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공포와환상 #1

201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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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어둠속의 공포

2. 폐허속의 그들

3. 약속의 대가

4. 공포 마일리지

 

 

 

[어둠속의 공포]

 

12시 30분쯤 이었다.

 

처음 그 소리를 들은 시간이.

 

김대리가 처음으로 이상한 낌새를 느꼈을 때는 그의 손목시계가 12시 30분을 막 넘기려던 참이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회사에서의 철야는 하루 이틀이 아니었기 때문에 회사가 속한 건물은 자신의 아파트보다, 사무실은 자신의 방보다 더 익숙한 곳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익숙하다고 자부한 사무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가끔 그도 모르게 철야를 하는 다른 팀 직원도 있었기에 처음엔 모른 척 하고 그냥 넘겼다.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에 열중하고 있는데 그 소리가 또 들려왔다.

김대리는 꼽고 있던 이어폰을 책상에 던져놓으며 의자를 신경질 적으로 박차고 일어났다.

 

“이어폰을 끼고 있는데도 소리가 들릴 정도면 도대체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거야?”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파티션 위로 고개를 들고 사무실 안을 훑기 시작했다.

 

김대리가 일하는 사무실은 250여 명이 일하는 IT 업체였다. 팀 별로 사람 키만한 파티션이 나뉘어 있었으며 프라이버시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책상과 책상 사이도 앉은키만한 파티션이 나뉘어져 있었다.

 

사무실의 조명은 모두 꺼진 상태였다. 멀리 디자인 팀의 책상 한 곳에서 스탠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뭐야? 이팀장님 집에 아직 안 간 거야?

 

김대리는 피식 웃으며 이팀장의 자리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안가고 뭐해요!”

 

김대리는 이팀장을 놀래 킬 마음에 일부러 큰소리로 물어봤으나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널브러진 타블렛 펜과 지저분하게 스케치 된 종이만이 책상 위에 아무렇게 자리 잡고 있었다.

 

“이 양반, 불 꺼놓고 가는 거 또 잊어버렸구먼.”

 

김대리는 투덜대며 이팀장 자리의 스탠드를 껐다.

 

그때 그 소리가 또 들렸다.

 

마치 누군가 복도를 빗자루 질 하는듯한 소리. 딱히 말로 설명 할 수는 없으나 인간이 내는 인공적인 소리라고는 설명이 불가한 느낌의 소리. 그런 소리가 김대리의 귓전을 스쳐 지나갔다.

 

“밖에 누가 있나……”

 

김대리는 사무실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자 살짝 겁이 났다.

 

“내 집보다 더 익숙한 곳인데 뭐가 무섭다고…… 나가보면 알겠지 뭐.”

 

김대리는 자기 자리를 지나 사무실의 문을 열었다.

 

보안키가 있어야 출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누군가 들어오려 한다고 해도 들어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IT업체가 입주한 건물답게 건물의 보안은 철통같았다. 들어오기도 쉽지 않지만 나가기도 쉽지 않은 건물이었다. 게다가 12시가 지난 지금, 건물의 모든 정문은 자동으로 잠긴 터였다. 부득이하게 건물을 나가려면 야간 경비에게 부탁을 해야 했다.

 

김대리는 복도를 훑어보았다. 당연히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소리가 들릴법한 이유마저 없는 공간 같았다. 그는 싱겁다는 듯 한번 웃어주고는 화장실로 향했다. 볼일을 마친 후 손을 닦는데 전기가 나가며 순간 암흑으로 변하더니 이내 화장실의 조명은 정상으로 돌아왔다.

 

“짜증나게 이럴 때 전기가 나가고 그래. 그래도 금방 돌아오네.”

 

구시렁거리며 손을 말리고 화장실을 돌아 나오자 김대리는 깜짝 놀랐다. 복도의 불이 모두 꺼진 상태였다.

 

“예비 전기도 없나? 악! 내 파일!”

 

김대리는 작성하다 저장하지 않은 파일들이 생각났다. 하지만 어두워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의 조명만으로는 길고 넓은 복도 모두를 채울 수 없었다. 일단 감을 살려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때 그 소리가 또 들렸다.

 

누군가 빗자루 질을 하며 복도 여기저기를 쏘다니는 소리. 게다가 그 소리는 복도 끝에서 나고 있었다.

 

“누구 있어요? 혹시 경비 아저씨에요?”

 

김대리는 가느다랗게 눈을 뜨고 복도 끝을 주시했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그 소리가 또 들렸다.

 

이제는 좀 더 가까이 들리는 것 같았다. 김대리는 두어 발 물러섰다. 복도 끝을 보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눈에 힘을 주고 있었다.

 

어둠 저 편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좌우로 몸을 흔드는 술 취한 사람마냥 아주 천천히 그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김대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뒷걸음만 칠 뿐.

 

“누구냐고!”

 

복도의 벽에 등이 닿자 김대리는 화들짝 놀랐다. 더 이상 뒤로 물러 날 곳도 없었다.

 

어둠 속의 물체는 점점 더 김대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쉭 쉭 소리와 함께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고 김대리는 어둠 속을 향해 소리 질렀다.

 

 

 

아침이 되자 경찰 사이렌 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뒤 섞여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허리춤에 손을 얹은 경찰관에게 담당 형사가 물어보고 있었다.

 

“글쎄요…… 어젯밤에 이 회사에서 근무하던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아무 이유 없이 이 벽에 몸을 기대고 죽었더라 구요. 근데 특이한 건 눈을 감고 죽지 않았어요. 뭔가 노려보고 죽은 것 같은 모습이랄까? 거 참 젊은 사람이 무슨 꼴인지 원......”

 

경찰은 모자를 벗어 긁적이더니 복도를 따라가며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며 손짓을 해댔다.

 

형사는 시체 옆에 쪼그리고 않아 주시하고 있던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이지 사람이 죽을만한 이유가 전혀 없었다. 형사경력 15년 만에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외상도 없고 외부의 침입도 없었다. 이미 알아본 바로는 건물의 보안도 철저했다.

 

“거 참 이상하군. 어려운 사건이 되겠어..”

 

형사는 수첩을 양복 주머니에 꽂아 넣으며 씁쓸한 얼굴로 일어섰다.

 

그리고.

 

복도 끝에는 잎이 무성하게 자란 화분의 나무가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따라 산들거리고 있었다. 몸을 좌우로 흔들고 쉭 쉭 소리를 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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