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떠나보내고 1년..

최연호2012.06.13
조회161,334

안녕하세요 저는 경남 양산에 사는 20대 흔남입니다

구경만 하다가 오늘 처음으로 톡에 글을 써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작년 4월에 간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제목에는 1년이라고 적었지만 정확하게 하자면 1년 2개월 정도 되었네요

 

요즘들어 마음도 답답하고

어디 이야기할 데도 없고 해서 여기다 글 쓰네요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 만나서 이런 이야기 하면

괜히 분위기만 이상해지고 해서 어디 하소연 할 데도 없었거든요

 

몇 분이나 이 글을 보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어딘가에다 이야기를 풀어 놓으면 좀 마음이 편안해질것 같아 글 씁니다

 

처음 아버지께서 암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제가 군인일 때 일병이었을 때였습니다

 

주말에 면회 시간이 오후 5시까지인데

갑자기 오후 3시에 엄마 전화가 와서는 곧 면회를 오신다고 하드라구요

 

뭘 진작에 말도 안하고 갑자기 오시나 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얼른 옷을 챙겨 입고 기다렸습니다

 

시간이 지나 4시가 되어서 도착을 하셨다고 해서

위병소로 나갔습니다. 면회시간은 1시간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네요

 

가보니 먹을것 이것저것 사가지고 오셨는데

부모님과 큰아버지 큰어머니까지 네분이서 오셨더라구요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는데

아버지 얼굴이 너무나도 이상했고 다른 분들 표정도 굉장히 어둡드라구요

 

아버지 얼굴이 새카매져서는 거의 송장과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살이 쏙 빠지고 힘이 하나도 없는...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돌아올 대답이

너무나 두려워서 물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아들이 도너츠 좋아한다고 사가지고 와서 놓고

먹으라고 하시는데 분위기가 너무 안좋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먼저 딱히 아버지 얼굴이 왜 그러냐고

묻지도 않고 부모님도 먼저 말씀도 안하시고

 

그냥 서로 멀뚱 멀뚱 쳐다만 보면서 마음에도 없는

잘 지내고 있니 따위의 일상적인 이야기만 억지로 하다가

면회시간 1시간이 끝났습니다

 

그러고 나서 먹으라고 사가지고 오신거 챙겨 들고

중대에 와서 먹으라고 던져 주고 자리에 앉았는데 머릿속이 멍했어요

 

아버지 얼굴이 갑자기 왜 그럴까

왜 1시간밖에 못보는 면회를 하러 오셨을까

 

너무나 궁금해서 좀 참고 앉아 있다가

밤이 되서 부모님이 집에 도착하셨겠다 싶을 즈음에

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직접 얼굴을 안보니 좀 나아서

엄마한테 아부지 얼굴이 왜 저러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한참을 그냥 계시더니

암이라고 아버지 지금 간암이라고 그렇게 말씀을 하시드라구여

 

그러고 나서 지금 상황이 어떠냐고 물어보고 싶었는데

역시나 엄마가 뭐라고 말할지가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결국 물어보지도 못하고 전화를 끊고 옥상에 나와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으니 제 동기가 나와서 왜 그러느냐고 물어봤습니다

 

지금 이러저러하게 되었다고. 군대에서는 동기가 최고죠

못할 말도 없고.. 그래서 이러고 있다고 얘기를 했죠

 

전 그때까지 비흡연자였습니다만. 그때 동기가 건네준

디쁠의 맛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죠 그후로 지금까지 꾸역꾸역 담배를 피는중..

 

어쨌거나 그렇게 저는 아버지가 간암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건 나중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들은 이야기지만

그때 아버지가 이미 간암 말기였고 2개월 남았다는 얘기를 들었답니다

 

큰아버지 큰엄마와 같이 일산에 암센터에 가서 색전술을 받고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어쩌면 군대에 있는 작은아들

 

다시는 못 볼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려가시는 길에

잠깐 들러서 얼굴이나 보고 가자고 하셨답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 일병 때라 군생활이 1년 남았었는데..

그후로 한동안 상당히 패닉이었죠

 

어쨌건 그때동안은 아버지가 2개월 남았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였으므로 주말에 부대 내 교회도 가고 절에도 가고

 

그러고 지냈습니다. 휴가 나가면 아버지 옆에 붙어서

이야기도 조곤조곤 하고 ..

 

아버지와 직접 손 편지도 자주 주고 받았고

이메일로도 계속 소식을 묻고 그랬죠 집에 엄마랑 전화도 매일 하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정말이지 다행이도

제가 제대를 할 때 까지 아버지는 살아 계셨습니다.

 

개구리 마크 치고 위병소 걸어 나오면서 핸드폰 켜서

제일먼저 아부지한테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아부지 나 이제 집에 갑니다 ㅋㅋ

기다리세여 금방 튀어 갈테니까

 

그러고는 같은날 휴가를 출발하던 후임들과

기차역앞에서 쏘주 양끗 먹고 필름 끈켜서 기차를 타고 집으로...

 

그러고도 한동안은 평화로웠습니다

그때 아버지는 집에서 떨어진 경북 청도에 있는 요양병원에 계셨고

 

처음에 진단을 받았을 때에 비해서 암세포도 많이 줄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단은 집의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으니

제대하고 1주일만에 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일을 하면서도 기분은 너무 좋았습니다

내가 이제 나이를 먹어서 군대도 갔다오고

 

이렇게 일을 해서 조금이나마 돈을 벌어다가

집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뿌듯했었죠

 

하지만 몇달이 지나고 나서 주기적으로 다니던

암센터에서 암세포가 많이 줄었었는데

 

다시 점점 커져서 처음에 진단을 받았을 때보다도

더 커져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요양병원에서 나와 부산 xx병원에

입원을 하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같지만

저는 아버지께서 계신 병원에 한번 가보는게

 

왜 그렇게 귀찮았는지 3일에 한번정도 가서 얼굴이나

비추고 오고 그랬습니다

 

그러던 어느날에 매일매일 24시간 아버지 옆에서 병간호를

하시던 엄마가 집에 뭐좀 챙길것도 있고 해서

 

그날 하루는 엄마는 집에 가고

제가 아버지 병실에서 같이 자기로 하였습니다

 

자려고 누우면서 아버지 옆에서 잠을 자는게

생각해보니 몇년만인지 참 까마득 했습니다 그러고 자는데

 

꿈을 꾸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이 온통 하얀 속에서

제 이빨이 툭 하고 빠지더라구요

 

빠진 이빨은 제 손바닥 위에 있고..

 

그러고 나서 아침에 깼습니다 꿈이 굉장히 생생했죠

참나 내가 나이가 몇갠데 이빨이 빠지는 꿈을 꾸냐

 

하고 생각을 하였다가 갑자기 매우 소름이 끼쳤습니다

이빨 빠지는 꿈은 사람이 죽는 꿈인데..

 

그날 하루종일 정말 말그대로 기분이 뭐 같았죠

누구한테 말도 못하고 하루종일 초조해 하고..

 

그러고 나서 그날 밤이 됐는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다가

저는 미신같은건 믿지 않습니다만

 

일단 꿈에서 이빨이 빠졌으니까.. 혹시 꿈에서

다시 이빨을 박아 넣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거짓말 처럼 느끼실 분도 계시겠지만.. 일단 전 그랬습니다

혹시라도 자는데 깨면 안되니까 전화기 밧데리도 뽑아놓고

 

누가 깨우면 안되니까 방문도 잠그고 일부러 밤 열시에 자려고

누웠습니다. 그러고는 제발 다시 꿈 꾸게 해달라고 생각 하면서 잠이 들었는데

 

정말이지 거짓말처럼 어제 꿨던 그 꿈을 다시 꾸었습니다.

잠들기 전까지 계속 생각을 해서 그랬는지

 

꿈이 시작되자마자 이건 꿈이야 빨리 이빨을 박아 넣어야 돼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손바닥에 빠진 이빨 허겁지겁 다시 꽂아 넣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단단하게 박혀 있는걸 확인하는 순간 잠에서 깼구요

 

기분이 정말 묘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참 거짓말 같네요

 

그래도 혹시나 이렇게까지 했는데

아버지께서 기적적으로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긴 했습니다

 

약빨 떨어질까봐 아무한테도 말도 못하고

그냥 혼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죠

 

그리고 저는 여느날처럼 늘 일을 하고 지냈습니다

그때도 저는 아버지꼐서 막연히 곧 나아질거라 생각하고

 

병원에 찾아가고 하는 일엔 참 게을렀습니다.

 

그 꿈을 꾼지 한달정도가 지났을까

언제나 다름없이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엄마한테 전화가 오드라구여

지금 당장 빨리 병원으로 오라고

 

전 더 물어보기도 겁나서 얼른 매니저한테 얘길 하고

병원으로 택시를 타고 달렸습니다

 

병원에 도착을 해 보니 아버지는 치료실에

누워 계시고 엄마는 그 옆에 서 계시는데

 

아부지가 눈을 꼭 감고 계시더라구여

아까전부터 갑자기 피를 토하고 하는데

 

지금 눈도 못 뜨고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고

가족들 불러라 그래서 불렀다고

 

그래서 제가 가서 살며시 아부지

하고 불렀더니 갑자기 아버지께서 눈을 뜨시더라구요

 

투병생활 하시면서 아부지는 항상 힘이 없으셔서

눈을 뜨고 있어도 항상 흐리멍덩하고 그랬는데

 

갑자기 눈에 힘을 딱 주시고 저를 쳐다보시더라구요

전 너무나 놀라고 아무튼 반갑고 그래서

 

마치 눈싸움을 하듯이 서로 아무말 없이

약 1분정도 쳐다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힘없이 눈을 감으시더라구요

이것도 역시 나중의 이야기지만

 

그날 그때 이후로 다시 아버지께서 눈을 뜨시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아들 왔다고, 뭐라 말할 힘은 없고

 

마지막으로 서로 눈을 쳐다보는걸로

작별인사를 대신하신 게 아닌가 싶네요

 

어쨌건 그리고 나서 친척들이 하나둘씩 모였고

우리가 다들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아버지께서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그 심장 기계 이름이 뭔지 모르겠네요

 

숫자가 0이 뜨면서 한줄로 직선이 쭉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었는데

 

그 순간에 친척들은 다들 소리를 지르고

울음을 터뜨리는데 이상하게 저는 별로 슬프지 않더라구요

 

정확히 말하면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거죠

에이 설마 진짜 돌아가셨을까

 

그냥 말없이 1층으로 내려가 담배 한대 피워 물고

친구한테 전화했습니다 지금 아버지 돌아가셨다고

 

그렇게 장례를 치르고 고향 선산에 가는 길에

화장장에 들렀습니다

 

갑자기 또 한가지 기억나는 게 있네요

평소 포커를 좋아하던 아부지를 위해 작은삼촌이

 

카드 새거를 하나 까서 스페이스 10, J, Q, K, A 를 잡아

화장 기계에 들어가는 아부지 관 위에다가 올려 두시더라구요

 

참 슬픈 와중에도 그게 얼마나 재미있던지..

참 정신이 오락가락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아부지 고향 시골길 따라

장의차는 달리는데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하는 굽이친 시골길에

양옆으로 끝없이 놓여진 벚꽃나무..

 

그때가 4월 9일이었으니 한창 벚꽃이

절정에 이를 때였죠

 

내 마음과는 다르게 참

시리도록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우리 형이 장의차 안에서 유골함을 안고 있다가

창문가에 살짝 들어서 들고 있더라구요

 

고향에 벚꽃 피었다고 보시라고

그런다네요

 

이제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우리 아부지 벚꽃 쪽바리 꽃이라고 싫어했는데..ㅋㅋ

 

어쨌거나 그렇게 장례를 다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마음이 참으로 공허하더군요

 

나중에 아버지 계시던 요양병원에 짐을 챙기러 갔는데

노란색 노트를 하나 발견했습니다

 

나는 살수 있다. 나는 건강해 질 것이다

라고 빼곡이 적어 두셨더라구요

 

병원에 홀로 앉아 그걸 쓰고 계시면서

마음을 가다듬었을 아버지를 생각하니..지금 갑자기 담배가 한대 생각나는군요

 

그리고 또 나중에 엄마한테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우리 아부지께서 "나는 우리 아부지(제 할아버지) 아프실때 매일매일

찾아가서 들여다 보고 그랬는데 우리 아들놈 새끼들은 와이래 자주 안오노" 라고 하셨다고..

 

그 말을 듣고 참 많이 울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아부지는 떠나고 없고...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가장 슬펐던 점은

당연하지만 아버지를 볼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사진으로 말고 기억속에 모습을 떠올리는것 말고

직접 내 눈을 통해서 그 모습을 보는 것.

 

그것이 너무나도 슬펐습니다만, 얼마 전부터

간간이 꿈에 아버지가 나오시더라구요

 

그리고 나서 생각했습니다. 직접 내 눈으로,

살면서는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생각해 보니

이렇게 가끔씩 꿈에서라도 내 눈으로 그 모습 직접 볼 수 있다고..

 

이 글을 몇 분이나 보실진 모르겠지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겁니다

 

부모님께서 떠나시고 나서 후회하지 말고

지금 계실때 잘 하자는 거..

 

물론 이런 이야기 많이 들어 보셨을 것이고

솔직히 얘기해서는 이렇게 백번 얘기해도

그냥 휙 하고 넘길 것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굳이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새벽에 잠도 안오고 해서 두서없이 그냥 적은 글이라

내용이 어떨는지 잘 모르겠는데..

 

어쨌거나 긴글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 계시다면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날 되시고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잘 챙기시길 바랄게요

 

아부지랑 마지막으로 찍었던 사진 올리면서 글 마무리 합니다

 

이렇게 간만에 아부지 생각 하면서 글도 적고 했는데

 

오랜만에 오늘밤 꿈에 나와 주실런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