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4일 경기도청 공식홈페이지인 ‘경기넷’ 자유게시판에 눈에 띄는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공수도 국가대표 강도범 때려눕혀’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이 글은 늦은 시간까지 훈련하다 강도를 잡게 된 공수도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훈한 사연을 소개하며, 이들 선수들에게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요.
글을 게시한 분은 다름 아닌 공수도 국가대표팀 총감독이자 경기도공수도연맹 전무이사를 맡고 있는 정권홍(31) 감독이었습니다. 6월의 첫 날,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체육관에서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사실 저희가 좋은 일을 한 것도 있지만 이 기회를 통해 공수도를 알리고자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아무리 금메달을 따도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서 우리도 이런 운동을 하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죠.”
그의 눈엔 간절함이 있었는데요. 우선 사건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들어봤습니다.
국제대회 앞두고 새벽까지 훈련하다 듣게 된 비명 소리
금요일 새벽으로 넘어가던 지난 5월 4일 오전 1시 20분경 체육관 밖에서 여성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그날 날씨가 더워 창문을 다 열고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으악!’ 하는 여자 고함소리가 나는 겁니다. 그때만 해도 술 취한 사람인가 해서 가만히 있었는데 또 다시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나중에는 굉장히 큰 소리가 들려오더라구요. 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바로 뛰어 내려갔죠.”
정 감독과 선수들이 밖으로 나가자 마침 골목에서 도망치듯 뛰어오는 남성이 보였고, 선수들은 즉시 팔을 벌려 진로를 막은 뒤 순식간에 상대를 제압했다고 하네요. 그 후, 한 선수가 바로 인근에 위치한 지구대로 달려가 경찰에 신고했고 그렇게 피의자는 속수무책으로 검거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피의자는 미행하던 여성을 골목에서 폭행한 뒤 가방을 빼앗아 달아나려 했던 건데요. 국제대회를 앞두고 늦은 시간까지 훈련 중이던 공수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발목을 붙잡히게 된 겁니다.
정권홍 감독은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선수들이라 겁도 났을 텐데 어떻게 바로 상대를 제압했을까 싶다. 지도자 입장에서는 몸에 배어있던 게 긴급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나온 것 같아 자랑스럽고, 기특하다”고 했는데요.
이들 가운데 박희준(18) 선수는 지난해에도 성추행범을 붙잡아 경찰에 넘긴 사례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야말로 정의의 사나이들인데요. 공수도가 그만큼 실전에 강한 무술이라는 설명이 납득이 갑니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중 전국체전 정식정목이 아닌 유일한 스포츠
그런데, 공수도 국가대표 선수들은 왜 새벽 1시가 넘은 시간까지 훈련 중이었던 걸까. 여기에는 씁쓸한 사연이 숨어있습니다.
“공수도는 대련종목 외에 태권도의 품새와 같은 ‘형’이란 종목이 있습니다. 3인1조로 하는 단체형 훈련을 하려면 체육관이 완전히 비어있을 때 해야 하는데, 낮에는 일반 수련생들이 있고 해서 장소가 협소합니다. 그래서 밤 11시가 돼서 체육관이 비어야만 훈련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여건입니다.”
국제대회를 며칠 앞두고 있어 체육관이 빈 시간에 대표 선수들만 따로 모여 훈련을 했던 건데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회를 앞두고 있을 땐 새벽까지 운동할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왜 이럴 수밖에 없을까. 정 감독은 열악한 환경의 가장 큰 이유로 전국체육대회 정식종목이 아닌 점을 꼽았습니다.
“공수도는 지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금메달이 13개나 걸려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전국체전에는 정식종목으로 포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중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아닌 것은 공수도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국가대표 선수들 대부분이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고 있는 형편인데요. 다른 종목처럼 기업이나 지자체의 실업팀이 생겨야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현재는 제도적으로 팀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겁니다.
정 감독은 “공수도 선수로서 최대 전성기는 23~24살인데 팀이 없으니 좋은 선수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는데요. 다수의 성인 선수들이 낮에 일하고 밤에 운동하는 패턴이라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태릉 가서 훈련하는 게 선수들의 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우리나라 공수도 대표팀은 최근 치러진 ‘제2회 동아시아공수도선수권대회’에서 일본, 중국에 이어 종합 3위를 차지했는데요.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9개를 획득해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의 메달 전망을 밝혔다네요.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의 메달을 위해서는 지원이 시급한데요. 정 감독은 공수도 발전을 위해 억지로 팀을 이끌고 오긴 했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합니다.
“이제 거의 한계에 왔다고 보면 됩니다. 영화 ‘국가대표’나 ‘우생순’ 이런 영화를 보면 그들도 나름 어렵다고 생각은 하는데 사실 우리는 그거보다 더 어렵습니다. 특히 핸드볼은 팀이라도 있지만 우리는 팀도 없고 돈도 받지 않고 하는 겁니다. 이 점이 전국체전 정식종목 여부의 차이라는 거죠.”
선수들은 국가대표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일반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는데요. 부산에 무도원이라는 훈련장이 있긴 하지만 그조차 1년에 6개월만 이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을 때만 쪼개서 훈련을 한다는군요.
“태릉에서 훈련하는 게 공수도 국가대표 선수들의 꿈입니다.”
그의 한 마디가 가슴에 사무치는데요. 마지막으로 경기도에 바라는 점을 들어봤습니다.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중심이듯 공수도 또한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도에서 공수도에 관심을 가져주고 먼저 움직여주면 다른 도시에서도 따라오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립니다.”
무도집안에서 자란 정권홍 감독은 공수도 저변확대를 위해 직접 경기도공수도연맹을 구성하기도 했는데요. 앞으로도 공수도 보급과 발전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공수도, 태권도와 어떻게 다를까?
공수도(空手道)란 일반적으로 ‘가라데’라고 불리는 무술 또는 격투기로 고대 인도에서 발생해 중국,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에서 역보급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정권홍 감독은 공수도에 대해 “태권도와 달리 손과 발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상대를 넘어뜨리기까지 하는 종합무술”이라고 정의했는데요. 때문에 보는 이들에겐 박진감이 더 크다는군요.
또한, 태권도는 품새 종목이 없고 겨루기 위주로 돼 있는 반면, 공수도의 경우 대련 종목 외에 태권도의 품새에 해당하는 형 종목이 있다고 하네요. 공수도는 특히 힘과 스피드가 가미돼 실전에 더욱 가까운 무술이라고 합니다.
경기 방법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공격 할 때 실제 가격을 하지 않고 상대의 몸에 닿기 직전에 멈춘다는 겁니다. 또, 검도에서처럼 점수가 있을 때마다 잠시 경기가 중지 된다네요.
공수도는 생활체육에서도 ‘팔방미인’에 가까울 정도로 좋다는데요. 대표적으로 다이어트, 스트레스 해소, 호신용으로 효과 만점이랍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청소년들이나 여성들이 체육관을 많이 찾는다고 하네요.
공수도국가대표숨은이야기
정책 따라잡기/경기도, 그곳에 살고싶다 2012/06/05 08:30 공유하기10
지난 5월 4일 경기도청 공식홈페이지인 ‘경기넷’ 자유게시판에 눈에 띄는 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공수도 국가대표 강도범 때려눕혀’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이 글은 늦은 시간까지 훈련하다 강도를 잡게 된 공수도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훈한 사연을 소개하며, 이들 선수들에게 관심과 응원을 부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는데요.
글을 게시한 분은 다름 아닌 공수도 국가대표팀 총감독이자 경기도공수도연맹 전무이사를 맡고 있는 정권홍(31) 감독이었습니다. 6월의 첫 날,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체육관에서 그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사실 저희가 좋은 일을 한 것도 있지만 이 기회를 통해 공수도를 알리고자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아무리 금메달을 따도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서 우리도 이런 운동을 하고 있으니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이죠.”
그의 눈엔 간절함이 있었는데요. 우선 사건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들어봤습니다.
국제대회 앞두고 새벽까지 훈련하다 듣게 된 비명 소리
금요일 새벽으로 넘어가던 지난 5월 4일 오전 1시 20분경 체육관 밖에서 여성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고 합니다.
“그날 날씨가 더워 창문을 다 열고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으악!’ 하는 여자 고함소리가 나는 겁니다. 그때만 해도 술 취한 사람인가 해서 가만히 있었는데 또 다시 비명 소리가 들리더니 나중에는 굉장히 큰 소리가 들려오더라구요. 그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바로 뛰어 내려갔죠.”
정 감독과 선수들이 밖으로 나가자 마침 골목에서 도망치듯 뛰어오는 남성이 보였고, 선수들은 즉시 팔을 벌려 진로를 막은 뒤 순식간에 상대를 제압했다고 하네요. 그 후, 한 선수가 바로 인근에 위치한 지구대로 달려가 경찰에 신고했고 그렇게 피의자는 속수무책으로 검거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피의자는 미행하던 여성을 골목에서 폭행한 뒤 가방을 빼앗아 달아나려 했던 건데요. 국제대회를 앞두고 늦은 시간까지 훈련 중이던 공수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발목을 붙잡히게 된 겁니다.
정권홍 감독은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 선수들이라 겁도 났을 텐데 어떻게 바로 상대를 제압했을까 싶다. 지도자 입장에서는 몸에 배어있던 게 긴급 상황에 자신도 모르게 나온 것 같아 자랑스럽고, 기특하다”고 했는데요.
이들 가운데 박희준(18) 선수는 지난해에도 성추행범을 붙잡아 경찰에 넘긴 사례가 있다고 하더군요. 그야말로 정의의 사나이들인데요. 공수도가 그만큼 실전에 강한 무술이라는 설명이 납득이 갑니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중 전국체전 정식정목이 아닌 유일한 스포츠
그런데, 공수도 국가대표 선수들은 왜 새벽 1시가 넘은 시간까지 훈련 중이었던 걸까. 여기에는 씁쓸한 사연이 숨어있습니다.
“공수도는 대련종목 외에 태권도의 품새와 같은 ‘형’이란 종목이 있습니다. 3인1조로 하는 단체형 훈련을 하려면 체육관이 완전히 비어있을 때 해야 하는데, 낮에는 일반 수련생들이 있고 해서 장소가 협소합니다. 그래서 밤 11시가 돼서 체육관이 비어야만 훈련을 시작할 수밖에 없는 여건입니다.”
국제대회를 며칠 앞두고 있어 체육관이 빈 시간에 대표 선수들만 따로 모여 훈련을 했던 건데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회를 앞두고 있을 땐 새벽까지 운동할 수밖에 없다고 하네요.
왜 이럴 수밖에 없을까. 정 감독은 열악한 환경의 가장 큰 이유로 전국체육대회 정식종목이 아닌 점을 꼽았습니다.
“공수도는 지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금메달이 13개나 걸려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전국체전에는 정식종목으로 포함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중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아닌 것은 공수도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국가대표 선수들 대부분이 열악한 환경에서 운동하고 있는 형편인데요. 다른 종목처럼 기업이나 지자체의 실업팀이 생겨야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현재는 제도적으로 팀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겁니다.
정 감독은 “공수도 선수로서 최대 전성기는 23~24살인데 팀이 없으니 좋은 선수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는데요. 다수의 성인 선수들이 낮에 일하고 밤에 운동하는 패턴이라 경기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국가대표 선수로서 태릉 가서 훈련하는 게 선수들의 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우리나라 공수도 대표팀은 최근 치러진 ‘제2회 동아시아공수도선수권대회’에서 일본, 중국에 이어 종합 3위를 차지했는데요.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9개를 획득해 2014년 아시안게임에서의 메달 전망을 밝혔다네요.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의 메달을 위해서는 지원이 시급한데요. 정 감독은 공수도 발전을 위해 억지로 팀을 이끌고 오긴 했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고 합니다.
“이제 거의 한계에 왔다고 보면 됩니다. 영화 ‘국가대표’나 ‘우생순’ 이런 영화를 보면 그들도 나름 어렵다고 생각은 하는데 사실 우리는 그거보다 더 어렵습니다. 특히 핸드볼은 팀이라도 있지만 우리는 팀도 없고 돈도 받지 않고 하는 겁니다. 이 점이 전국체전 정식종목 여부의 차이라는 거죠.”
선수들은 국가대표임에도 불구하고 평소 일반 체육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는데요. 부산에 무도원이라는 훈련장이 있긴 하지만 그조차 1년에 6개월만 이용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을 때만 쪼개서 훈련을 한다는군요.
“태릉에서 훈련하는 게 공수도 국가대표 선수들의 꿈입니다.”
그의 한 마디가 가슴에 사무치는데요. 마지막으로 경기도에 바라는 점을 들어봤습니다.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중심이듯 공수도 또한 경기도가 대한민국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도에서 공수도에 관심을 가져주고 먼저 움직여주면 다른 도시에서도 따라오지 않을까 싶어요. 많은 관심과 지원 부탁드립니다.”
무도집안에서 자란 정권홍 감독은 공수도 저변확대를 위해 직접 경기도공수도연맹을 구성하기도 했는데요. 앞으로도 공수도 보급과 발전에 앞장설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공수도, 태권도와 어떻게 다를까?
공수도(空手道)란 일반적으로 ‘가라데’라고 불리는 무술 또는 격투기로 고대 인도에서 발생해 중국,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에서 역보급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정권홍 감독은 공수도에 대해 “태권도와 달리 손과 발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 상대를 넘어뜨리기까지 하는 종합무술”이라고 정의했는데요. 때문에 보는 이들에겐 박진감이 더 크다는군요.
또한, 태권도는 품새 종목이 없고 겨루기 위주로 돼 있는 반면, 공수도의 경우 대련 종목 외에 태권도의 품새에 해당하는 형 종목이 있다고 하네요. 공수도는 특히 힘과 스피드가 가미돼 실전에 더욱 가까운 무술이라고 합니다.
경기 방법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공격 할 때 실제 가격을 하지 않고 상대의 몸에 닿기 직전에 멈춘다는 겁니다. 또, 검도에서처럼 점수가 있을 때마다 잠시 경기가 중지 된다네요.
공수도는 생활체육에서도 ‘팔방미인’에 가까울 정도로 좋다는데요. 대표적으로 다이어트, 스트레스 해소, 호신용으로 효과 만점이랍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청소년들이나 여성들이 체육관을 많이 찾는다고 하네요.
여러분도 한 번 배워보시는 건 어떨까요?
글·사진 박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