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이 23일 남았는데, 신부가 첫사랑을 만나 헤어지자고 합니다.

글쓴이2012.06.15
조회65,209

 

결국 어제밤엔, 집에 안들어왔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헤어지길 바라는건지, 다들 그런다는 결혼 전 방황인건지 모르겠습니다.

 

제목대로 결혼식은 22일 남았습니다.

여자친구가 종종 네이트판 얘기를 하면서 이런저런 말을 하던 것이 생각나서,

혹시 이 곳에서 여자친구 마음에 대한 해답이나 조언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글을 남깁니다.

 

저희는 5년전 회사에서 입사동기로 만나 3년 연애를 했습니다.

천 일째 되는 날 프로포즈 했고, 작년부터 식장을 알아보며 결혼준비를 했습니다.

 

같이 본사에서 근무하다가 올 초 인사이동으로 저는 수원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살던 곳과 너무 멀어서 신혼집을 미리 구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올 1월의 일이네요.

 

날도 추운데 여자친구가 여기저기 다니며 정말 열심히 집을 알아봤어요.

주말마다 모델하우스 가서 인테리어 구경도다니고..

계속 부모님과 살다가 처음 자기만의 집을 가지게 되었다고 방방 뛰며 좋아하던 일이 눈에 선합니다.

 

여자친구 근무지와 제 근무지 중간 부분에 아파트를 구했는데...

그게 이 모든 일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그렇게 계약한 신혼집 아파트 맞은편에 여자친구 첫사랑이 살고 있었어요.

드라마나 영화도 아니고 우연이 이렇게까지 될 수 있나, 두 사람이 진짜 무슨 운명인걸까.

진짜 별별 생각을 다 하면서 미칠 것 같은데, 암튼 그랬어요.

 

저는 새로 부서발령받고 바빠서 아파트로 들어와서 살긴 했지만 거의 잠만 자고 나갔고,

여자친구가 계속 드나들면서 가구랑 전자제품 같은 거 들이고 집 꾸미고 했습니다.

 

여자친구랑 앞집 남자가 그런 사이란걸 알기 전에 3-4번 문 앞이나 엘리베이터에서 만났었는데...

그때마다 술에 취해있었고, 술 사가지고 들어오는 눈치더라구요.

앞집 남자가 저런 사람이니 매번 혼자 들락 거리는 여자친구 걱정도 되고,

저런 이웃이랑 살려니 고생 좀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미 들어와 살게 된 거니까 좋게 좋게 생각하려고 했죠.

 

그 때 한 번 여자친구랑 그 남자 얘길 했었는데

저 앞집 남자 혼자 사는데 맨날 술에 취해있다, 이상한 사람 같으니 조심해라 이런 말 했었고

여자친구는 응 하고 말더라구요. 그 때 반응이 이상하긴 했는데... 그땐 몰랐었죠.

 

그렇게 둘이 만난 모양인데.. 전 저번달 초에 알았구요.

퇴근하고 들어오는데 아파트 놀이터에서 둘이 껴안고 울고 있더라구요.

그 새낀 또 술에 취해있고, 주변엔 술 병 뒹굴고 있고.

낯 익은 목소리라 돌아보니까 그새끼랑 여자친구였어요.

 

당장 그 자리에서 멱살을 잡으려고 했는데 생각이 난거죠.

여자친구 첫사랑.

처음 연애할 때 그랬거든요.

중고등학교때 좋아하던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를 못 잊어서 여태 연애를 못했다.

아직도 못 잊어서 너랑도 못 만나겠다.

저 새끼가 그새끼구나. 그 생각이 들었어요.

진짜 미치겠더라구요.

 

연애하면서도 종종 그새끼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가끔 혼자 주말에 여행 간다고 가곤 하던데가 있는데 어느날은 따라간다고 갔거든요.

근데 살던 고향으로 가더라구요. 좀 이상하다 싶긴 했지만 그땐 그냥 고향을 그리워 하는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그리워한건 고향이 아니라 그새끼일지도 모르겠네요.

 

그 뒤로 몇 번 더 둘이 같이 있는 걸 봤어요.

그 새끼네 개랑 같이 산책하는거, 둘이 아파트 공원에 앉아있는거...

근데 차마 아는 척을 못했어요.

솔직히 겁나더라구요... 연애하면서.. 저새끼가 다시 여자친굴 찾아오면..

여자친군 떠날지도 모른다고.. 그 생각 좀 했었거든요.

그래서 아는 척을 못했어요.

 

그러다가 그새끼 집 문 열고 나오는 여자친구 모습 보고..

결국은 처음으로 주먹다짐을 했네요. 회식하고 술 좀 먹은게 화근이었는지..

사람 얼굴 처음 쳐 봤는데 꽤 아프더라구요.

몸부림치고 울고불고 난리치다가 결국 옆에 난 계단으로 굴러서 팔에 금도 가고.

여자친군 울면서 미안하다는 말 밖에 못하고..

엄청 긴 하루였죠.

 

그 새끼도 좀 다쳐서 같이 병원에 갔는데

무슨 요즘 세상에 영양실조라더군요.

여자친군 저한테 미안하다면서 그 새끼보고 울고...

 

그래도 그 전엔...

그 전엔 결혼 준비 했었거든요.

청첩장 카드도 제작하고, 한달 전엔 웨딩 사진도 찍었어요. 

결혼식에 스냅사진 찍을 사진업체 알아본다고, 어떤게 좋냐고 하고...

그래서..

둘이 만나는거 아는데도, 결혼 준비 잘 해가고 있고... 그래서 그래서 그래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 때 병원갔다온 뒤로 사이도 서먹서먹해지고..

그 뒤로도 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다 이해하려고.. 정말 사랑했다던 사람이니까 그냥 다 감싸려고 했는데

 

결국 어제밤에 헤어지자고 하더라구요.

이대로 결혼할 수는 없다고... 정말 미안하대요.

지금 그자식 알콜중독에 영양실조.. 정신과치료도 받아야한다는데 그런 새끼를 그냥 둘 수가 없다고

옆에 있어주고 싶다고..

그 새끼 벌써 몇 번 자살시도도 했었다는데 그런 새끼 옆에 있겠다고.

미쳤냐고... 정신차리라고 몇 대 때려주고 싶더라구요.

 

그리고 그러고 나가서 부모님댁으로도 안들어갔대고...

그 새끼 집 문을 부서져라 두들겼는데 안 여는걸 보니 그 새끼도 집에 없나보고.

지금 둘이 같이 있는건가 싶어 별 생각이 다들고.

결국 술 먹다가 오늘은 휴가를 냈는데... 휴가 내려고 회사에 전화를 하니 결혼준비 때문에

많이 정신없겠다고, 여자친구도 회사에 휴가내겠다고 연락왔었다고 하네요.

그래도 회사에 전화왔다는 애기 들으니 다행히 무슨일이 있는건 아니구나 안심되면서

이런걸로 안심하는 제가 병신같고 한심하네요.

 

저는.. 저는 지금 이사람 아직도 너무 사랑해요.

이번 일들 있고나니까 내가 이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더 잘 알게 되었고..

이 사람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포기가 안됩니다.

저는 딱히 첫사랑이다 뭐다 할 것도 없었고, 그냥 세상에서 제일 열렬히 사랑해본게 이 사람이에요.

연애하면서부터... 앞으로의 삶에서 이 사람을 빼놓고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든 마음을 돌려서... 곧 있을 결혼식에 이사람 손 꼭 잡고 걸어가고 싶습니다.

이 사람 아니면 평생 다른 사람 못 만날 것 같아요.

정말 세상에 이런 사람 만날 수 있다는 거 처음 알았습니다.

헤어지고 싶지가 않아요.

게다가 그런 놈한테는 더더욱 싫습니다.

 

고등학교때 여자친구가 서울로 이사오면서 헤어졌다고만 들었어요.

그새끼는 지금 거의 매일 술에 취해서 집에만 있는데 교통사고 휴우증으로 몸이 좀 안 좋다고 합니다.

작년에 자기가 운전하다가 교통사고가 났는데 그때 부모님 모두 돌아가시고 혼자 남았다고 하더라구요.

그 때 충격으로 지금 이러고 산다고 하구요.

 

여자친구가 맘이 여리고 착해서 길에서 불쌍한 사람들 만나도 그냥 못지나가고...

길에서 새끼 고양이 주워온 것도 지금 집에서 두마리나 키우고 있어요.

자기가 그렇게 좋아하던 사람이 힘든 상황에 있다니까 도와주고 싶은가본데... 대체 어쩌면 좋을까요.

 

이렇게 현실관념이 없는 사람이 아닌데 지금 제대로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얼마 안 남은 결혼식을 취소하자니... 게다가 저희 사내커플이라 회사사람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데

혼수, 예물 맞춘거며 집도 이미 사둔거고... 대체 어쩌자고 이러는건지 모르겠습니다.

 

대체 제가 뭘 어떡해야할까요..

이번주엔 어떻게든 결단을 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