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우의 '공개 고백'과 그 이후의 일들에 대한 단상

김지은2012.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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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지현우의 '공개 고백'에 대한 반응 및 그 이후 이어진 기사들로 인해 인터넷은 연일 시끄럽다. '공개 고백'이 있은지 이미 나흘 가량이 되었음에도 그 이후에 이어진, 지현우와 고백 대상이 입장 표명하기를 기다리는 기사들과, '군입대' 관련 기사, 그 이후 고백 대상인 배우의 첫 공식 스케줄과 발언에 대한 기사, 고백한 자가 이후에 말이 없다는 것을 '연락두절'로 표현한 기사, 고백 대상의 이후 스케줄과 관련된 기사, 지현우의 형인 넥스트의 키보디스트 지현수 씨의 미니홈피 내용에 대한 기사, 심지어 지현우의 발언을 패러디한 것 같은 발언을 한 다른 배우의 기사, 게다가 중간 중간 이어진 고백의 배경이나 진심의 여부 등을 분석하는 기사까지......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멀미가 날 정도의 수도 없이 많은 기사가 단 나흘 동안에 쏟아졌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은 양상을 보인다.

 

일단 지현우가 공식 석상에서 상대 배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것 그 자체에 대한 개인적인 소견을 밝히자면, 하필이면 '막방'을 함께 보려고 온 팬들 앞에서,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작가,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와 다른 배우들 앞에서, 하필이면 그 시간, 그 타이밍에 고백을 함으로써 그 날 그 자리의 본래 취지가 흐려지게 되고, 팬들이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게 되어 정작 그 날의 핵심이었던 <인현왕후의 남자> 마지막회 상영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고 이어질 후폭풍을 걱정하게 만든 것, 고백의 대상 역시 당황하게 만든 것은 분명 무례한 걸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일로 인해 <인현왕후의 남자>의 마지막회에 대한 평가는 묻히고 '공개 고백 사건'으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의 초점이 옮겨가게 된 것은 최선을 다해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에 대해 평가받고자 했던 제작진에 대해서도 예의가 아닌 일일 수 있다.
또한 대중들 앞에서 공개적인 고백을 받음으로써 당황할 수밖에 없었던 상대 배우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분명 그 고백은 상황과 타이밍에 있어서 적절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상황의 맥락을 살펴보면, 지현우는 자신이 받은 질문에 대해 자신이 밝힐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솔직하게 밝힌 것일 뿐이다. "사귀는 사이가 아니냐?"는 , 그들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 지현우는 "제가 인나씨를 사랑합니다."라고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상대의 감정이나 현재 그들의 관계에 대한 것은 이야기하지 않은 것이다. 상대의 감정은 상대의 것이니 본인이 밝힐 권리가 없는 것이고, 그들의 관계에 대해서는 확실한 것이든 확실치 않은 것이든 밝히는 것 자체에 대해 상대방과 합의가 되어야만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한 대중문화평론가가 이 고백 사건에 대해, 정확히는 '공개 고백'이라는 것에 대해 '폭력적'이라고 평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동안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공개 고백 코너를 마련하여 고백받을 대상에게는 예고도 없이 고백하도록 하고 그 고백 대상이 바로 대답하게 만드는 장면을 보며 상당히 불편했던 경험도 있다. 다만 본질적으로 지현우의 '공개 고백'의 맥락과 그 평론가와 내가 폭력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미묘한 차이가 있지 않을까 한다.


공개 고백이 상대방에 대한 폭력이 되는 것은 공개 고백을 목도한 관중의 심리 때문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인간은 자신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할 자유가 있다. 다만, 상대방에게도 자신과 같은 감정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분명 강압이며, 더 나아가 만약 자신과 같은 감정을 갖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해를 끼친다면 그것은 엄연한 폭력이다. 그런데 공개 고백을 목도한 관중은 대체로 고백의 대상에게 두 가지 중 하나 혹은 두 가지 전부를 요구한다. 하나는 고백한 대상에 대한 감정을 밝히라는 요구이고, 또 하나는 상대방이 가진 감정에 긍정적인 답변을 하라는 것이다. 고백받은 대상이 자신의 감정을 밝히지 않을 자유나, 상대방과 다른 감정을 가지고 다른 행동을 보일 자유는 이 때 '로맨틱'이라는 단어 속에서 억압되곤 한다. 그러므로 공개 고백은 고백받는 대상에게 있어서는 일종의 압박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이 대중문화평론가는 이 부분 때문에 이 '공개 고백'이 '치명적 실수'이며 '폭력적'이라고 평가한다. 지현우가 이 부분을 간과했든 고의적으로 무시했든간에 그 자체로 '공개 고백'이 폭력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부분에서 입장이 다르다. 만약 앞서 언급한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면서도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공개적인 고백을 하고 답변을 듣고자 한 것이라면 그것은 엄연히 폭력적인 방식의 상대방에 대한 통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현우는 "저는 인나씨를 사랑하는데 인나씨는 어떤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지 않았다. "제가 ~"라고 표현함으로써'내가 가진 감정은 이렇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어떤 감정인지 알고자 요구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 이후는 관중 혹은 대중들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요구할 것이냐에 달려 있는 부분이다. 즉, 고의적으로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감정을 밝히게 유도하거나 긍정적인 답변을 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다만, 조금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그 이후에 대중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고백 대상에게 압박을 가할 것인지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의 감정과 발언이 어떤 식으로 왜곡될 것인지를 간과하는 '멍청하고 어리석은' 실수를 저지른 것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나는 폭력적이라는 표현보다, 그가 순진했고, 때문에 무례했고, 어쩌면 어리석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런데 질문에 솔직히 자신의 감정을 밝히는 것으로 답하는 순진함과, 그 순진함 때문에 제작진과 팬, 다른 배우들, 상대 배우에게 폐를 끼치고 무례했던 것은 그 자체로 비판받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일이 당사자들을 제외한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아야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실제 군입대 날짜가 언제이든간에 올해 안에, 어쩌면 상당히 빠른 시일 안에 입대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상대 배우에 대하여 사전 논의없이 자신의 감정을 고백함으로써 파장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백을 목도한 관중 혹은 대중이 가할 압박을 염두에 두지 못한 부분 뿐만 아니라 그 자리의 본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것 등에 대한 책임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책임이란 것은 사회적인 책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 자신의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지현우가 아니라 그 누구라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 책임이 언론이나 네티즌들에게까지 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그런데도 언론은 지현우에게 그리고 고백 대상인 상대 배우에게 끊임없이 답변과 반응을 요구하고 있고, 일부 대중들은 기사가 양산해내는 과대해석 혹은 왜곡된 사실을 바탕으로 지현우 뿐만 아니라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상대 배우에 대해서까지 입에 담지 못할 혹은 왜곡된 비난을 퍼붓고 있다.

여기에서 지현우가 연예인이고 공개석상에서 다른 연예인을 상대로 한 발언이므로 문제가 되는 것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연예인이기에 대중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 행동의 파장이 클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라 비판이 가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나는 그것이 적절한 비판이라면 할 수도 있다고 긍정했다. 다만 그 비판은 상황의 맥락과 정확한 사실을 기초로 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며, 그 대상이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적절한 수준의 비판을 넘어서 그저 개인에게 향하는 비난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싶다.

여기에서 상황의 맥락과 정확한 사실을 기초로라고 말한 것은, '공개 고백'이 있은 직후부터의 언론의 행태는 그 상황과 맥락, 사실을 기초로 한 보도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초반에 보도된 기사와, 그 이후에 한 블로거가 올린 동영상 및 팬들이 올린 후기 등을 비교해보면 팬들의 반응이나 그 당시 상대 배우의 반응 자체가 기사 내용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이후 행사가 그 '공개 고백'으로 인해 취소되었다는 것도 왜곡된 사실이라는 것이 이벤트에 참여했던 이들의 이야기이다. 행사 자체가 기술적 문제 등으로 인해 지연되었고 그로 인해 마지막회 상영 이후 시간 등의 이유로 행사가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 지현우의 소속사를 통해 언론에 알려진 7월 3일이라는 군입대 날짜나 연락두절 이야기는, 팬들이 확인했던 <인현왕후의 남자> 이후 정해져 있던 지현우의 스케줄이나(대만 프로모션 등) 지현우의 형인 넥스트 키보디스트 지현수가 쓴 미니홈피 글, 소속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쓴 기사 내용 자체에서 발견되는 오류 등을 통해서도 왜곡 보도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연예인들이 입대영장을 받은 후 향후 스케줄 등의 문제로 입대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자주 있어왔던 일임을 고려할 때, 7월 3일이 입대 확정일자였다고 볼 수도 없을 뿐더러, 이미 최소 8월까지는 스케줄이 잡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소속사에서도 입대일정을 연기시킬 의도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인현왕후의 남자> 종영 후 소속사 측에서 원했던 스케줄을 지현우가 거부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무엇보다 소속사 측에서는 지현우가 연락두절 상태라고 하지만, 이 부분은 납득이 어려운 부분이다. 소속사와 언론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음 글http://pann.nate.com/talk/316006352를 참고하는 것도 좋겠으며, 지현수의 글에 대한 소속사의 반응을 다룬 기사http://star.mt.co.kr/view/stview.php?no=2012061116122863004&outlink=2&SVEC를 통해, 소속사가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공개 고백'이후 어떤 방식으로 대응했고 어떻게 왜곡되고 잘못된 정보를 언론에 흘렸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 기사 내용 인용(관계자는 "연락이 두절됐다"는 앞서 소속사의 말과 달리 이날 오전 지현우의 형 기타리스트 지현수가 자신의 미니홈피에 "연락이 두절되어 걱정을 끼치는 일도 없다"고 밝힌 것에 대해 "사실 소속사가 지현우에게 굳이 연락을 취하려고 하고 있지도 않다"라며 "연락을 취해서 들을 답변도 없다. 개인적인 일인데 우리가 무슨 내용의 답변을 요구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관계자는 "그일(유인나에 고백)도 소속사와 사전 상의 없이 본인 스스로 결정한 것이니 향후 해결도 본인이 알아서 할 것이라 본다"라며 "지현우 본인이 결국은 해결해야할 일이다. 소속사는 더 이상 지현우의 일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라고 말했다.)

 

 

나는 진짜 폭력은 이미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였고, 상대측에서는 그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반응을 하지 않기로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입장표명과 대답을 요구하며 그에 따라주지 않는 지현우에게 잠수니 연락두절이니 회피니 하는 표현을 사용하여 비난을 가하면서 자극적인 기사, 왜곡된 기사를 써대는 언론이, 그리고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속 배우를 오히려 사지로 모는 듯한 행보를 보여주는 소속사가 행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또한 이것은 비단 지현우라는 배우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상황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은 연예인이기 때문에 비판받는 것을 넘어서 연예인이기 때문에 과도한 비난을 받거나 왜곡된 보도, 왜곡된 시선에 상처받아야 하는 존재들을 위해서이며, 더 나아가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공정하지 못한, 왜곡된 인용이나 보도 때문에 연예인 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상처받을 수 있다. 그리고 소속 연예인을 보호해주지 못하거나 개인보다 힘을 가진 소속사에 의해 한 인간의 이미지가 타격을 입고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은 연예계에서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에 우리 중 누군가가 거대 자본에 의해 보호받지 못하거나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상하건데,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언제든지 펼쳐질 것이다. 자극적인 것을 따르는 대중의 관심과 그 관심을 얻으려고 기를 쓰는 언론 때문에, 소속 연예인이 자신들의 뜻에 대항할 경우 혹은 자신들에게 피해를 입힌다고 생각할 경우에 여론을 호도하는 방식으로 그 소속 연예인을 향한 제재를 가하는 것이 가능한 소속사가 존재하기 때문에라도 말이다.

그러나 나는 한편으로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대중들이 언론이나 소속사의 행태에 대해, 또는 악의적인 댓글이나 비난에 대해 자정적으로 비판하고 판단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수도 없이 시행착오가 이어질 것이지만 그래도 조금씩 변화할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믿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사회에 대한 신뢰와 기대도 함께 무너질까봐 두렵기 때문에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