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그리고 아내에 대한 생각

나무2012.06.01
조회198
안녕하세요. 저는 아직 대학생인 20대입니다.비록 아직 제가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저희 부모님의 이야기를 '남편과 아내'라는 데에 초점을 맞춰 올려보고 싶어서 이 판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방제에서 어긋난다고 생각된다면 말씀해주세요.뭔가 거창한 말을 쓰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저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보면서 제가 느낀 점을 써보고 싶어요.
저희 집은 불행한 집은 아니었지만, 제 눈에 비친 부모님의 모습은 행복한 결혼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보였습니다.제 가장 오래된 기억은 부모님이 부부싸움을 하시는 모습이었어요. 주말이었죠. 아침 일찍부터 두분의 고성이 집에 가득했습니다. 저는 큰방에서 자고 있었고, 문을 통해 얼핏 보이는 거실은 완전 난장판이었습니다. 다혈질인 아버지가 욱해서 물건을 다 때려부순 듯 했고,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에게 맞아서 울며 차라리 죽이라고 아버지에게 칼을 쥐어주고 있었습니다. 죽여라 죽여, 오냐 죽여주마. 이런 말이 6살때부터 지금까지 잊히지 않습니다.이 기억을 시작으로, 부모님의 부부싸움은 종종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까지 부부싸움을 할 때면 아버지는 폭력을 휘두르셨습니다. 대부분 술김에 벌어진 일이었죠. 아버지는 늘 늦게 들어오시고, 무서우시며, 애정표현이 없이 무뚝뚝한 분이셔서 전 어릴때부터 어머니를 더 따랐고, 그래서 저렇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는 싫은 사람. 맞는 어머니는 마냥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어머니가 견디다못해 도망가진 않을까싶어 두분이 싸우신 날이면 밤새 울었고, 어머니를 붙잡고 가지말라고 애원했습니다. 밤새 끌어안고 잔적도 있고요.왜 그렇게 싸웠는지 이유는 모릅니다. 언제나 두분은 싸울때면 자식들에게 '너흰 그냥 들어가있어!'라고 외치시는 분들이셨으니까요. 자는척, 안듣는 척하며 얼핏 들은 걸 종합해보면 아버지의 불륜의혹과 돈문제, 잦은 술자리와 늦은 귀가 따위였던 것 같습니다.
자라면서 두분의 부부싸움은 적어도 겉으론 횟수가 줄은 듯했습니다. 폭력도 사라졌죠. 자식들이 많이 커서 그랬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진 모르겠습니다. 전 그걸로도 다행이다 싶었지만, 제가 고등학교 진학하고서는 다시 고성이 높아졌습니다. 일주일에 너다섯번은 고성이 이어졌습니다. 그때마다 또 울었죠.전 두분이 싸우시지 않길 바랐습니다. 서로 대화로 해결하고 이해하고 화해하길 바랐어요. 문제가 있을때면 부부라면 그래야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하지만 두분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싸우고 단 한번도 화해를 하신 적이 없습니다. 전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는지 이해를 못해요. 그저 찬바람 냉랭하게 풍기며 냉전을 며칠 벌이다, 어느순간 아무일도 없는 것처럼 사십니다. 부모님은 그런거야. 친척들이 그런 말을 얼핏해준 기억만 납니다. 그래서 전 다른 가정은 어떻게 사는진 모르겠지만, 저희집이 그러하니 남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자랐습니다.서로가 자기 주장만 하며 헐뜯고, 듣지 않고, 소리지르고, 때리고. 두분을 연결하는 건 그냥 자식이 전부인건가 싶어서 무섭기도 했습니다.
이제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두분도 늙으셨습니다. 아직까지도 종종 싸우시긴 합니다. 심지어 불과 몇년 전엔 아버지가 간만에 어머니를 때리셔서 어머니가 응급실에 실려가시기도 했습니다. 심한 부상으로 수술까지 받았었습니다. 술김에 때린 아버지도 놀라서 어머니를 볼 면목이 없다며 수술하는 동안 자릴 피하셨고, 전 그때 극도로 화가 났었습니다. 면목이 없다면 피할게 아니라 더더욱 사과하고 서로를 이해해주고 사랑으로 품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으니까요. 이것도 이젠 지난 이야기지만.... 얼마전 싸우시는 소릴 들으니 아버진 그때의 기억도 왜곡하고 계시더군요. 본인이 때려서 그런 게 아니라, 어머니가 혼자 넘어져서 다쳤다는 둥..
하지만 지금은 마냥 아버지를 원망하진 않습니다. 폭력은 어떤 의미로도 정당화되지 않고, 아버지 본인이 가독제게 애정표현이 박한 분이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습니다만 자라나서 보니 아버지의 지난 삶이 보였습니다.아무것도 없이 맨몸으로 자영업을 시작하셔서 자수성가하신 아버지.일을 하나라도 더 따기 위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술자리를 원치 안하도 하셔야만 했던 아버지.좀있으면 더이상 일도 들어 오지 않을 나이가 된다며 한숨을 쉬는 아버지.오랜 세월 술 때문에 몸도 다 상하신 아버지.늦은 귀가도, 술자리도, 회식자리에서 돈을 펑펑 써대시는 것도 아버지가 100% 원해서 그러는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 그 모든 일을 묵묵히 해오신 거겠죠. 애정 표현을 직접 하기보단, 실질적인 형태로 보태는 걸 통해 표현하시는 분이셨어요.그렇게 고되게 일을 하고 왔을 때, 집에서 어머니가 또 술이니, 뭐니 바가지를 긁어대셨으니 아버지도 화가 치미셨겠죠. 가족을 위해 헌신을 하고 있는데 부당한 의심만 이어지고, 이해는 커녕 매도만 한다면 저라도 화가 났을 거에요.이제 그렇게 이해하고 보니, 태산같았던 아버지의 등이 작아보이고 무뚝뚝하고 무섭게만 보이던 아버지의 얼굴이 피곤하고 슬퍼보였습니다.
어머니도 마냥 잘하신 건 아니에요. 그렇게 부당하게 아버지를 몰아부친 건 잘못하셨죠. 전업주부로 집에만 있으면서, 밖에서 아버지가 어떤 고생을 하셨을지 생각 못하신 건 어머니의 잘못이라고 봐요. 어떻게 모든 술자리와 접대를 좋아서만 하겠나요. 본인 몸을 그렇게 상하게 하면서.하지만 이런 어머니도 이해가 가요. 어머니는 몸이 안좋으셔서 본인이 보다 더 몸관리,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며 살아오시던 분이셨어요. 성격도 매우 적극적이고 야외활동을 좋아하시며 운동을 너무 즐겁게 하세요. 그러나 너무 어린 나이에 시집을 오면서..... 말못할 정도의 시집살이를 하셨다고 합니다. 집안일도 다 하시면서, 조금이라도 가계에 보탬이 되려 새벽에도 부업을 하신적이 많았고요. 이사도 잦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5-6살 될 즈음에는 안정적으로 정착하였으나, 말 그대로 집에 갖혀서만 살았습니다. 아버지는 본인은 자주 늦으시고 사람을 만났지만, 어머니가 그러는 건 질색을 하셨거든요.무조건 5-6시 이후에는 외출 금지. 조금이라도 집안에 흠이 보이면 너는 집에서 하는 일이 뭐냐며 쏟아지는 비난. 그러면서 아버지가 일찍 들어와 어머니에게 애정을 표현해주셨으면 좋았을텐데, 애정표현은 커녕 매일같은 늦은 귀가... 어려서 아버지는 일주일 내내 늦으시는 분이셨습니다. 어린 제가 있는데도 어머니가 엉엉 울면서 내가 식모구나, 내가 왜 사는거냐 소리치곤 하셨을 정도였어요.어머니는 그렇게 활동적인 분이 집에만 갖히면서 우울해지셨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람을 못만나는 분량만큼의 애정을 아버지에게서 찾으셨고요. 하지만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이해못하셨어요.
제가 보기엔 두분 다 힘드셨어요. 두분 다 어쩔 수 없었고.대화를 통해 서로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보는데, 늘 대화가 성립하지 않더군요.두분은 자기가 제일 지쳤고, 자기가 제일 힘들다고 생각하며 상대에게 늘 화가 머리끝까지 나있었은까요.현실때문에 그냥 참고 살아오신 듯해요.그렇다고 두분이 서롤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사랑하냐 물으면 아버지는 물론 사랑한다고 답하고, 어머니는 이제와서 뭘 새삼스럽냐고 반문하시거든요.
전 두 분 다 사랑합니다.두분도 서로를 남편으로서, 아내로서 사랑한다 생각해요.하지만 표현하지 않으면 영원히 전해지지 않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현실때문에 지쳐서 상대를 이해할 여유가 없어지니까요.대화와 이해, 화해와 사랑.... 자라난 제가 자식으로서 두분께 가장 바라는 것이 되어버렸네요.
지금 현재 이 판에 있으실 남편과 아내분들께서도 서로를 생각하고, 대화하고, 이해해주고, 사랑을 하며 행복하게 결혼생활을 하시면 좋겠어요.저도 언젠가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네요.
다소 두서없고 부족한 글이지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