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인삼

왕보리2012.06.20
조회4,626

출처 : http://web.humoruniv.com/main.html
< 웃대 : 무조건해라 님 >

 

인삼

 

 

 

 

 

 

 

 

“자네가 그 유명한 천년 인삼꾼이 맞나?”


오늘도 어김없이 낯선 할머니 한분이 다가와서는 제게 묻고 있네요.


천년 인삼꾼. 그게 다 별거인가요.


“네, 맞아요. 다들 그렇게 부르더라구요. 쑥스럽네요...히힛...”


이 할머니도 반응은 똑같네요.


하긴 신기하기도 할거에요. 천년 인삼꾼이 이렇게 젊은 년 일지는 꿈에도 몰랐겠지요.


“이리 젊을지도 내사마 몰랐디. 어찌 글케도 최고급의 인삼을 만들수가 있는겨? 거 마 얼마


전에 시장에 내다놓은 인삼을 봤는디 정말 대단했구만.”


어쩜 이렇게도 다들 똑같대요?


다들 하나같이 인삼에 관해서만 묻네요.


별 다른것도 없는데 왜 다들 그럴까요?


정말 저도 궁금하네요 호호호호홋.


“뭐 별다른건 없어요. 그저 잘 키우고 거름 잘주고 잘 돌봐주고. 그런것밖에 더 있겠어요?”


왜 그런 불신의 눈으로 쳐다보는거죠?


제가 뭐 틀린말 했나요.


“허헛. 알따 알따. 내 쉽게 알아카기는 글렀단걸 미리토록 알았당께. 내캉 오늘부터땜시로


매자꾸 특산물을 줄터이니 옆에 있게만 해주카라. 괘안능교?”


특산물에 또 혹하네요.


전 뭐 별다를 것도 없는데 왜 다들 저에게 이러는걸까요.


특히 이 할머니는 너무 집요하셔서 어쩔수가 없네요.


“알겠어요. 대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정말 별거 없어요. 그러니 나중에 후회는 하지마세요.”


“헤헷. 알따 안카나.”


그때부터 할머니는 매일 찾아왔지요.


올때마다 오골계니 삼베라니 청도, 송어 등등 갖가지 특산물을 가져 오지 뭐에요.


그리고는 올때마다 내게 인삼재배법이라던지 인삼종에 대해 물어봤지만


뭐 설명할 것도 없네요.


그저 평범하게 물주고 보살펴주는 보통의 인삼종일뿐인걸요.


뭐 이정도는 누구나 다 하는 것 아닌가요?


그러니 할머니는 더욱 더 궁금해하셨지요.


별다를게 없는데 뭔가 꼭 있을거라고요.


글쎄요. 아무래도 땅때문일까요? 하긴 제가 키우는 인삼은 체 5평정도밖에 안되요.


그래서 2년 키워 얻는 인삼이 고작 5뿌리 정도라지요.


근데 이게 그렇게도 최고급이라네요.


한뿌리에 3천만원은 족히 되서 입에 풀칠은 제대로 하고 있지요.


그때부터 전국적인 인삼꾼들이 찾아왔지만 다들 얻은 것 없이 돌아갔어요.


때때로 땅을 팔라고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제가 팔 리가 있나요?


인삼을 심을 곳이 이 땅밖에 없는데 이걸 팔면 인삼을 어디다가 재배하라구요.


어쨌든 그런 인연으로 이 할머니와 반년가까이 지내게 되었는데, 이젠 거의 엄마같아요.


안그래도 가족이 없어 쓸쓸했는데 이 할머니가 제대로 위로해주네요.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가 제게 묻더군요.


“너 와 그리 배가 나오노? 니 혹시 애뱄나?”


역시 할머니라 눈치도 빠르시네요.


사실대로 몇 달전에 시장터에서 남자랑 눈이맞아 하룻밤을 지냈다고 했지요.


그러자 할머니는 열을 내며 다그치더니 여자가 그렇게 헤프게 살면 안된다고


윽박지르는게 아니겠어요?


뭐 내 진짜 엄마라도 되는마냥 그러는데 무슨 상관인건지.


가끔 이럴때보면 짜증도 나네요 이 할머니.


내가 점차 배가 불러지면서 인삼 관리에 소홀해지자 할머니가 대신 나서서 인삼을 돌보네요.


그런 모습이 고맙긴 고맙네요.


정말 저를 자식새끼마냥 생각하는지 인삼을 돌보면서도 저에 대한 신경도 꾸준히 써주시네요.


이제 거의 만삭이 되어 잘 움직이지도 못하자


저희 집에 살다시피 하며 저를 돌보는 할머니에요.


인삼 때문에 찾아왔었는데 이제는 정이 들었나봐요.


참 우습지 않나요? 왠지 저는 웃음이 나오네요.


뜻하지 않은 인연.


그거 참 묘한 것 같아요.


어느덧 만기가 차서 아기가 나오려고 해요.


할머니는 출산준비를 다 해주고는 이젠 산파역할까지 해주시네요.


그렇게 할머니의 도움으로 전 무사히 아이를 낳을 수가 있었어요.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를 아이였지만 저에겐 소중한 아이였죠.


이젠 혼자가 아니라 할머니도 계셨고요.


할머니는 꼭 손주 새끼 보듯 핏덩어리에 얼굴을 비비고 난리도 아니네요.


남편과 자식 다 잃고 오랫동안을 혼자사셨다는 할머니인지라 저렇게도 기뻐하는가보네요.


그렇게 아기를 낳은 후에는 다시 예전처럼 하루에 한번만 오네요.


여전히 어디서 듣도보지도 못한 특산물을 가지고요.


물론 제가 아직은 몸조리중이라 움직일수가 없기에


할머니가 대신하여 인삼도 잘 돌봐주시고요.


할머니가 여기 오시기 시작한지도 어언 1년 6개월이 지났어요.


이젠 인삼에 대해서는 거의 신경도 안쓰는 것 같아요.


다만 나와 내 아기를 돌보며 삶의 즐거움을 찾는 듯 하네요.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가 제게 말하더군요.


“내 캉 골 쑤시봤는데 아무래도 니 인삼은 땅이 윽수로 좋은 것 같구먼. 뭐 그딴코롬것은


이제 그다지 관심이 없네그려. 니 몸도 나셨으니 내 강아지새끼보러 가끔 오갔구만. 나 문


전박대하면 안되능고 알제? 히힛.”


그럼요. 문전박대라뇨. 전 절대로 안그런답니다.


그 이후로 할머니는 몇일간 안왔어요.


뭐 괜찮아요. 제 몸은 이제 거의 붓기가 다 빠진 상태라서 자연스럽게 움직일수가 있거든요.


오늘은 간만에 인삼 좀 돌보러 나오게 되었네요.


몸도 예전그대로 가뿐해졌으니 다시 잘 돌봐야지요.


게다가 오랜만에 왔으니 거름도 준비하고 만발의 준비는 다 됐어요.


인삼밭에 도착하니 여전히 아름다운 인삼이 이쁘게도 자라있네요.


자란 모습을 보니 이제 6개월 후면 완성될 듯 싶어요.


땅을 파며 거름을 주고 있는데 아 글쎄 저기 멀리 할머니가 보이네요.


반가운 듯 저에게 손을 흔들며 뛰어오고 있는 할머니에요.


저러다가 자빠지시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저러시는건지.


그런데 달려오던 할머니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지더니 놀란 듯 뛰어오네요.


왜 그러는걸까요? 귀신이라도 본것일까요?


할머니는 나와 인삼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시네요.


아니 왜 갑자기 울고 그래요?


그렇게도 반가워요?


한참을 울던 할머니가 저를 껴안더니 말하시네요.


“으...으찌 된겨...? 앙...?”


“뭐가요?”


다시 저를 바라보네요.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한체로요.


“왜 죽은겨...? 으잉? 어쩌다가 죽은겨? 어쩌다가 애새끼가 죽은겨?”


응? 지금 무슨말을 하는거에요?


안보던 사이 할머니가 노망에 드셨나봐요.


“죽긴 왜 죽어요?”


“으잉? 그람 지금 머하는겨? 미친거여?!!”


미친건 제가 아니라 할머니같아요.


도대체 왜 이러는걸까요?


“할머니. 도대체 왜 그러세요? 지금 거름 주고 있는거잖아요. 우리 사랑스런 인삼에게 거름


주는건데 왜 방해를 하고 그래요?”


“머...머라켔노 시방...”


“거름주고 있다고요. 못 알아들으셨나요? 거름 준다고요!!!”


짜증나게 왜 방해를 하는걸까요.


도대체 이해가 안가네요.


“니...짐...제정신인거여...? 갓난아기를...그것도 지 애새끼를...거름으로 준다는교?”


“할머니요. 이깟 아기가 뭐 밥이라도 주나요? 오히려 밥만 축내는게 이것인데요? 그리고 이


아기를 주면 제 인삼이 잘자라는데 그보다 좋은게 어디있나요!!!”


할머니는 그대로 얼어붙던니 얼굴이 창백해지네요.


혹시 정말로 땅이 좋아서 최고급 인삼이 나오는걸로 생각하는건 아니겠죠?


최고급 인삼이 뭐 그냥 태어나는줄 아나봐요.


하여간 이래서 늙으면 안된다니까요.


“미...미쳤당께...이뇬...완전 미쳤당께!!!”


할머니는 얼굴이 퍼래지면서 그대로 소리를 지르며 도망가시네요.


늙어서 이게 웬 추태일까요?


하여간 늙은이들은 올때도 시끄럽고 갈때도 저렇게 시끄럽게 하네요.


“으에에에엥!!! 응애!!! 으앵애애앵!!!”


휴우. 저 할머니 때문에 거름이 깨어버렸네요.


간신히 재운건데 이것 참 골치아프네요.


“조용히 하렴. 안 그럼 확 주둥아리를 찢어버릴테니까.”


휴...역시 말이 안통하네요. 어서 묻어야겠어요.


이 거름은 참 좋긴한데 너무 시끄러운게 탈이에요.


뭐 그럼 어때요. 이걸로 제 인삼이 잘만 자란다면 바랄게 없는걸요.


사랑스런 내 인삼아.


부디 무럭무럭 자라나렴.

 

 


- 다른 이야기
http://pann.nate.com/b315723228
http://pann.nate.com/b315737692
http://pann.nate.com/b315738286
http://pann.nate.com/b315775792
http://pann.nate.com/b315775938
http://pann.nate.com/b315783901
http://pann.nate.com/b315806213
http://pann.nate.com/b315825660
http://pann.nate.com/b315839806
http://pann.nate.com/b315840325
http://pann.nate.com/b315849447
http://pann.nate.com/b315946845
http://pann.nate.com/b316006853