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 비대위는 5. 12. 중앙위 결정에 따라 구성되었으며, 중앙위 결정의 집행을 자기 목표로 삼았다. 강기갑 비대위에 부여된 중앙위 결정은 네 가지다.
① 순위 경쟁 명부의 비례 당선자와 후보자 전원 총 사퇴.
② 불공정한 선거 관리 업무 관련자 당기위원회 회부 및 ‘비례후보 투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③ 당의 문제점을 집약하고 당원의 의견 수렴을 거쳐 조사특위 활동 결과에 근거한 후속조치, 민주적이고 투명한 선거시스템 구축 등을 통하여 6월까지 새 지도부 선출을 원만하게 마무리한 후 해산.
④ 비대위원장은 강기갑, 비대위 구성은 강기갑에 위임.
2. 강기갑 비대위의 10가지 잘못
위와 같은 임무를 부여받고 출범한 강기갑 혁신비대위가 활동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지난 한 달 강기갑 비대위를 평가하는 것은 새로운 당지도부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생각해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강기갑 비대위가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강기갑 비대위가 범한 잘못을 10가지로 정리해서 평가한다.
① 3자 통합의 정신을 무시하고 비대위가 당 분열의 온상이 되었다.
중앙위는 비대위 구성을 강기갑 위원장에게 위임하였다. 따라서 강기갑 위원장은 당내 다양한 세력들을 하나의 힘으로 모아서 당의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철학으로 비대위를 구성해야 했다. 그러나 강기갑 위원장은 소위 구당권파를 철저히 배격하고 소위 비당권파 인사만으로 구성하여, 대결적 자세를 갖고 조직을 운영해왔다. 강기갑 혁신비대위에서 당이 분란을 수습해가는 것이 아니라 분란을 확대재생산 되어온 근본적 이유는 소위 당권파의 ‘패권주의’를 반대한다며 새로운 패권 세력을 집결시키는 온상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② 설득과 교양은 사라지고 제명과 징계로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
중앙위는 “순위 경쟁 명부의 비례 당선자와 후보자 전원 총 사퇴”를 결정하였지만, 사퇴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는 결정한 바 없다. 제명시키겠다는 것은 강기갑 비대위가 결정한 것이다.
비례 후보 순위는 당원총투표로 결정했다. 당원총투표란 수 만 명이 모여서 총회를 할 수 없는 조건에서 당원 총회의 위상을 갖는다. 중앙위원회는 당원총회의 하위 결정 기구이므로, 사퇴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 그런데 강기갑 비대위는 사퇴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여 5인을 제명하겠다고 한다.
또한 중앙위 폭력 사태를 이유로 16명을 당기위에 회부하고, 100여명을 추가로 제소하겠다고 한다. 중앙위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는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국민참여당계 중앙위원 조작 논란, 심상정 전대표의 만장일치 통과가 직접적 원인이 된만큼 징계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 비대위는 사건의 전후 맥락과 책임의 경중을 가려보는 정치적 능력 없이 매사를 징계로 처리하겠다는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
③ 선진상규명 후책임자처벌이라는 초보적 상식도 저버렸다.
한겨레신문과 KSOI가 5월 26~27일 조사한 여론에 따르면 ‘진상규명부터’ 해야한다는 의견이 51.1%로 ‘즉각 사퇴’ 43.3%보다 8% 높았다. 통합진보당 지지층에서는 진상규명 우선이 62%로 더 높게 나타난다. 당연한 결과이다. 문제가 있으면 먼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상식이다.
그런데 한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통합진보당 비대위의 사태 해결 방식은 국민의 눈높이는커녕 초등학생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 중앙위원회가 조준호 진상보고서의 부실을 인정하면서 재조사를 결정했고, 비대위도 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만큼 비대위 구성 직후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은 진상재조사위원회를 신속히 구성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장 먼저 한 일은 출당 조치에 대한 일방적 통보와 협박이었고, 재조사특위는 5월 29일에야 첫 회의를 시작하였다.
④ 원칙은 사라지고 정파적 목적의 꼼수 정치가 연속되고 있다.
경쟁명부 비례 후보 14명의 총사퇴는 합리적 근거가 없는 결정이다. 총체적 부정선거라면 비례후보 20명 전원이 사퇴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비례 당선자 6명은 유지는 해야겠고, 정파적 야욕으로 구당권파를 의원단에서 소수파로 만들기 위해 찬반투표를 했던 청년비례 김재연 의원을 전략명부가 아니라 경쟁명부라고 규정해서 사퇴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래서 장애인 명부 조윤숙 후보도 충분히 전략명부로 인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리적 일관성을 위해 사퇴해야 하는 후보로 결정해버렸다.
그러다보니 윤금순 의원 사퇴로 조윤숙 후보가 의원직을 승계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윤금순 사퇴서는 반려하고 나머지는 수리한다. 윤갑인제 후보는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사퇴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로 징계에 회부하지 않는다.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생각을 기준으로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식 행태이다. 윤금순은 오로지 동지를 제명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불행한 식물국회의원이 되었다. 원칙을 상실한 꼼수 정치로 진보에 먹칠을 하고 있다.
⑤ 친북편향, 지하세력 운운하며 신공안정국을 합리화시켜주고 있다.
통합진보당을 종북좌파 정당으로 몰아온 조중동의 기획기사들과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국가관을 검증하여 국회에서 제명하겠다는 박근혜의 위협에 맞장구치는 사람들이 있다. 당 대표를 역임한 유시민, 심상정이다. 그들은 언론사와 인터뷰를 자청하여 통합진보당 내에 지하지도부가 있다는 식의 발언을 쏟아냈다. 유시민, 심상정 전직 대표들의 위험한 발언을 제어하고 비판해야 할 강기갑 위원장은 자신도 “지하의 조직이라기보다는 인물들이 보이지 않는 손길을 작동했다는 이야기는 좀 들리고 있다”라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이런 발언들이 쏟아지자 조만간 통합진보당에서 대규모 조직사건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기사도 쏟아지고 있다.
임수경 의원의 막말파동 당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공격에 맞서 징계는 없다고 단호히 밝혔다. 이해찬은 종북주의 프레임을 강하게 비판하고 신메카시즘 공안정국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선명성을 드러내며 당대표에 당선되었다. 진보정당의 지도급 인사들이 민주당 지도부보다 선명성도, 동지애도 떨어지는 한심한 언행을 하고 있다. 동지를 제명시키기 위해 민주당만도 못한 언행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 책임은 전직 대표들의 발언을 제어하기는커녕 동조하고 있는 강기갑 위원장이 져야 할 것이다.
⑥ 무소불위의 권력, 패권주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본질이 명확해지고 있다. 소위 구당권파의 패권주의를 비판한 것은 당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당권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불평불만, 화풀이였다고 판단된다.
서울시 당기위에서 제명조치가 나자 강기갑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사퇴서를 내면 당적은 유지하게 해줄테니 이의신청을 하지 말라”고 했다. 제명을 당한 동지가 다시 한 번 자신을 구제할 수 있는 절차를 밟는 것에 대해 이게 할 말인가? 강기갑 위원장은 누구에게 그런 권리를 부여받았는가?
중앙위 무산 사태와 관련하여 16명의 징계대상자를 골라내고 당기위원회에 회부하면서 신속한 처리를 위하여 특별히 이번에 한하여 다른 지역 당기위가 아니라 모두 서울시당에 몰아서 징계하자는 제안서를 중앙당기위에 보냈다고 한다. 강기갑 비대위는 당헌 당규도 필요없다. 전두환 국보위 시절을 복사하고 있다.
⑦ 입으로는 진보의 혁신을 외치면서 행동으로 진보를 무너뜨리고 있다.
노동자, 농민 등 기층민중 중심의 전통적 진보 정당 운동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진보는 부단히 변화해왔다. 청년, 여성, 환경, 장애인 운동 등 다양한 사회세력을 진보로 품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를 당운영에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왔다. 5석 밖에 되지 않았던 민주노동당 18대 국회에서 비례 1번을 장애인인 곽정숙 의원에게 배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 당은 경선 비리와 아무런 관련없는 장애인 운동가 조윤숙 후보를 제명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앞으로 장애인들에게 우리 당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
강기갑 비대위는 여성할당 정신도 지키지 않았다. 모든 선출직, 임명직 당직자의 30%를 여성으로 구성한다는 당헌 제7조를 무시했다. 비록 선거권은 없지만 진보정당만의 자랑이었던 청소년위원회도 토론 한 번 없이 전자투표로 사라져버렸다. 4만명이 넘는 청년들이 선출한 김재연 의원을 제명시킨다면 앞으로 우리 당은 무슨 낯으로 청년 실업, 반값 등록금을 책임지겠다고 말할 것인가?
말로는 진보의 변화를, 행동으로는 그나마 존재하던 진보를 말살하는 것이 강기갑 비대위다.
⑧ 당 혁신의 방향도 내용도 없다.
이번 통합진보당 경선 비리 의혹 사건에서 우리가 성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무엇일까? 이번 부정 경선 파동의 근본 원인을 따지면 진성당원제를 무시하고 한 달 짜리 당원, 5천원 짜리 당원을 양산한 것에서 시작한다. 당원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국민참여계, 진보신당계의 요구 때문에 한 달 만 당비를 내면 당원으로 인정해주자고 한 것이 이 사태의 출발점이다. 작년 12월 47,000이었던 당권자수가 총선 직전 75,000까지 무려 28,000명이 늘어났다. 당연히 선거 관리가 부실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당직자 선거를 앞두고 다시 당권자수를 결산해보니 57,000명이라고 한다. 오옥만 후보가 85%를 득표한 제주도에서는 무려 1,800명이 탈당했다고 한다. 아니 원래부터 그렇게 경선을 위해 모은 당원이었던 것이다. 경선 한 번 참가하고 떠나간 당원이 무려 2만 가까이 된다.
선거를 위한 편의적 당운영을 혁신하고 진성당원제를 실현하는 것이 통합진보당 성찰과 혁신의 출발점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토론회>에는 알맹이 없는 이야기로 채워지고, 혁신을 위한 진정한 성찰은 사라졌다.
⑨ 비리의 주범이 징계를 하고,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멘스다.
조준호 진상보고서는 전체 투표의 87%를 차지하는 온라인 투표가 쏘스코드를 열어본 것은 투표함을 열어본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부정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없었다고 할 수도 없다”는 해괴한 논리로 비례 후보 경선이 총체적 부실이라고 규정했다. 그 논리에 따르면 쏘스코드를 열어본 당사자인 선동근(당시 선관위 간사)은 부정선거의 주범이다. 강기갑 비대위가 금과옥조로 삼는 중앙위 결정은 “불공정한 선거 관리 업무 관련자 당기위원회 회부”이다. 따라서 당기위에 회부되어야 할 첫 대상자는 선동근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선동근이 당기위에 회부되기는커녕 서울시 당기위원이 되어 아무 잘못도 없는 동지들을 제명하는 일에 동참했다. 말이 되는가? 선동근은 지금도 선관위 간사를 하고 있다.
조준호 진상보고서는 경선을 관리할 업체 선정에서 정당한 선정 과정을 거치지 않아 부실 선거가 발생했으므로 부실 부정 선거의 모든 책임을 당권파가 져야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강기갑 비대위는 여러 사람들이 문제 제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당직 선거 온라인투표 관리 업체를 비공개 수의계약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쯤 되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⑩ 검찰에 맡겨진 통합진보당의 미래
헌정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검찰의 압수 수색의 원인은 우리 당을 부정선거당으로 낙인찍어 검찰의 개입을 스스로 불러들인 조준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있다. 하지만 중앙위원회 사태 이후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초기부터 안정적 당운영과 사태 해결 능력을 보여주었다면 검찰이 쉽게 당을 침탈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반쪽짜리 비대위로 출범하여, 당의 통합과 단결을 도모하지 못한 분위기를 타고 검찰은 과감히 압수수색을 단행하였고, 당은 심장부를 탈취당했다.
3. 강기갑 비대위 그 이후를 위하여
모든 잘못이 강기갑 위원장에게서 시작된 것도 아니고, 조준호 진상보고서의 부실과 이를 둘러싼 당내 각 세력의 정파적 야욕과 이합집산이 근본원인이다. 다만 강기갑 비대위가 이를 해소하고 단결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기보다 소위 비당권파의 파쟁적 욕심을 확대재생산하고 분열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해왔기에 이제 하루 빨리 당직 선거를 거쳐 혼란을 마감짓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강기갑 비대위에 더 이상 기대할 것 없다. 당원들이 주인되어 새로운 지도부가 강기갑 비대위의 한계와 오류까지 극복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나나는 것 뿐, 다른 길이 있겠는가?
통합진보당 강기갑 비상대책위의 10가지 잘못
1. 강기갑 비대위에게 부여된 역할
강기갑 비대위는 5. 12. 중앙위 결정에 따라 구성되었으며, 중앙위 결정의 집행을 자기 목표로 삼았다. 강기갑 비대위에 부여된 중앙위 결정은 네 가지다.
① 순위 경쟁 명부의 비례 당선자와 후보자 전원 총 사퇴.
② 불공정한 선거 관리 업무 관련자 당기위원회 회부 및 ‘비례후보 투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③ 당의 문제점을 집약하고 당원의 의견 수렴을 거쳐 조사특위 활동 결과에 근거한 후속조치, 민주적이고 투명한 선거시스템 구축 등을 통하여 6월까지 새 지도부 선출을 원만하게 마무리한 후 해산.
④ 비대위원장은 강기갑, 비대위 구성은 강기갑에 위임.
2. 강기갑 비대위의 10가지 잘못
위와 같은 임무를 부여받고 출범한 강기갑 혁신비대위가 활동한 지 한 달이 되어간다. 지난 한 달 강기갑 비대위를 평가하는 것은 새로운 당지도부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생각해보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강기갑 비대위가 잘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강기갑 비대위가 범한 잘못을 10가지로 정리해서 평가한다.
① 3자 통합의 정신을 무시하고 비대위가 당 분열의 온상이 되었다.
중앙위는 비대위 구성을 강기갑 위원장에게 위임하였다. 따라서 강기갑 위원장은 당내 다양한 세력들을 하나의 힘으로 모아서 당의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철학으로 비대위를 구성해야 했다. 그러나 강기갑 위원장은 소위 구당권파를 철저히 배격하고 소위 비당권파 인사만으로 구성하여, 대결적 자세를 갖고 조직을 운영해왔다. 강기갑 혁신비대위에서 당이 분란을 수습해가는 것이 아니라 분란을 확대재생산 되어온 근본적 이유는 소위 당권파의 ‘패권주의’를 반대한다며 새로운 패권 세력을 집결시키는 온상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② 설득과 교양은 사라지고 제명과 징계로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
중앙위는 “순위 경쟁 명부의 비례 당선자와 후보자 전원 총 사퇴”를 결정하였지만, 사퇴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는 결정한 바 없다. 제명시키겠다는 것은 강기갑 비대위가 결정한 것이다.
비례 후보 순위는 당원총투표로 결정했다. 당원총투표란 수 만 명이 모여서 총회를 할 수 없는 조건에서 당원 총회의 위상을 갖는다. 중앙위원회는 당원총회의 하위 결정 기구이므로, 사퇴를 강제할 권한은 없다. 그런데 강기갑 비대위는 사퇴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여 5인을 제명하겠다고 한다.
또한 중앙위 폭력 사태를 이유로 16명을 당기위에 회부하고, 100여명을 추가로 제소하겠다고 한다. 중앙위에서 발생한 폭력 사태는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국민참여당계 중앙위원 조작 논란, 심상정 전대표의 만장일치 통과가 직접적 원인이 된만큼 징계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 비대위는 사건의 전후 맥락과 책임의 경중을 가려보는 정치적 능력 없이 매사를 징계로 처리하겠다는 공포정치를 하고 있다.
③ 선진상규명 후책임자처벌이라는 초보적 상식도 저버렸다.
한겨레신문과 KSOI가 5월 26~27일 조사한 여론에 따르면 ‘진상규명부터’ 해야한다는 의견이 51.1%로 ‘즉각 사퇴’ 43.3%보다 8% 높았다. 통합진보당 지지층에서는 진상규명 우선이 62%로 더 높게 나타난다. 당연한 결과이다. 문제가 있으면 먼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것은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상식이다.
그런데 한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통합진보당 비대위의 사태 해결 방식은 국민의 눈높이는커녕 초등학생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 중앙위원회가 조준호 진상보고서의 부실을 인정하면서 재조사를 결정했고, 비대위도 이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만큼 비대위 구성 직후 가장 먼저 했어야 할 일은 진상재조사위원회를 신속히 구성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가장 먼저 한 일은 출당 조치에 대한 일방적 통보와 협박이었고, 재조사특위는 5월 29일에야 첫 회의를 시작하였다.
④ 원칙은 사라지고 정파적 목적의 꼼수 정치가 연속되고 있다.
경쟁명부 비례 후보 14명의 총사퇴는 합리적 근거가 없는 결정이다. 총체적 부정선거라면 비례후보 20명 전원이 사퇴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비례 당선자 6명은 유지는 해야겠고, 정파적 야욕으로 구당권파를 의원단에서 소수파로 만들기 위해 찬반투표를 했던 청년비례 김재연 의원을 전략명부가 아니라 경쟁명부라고 규정해서 사퇴 대상에 포함시켰다. 그래서 장애인 명부 조윤숙 후보도 충분히 전략명부로 인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리적 일관성을 위해 사퇴해야 하는 후보로 결정해버렸다.
그러다보니 윤금순 의원 사퇴로 조윤숙 후보가 의원직을 승계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윤금순 사퇴서는 반려하고 나머지는 수리한다. 윤갑인제 후보는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사퇴의사를 밝혔다는 이유로 징계에 회부하지 않는다.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생각을 기준으로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식 행태이다. 윤금순은 오로지 동지를 제명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불행한 식물국회의원이 되었다. 원칙을 상실한 꼼수 정치로 진보에 먹칠을 하고 있다.
⑤ 친북편향, 지하세력 운운하며 신공안정국을 합리화시켜주고 있다.
통합진보당을 종북좌파 정당으로 몰아온 조중동의 기획기사들과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국가관을 검증하여 국회에서 제명하겠다는 박근혜의 위협에 맞장구치는 사람들이 있다. 당 대표를 역임한 유시민, 심상정이다. 그들은 언론사와 인터뷰를 자청하여 통합진보당 내에 지하지도부가 있다는 식의 발언을 쏟아냈다. 유시민, 심상정 전직 대표들의 위험한 발언을 제어하고 비판해야 할 강기갑 위원장은 자신도 “지하의 조직이라기보다는 인물들이 보이지 않는 손길을 작동했다는 이야기는 좀 들리고 있다”라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이런 발언들이 쏟아지자 조만간 통합진보당에서 대규모 조직사건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기사도 쏟아지고 있다.
임수경 의원의 막말파동 당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공격에 맞서 징계는 없다고 단호히 밝혔다. 이해찬은 종북주의 프레임을 강하게 비판하고 신메카시즘 공안정국에 단호히 맞서겠다고 선명성을 드러내며 당대표에 당선되었다. 진보정당의 지도급 인사들이 민주당 지도부보다 선명성도, 동지애도 떨어지는 한심한 언행을 하고 있다. 동지를 제명시키기 위해 민주당만도 못한 언행이 이어지고 있으며, 그 책임은 전직 대표들의 발언을 제어하기는커녕 동조하고 있는 강기갑 위원장이 져야 할 것이다.
⑥ 무소불위의 권력, 패권주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본질이 명확해지고 있다. 소위 구당권파의 패권주의를 비판한 것은 당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당권을 갖지 못한 것에 대한 불평불만, 화풀이였다고 판단된다.
서울시 당기위에서 제명조치가 나자 강기갑 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사퇴서를 내면 당적은 유지하게 해줄테니 이의신청을 하지 말라”고 했다. 제명을 당한 동지가 다시 한 번 자신을 구제할 수 있는 절차를 밟는 것에 대해 이게 할 말인가? 강기갑 위원장은 누구에게 그런 권리를 부여받았는가?
중앙위 무산 사태와 관련하여 16명의 징계대상자를 골라내고 당기위원회에 회부하면서 신속한 처리를 위하여 특별히 이번에 한하여 다른 지역 당기위가 아니라 모두 서울시당에 몰아서 징계하자는 제안서를 중앙당기위에 보냈다고 한다. 강기갑 비대위는 당헌 당규도 필요없다. 전두환 국보위 시절을 복사하고 있다.
⑦ 입으로는 진보의 혁신을 외치면서 행동으로 진보를 무너뜨리고 있다.
노동자, 농민 등 기층민중 중심의 전통적 진보 정당 운동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 진보는 부단히 변화해왔다. 청년, 여성, 환경, 장애인 운동 등 다양한 사회세력을 진보로 품기 위해 노력해왔고 이를 당운영에 제도적으로 정착시켜왔다. 5석 밖에 되지 않았던 민주노동당 18대 국회에서 비례 1번을 장애인인 곽정숙 의원에게 배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 당은 경선 비리와 아무런 관련없는 장애인 운동가 조윤숙 후보를 제명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앞으로 장애인들에게 우리 당을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
강기갑 비대위는 여성할당 정신도 지키지 않았다. 모든 선출직, 임명직 당직자의 30%를 여성으로 구성한다는 당헌 제7조를 무시했다. 비록 선거권은 없지만 진보정당만의 자랑이었던 청소년위원회도 토론 한 번 없이 전자투표로 사라져버렸다. 4만명이 넘는 청년들이 선출한 김재연 의원을 제명시킨다면 앞으로 우리 당은 무슨 낯으로 청년 실업, 반값 등록금을 책임지겠다고 말할 것인가?
말로는 진보의 변화를, 행동으로는 그나마 존재하던 진보를 말살하는 것이 강기갑 비대위다.
⑧ 당 혁신의 방향도 내용도 없다.
이번 통합진보당 경선 비리 의혹 사건에서 우리가 성찰해야 할 첫 번째 과제는 무엇일까? 이번 부정 경선 파동의 근본 원인을 따지면 진성당원제를 무시하고 한 달 짜리 당원, 5천원 짜리 당원을 양산한 것에서 시작한다. 당원수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국민참여계, 진보신당계의 요구 때문에 한 달 만 당비를 내면 당원으로 인정해주자고 한 것이 이 사태의 출발점이다. 작년 12월 47,000이었던 당권자수가 총선 직전 75,000까지 무려 28,000명이 늘어났다. 당연히 선거 관리가 부실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당직자 선거를 앞두고 다시 당권자수를 결산해보니 57,000명이라고 한다. 오옥만 후보가 85%를 득표한 제주도에서는 무려 1,800명이 탈당했다고 한다. 아니 원래부터 그렇게 경선을 위해 모은 당원이었던 것이다. 경선 한 번 참가하고 떠나간 당원이 무려 2만 가까이 된다.
선거를 위한 편의적 당운영을 혁신하고 진성당원제를 실현하는 것이 통합진보당 성찰과 혁신의 출발점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 새로나기 토론회>에는 알맹이 없는 이야기로 채워지고, 혁신을 위한 진정한 성찰은 사라졌다.
⑨ 비리의 주범이 징계를 하고,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멘스다.
조준호 진상보고서는 전체 투표의 87%를 차지하는 온라인 투표가 쏘스코드를 열어본 것은 투표함을 열어본 것과 마찬가지이므로 “부정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없었다고 할 수도 없다”는 해괴한 논리로 비례 후보 경선이 총체적 부실이라고 규정했다. 그 논리에 따르면 쏘스코드를 열어본 당사자인 선동근(당시 선관위 간사)은 부정선거의 주범이다. 강기갑 비대위가 금과옥조로 삼는 중앙위 결정은 “불공정한 선거 관리 업무 관련자 당기위원회 회부”이다. 따라서 당기위에 회부되어야 할 첫 대상자는 선동근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선동근이 당기위에 회부되기는커녕 서울시 당기위원이 되어 아무 잘못도 없는 동지들을 제명하는 일에 동참했다. 말이 되는가? 선동근은 지금도 선관위 간사를 하고 있다.
조준호 진상보고서는 경선을 관리할 업체 선정에서 정당한 선정 과정을 거치지 않아 부실 선거가 발생했으므로 부실 부정 선거의 모든 책임을 당권파가 져야한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강기갑 비대위는 여러 사람들이 문제 제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당직 선거 온라인투표 관리 업체를 비공개 수의계약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쯤 되면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⑩ 검찰에 맡겨진 통합진보당의 미래
헌정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검찰의 압수 수색의 원인은 우리 당을 부정선거당으로 낙인찍어 검찰의 개입을 스스로 불러들인 조준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있다. 하지만 중앙위원회 사태 이후 비대위가 출범하면서 초기부터 안정적 당운영과 사태 해결 능력을 보여주었다면 검찰이 쉽게 당을 침탈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반쪽짜리 비대위로 출범하여, 당의 통합과 단결을 도모하지 못한 분위기를 타고 검찰은 과감히 압수수색을 단행하였고, 당은 심장부를 탈취당했다.
3. 강기갑 비대위 그 이후를 위하여
모든 잘못이 강기갑 위원장에게서 시작된 것도 아니고, 조준호 진상보고서의 부실과 이를 둘러싼 당내 각 세력의 정파적 야욕과 이합집산이 근본원인이다. 다만 강기갑 비대위가 이를 해소하고 단결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노력하기보다 소위 비당권파의 파쟁적 욕심을 확대재생산하고 분열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해왔기에 이제 하루 빨리 당직 선거를 거쳐 혼란을 마감짓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 강기갑 비대위에 더 이상 기대할 것 없다. 당원들이 주인되어 새로운 지도부가 강기갑 비대위의 한계와 오류까지 극복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나나는 것 뿐, 다른 길이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