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상을 당했습니다. 제가 욕먹을 짓 한건가요?

2012.06.16
조회152,918

우선 방제이탈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뭘 잘 모를 수 있는 부분이라 인생선배분들께 묻고 싶어서요

 

저는 20대 중반 여자입니다.

며칠 전 친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워낙 친구네 가족들 사이에서 과거와 현재 행실로 인해 욕도 많이 먹는 분이었고

제 친구가 걸핏하면 할아버지 욕을 하며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소리를 했습니다.

전 좀 심하다는 생각은 했죠. 아무리 그래도 할아버진데...

생전에 친구 댁에 기거하셔서 몇번 뵙긴 했습니다.

인사하면 무시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아무튼...

 

할아버지가 입원할 때부터 친구는 담담한 어조로 상황을 저한테 보고하듯이 얘기해주더라구요.

결국 돌아가셨다는 소릴 들었을 때

 

"그래도 돌아가셨다니까 너랑 부모님이 마음이 참 안좋겠다...."

라고 위로를 했더니

"아니? 아무도 슬퍼 안하는데."

이러더라구요.

 

그렇구나.... 얼마나 생전 원망을 사셨으면... 할아버지도 안타깝다 란 생각을 하며

조의를 표한 후 전화를 끊었습니다.

3일장 치루는 동안 간간히 일 거드느라 힘들겠다고 수고하란 연락도 했구요.

정말 슬퍼보이지도 않았어요.

가까이 사는 친구 두명이 찾아와 조문하고 갔다고 얘기해주더라구요.

전 그런가 보다 했죠.

저도 가까이 살면 퇴근 후 얼굴 정도는 당연히 비췄겠죠.

친구 부모님들도 평소 저한테 잘해주시는데 제 성격상 가서 조금 거들어드렸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그곳과 한 시간 반 거리였습니다.

친구 부모님 장례라면 반드시 갔겠지만

할아버지 장례라서 애초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물론 친구가 할아버지와 각별한 사이여서 슬픔에 잠겨있다면 가서 위로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갔겠죠.

 

그렇게 장례가 끝나고 며칠 뒤 만났는데

친구가 이런 말을 합니다.

 

"ㅇㅇ(조문왔던 친구)이는 역시 진짜 친구더라. 내가 상 당했다니까 당장에 오더라구." 

 

전 그때 친구의 의도를 알아차렸죠.

제가 조문 가지 않은 것을 질책하려는 것을요.

제가 안색이 변하니까 친구가

"너는 내가 부모님 안 섭섭하게 잘 말해놨어. 너 멀고 일끝나고 오면 너무 늦어서 못왔다고."

 

제가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친구 부모님이 아니라 할아버지 장례식이라서 가야한다는 생각을 못했다고 하니까

그래도 상을 당하면 와야지.. 하면서 냉정하게 말하더라구요.

진짜 민망하더라구요.

 

 

저는

친구의 할아버지 장례까지 꼭 참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할아버지 상을 당했다고 입장을 바꿔도 친구가 와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게다가 돌아가시는 그 순간까지 할아버지를 욕보일 만큼 친구가 싫어하는 분의 상인데요....

 

 

제가 실수를 한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