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전역하고 커피집에서 일하는 이야기.마지막

김홍렬2012.06.04
조회3,177
알바를 그만 둔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이제 커피 타는 법도 조금 가물가물해져서,
카라멜마끼아또에 카라멜 시럽이 두 펌프 들어갔는지
 두 펌프 반이 들어갔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고,
템퍼링 할 때의 그 무게 정도라던지, 
티모르산 원두의
고소하고 쌉살한 맛이라던지.
손님 없을 때 지겹게 틀어져
카페 안을 울리던
버스커버스커의 노래라던지

인사성이 무척이나 좋던 손님들의 반가운 얼굴이라던지

다 희미해져간다.

지금
나는 요리학원과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고,
한 달쯤 후에 영국을 가려고 준비중이다.

반 년 정도 있을 것 같다.




며칠 전 밤이었나,
사장님한테서 카톡이 왔다.

내가 생각보다 일찍 알바를 그만둔 게 서운하다는 내용이었다.

사장님한테 미안했다.

사실 요즈음 길게 일한다고 말해놓고
한두달 하고 그만두는 알바가 한둘이겠느냐만은

그래도 내가 애정을 가지고 일하던 곳이니깐.
사장님한테도 최대한 진실되게 말하고 마지막 마무리를 잘 하고 싶었다.

-그래도,나 쿨하니까, 신경쓰지 말고 찾아와!니가 내리던 커피가 먹고싶다!

사장님의 마지막 카톡이다.

이 뒤로 난 아직도 카페에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바보같은건 알지만 죄송해서인 거 같다.



실은 무척이나 궁금하다
내 뒤로 찾아온 알바는 어떤 아이인지,
내가 만든 솔로 포스터는 아직도 붙어 있는건지,

청소때마다 날 빡돌게했던 반쯤 고장난 마대수건는
 이제 새걸로 바꾼 건지.

사실 그렇다.
어디나 쉽기만 한 일은 없어서,
특히 사람과 사람이 부딪치는 일은
미묘한 것들 하나하나가 스트레스가 된다면 스트레스이고
카페 알바라는게 조금 허세처럼 느껴질수도 있지만
사실 커피만드는 시간보다 설겆이하고 청소하고 테이블 닦고 하는 시간이 더 많다.


그래도

좋은 면을 볼 수 있다면.




내가 열심히 만들엇던 첫 카푸치노를

손님이 깨끗히 비웠던 순간과

안녕히가세요. 짧은 인사에
-네- 안녕히 계세요!
라고 밝게 대답하며 손님이 나가는 순간과

-여기는 스무디가 맛있어요.

내가 만든 맛을 기억해주는 순간.



하루 6시간일하면서
이런 행복이 찾아오는 순간은.
고작 다 합해봐야 2~3분의 순간.

그래도 좋았다. 아마, 군대 전역하고 난 직후라서 그런지
세상 만사가 그저 기쁘고 감사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그 작은 하나하나를 기억하고


좋았던 1초들을
보람찼던 1분을 모아서
글로 남겼다.




그리고 이제야
찍는
이 이야기의

마침표

.


------------------------------------------------------------------------------

사실 바쁘게 살면서 
이제 이 이야기도 더 쓰지 말아야겠다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서
확실히 마무리지으려고 글을 올립니다.

그동안 카페알바이야기 재미있게 읽어주고

댓글달아주신 모든분들 감사합니다 ㅜㅡ 하나하나 다 읽어봤습니다 

사실 그냥 일기형식으로 깨작깨작 쓰던건데 갑자기 판이 한번 된 이후로

보는 눈이 많아져버려서

욕하는 사람도 생기고, 좋게 봐주는 사람도 생기고 하면서

예전처럼 아무 의식안하고 일기써내려가기가 힘들더라구요.

이제야 요놈의 일기를 마무리하네요 ㅎㅎ


마지막이니까 싸이월드 열어놓구
네이버 블로그 주소 써 놓을게요.

블로그:http://blog.naver.com/hongly8919
블로그에다가 그림이나 글 자주 올리고 사니까
혹시라도 원하시는분들은
일촌이나 서로이웃추가 해주세요^_^ 대환영입니다!

 




글고사장님한테용기내서 찾아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