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밖.에.나.가.지.마.시.오 (65화)

레몬굿2012.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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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대학 ID: 삶이무의미함 님의글을 퍼온것입니다~

 



 

  [김모리]님이 도와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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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녀석들을..?”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밤에 최적화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내 예상이 들어맞는 다면 필시 우두머리 녀석은 밤에 이곳으로 올 것이다. 처음 우리 집은 습격하던 그 날처럼.. 수많은 녀석들을 이끌고 오겠지. 이번에는 기필코 막아야 한다. 그 빌어먹을 집념 하나로 우리를 얼마든지 사지에 내몰 수 있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녀석의 숨을 끊어야 한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마침 해도 저물어가니.. 있는 힘껏 돕겠습니다.”
“녀석들이 본격적으로 오는 시각은 대개 20시나 21시부터입니다. 그 전까지는 잠을 자두십시오. 식사는 행정부에 있는 녀석에게 말하시면 될겁니다.”

대대장은 일어나지 않고 우리에게 말했다. 그의 두 눈은 상당히 지쳐있었다. 큰 희망을 갖고 있어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아직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서둘러 C.P실에서 나와 2층으로 올라와 행정부에서 열심히 서류를 뒤적거리는 중위에게 말했다. 바쁘게 일하는 중위를 보며 동생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식사를.. 말하면 준비해주신다고 해서.”
“아!”

그제서야 뭔가 생각난 듯이 중위가 행정부 다른 공간으로 뛰어갔다. 부스럭 부스럭. 아무래도 지금 밥을 먹고 저녁때까지 푹 자둬야 녀석들에게 제대로 대항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깄습니다. 지금은 이거 밖에 없네요.”

중위가 가져온 것은 컵라면과 식은 밥이었다. 우리들은 그것을 감사히 받아들었다. 곤란해 하는 중위를 보며 준우 아저씨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이정도도 과분합니다. 감사합니다.”
“예.”

중위는 다시 서류더미에 파묻혔다. 대체 뭘 찾고 있는거지? 지금은 총을 들고 만약에 사태를 대비하는 것이 좋지 않나? 어쨌든 우리는 라면을 먹기 위해 복도 끝에 있는 정수기 쪽으로 걸어갔다.

저벅. 저벅.

걸어가면서 여자들이 자는 방을 힘끔 보니 모두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었다. 은혜도 어느새 침대 위에 누워 잠들어 있었다. 남자는 그 옆에 서서 가만히 은혜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그걸 가만히 보던 동생이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남자를 끌고 나왔다.

“일단 먹고 나중을 대비하자. 너도 뭐 좀 먹어야 힘을 쓸거아냐.”

그 말에 남자는 별다른 항의 없이 우리를 따랐다. 정수기 앞에서 차례대로 라면에 물을 붓고 다시 우리 생활관으로 돌아와 침대에 걸터 앉았다. 군화를 벗고 최대한 편하게 앉아 라면이 익기만을 기다렸다. 아저씨는 다른 세 사람을 보며 말했다.

“총은 쏠 줄 아시겠죠?”
“군대에 다녀왔으니 알지요.”
“실전과는 많이 다를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세 사람의 표정은 결연했다. 마지막 안식처인 이곳을 꼭 지켜야겠다는 그런 각오가 느껴진다. 우리도 오늘 하루만 버티면 이곳을 벗어날 수 있다. 충분히 우두머리의 공격을 막아낼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전보다 인원이 훨씬 많았고 경험이 있는 우리들과 여러 사람을 제외하고는 다 전문병력들이다. 충분히 해볼만하다.

라면이 익을 때가 된것 같다. 뚜껑을 열고 젓가락으로 대충 면을 젓자 부드럽게 면들이 갈라진다. 몇 번 대충 휘젓고 입으로 가져간다.

후룩. 후루룩.

라면 먹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나중에 있을 일에 대비라도 하는 것일까. 극도로 긴장한 것일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라면을 비워내고서 찬밥을 대충 말아 컵라면을 들고 젓가락으로 퍼먹는 식으로 우리들의 식사가 끝났다. 포만감이 가득한 것을 느끼면서 그대로 몸을 뉘었다.

“하아암.”

5~6시간뒤에 생사를 건 전투를 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이상하게도 잠이 잘 온다. 그간 제대로 쉬지 못해서인지 눕자마자 스르르 힘이 풀린다. 머리가 점점 멍해지면서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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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잤을까.. 번쩍 눈이 떠진다. 일어나서 눈을 몇 번 깜빡거리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문 틈으로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아하니 저녁 시간대에 이른 것 같았다. 침대 밑에 있는 군화를 신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행정부와 여자들이 있는 생활관을 제외하고는 2층 전체가 어두웠다. 행정부에는 아직 그 중위가 있을까.. 느리게 행정부 쪽으로 걸어간다.

“....”

혼자 문서 더미와 씨름을 하던 중위가 고개를 숙이고 잠들어 있었다. 그것을 가만히 보던 나는 문득 중위가 무엇을 그토록 찾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발소리를 최대한 줄이고 아무렇게나 널린 서류들을 대충 눈으로 훑어 보았다.

“흐음..”

그리 중요해 보이는 서류들은 없었다. 여러 장의 비문들이나 계획서.. 부대 일지 등이 전부다. 서서히 중위에게 다가가 끌어 안다시피 한 서류를 가만히 본다.

“!?”

이건.. 백신 보급? 그에 해당하는 내용은 중위가 완전히 가리고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한가지 확신할 수 있는건 이 부대에서 뭔가 알아낸 것이 틀림없다는거다. 이 종이를 찾으려고 그 많던 서류들 사이에서 씨름을 해왔던건가? 아니야. 애초에 이런 중요한 사항의 문서라면 쉽게 내버려 둘리가 없다.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거지? 중위를 깨워 당장에라도 묻고 싶지만 순순히 답해줄 것 같지도 않았다.

천천히 몸을 돌려 행정부에서 나와 여자들이 있는 생활관 쪽으로 걸어갔다. 문이 반쯤 열려 있었는데 모두 깬 상태였다. 언제 일어났는지 봉수 아저씨네 가족은 서로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언제나 그렇듯 남자는 은혜 곁에 서서 가만히 내려다 보기만 할뿐이었다.

저벅. 저벅.

희미하게 들리는 발소리. 고개를 돌리자 저 끝에서 유리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걸어온다. 어두운 복도였지만 특유의 발걸음과 덩치로 누군지 구별할 수 있었다. 바로 준우 아저씨와 동생이었다. 나는 둘에게 다가갔다.

“어디 있다 왔어?”

내 물음에 동생은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뒤에 넓은 테라스가 있더라구. 담배 피고 왔지.”

그 말대로 동생과 준우 아저씨 몸에 미약하게나마 담배의 냄새가 났다. 나는 두 사람의 어깨를 잡고 고개를 약간 숙이고 말했다.

“아까.. 행정부에서 내가 뭔가를 봤거든?”
“응?”
“백신.. 백신 보급이라고 적힌 종이를 봤었어.”

내 말에 둘은 어둠속에서도 보일 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일단 둘을 진정시키고 말을이었다.

“근데 이상해.. 그런거라면 대대장도 알고 있을테고 우리들에게 말해주지 않았을까?”

준우 아저씨는 행정부를 힐끔 보고는 내게 말했다.

“혹시 예전 신종플루가 터졌을 때 나누어주던 그 백신을 말하는거 아닐까?”
“..그 백신요?”
“그래. 만약 백신이 나왔다면 정부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파를 했겠지.”
“하지만.. 그 백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천분의 일 확률이라고..”

내 말에 가만히 있던 동생이 갑자기 뭐가 생각난 듯 박수를 치며 말했다.

“대충 알 것 같다. 그 많은 임상실험을 하기 위해 군인들을 모조리 이용한거야.”
“..그건 좀 억지가 아닐까.”
“아냐. 생각해봐. 거기서 후유증이 있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얼마 못가고 죽었다고 했잖아. 게다가 전쟁에 나간 군인들 대부분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 만약 북한과 전쟁이 났다고 쳐. 그렇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전혀 다른 군인들은 보지 못했잖아? 우민이 형은 뒤에서 은밀히 움직이는 군인들이라 그렇다 해도.. 우리와 우호 관계에 있던 미군의 모습도 보이지 않잖아?”

준우 아저씨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가만.. 듣고보니 그렇기도 하고.. 전쟁이 나면 먼저 미사일부터 날리기 마련이야. 부산까지도 닿는 그 장거리 미사일들이 우리가 살던 동네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어. 뭐가 터지기는 커녕 녀석들만 우글거렸지. 진우 말대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걸수도 있겠다.”
“..그럼 그 많은 인원들을 전부 어디다가 수용한단 말이에요. 그것도 중무장을 한 군인들을.”

내 말에 둘은 할 말이 없는 듯 무거운 침묵을 지켰다. 하지만 내 직감은 신종플라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백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중위가 뭔가를 숨기고 있거나 대대장이 우리를 속이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 복잡하다. 이 사실을 아저씨에게 말해야만 할까.

“됐어. 지금은 무사히 오늘 밤을 보내는 것부터 생각하자.”

그렇게 말한 준우 아저씨는 앞으로 걸어갔다. 동생도 나를 힐끔 보고는 준우 아저씨의 뒤를 따랐다. 저 멀리 환하게 빛나는 행정부를 가만히 바라본다. 분명.. 뭔가가 있을 것 같다. 정부의 유일한 무력이 군인들인데 그렇게 쉽게 버릴 리가 있나?

“빨리 와. 꾸물대지말고.”

준우 아저씨 말에 나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채 그 뒤를 따랐다. 다시 우리들이 있던 생활관으로 가니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모두 일어나 있는 상태였다. 잠을 푹 잔듯한 얼굴이다. 그에 맞춰 처음 우리를 안내해주었던 김 상병이 문 앞으로 다가왔다.

“준비하실 시간입니다.”

드디어 때가 온건가. 우리들은 천천히 몸을 움직여 김 상병의 뒤를 따랐다. 행정부에서는 중위가 여전히 잠들어 있다. 나는 내 앞에서 천천히 가고 있는 김 상병에게 물었다.

“저 중위분은 어떤 사람인가요?”

멈칫. 잠시 걸음을 멈춘 김 상병은 그대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평범한 중위입니다.”
“저분은 매일 저렇게 지내는건가요?”
“그게 저 분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일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지금 상황과 동떨어져 있다. 녀석들이 난무하는 와중에 서류더미들 사이에서 살아야하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역시.. 뭔가 중요한 것을 숨기고 있는게 틀림 없다. 그리고 박 중사의 말도 걸렸다. 우리 같은 사람들 때문에 자신의 아들이 죽었다고 말했었다. 왜? 아들도 군인이었나?

“후우..”

차츰차츰 거대한 베일을 벗겨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진다. 1층으로 내려가자 준비를 마친 군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20명 조금 남짓. 하나같이 모두 중무장을 한 상태였다. 그 중 제일 선두에 서있던 이 하사가 우리에게 다가왔다.

“총과 실탄을 넉넉히 준비해뒀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저씨가 감사의 표시를 하자 이 하사는 겸연쩍게 웃으며 다른 군인들에게 말했다.

“너희 둘. 이분들 총이랑 탄약 따로 빼둔거 가져와라.”

군인들은 재빠른 동작으로 지휘통제실로 들어가 K-2소총과 실탄이 담겨져 있는 크로스백 비슷한 걸을 가져왔다. 우린 그것을 적당히 나누어 가지고는 소총에 실탄을 삽입했다.

철컥. 철컥.

맑은 소리가 난다. 우리들이 준비를 마칠 동안 가만히 지켜보던 이 하사가 말했다.

“밤은 녀석들의 무대입니다. 작은 방심 조차 용납이 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합니다.”

그 말에 아저씨는 보이지도 않는 깜깜한 전방을 가만히 보며 말했다.

“생각보다 부대가 넓을텐데 이 인원들로 지킬 수 있는겁니까?”
“위병소를 제외한 나머지 구역 모두 지뢰와 부비트랩을 충분히 설치해 놨습니다. 녀석들도 처음엔 산 쪽으로 오다 크게 당하고 난 다음부터 위병소 쪽에서 많이 기웃거립니다.”
“그럼 20명 전부 위병소에서 대기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전부 외곽쪽을 순찰하고 있죠. 10명 단위로 오전오후로 풀타임으로 근무를 서고 있지요.”

지금은 20명인데..? 뭐지? 그런 우리들의 표정을 읽었는지 이 하사가 말했다.

“오늘은 왠지 무사히 보내기 힘들 것 같다고 대대장님이 그러셨습니다. 그래서 전 병력이 투입하기로 했지요.”

우린 대대장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단순히 눈치가 빠른건가? 아니면 낮의 일을 보고 그렇게 판단한걸까. 아아, 행정부의 일 때문에 모든 것에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 이러면 안된다. 일단은 오늘을 무사히 넘기는데 최선을 다하고 다음날 부산으로 가는 것을 우선적으로 해야한다.

“자, 그럼 가시지요.”

이 하사는 우리를 안내하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 뒤를 20명의 군인들이 바로 뒤따르고 남은 우리들은 제일 후미를 맡았다. 밖은 완전히 어두워져 있었다.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든 어둠속을 군인들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자연스럽게 걸어나간다.

저벅. 저벅. 저벅.

수많은 발소리만 들린다. 우리도 최대한 뒤처지지 않게 그 뒤를 바싹 붙었다. 서서히 눈이 어둠에 적응이 되자 앞서 걸어가는 군인들의 뒷모습이 보인다. 대충 주위를 둘러보니 연병장을 벗어나 다른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여긴 어디지.. 녀석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 긴장이 된다.

야-옹.

고양이 소리에 흠칫 놀란다. 후우.. 망할 고양이. 다시 묵묵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군화가 땅에 닿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저 멀리 우거진 산이 마치 커다란 괴물의 등 같아서 오싹 소름이 돋았다. 왜 이러지? 필요이상으로 떨고 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진게 아니었나?

‘위험해.’

마음속에서 말하는 소리에도 크게 놀란다.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옆에서 걷고 있는 동생을 바라본다. 역시 한결같은 표정으로 묵묵히 걷고 있다. 정말 녀석은 이런 때일수록 심각하게 침착해지는 것 같다. 그런 녀석이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된다.

저벅. 저벅.

걷는 소리가 점차 희미해진다. 앞을 보니 군인들이 멈춰서고 있는게 들어왔다. 그에 맞춰 멈춘 우리들도 느리게 숨을 쉬며 주위를 경계했다.

사라라락.

바람에 휘날리는 나무들 소리에 긴장감이 더해져간다. 스르륵. 군인들이 서서히 앉기 시작한다. 우리들도 서있기 뭐해서 바로 바닥에 앉았다. 딱딱하고 자잘한 느낌.. 모래로 된 길 위인가. 그 중 제일 앞서 가던 이 하사가 우리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저.. 산 보이십니까?”
“예?”

이 하사가 가리킨 곳을 보지만 우리들의 눈에는 그저 어두운 공간일뿐이었다. 이 하사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손가락을 들어 한 곳을 가만히 가리켰다.

“저 곳.. 잘 보십시오.”

우리는 그 말에 집중적으로 이 하사가 가리킨 곳을 봤다. 어두운 산기슭..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과는 다르게 유독 한 군데가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이 보인다. 언뜻 보이는 희미하게 빛나는 작은 불빛. 빨간.. 녀석들의 특징인 그 눈이다. 어떻게 발견한거지? 우리들의 표정을 가만히 보던 이 하사가 말을이었다.

“저런 식으로 우리를 지켜보는겁니다. 녀석들도 멍청하지 않아요. 저러고 있으면서 서로 뭔가를 주고 받습니다. 물론 다가오지는 못하지요. 그 앞에 무수히 많이 깔린 지뢰들과 부비트랩을 맨 몸으로 받아낼 자신이 없을테니까요.”
“저기서 뭐하는거죠?”
“모릅니다. 그냥 저렇게 우리를 지켜봅니다.”

동생도 눈을 찡그려가며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더니 이내 녀석이 있는 곳을 찾은 듯 이 하사에게 물었다.

“죽여야 하지 않나요?”
“아뇨.. 밤에 퍼지는 총소리는 생각보다 길어서 다른 녀석들까지 끌어올 수가 있습니다.”
“그럼 저렇게 방치하는거에요?”
“딱히.. 우리에게 해를 가하지도 않고 해서 일단은 두고 있습니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쉰 다음 다시 일어나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힐끔. 이 하사가 가리킨 곳을 바라본다. 다시 어두운 공간만이 눈에 들어온다. 제길.. 그 어두운 털이 산속에서는 보호색으로 작용하고 있었군.

저벅. 저벅.

걸음을 옮긴다. 멀리 희미한 불빛이 보인다. 가만히 보니 처음 우리를 반겨주던 위병소였다. 한 바퀴정도를 돈 것일까. 어두운 곳에서 빛을 본 탓인지 우리들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져갔다. 하지만 그 때.

삐-익.

처음 박 중사가 우리를 보며 눌렀던 벨소리가 귀에 날카롭게 꽂혔다. 제일 앞 쪽에서 이 하사가 ‘제길’이라고 한 것 같았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위병소로 뛰어가기 시작한다. 뒤쳐질 수 없다. 우리들도 빠르게 군인들의 뒤를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