 뭐라고 하게요.” “나한테 생각이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준우 아저씨는 그대로 몸을 뒤로 젖혔다. 아저씨의 품 안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소총이 눈에 들어온다. 대강 상상이간다. 가만히 준우 아저씨의 얼굴을 본다. 처음 PC방 건물에서 우리를 구해주던 그 아저씨가 정말 맞나 싶을 정도다. 수많은 괴물들에게 쫓김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우리를 도와주던 준우 아저씨의 모습은 대체 어디로 간걸까.
“....”
뭐라도 말이라도 하고 싶지만 준우 아저씨의 말도 틀린게 아니라 딱히 어떤 말을 할 수가 없다. 준우 아저씨 말대로 우리들이 가진 총알이 서서히 떨어져간다. 언제까지나 무한으로 있을 것 같았던 총알.. 총알이 떨어지면 타격류 무기로 녀석들에게 대항해야 한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소총과 석궁 1개가 전부다. 그 급박한 상황에서도 용케 석궁을 챙긴게 용하지만 그렇다고 석궁이라는게 무한으로 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타격 무기들로 녀석들에게 잡아 먹히지 않을 수 있을까.
철컥.
안전벨트를 풀고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우민이 형에게 다가간다. 거센 풍압 때문인지 우민이 형의 오른쪽 소매가 심하게 나풀거린다. 우민이 형은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한 채 나를 보며 물었다.
“할.. 말 ..어?‘
커다란 바람 소리 때문에 우민이 형의 목소리가 희미하다. 나는 바로 우민이 형 옆에 앉아 귀에 대고 말했다.
“충주에도 여러 부대가 있겠지?” “부대는 전국 어딜가나 있지. 잘 보이지 않게 주둔해 있는것 뿐이지만.” “그럼.. 총을 얻을 수 있을까?”
우민이 형은 입술을 다물고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겠어. 제대로 남아 있는 부대가 과연 몇 개나 될지도 의문이고.. 그리고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선뜻 개인화기를 내어줄 것 같지도 않고..” “역시 그렇지?” “그럴 가능성이 크지. 하지만 가 볼만해. 군대라는 곳이 워낙 말이 안통하는데라서 잘될지 모르겠지만.. 지휘관을 만나 잘 구슬리면 될지도 모르겠지. 물론 멀쩡히 부대가 남아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야.”
그럼 아직 희망이 있다는 얘기인가. 설마 우리 같은 사람들을 매몰차게 내쫓지는 않겠지.. 우리들도 나름대로의 악전고투를 벌여오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만약 온전한 상태의 부대로 간다면 저 사람들을 버리고 가지 않아도 된다.
“좋아..”
충주에 도착하면 아저씨에게 얘기해 봐야겠다. 은혜를 빌미로 삼아 얘기를 해보면 응해줄지도 모른다.
부우웅.
얼마나 지났을까. ‘충주.’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시계를 보니 아직 13시에 불과하다. 충분히 시내를 돌며 부대 위치를 확인할 시간이 있다. 빠르게 충주 시내로 접어드는 버스. ‘탄금교’라는 다리 길 위를 빠르게 지나자 충주역이 보인다.
부르르.
역 앞에서 버스를 세운 아저씨는 모두에게 손짓을 했다.
“다들 내리시오.”
그 말에 사람들은 부들거리는 몸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차례대로 내리기 시작했다. 남은 우리들은 배낭을 매고서 소총과 석궁을 챙겼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해인이에게 석궁을 주고 화살통을 건넸다. 아직 두려워하는 표정이 가득한 해인이.
“네가 지켜줘야 해. 알겠지?”
내 말에 해인이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눈동자를 몇 번 깜빡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이 달라져있다. 좋아, 그 눈이야. 해인이에게 석궁 사용법을 간단히 알려주고 장전을 시켜본다.
퉁.
해인이는 현을 조심스럽게 잡아 당기며 강도가 어느정도 인지 가늠해 보고는 이내 한 번에 장전에 성공했다. 확실히 양궁을 다루고 있던터라 처음 우리들과는 다르다. 해인이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 제일 선두에 있는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아저씨.”
아저씨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왜.’라고 대답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얘기를 아저씨에게 전했다. 물론 우리 둘만 듣도록 목소리를 작게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중에서 나는 ‘총’이란 얘기와 ‘은혜’라는 부분을 강점적으로 설명했다.
“흐음..”
효과가 있는지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일단 인터넷을 통해 부대 위치를 알아보도록 하고.. 지금은 빨리 이동하는게 좋아. 모두 모이시오.”
아저씨 말에 사람들이 쭈뼛거리며 모여든다. 아저씨는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보고는 중간 정도 크기로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차를 통해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4명당 1조로 나누겠습니다. 여성분들은 전부 여기에 남아 계시고 차를 몰줄 아는 세 명만 근처에 있는 차를 구해서 이리로 오는 것으로 하지요.”
아저씨 말에 여자들은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많이 지친 탓이다. 해인이와 어머니는 서로를 놓을 생각이 없는지 아직까지도 꼭 끌어안고 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던 봉수 아저씨가 나섰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역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재빨리 봉수 아저씨가 따랐고 나도 그 뒤를 따랐다.
“나머지 사람들은 대기하고 있게. 금방 올터이니.”
아저씨 말에 남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무말 없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적당한 차가 있는지 물색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역 부근이라 주인을 잃은 차들이 상당히 많았다. 봉수 아저씨는 그 중 제일 앞에 있는 SUV차량으로 다가갔다. 검은 색으로 선텐이 되어 있어 안을 한번에 보기가 힘들었다.
“신호를 하면 여시오.” “알겠습니다.”
봉수 아저씨는 긴장된 표정으로 차량의 운전석에 손을 가져갔다. 우리는 소총을 겨누고 준비를 마쳤다. 나는 봉수 아저씨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봉수 아저씨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단번에 운전석을 열어제꼈다.
“....”
다행히 내부는 깨끗했다. 봉수 아저씨는 슬쩍 고개만 들이밀어 뒷좌석도 조심스레 살폈다. 마지막으로 열쇠가 꽂혀 있는지 확인한 봉수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차량 한 대가 확보되었으니 다른 두 대를 구해야했다. 바로 걸음을 옮겨 SUV차량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되어 있는 중형차가 보인다.
“흐음..”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렸다. 앞 창문이 전부 검은색이 아닌 붉은 색으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저것을 다 닦아낼 여유 같은건 없다. 우리에겐 아직 뽑지 않은 카드가 많다. 걸음을 옮겨 역 근처로 다가갔다. 주욱 줄선 택시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좋아.”
한눈에 봐도 상태가 멀쩡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들은 대충 밖에서 살펴본 뒤 택시 3대를 이끌었다. 아까 보았던 SUV차량은 잊은지 오래다.
부우웅.
시동이 걸리며 매끄럽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택시. 신호나 도로를 전부 무시하고 사람들에게 되돌아간다. 운전면허를 따본 후 처음 차를 만지는거라 약간 흥분도 된다. 사람들에게 다가간 우리들은 사람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먼저 아저씨 차량에는 평범한 남자 둘과 우민이 형이 탔고 봉수 아저씨 차량에는 해인이와 어머니. 그리고 준우 아저씨가 탔다. 마지막으로 내 차량에는 평범한 여자 한명과 동생. 그리고 은혜와 남자가 탔다.
부우웅.
천천히 시동을 걸고 아저씨가 제일 선두 그 다음은 봉수 아저씨. 후미는 내가 따랐다. 처음 왔을 때와는 다르게 상당히 규모가 커져 있는 상태다. 준우 아저씨 말대로 이 사람들을 온전히 지켜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우선 역을 벗어나 큰 도로 쪽으로 차를 몬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주유소가 눈에 들어왔다. 차례대로 주유소 쪽으로 운행을 하기 시작한다.
“....”
차 안은 고요했다. 조수석에는 남자가 앉고 그 위에 은혜가 겹쳐 앉는 식이다. 뒤에는 동생과 평범하고 젊어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다. 무심한 표정으로 밖을 보는 동생과 달리 여자는 잔뜩 긴장한 얼굴이다.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울음을 터트릴 것 같다.
“걱정하지 마세요. 누나.” “..네?” “누나가 아닌가? 하하. 어찌되었든 우리가 꼭 지켜줄거니까요. 걱정하지마세요.” “네에..”
내 말이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여자의 표정은 여전히 그대로다. 녀석들에게 당한 것들이 너무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온 탓인것 같다. 얼마가지 않아 주유소에 도착한 우리들은 나란히 차를 세워고는 한명씩 내렸다. 막상 주유소 기계를 만지려고 하니 머리가 멍해진다. 아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해줄게. 기다려.”
준우 아저씨의 목소리. 어느새 첫 번째 차량에 기름을 넣어주고 두 번째 차량에도 기름을 넣고 있었다. 좋아.. 남은건 컴퓨터로 알아보는 것뿐이다. 주유소 안쪽을 유심히 본다. 특별한 생명체의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동생을 데리고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저벅. 저벅.
꽤 넓은 공간에 우리들의 발소리가 크게 울리는 것 같다. 빠르게 카운터로 도달한 우리들은 활짝 열려있는 문을 한 번보고는 창문을 통해 내부를 대강 훑어봤다. 딱딱하게 굳어 있는 대량의 핏자국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 거의 꺼져가는 모니터 앞에 섰다.
“깨끗하게 좀 쓰지..”
동생이 투덜거리며 마우스를 움직였다. 왜 그러지? 고개를 돌려 키보드를 보니 덕지덕지 붙은 피들 때문에 자판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동생은 인상을 찌푸리고는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 충주 군부대를 검색했다. 하지만 나오는거라고는 ‘충주 부대찌개’가 전부였다.
“이런거에 나오겠냐.. 병무청에 가봐야지.”
내 말에 동생은 투덜거리며 병무청에 들어가 충주로 카테고리를 맞추고 이리저리 검색을 한다. 그러자 수루룩 여러 부대의 전화번호가 나왔다. 정확한 위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강 근처에는 다가갈 수 있는 비슷한 주소도 있었다. 카운터 주변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펜과 종이에 그것들을 다 받아 적은 후 빠르게 나왔다.
“다 됐어.”
어느새 마친 준우 아저씨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차에 올라탔다. 나는 빠르게 아저씨에게 다가가 종이를 내밀었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차를 출발시키기 시작했다. 나와 동생도 차에 탑승한 뒤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는 꺼져 있는 내비의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띠딕.
기계음과 함께 켜지기 시작하는 내비. 잘됐다. 이거라도 있으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다. 택시 별로 내비가 다 설치 되어 있으니 아저씨도 크게 헤매지는 않을 것 같다.
부아앙.
점점 속도를 높이며 빠르게 도로를 질주해간다. 시내를 벗어나 한참 운행을 한 끝에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법한 길로 차를 몰았다. 5분 정도 지나자 ‘00대대.’라고 적힌 표지판이 보인다. 드디어.. 안전한 장소로 온건가? 설레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차를 몰았다. 구부정거리는 길들을 여러번 지나자 저 멀리 위병소가 눈에 들어온다.
부르르.
하나둘 차를 멈춰 세우고는 조심스럽게 나와 위병소로 다가간다.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보이는 자대 건물을 유심히 봐도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아저씨는 빠른 걸음으로 위병 초소를 대강 훑어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여긴 아니야. 다른 곳을 가봐야겠어.”
우리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부우웅.
다시 빠르게 이동하는 3대의 차량. 처음 들어왔던 길을 지나 옆으로 주욱 꺾어 차를 몰았다. 얼마나 몰았을까.. 다시 작은 골목길로 들어가는 아저씨의 차. 우리도 그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마찬가지로 ‘00대대.’라고 적힌 표지판이 보인다. 아까와는 다르게 직선인 길이 이어져 있어서 한결 차를 모는데 수월했다.
부르르.
서서히 멈춰서는 차. 저 멀리 보이는 위병소에는 세 명의 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우리는 느린 걸음으로 위병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세 명의 군인들은 우리가 다가오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특별히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으나 확신할 수 있는건 그들이 우리를 반기는 눈치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서서히 군인들과 가까워진다. 제일 앞에선 아저씨는 가운데에 있는 중사에게 말을 걸었다.
“상황이 어떻게 되가고 있습니까?”
중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안좋습니다.” “..심각한 정도입니까?” “예.. 많이 심각합니다.” “그렇습니까..”
그들은 우리를 들여보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예상과 다른 전개에 우리들은 점점 속이 타들어갔다. 우리들이 갖고 있는 소총 때문에 그런 것인가?
“저희를 좀 도와주십시오..” “..그럴 수 없습니다.” “....”
중사의 얼굴은 아까전 아저씨가 남자를 향해 총을 쏘던 표정과 같았다. 그러자 뒤에 서있던 사람들이 나서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러는 법이 어딨어요?” “국민을 지켜야하는게 군인들 아닙니까?!”
하지만 중사의 표정은 한결 같았다. 돌처럼 굳은 입술을 천천히 열며 말하는 중사.
“나라가 우릴 버렸습니다. 제가 왜 당신들을 지켜야하는거죠? 당신들 때문에 죽어나간 전우의 수를 셀 수가 없습니다.” “그게 왜 우리 때문이라는겁니까!” “괴물이 생겨 피해를 입은게 전부 우리들 때문이라는거에요?!”
사람들은 흥분하여 언성을 높였다. 그도 그럴 것이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 기댈 곳이 남아 있지 않았다. 여기가 최후의 보루인 셈이었다. 물론.. 우리도 머지 않아 이들과 같아질테지만.. 중사는 예의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 돌아간다면 쏘지 않겠습니다.” “....”
사람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중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소총을 잡은 손에 힘이 꽈악 들어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것인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던 김 대위의 그 군인정신이 이들에게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인가.
“이럴 수는 없습니다!” “우리를 들여보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중사는 고개를 저으며 위병소 벽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삐익-
길게 울리는 소리에 우리는 멍한 표정으로 중사를 바라보았다. 이내 10초가 되지 않아 위병소 뒷길에서 10명의 중무장한 군인들이 튀어나왔다. 하나같이 위장을 단단히 한 상태였다. 빠르게 이쪽으로 뛰어오던 군인들은 우리를 보고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 중 제일 앞에 선 하사가 입을 열었다.
“박 중사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 하사. 이들은 감염되었어.”
박 중사의 충격적인 말에 우리들은 그대로 공황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러자 당황하던 이 하사도 표정을 사납게 굳히더니 총구를 우리 쪽으로 겨누기 시작했다.
[펌]밖.에.나.가.지.마.시.오 (62화)
[김모리]님이 도와주셨습니다.웃긴대학- ID:삶이무의미함 님의글을 퍼온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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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고 세찬 바람 때문에 숨을 쉬기가 어렵다. 몸을 앞으로 숙여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한다. 내 모습을 보던 준우 아저씨도 나와 같은 자세를 하며 내게 약간 큰 소리로 말한다. 거센 바람의 소음 때문이다.
“저 많은 사람들을 전부 지켜줄 수 없어.”
“..그럼요?‘
준우 아저씨는 말없이 고개를 젓고 다시 원래의 자세로 돌아갔다. 4명의 사람.. 아무런 힘도 없는 사람들이다. 기댈곳이라고는 우리 밖에 없는데.. 지켜줄 수 없다니.. 준우 아저씨 말대로라면 저 사람들 모두 버리고 가겠다는건가? 사람들이 순순히 응할까?
“....”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을 알기나 할까.. 나는 몸을 일으켜 준우 아저씨에게 말한다.
“저들도 훈련을 하면 충분히 도움이 될지도 모르잖아요.”
내 말에 준우 아저씨는 눈을 감으며 손을 저었다.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 게다가 우리 소총에는 총알도 얼마 남지 않았어. 이 총알이 다 떨어지면 우리 몸 하나 지키기도 힘들어져.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 너도 알잖아? 녀석들은 무리 단위로 움직이고 있다구.”
“저 사람들한텐 뭐라고 하게요.”
“나한테 생각이 있어.”
그 말을 끝으로 준우 아저씨는 그대로 몸을 뒤로 젖혔다. 아저씨의 품 안에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 소총이 눈에 들어온다. 대강 상상이간다. 가만히 준우 아저씨의 얼굴을 본다. 처음 PC방 건물에서 우리를 구해주던 그 아저씨가 정말 맞나 싶을 정도다. 수많은 괴물들에게 쫓김에도 불구하고 거리낌 없이 우리를 도와주던 준우 아저씨의 모습은 대체 어디로 간걸까.
“....”
뭐라도 말이라도 하고 싶지만 준우 아저씨의 말도 틀린게 아니라 딱히 어떤 말을 할 수가 없다. 준우 아저씨 말대로 우리들이 가진 총알이 서서히 떨어져간다. 언제까지나 무한으로 있을 것 같았던 총알.. 총알이 떨어지면 타격류 무기로 녀석들에게 대항해야 한다.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소총과 석궁 1개가 전부다. 그 급박한 상황에서도 용케 석궁을 챙긴게 용하지만 그렇다고 석궁이라는게 무한으로 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타격 무기들로 녀석들에게 잡아 먹히지 않을 수 있을까.
철컥.
안전벨트를 풀고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우민이 형에게 다가간다. 거센 풍압 때문인지 우민이 형의 오른쪽 소매가 심하게 나풀거린다. 우민이 형은 제대로 눈도 뜨지 못한 채 나를 보며 물었다.
“할.. 말 ..어?‘
커다란 바람 소리 때문에 우민이 형의 목소리가 희미하다. 나는 바로 우민이 형 옆에 앉아 귀에 대고 말했다.
“충주에도 여러 부대가 있겠지?”
“부대는 전국 어딜가나 있지. 잘 보이지 않게 주둔해 있는것 뿐이지만.”
“그럼.. 총을 얻을 수 있을까?”
우민이 형은 입술을 다물고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겠어. 제대로 남아 있는 부대가 과연 몇 개나 될지도 의문이고.. 그리고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선뜻 개인화기를 내어줄 것 같지도 않고..”
“역시 그렇지?”
“그럴 가능성이 크지. 하지만 가 볼만해. 군대라는 곳이 워낙 말이 안통하는데라서 잘될지 모르겠지만.. 지휘관을 만나 잘 구슬리면 될지도 모르겠지. 물론 멀쩡히 부대가 남아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야.”
그럼 아직 희망이 있다는 얘기인가. 설마 우리 같은 사람들을 매몰차게 내쫓지는 않겠지.. 우리들도 나름대로의 악전고투를 벌여오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쉽게 포기할 수 없다. 만약 온전한 상태의 부대로 간다면 저 사람들을 버리고 가지 않아도 된다.
“좋아..”
충주에 도착하면 아저씨에게 얘기해 봐야겠다. 은혜를 빌미로 삼아 얘기를 해보면 응해줄지도 모른다.
부우웅.
얼마나 지났을까. ‘충주.’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시계를 보니 아직 13시에 불과하다. 충분히 시내를 돌며 부대 위치를 확인할 시간이 있다. 빠르게 충주 시내로 접어드는 버스. ‘탄금교’라는 다리 길 위를 빠르게 지나자 충주역이 보인다.
부르르.
역 앞에서 버스를 세운 아저씨는 모두에게 손짓을 했다.
“다들 내리시오.”
그 말에 사람들은 부들거리는 몸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차례대로 내리기 시작했다. 남은 우리들은 배낭을 매고서 소총과 석궁을 챙겼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해인이에게 석궁을 주고 화살통을 건넸다. 아직 두려워하는 표정이 가득한 해인이.
“네가 지켜줘야 해. 알겠지?”
내 말에 해인이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눈동자를 몇 번 깜빡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이 달라져있다. 좋아, 그 눈이야. 해인이에게 석궁 사용법을 간단히 알려주고 장전을 시켜본다.
퉁.
해인이는 현을 조심스럽게 잡아 당기며 강도가 어느정도 인지 가늠해 보고는 이내 한 번에 장전에 성공했다. 확실히 양궁을 다루고 있던터라 처음 우리들과는 다르다. 해인이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 제일 선두에 있는 아저씨에게 다가갔다.
“아저씨.”
아저씨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왜.’라고 대답했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얘기를 아저씨에게 전했다. 물론 우리 둘만 듣도록 목소리를 작게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 중에서 나는 ‘총’이란 얘기와 ‘은혜’라는 부분을 강점적으로 설명했다.
“흐음..”
효과가 있는지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좋은 생각이야. 일단 인터넷을 통해 부대 위치를 알아보도록 하고.. 지금은 빨리 이동하는게 좋아. 모두 모이시오.”
아저씨 말에 사람들이 쭈뼛거리며 모여든다. 아저씨는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보고는 중간 정도 크기로 말하기 시작했다.
“우선 차를 통해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4명당 1조로 나누겠습니다. 여성분들은 전부 여기에 남아 계시고 차를 몰줄 아는 세 명만 근처에 있는 차를 구해서 이리로 오는 것으로 하지요.”
아저씨 말에 여자들은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많이 지친 탓이다. 해인이와 어머니는 서로를 놓을 생각이 없는지 아직까지도 꼭 끌어안고 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보던 봉수 아저씨가 나섰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역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재빨리 봉수 아저씨가 따랐고 나도 그 뒤를 따랐다.
“나머지 사람들은 대기하고 있게. 금방 올터이니.”
아저씨 말에 남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경계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아무말 없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적당한 차가 있는지 물색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역 부근이라 주인을 잃은 차들이 상당히 많았다. 봉수 아저씨는 그 중 제일 앞에 있는 SUV차량으로 다가갔다. 검은 색으로 선텐이 되어 있어 안을 한번에 보기가 힘들었다.
“신호를 하면 여시오.”
“알겠습니다.”
봉수 아저씨는 긴장된 표정으로 차량의 운전석에 손을 가져갔다. 우리는 소총을 겨누고 준비를 마쳤다. 나는 봉수 아저씨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봉수 아저씨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단번에 운전석을 열어제꼈다.
“....”
다행히 내부는 깨끗했다. 봉수 아저씨는 슬쩍 고개만 들이밀어 뒷좌석도 조심스레 살폈다. 마지막으로 열쇠가 꽂혀 있는지 확인한 봉수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차량 한 대가 확보되었으니 다른 두 대를 구해야했다. 바로 걸음을 옮겨 SUV차량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주차되어 있는 중형차가 보인다.
“흐음..”
하지만 이내 고개를 돌렸다. 앞 창문이 전부 검은색이 아닌 붉은 색으로 뒤덮여 있었기 때문이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저것을 다 닦아낼 여유 같은건 없다. 우리에겐 아직 뽑지 않은 카드가 많다. 걸음을 옮겨 역 근처로 다가갔다. 주욱 줄선 택시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좋아.”
한눈에 봐도 상태가 멀쩡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리들은 대충 밖에서 살펴본 뒤 택시 3대를 이끌었다. 아까 보았던 SUV차량은 잊은지 오래다.
부우웅.
시동이 걸리며 매끄럽게 움직이기 시작하는 택시. 신호나 도로를 전부 무시하고 사람들에게 되돌아간다. 운전면허를 따본 후 처음 차를 만지는거라 약간 흥분도 된다. 사람들에게 다가간 우리들은 사람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먼저 아저씨 차량에는 평범한 남자 둘과 우민이 형이 탔고 봉수 아저씨 차량에는 해인이와 어머니. 그리고 준우 아저씨가 탔다. 마지막으로 내 차량에는 평범한 여자 한명과 동생. 그리고 은혜와 남자가 탔다.
부우웅.
천천히 시동을 걸고 아저씨가 제일 선두 그 다음은 봉수 아저씨. 후미는 내가 따랐다. 처음 왔을 때와는 다르게 상당히 규모가 커져 있는 상태다. 준우 아저씨 말대로 이 사람들을 온전히 지켜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우선 역을 벗어나 큰 도로 쪽으로 차를 몬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주유소가 눈에 들어왔다. 차례대로 주유소 쪽으로 운행을 하기 시작한다.
“....”
차 안은 고요했다. 조수석에는 남자가 앉고 그 위에 은혜가 겹쳐 앉는 식이다. 뒤에는 동생과 평범하고 젊어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다. 무심한 표정으로 밖을 보는 동생과 달리 여자는 잔뜩 긴장한 얼굴이다. 조금이라도 건드린다면 울음을 터트릴 것 같다.
“걱정하지 마세요. 누나.”
“..네?”
“누나가 아닌가? 하하. 어찌되었든 우리가 꼭 지켜줄거니까요. 걱정하지마세요.”
“네에..”
내 말이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여자의 표정은 여전히 그대로다. 녀석들에게 당한 것들이 너무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온 탓인것 같다. 얼마가지 않아 주유소에 도착한 우리들은 나란히 차를 세워고는 한명씩 내렸다. 막상 주유소 기계를 만지려고 하니 머리가 멍해진다. 아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내가 해줄게. 기다려.”
준우 아저씨의 목소리. 어느새 첫 번째 차량에 기름을 넣어주고 두 번째 차량에도 기름을 넣고 있었다. 좋아.. 남은건 컴퓨터로 알아보는 것뿐이다. 주유소 안쪽을 유심히 본다. 특별한 생명체의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동생을 데리고 카운터 쪽으로 걸어갔다.
저벅. 저벅.
꽤 넓은 공간에 우리들의 발소리가 크게 울리는 것 같다. 빠르게 카운터로 도달한 우리들은 활짝 열려있는 문을 한 번보고는 창문을 통해 내부를 대강 훑어봤다. 딱딱하게 굳어 있는 대량의 핏자국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 거의 꺼져가는 모니터 앞에 섰다.
“깨끗하게 좀 쓰지..”
동생이 투덜거리며 마우스를 움직였다. 왜 그러지? 고개를 돌려 키보드를 보니 덕지덕지 붙은 피들 때문에 자판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동생은 인상을 찌푸리고는 검색 사이트에 들어가 충주 군부대를 검색했다. 하지만 나오는거라고는 ‘충주 부대찌개’가 전부였다.
“이런거에 나오겠냐.. 병무청에 가봐야지.”
내 말에 동생은 투덜거리며 병무청에 들어가 충주로 카테고리를 맞추고 이리저리 검색을 한다. 그러자 수루룩 여러 부대의 전화번호가 나왔다. 정확한 위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대강 근처에는 다가갈 수 있는 비슷한 주소도 있었다. 카운터 주변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펜과 종이에 그것들을 다 받아 적은 후 빠르게 나왔다.
“다 됐어.”
어느새 마친 준우 아저씨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는 차에 올라탔다. 나는 빠르게 아저씨에게 다가가 종이를 내밀었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차를 출발시키기 시작했다. 나와 동생도 차에 탑승한 뒤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는 꺼져 있는 내비의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띠딕.
기계음과 함께 켜지기 시작하는 내비. 잘됐다. 이거라도 있으면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다. 택시 별로 내비가 다 설치 되어 있으니 아저씨도 크게 헤매지는 않을 것 같다.
부아앙.
점점 속도를 높이며 빠르게 도로를 질주해간다. 시내를 벗어나 한참 운행을 한 끝에 차 한 대가 겨우 들어갈 법한 길로 차를 몰았다. 5분 정도 지나자 ‘00대대.’라고 적힌 표지판이 보인다. 드디어.. 안전한 장소로 온건가? 설레는 마음을 애써 진정시키며 조심스럽게 차를 몰았다. 구부정거리는 길들을 여러번 지나자 저 멀리 위병소가 눈에 들어온다.
부르르.
하나둘 차를 멈춰 세우고는 조심스럽게 나와 위병소로 다가간다.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저 멀리 보이는 자대 건물을 유심히 봐도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아저씨는 빠른 걸음으로 위병 초소를 대강 훑어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여긴 아니야. 다른 곳을 가봐야겠어.”
우리는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부우웅.
다시 빠르게 이동하는 3대의 차량. 처음 들어왔던 길을 지나 옆으로 주욱 꺾어 차를 몰았다. 얼마나 몰았을까.. 다시 작은 골목길로 들어가는 아저씨의 차. 우리도 그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마찬가지로 ‘00대대.’라고 적힌 표지판이 보인다. 아까와는 다르게 직선인 길이 이어져 있어서 한결 차를 모는데 수월했다.
부르르.
서서히 멈춰서는 차. 저 멀리 보이는 위병소에는 세 명의 군인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우리는 느린 걸음으로 위병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세 명의 군인들은 우리가 다가오는 것을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특별히 위협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으나 확신할 수 있는건 그들이 우리를 반기는 눈치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서서히 군인들과 가까워진다. 제일 앞에선 아저씨는 가운데에 있는 중사에게 말을 걸었다.
“상황이 어떻게 되가고 있습니까?”
중사는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안좋습니다.”
“..심각한 정도입니까?”
“예.. 많이 심각합니다.”
“그렇습니까..”
그들은 우리를 들여보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예상과 다른 전개에 우리들은 점점 속이 타들어갔다. 우리들이 갖고 있는 소총 때문에 그런 것인가?
“저희를 좀 도와주십시오..”
“..그럴 수 없습니다.”
“....”
중사의 얼굴은 아까전 아저씨가 남자를 향해 총을 쏘던 표정과 같았다. 그러자 뒤에 서있던 사람들이 나서며 항의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러는 법이 어딨어요?”
“국민을 지켜야하는게 군인들 아닙니까?!”
하지만 중사의 표정은 한결 같았다. 돌처럼 굳은 입술을 천천히 열며 말하는 중사.
“나라가 우릴 버렸습니다. 제가 왜 당신들을 지켜야하는거죠? 당신들 때문에 죽어나간 전우의 수를 셀 수가 없습니다.”
“그게 왜 우리 때문이라는겁니까!”
“괴물이 생겨 피해를 입은게 전부 우리들 때문이라는거에요?!”
사람들은 흥분하여 언성을 높였다. 그도 그럴 것이다. 그들에게는 더 이상 기댈 곳이 남아 있지 않았다. 여기가 최후의 보루인 셈이었다. 물론.. 우리도 머지 않아 이들과 같아질테지만.. 중사는 예의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 돌아간다면 쏘지 않겠습니다.”
“....”
사람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중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게 소총을 잡은 손에 힘이 꽈악 들어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것인가.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던 김 대위의 그 군인정신이 이들에게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인가.
“이럴 수는 없습니다!”
“우리를 들여보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중사는 고개를 저으며 위병소 벽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삐익-
길게 울리는 소리에 우리는 멍한 표정으로 중사를 바라보았다. 이내 10초가 되지 않아 위병소 뒷길에서 10명의 중무장한 군인들이 튀어나왔다. 하나같이 위장을 단단히 한 상태였다. 빠르게 이쪽으로 뛰어오던 군인들은 우리를 보고는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 중 제일 앞에 선 하사가 입을 열었다.
“박 중사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 하사. 이들은 감염되었어.”
박 중사의 충격적인 말에 우리들은 그대로 공황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러자 당황하던 이 하사도 표정을 사납게 굳히더니 총구를 우리 쪽으로 겨누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